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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0

       

        

        

        

        

       “오늘 저녁은 뭘 먹어야 하나….”

        

        

        

        가상현실 안, 오로지 다이스만을 위해 할당된 작은 공간.

        

        금빛 머리카락이 굼실거리며 매트리스 위를 수놓는 가운데, 그녀는 오늘의 스케줄이 거의 다 끝났음에도 아직 가상현실에서 나갈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었다. 보통은 시간 배율이 세 배라는 장점 때문이기도 했지만….

        

        오늘은 그냥 귀찮아서였다.

        

        그냥 여기서 잘까. 그리 생각하면서 생각과 감응하여 떠오른 여러 표시창들을 확인했다. 항상 그랬듯 오늘도 쓸데없는 메시지로 꽉 찬 보관함. 내일 기상 시간이 표시된 알람. 현실 시간. 그날그날의 중요한 것들이 메모된 박스들….

        

        오후 아홉 시가 좀 넘은 시점이었다. 매트리스에 누워있으니 잠이 조금씩 오기 시작했지만, 이대로 곯아떨어진다면 재수가 없으면 자정에 깰 것이었다. 정신은 말똥말똥한데 기상 시간이 7시간이나 남은 대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었다.

        

        사실 아직도 저녁을 안 먹고 있는 것도 문제긴 한데.

        

        

        침대에 몸이 좀 더 깊숙히 침잠하기 전, 재빠르게 손을 이리저리 움직여 뭘 먹을지를 골랐다. 시간이 늦어지기 시작했기에 피자나 치킨 같은 고칼로리 음식은 아웃. 야식 종류도 아웃.

        

        그 와중 눈 앞에 떠오르는 여러 음식 – 그 중에서 추천이라고 표시된 곳에 있는 스테이크 종류가 눈에 들어왔다.

        

        자동으로 띄워지는 추천 음식점들 중 가장 평점이 높은 걸 하나 골라서 적당히 주문하자, 눈 앞에 남은 시간이 떠오른다. 가상현실 기준 대략 두 시간 가량. 현실로는 40분 정도 걸리려나보다.

        

        

        그럼 그때까지 뭘 하면 좋을까.

        

        오늘 봤던 강의 복기는 이미 끝낸 지 오래. 내일부터 열릴 예선 랭크를 대비하기 위해 연습도 끝났고,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는 스크림도 몇 시간 전에 이미 종료된 지 오래였다.

        

        게다가, 까놓고 말해서 과부하 상태였다. 더 이상 총질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게임이 좋은 사람도 하루에 열몇 시간 동안 무지성으로 플레이를 하면 힘든 법이거늘, 그 시간을 온전히 집중하며 보낸다면 어떻겠는가.

        

        어떻게 보면 프로게이머의 화려한 면면에 가려진 어둠이었다. 휘황찬란한 스튜디오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건 분명 기뻐할 일이지만, 정작 목표로 향하는 길은 가시밭이다.

        

        어떻게 보면 참으로 힘든 직업이었다.

        

        

        그러는 와중, 프로게이머의 고충이라는 방면으로 굴러가던 생각은 또다시 다른 방면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홀린 듯이 클로즈업한 메시지 옆 알림창. 99+를 알리는 그 옆에는 중요한 알림만이 따로 띄워지는 곳이 있었는데, 그곳엔 숫자 1이 있었다. 지금 막 떠오른 건 아닌 듯했다.

        

        그것을 눌러보니, 내용은 생각보다 시답잖은 것이었다.

        

        

        

       -[알림 : 스트리머 ‘유진’님이 방송을 시작하였습니다.]

        

        

        

       “…아, 맞다. 이 사람 방송도 한다고 그랬지.”

        

        

        

        까먹었다고 해야 할까, 이걸.

        

        사실 그것보다는 알고만 있었다는 게 더 적절한 말일 터였다. 쉽게 말해서, 누가 자신의 직업이 어떤 것이라고 소개해도, 듣는 사람이 그 직업에 대한 정보를 심득할 필요까지는 없는 것처럼.

        

        요컨대 플레이 영상을 잘라올린 건 종종 봤어도, 직접 방송을 본 적은 없다는 것이었다.

        

        

        그에 문득 호기심이 들었다.

        

        철인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이 양반은…설마 그저께, 어제, 그리고 오늘 연이어 이어진 하드한 스케줄이 끝난 뒤에도 다크 존을 플레이하고 있을까. 가능성이 없지는 않으리라 생각되었다.

        

        어차피 할 일도 크게 없었고 – 다이스는 알림을 클릭했다. 하지만 자동적으로 눈 앞에 떠오르는 트리키 로그인 창은 약간의 짜증 아닌 짜증을 샘솟게 하기에 충분했다.

        

        

        

       “아이씨, 비밀번호 뭐더라….”

        

        

        

        그녀는 트리키랑 그리 친밀한 관계는 아니었다.

        

        자신과 친교가 있는 프로게이머나 그에 준하는 실력파 방송인들도 있었지만, 일단 다이스는 자신의 현실에 대한 정보를 금고에 넣고 굳게 잠가버린 인물 중 하나였다.

        

        물론, AP 솔로잉에서 두각을 드러내면서 – 실력파인데도 본인에 대해 알려진 점이 없다는 사실이 서로 마찰을 일으키면서 되려 무지막지한 관심이 쏟아지는 역설적 개판이 발생하긴 했지만.

        

        즉, 그녀는 방송도 ‘거의’ 안 하고, 사석에 모습도 잘 드러내지 않는 비교적 신비주의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인기를 끌어모은 사람이었다.

        

        아무튼 이리 장황하게 이야기를 한 이유가 뭐냐 하니, 그냥 비밀번호를 까먹었다는 것의 합리적인 당위성이었다.

        

        

        잠깐 끙끙댄 덕분에 그녀는 금방 트리키에 로그인했다.

        

        이곳도 마찬가지로, 수많은 알림과 메시지 등이 읽히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다이스는 그것을 무시하고는 검색창에 유진을 쳤다.

        

        유진이라는 이름은 그리 독특한 편이 아니었다. 오히려 널리 쓰이는 이름이면 이름이었지 – 만, 인기 순으로 정렬된 스트리머들 사이에서 4천 명이 넘는 이들을 이끌고 방송 중인…뱀 모양 아바타는 단 한 명이었다.

        

        근데 하고 있는 게임이….

        

        

        

       “…뭔가 이상한데.”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그 생각을 하기에 앞서 이미 방송에 발을 디딘 상태였고,

        

        

        

       -[훌륭해! 그러면 데이트를 시작할까? 심연을 일깨우는 의식부터 시도해보자구.]

        

        

        

        커흑.

        

        그녀는 눈을 가득 채우는…여자와 오징어인지 문어인지를 반반 정도 섞어서 여성성을 부각시킨 듯한 기묘한 그림에, 헛기침을 하고야 말았다.

        

        그리고.

        

        

        

        

        

        

        

        

        

       <(SSMentertainment)DICE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유진님…왜 이런 게임 해요…?

        

       “다이스 님, 만 원 후원 감사합니다…많은 분들의 성원이 있었습니다. 너른 아량으로 이해…는 굳이 안 하셔도 됩니다.”

        

        

        

       -?????????????

       -다이스?????????????

       -아줜나웃기네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발그만해!이제그만해!제발그만해!이제그만해!제발그만해!이제그만해!

       -설마찐이냐?

       -아 보다보면 괜찮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

        

        

        

        …뭐야.

        

        이 사람이 왜 여기서 나와?

        

        

        

        

       

        

        

        

        

        

        

        

       -콰직!

        

        

        

        유리가 깨지고, 손은 피범벅이 되며, 형언할 수 없는 기괴한 소리가 들리고 자연적으로는 불가능한 새빨간 햇빛이 창문을 통해 스며든다. 방 안에 놓아둔 조각상이 피눈물을 흘리는 가운데, 촉수 다발이 차창을 통해 스멀스멀 기어오고 있었다.

        

        실시간으로 신나게 바뀌고 있는 주변 환경. 어딜 둘러봐도 그야말로 러브크래프트적 테이스트가 가득히 배어나는 모습이었다.

        

        중간중간 갑자기 튀어나오는 소름끼치는 그림과 소리들은 채팅창의 분위기를 급격히 요동치게 만들기에 충분했으며, 나는 도대체 이게 어째서 3편 출시에 멀티엔딩까지 존재하는지를 대략적으로 알게 되었다.

        

        쓸데없이 전부 퀄리티가 좋아.

        

        

        

       -[현실이 멸망한다는 걸 너무 깊게 받아들이지 마, 자기. 꿈에서 깨어나는 거라고 생각해. 한 번 깨어나면 꿈 속의 모든 세계는 하룻밤의 몽상으로 끝나잖아? 그저 비슷할 뿐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네 선택에 의한 필연적인 결과고. 이 모든 게 정말로 그리워질 거야, 물론 너도.]

        

       -[입 내밀어, 자기. 너는 그럴 만한 자격이 있어.]

        

        

        

       ───쪽.

        

        

        

       “으에엑….”

        

        

        

       -으아아아ㅏ아가ㅏ가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제발멈춰!제발멈춰!제발멈춰!제발멈춰!제발멈춰!제발멈춰!제발멈춰!

       -잘못했어요!잘못했어요!잘못했어요!잘못했어요!잘못했어요!잘못했어요!

       -돌겠네

       -야스멈춰!야스멈춰!야스멈춰!야스멈춰!야스멈춰!야스멈춰!야스멈춰!

        

        

        

       <도루피 님이 1,000원 후원하였습니다.>

       -다 필요없고 초장 가져와 ㅅㅂ

        

       “도루피 님, 천 원 후원 감사합니다…내일 식사를 한다면 해산물 계열은 되도록 피해야 할 것 같네요. 어으….”

        

        

        

       -[다이스 : 님 왜 이런거해요!!!]

        

       -[유진 : 제가 원한 것이 아니오라….]

        

        

        

        정신이 없다, 정신이.

        

        아주 그냥 사방에서 비탄과 탄식, 소수의 가능충들과 다수의 혼란이…그 모든 것들을 합쳐서 광기라 칭해보자면, 아마 지금 주변을 뒤덮은 것들은 광기의 파도가 아닐까. 어떻게 보면 게임과 참으로 잘 어울리긴 했다.

        

        그렇게 충격과 공포 그 자체인 루트 하나가 끝나자, 우측 상단에 크툴루 루트가 완전히 개방되었다는 아주 친절한 안내문이 떠오른다.

        

        혹여나 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이거…히든엔딩 같은 건 없죠?”

        

        

        

       -왜없음?

       -어째서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지?ㅋㅋ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가져와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히든엔딩 말고 유진엔딩 주세요

       -꼬리둘둘엔딩 ㅗㅜㅑ….

        

        

        

        …내 꼬리 이야기 말고.

        

        왜 내 시청자들은 다크 존 뿐만이 아니라 이 드넓은 가상현실계에 넘쳐나는 온갖 종류의 아바타들로는 만족을 못 하는 걸까. 안 그래도 팬아트 게시판에 약간 야시시한 것들도 넘쳐나든데.

        

        놔두면 영 좋지 못한 상황이 발생할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아무튼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두 번째 챕터가 시작되고, 주인공은 왠 괴한들한테 쫓겨 자신의 집으로 되돌아왔더니, 이번에는 근처에 살던 왠 노란색 여성이 집 안에 들어온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내 기억을 뒤져본다면….

        

        

        

       “그래도 얘는 좀 멀쩡하게 생겼네요. 갑자기 숨쉬기 편해지는 느낌이….”

        

        

        

       -[자, 이제부터는 나를 전하라고 부르도록. 그리고 그에 맞는 격식 차린 어조를 준비해야겠지?]

        

       -[예, 전하. 분부대로 합죠.]

        

        

        

        얘는 바람의 왕이다.

        

        이름을 부르면 멋대로 튀어나오는 바로 걔.

        

        스토리가 진행되며 확인할 수 있는 점은, 얘는 약간 허당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나마 괜찮았던 외형을 한순간에 가면무도회장으로 바꿔버리는 금빛 가면과 함께, 그녀는 본 모습을 드러낸다.

        

        채팅창도, 다이스도 나와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한편,

        

        

        

       -[유진 : 근데 채팅으로 치면 될 텐데, 굳이 개인 메시지로 할 필요가 있으신가요?]

        

       -[다이스 : 어…그냥?]

        

        

        

        음.

        

        뭐어,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아무튼 첫 챕터에서 상당히 이런저런 고충을 겪었던 탓일까, 이번에는 내용 자체가 그리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물론 중간에 전 챕터의 메인 히로인인 절반은 신이고 절반은 문어인 여캐가 다시 나오며 원점으로 되돌아오긴 했지만.

        

        그건 그렇고.

        

        

        

       -[다이스 : 혹시 예선 랭크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아시나요?]

        

       -[유진 : 대충?]

        

       -[다이스 : 그럼 따로 설명드리지는 않아도 되겠네요]

        

       -[유진 : 설명해주고 싶으신 것처럼 들리는데….]

        

       -[다이스 : 앗]

        

       -[다이스 : ㅎㅎ;;]

        

        

        

        이 양반, 상당히 심심했나보다.

        

        사람이 받아들이기엔 아직 십 년 정도는 이른 것 같은 초차원적 크툴루 미연시를 방송하고 있는 와중에도 이런 반응이라니, 그건 그것대로 대단하네.

        

        여하간 나는 언제나 그렇듯, 가감없이 내 개인적 생각을 내뱉을 뿐이다.

        

        

        

       “그…릐예타? 린예타? 얘는 신체 굴곡이 참…골반 라인이랑 각선미를 정말 잘 살렸네요. 물론 도대체, 왜, 굳이 살렸는지에 대한 의문은 아직도 제 머릿속에 남아있긴 한데.”

        

        

        

       -ㄹㅇㅋㅋㅋㅋㅋ

       -아무튼 두족류라 매끈매끈하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발그만해내취향이개조당하고있어어어어어엇

       -주인공새1기가 제일 미친거같ㅇ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헤으윽 눈나들 그렇게 하면 내 산치가 주거버려엇

        

        

        

       <폴루니엘 님이 1,000원 후원하였습니다.>

       -이거 추천한 사람 매달아야한다

        

       “폴루니엘 님, 후원 감사합니다. 그래도 여러분들의 열렬한 성원에 힘입어 이 게임을 켰던 거니만큼, 계속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벌써 좋다는 응원의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오네요.”

        

        

        

       -시잇프알 선생님 뭐라구요????????????????

       -어어 언제 공수전환끝났죠?? 이건 우리가원하던결말이아닌데??

       -이것이 AP 솔로잉 출전자의 기술?이것이 AP 솔로잉 출전자의 기술?이것이 AP 솔로잉 출전자의 기술?

       -유진교수님 여론조작이 수준급이십니다 싀1발

       -또 시청자들 업보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언제나 그렇듯,

        

        그렇게 내 방송은 순항 중이었다.

        

        예선 랭크전을 단 하루 앞둔 8월 말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81화부터 예선 랭크가 시작됩니다

    저는 중간고사라는 폭풍의 가장자리에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모티콘을 뭘 하면 좋을까요?

    일단 생각해둔 건 몇 개 정도가 있습니다

    크라잉 하모니껄룩
    꼬리로 하트+손으로 하트+살짝 부끄러운 표정의 유진
    더워 죽어가는 하모니
    추워서 뚠뚠하게 패딩입은 유진
    택-티컬 추천
    도끼로 뚝배기깨는 유진

    뭐가 더 있을까..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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