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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0

        쿵! 쿵! 쿵!

       

        푸르릉!

       

        미리 준비된 경로를 따라 마이글다들이 전진한다.

        그리고 마이글다의 등 위에 설치된 안장에 앉은 인간들은 주위를 둘러보며 감탄사를 내뱉는다.

       

        “와!”

       

        “사진 찍어도 돼요?”

       

        “끝내준다!”

       

        연신 스마트폰을 들이대며 게이트 내부를 찍는 손님들.

        그것은 나의 초대를 받은 민간인들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었다.

        민간인들의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며 함께 온 인간 측의 경호 인력들도 슬금슬금 주위를 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난리가 난 것은 이곳만이 아니었다.

        내 방송을 통해 이 광경을 함께 보고 있을 시청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 와씨!

        – ㅎㄷㄷ하네.

        – 저거 다 황금인가?

        – 황금 나무, 황금 풀, 황금 땅, 황금 폭포…….

        – 죄다 황금이네.

        – 와! 저기 한 귀퉁이만 떼어다 팔아도 평생 놀고먹을 듯?

       

        “흠.”

       

        내 게이트를 멋있다고 감탄해 주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나는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내 게이트의 내부 광경이 별로 멋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름답기로는, 이렇게 황금색밖에 없는 장소보다는 바깥이 더 아름답지 않나?’

       

        지구의 자연은 수백 가지의 다양한 색상을 가지고 있다.

        어둠의 검은색과 마그마의 붉은색, 그리고 황금색만 존재하는 내 게이트와는 달리 총천연색의 풍경이 더 아름다운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기에 인간들이 내 게이트를 멋있어하는 이유를 아직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굳이 이해를 해 보자면…….

       

        ‘처음 보는 광경이라서 그런가?’

       

        그러면 이해가 될 것 같기도?

        손가락으로 입술을 톡톡 두드리며 생각하는 사이, 황조령이 나에게 물었다.

       

        “저기, 질문 하나만 해도 되겠습니까?”

       

        “무엇을?”

       

        “지금 저희가 가는 곳이 어디인가요?”

       

        “??”

       

        나는 황조령을 바라보았다.

        왜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다시 나에게 묻는 것일까?

        그런 의문이 들었으나, 이내 나를 향하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깨달을 수 있었다.

       

        ‘아. 지금 방송 중이었구나.’

       

        잠시 방송 중임을 잊어 버렸다.

        나는 그 사실을 깨닫게 해준 황조령에게 감사의 미소를 지어 준 후 대답했다.

       

        “내 게이트는 총 5층으로 구성된단다.”

       

        그중 가장 아래에 존재하는 5층은 나의 침실이기 때문에, 내 게이트는 사실상 4층이라고 봐야 한다.

        그리고 내 침실을 제외한 각 층마다 하나씩, 인간들이 구경할 장소를 선별했다.

       

        백두산의 정상에 존재하는 내 게이트를 통과하면 나오는 장소가 바로 내 게이트의 1층이다.

        지금 우리가 머무는 장소이며, 내 게이트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이기도 하다.

       

        “이곳은 내 게이트에서 사는 부하들이 먹을 가축을 키우는 곳이기 때문이란다.”

       

        – 가축?

        – 농장임?

        – 엌ㅋㅋㅋ

        – 농장이었엌ㅋㅋㅋㅋ

       

        왜 웃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농장 맞다.

        그러므로 위험한 육식 동물은 존재하지 않고, 최소한의 경비 인원을 제외하면 위험한 이들도 없다.

        평균 기온도 40˚도 정도밖에 되지 않는 데다, 동식물들도 순하다.

        만약 어떤 인간이 멋모르고 내 게이트에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1층에서라면 그럭저럭 안전하게 다닐 수 있을 정도인 것이다.

       

        “실제로 내 게이트가 막 생겨났을 때, 어떤 인간이 모르고 들어온 적이 있었지.”

       

        내 게이트가 일반적인 게이트라고 생각하고 들어왔던 헌터였는데, 경비를 서고 있던 내 부하가 잘 타일러서 밖으로 쫓아냈었다.

       

        – 그런 일이 있었나?

        – 아. 중국쪽에서 그런 소식이 있었다고 들었던 것 같음.

        – 아! 들어 봤음.

        – 그런데 그 사람, 전치 2달인가 나오지 않았나?

        – 잘 타이름(물리)

        – ㄹㅇㅋㅋ

       

        “죽이지 않았다면 잘 타이른 거지.”

       

        참고로 먼저 선공을 한 쪽은 인간이었다.

        내 부하가 선공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목숨을 붙여준 거면, 진짜 엄청 봐준 거다.

       

        “…….”

       

        “왜 그러느냐?”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나를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보던 황조령이 고개를 슬쩍 돌렸다.

       

        “어쨌든, 게이트의 입구 반대편에 존재하는 통로를 통해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이곳과는 또 다른 장소가 나온단다.”

       

        1층인 ‘농업 구역’의 아래층이자, 내 게이트의 2층.

        1층에서 쫓겨난 위험한 맹수들이 우글거리는 마경이자, 내 게이트에서 가장 위험한 장소인 ‘정글 구역’이 나온다.

       

        “지금 가는 곳은 1층에서 2층으로 내려가는 통로가 위치한 장소란다.”

       

        – 플로어 게이트?

        – 거기가 구경거리라고?

        – 도대체 뭐가 어떻길래 플로어 게이트를 구경하러 가는 거지?

        – ㄹㅇㅋㅋ

       

        시청자들은 물론이고 손님들도 의아함을 드러낸다.

        그런 그들에게 나는 미소를 지어 주었다.

       

        “그것은 직접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구나.”

       

        때마침 목적지에 도착한다.

       

        “우와아아아!!”

       

        “뭐야?”

       

        “와아아아아!!

       

        – ?!!

        – 미친!

        – 지금 보는 게 현실인가?

        – 허 하 허허허

       

        인간들이 감탄사를 흘린다.

        확실히…… 내 게이트의 1층에 존재하는 플로어 게이트는 내가 봐도 아름답다는 말이 나올 정도니까.

       

        황금빛이 닿지 않는 어둠 속에 존재하는 투명한 수정의 동굴.

        하지만 그 투명한 수정 속에는, 스스로 빛을 내뿜는 광석들이 마치 별처럼 흩뿌려진 채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1층에서 2층으로 내려가기 위해 동굴 안쪽으로 들어서게 되면…….

       

        ‘마치 우주 공간에 들어온 것 같은 광경이 펼쳐지지.’

       

        이 동굴 안쪽에는 발광 벌레가 사는데, 투명한 동굴 벽 안쪽에서 빛나는 광석 조각과 어우러지며 심해 속이나 우주 공간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 나 역시 가끔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마다 이곳을 혼자 걷고는 한다.

        그렇기에 인간들이 사전답사를 왔을 때 내가 가장 먼저 추천한 곳이 바로 이곳이었고, 내 생각대로 인간들은 조금의 고민도 없이 이곳을 관광지 중 하나로 선정해 주었다.

       

        “와아아아아!!”

       

        “굉장하다.”

       

        찰칵! 찰칵!

       

        – 부러워부러워부러워…….

        – 나도 저기 갔어야 했는데!!

        – 라나님! 또 관광객 받으실 생각 없으신가요?

        – 테잌 마이 머니!

        – 돈이 있는데, 왜 난 갈 수가 업서?!!

       

        반응을 보니 인간들도 좋아해 주는 모양이다.

        나는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잠시 조용히 구경하는 시간을 가져 보자꾸나.”

       

        그렇게 말한 후 입을 다물었다.

        들리는 소리는 인간들의 감탄사와 마이글다들의 발소리뿐.

        내 지시에 따라 도화가 카메라를 돌리며 주위 풍경을 찍는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마침내 긴 어둠이 끝나고, 우리는 빛과 함께 2층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

       

        “아…….”

       

        “조금 아쉽네.”

       

        “또 구경할 수 없나?”

       

        1층에서의 광경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나는 아쉬워하는 손님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곳은 좀 전에 설명했듯이, 내 게이트에서 가장 위험한 장소란다.”

       

        내 침실이 존재하는 5층과 내 수하들이 머무는 4층과는 달리, 내 게이트의 1층부터 3층까지는 나의 통제가 완벽하게 전달되지 않는다.

        그나마 1층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2층은 완벽하게 나의 손을 떠난 상태라고나 할까?

       

        “1층에서 쫓겨난 맹수들과, 애초부터 2층에 서식하고 있던 맹수까지 뒤섞이며 통제 불능의 땅이 된 곳이지.”

       

        게다가 이곳은 내 게이트에서 가장 생명력이 왕성한 곳이기도 하다.

        내 게이트는 최하층인 5층에서부터 1층을 향해 마그마가 솟아오르는 구조다.

        그리고 최하층은 내 침실이 존재하는 층이자, 내 본체가 몸을 담그는 마그마 탕이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다.

        즉, 내 용금이 소량 섞여나온 마그마가 각 층으로 흘러 들어가고, 그렇게 흘러 들어간 마그마에 섞인 내 기운이 각 층의 에너지원이 되는 것이다.

       

        “그중 가장 마그마가 활발히 흐르는 곳이 바로 2층이란다.”

       

        콰르르르릉!!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저 멀리서 화산이 폭발했다.

        황금색으로 빛나는 산 위에서, 붉은색과 황금색이 섞인 마그마가 마치 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한다.

       

        “배리어!”

       

        “반탄공!”

       

        “크왕!”

       

        내가 호위로 붙인 짐승 기사들이 재빨리 보호막을 생성해 손님들을 보호하기 시작한다.

        지금 내리고 있는 이 마그마의 비는 이 정글 구역의 에너지원이자 생명의 원천이지만, 인간들에겐 그저 1000℃ 이상의 용암에 불과할 뿐이니까.

       

        “히익?!”

       

        “와씨…….”

       

        – 뭐임?

        – 마그마가 비처럼 내린다고?

        – 그 무슨 지옥?

        – 허미.

        – ㅎㄷㄷ

       

        “이미 이것만으로도 이 계층이 너희에게 얼마나 위험한지 잘 전달되었을 것으로 생각되는구나.”

       

        내 말에 인간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강력하고 사나운 맹수들이 득실거리고, 시시때때로 마그마의 비가 내린다.

        주변에는 위험한 독초와 포식 식물이 도사리고 있고, 평균 기온이 200˚ 이상인 장소.

        지구의 생명체는 일반적인 방법으론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극한의 환경을 가진, 내 게이트에서 가장 생명력이 활발한 장소.

       

        “이 계층에서 구경할 것은 저것이란다.”

       

        푸르릉!

       

        짐승 기사들의 호위를 받아 이번 목적지에 도착한다.

        그것은 온통 황금빛으로 빛나는 장소에서 유일하게 무지개색으로 빛나는 호수.

       

        “딱히 이름을 짓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이곳을 ‘아지타 호수’라고 부른단다.”

       

        아지타는 갸르츠의 고향 차원의 언어로서, ‘무지개’를 뜻하는 단어다.

        즉, 직역하면 ‘무지개 호수’라는 뜻이다.

       

        – ㅋㅋㅋㅋㅋㅋ

        – 엌ㅋㅋㅋ

        – 이름 진짜 대충 지은 것 같음ㅋㅋㅋㅋ

        – ㄹㅇㅋㅋ

        – 무지개 색이니까 무지개 호숰ㅋㅋㅋ

        – 그래도 예쁘긴 예쁘네.

        – ㅇㅇ

       

        이곳저곳에서 무지갯빛 안개가 피어오르고, 호수 자체도 무지개색으로 은은히 빛난다.

        1층의 플로어 게이트 만큼의 아름다움은 아니지만, 이곳도 이곳 나름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음은 분명했다.

       

        “허나 이곳의 아름다움은 호수만이 아니란다.”

       

        츄르륵!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호수 안에서부터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헉?!”

       

        “뭐지?”

       

        뀨웅!

       

        꺄응!

       

        그것은 인어족.

        팔과 다리가 물고기의 지느러미의 형태를 하는, 인간의 기준으로도 아름다운 종족이었다.

        그런 이들이 호수 속에서 나타나 인간 손님들을 향해 손? 지느러미? 손? 아무튼 손을 흔들기 시작한 것이다.

       

        – 와씨!

        – 개 예쁨!

        – 섹시하다!

        – 눈나!

       

        “와…….”

       

        “예쁘다…….”

       

        모든 인간이 입을 쩍 벌리며 놀란다.

        그중에는 자신도 모르게 호수 쪽으로 다가가는 이들도 존재했다.

        물론…….

       

        턱!

       

        “어?”

       

        “어라?”

       

        호수로 다가가려는 이들은 내 짐승 기사들이 저지했다.

       

        “호수로는 다가가지 말거라.”

       

        – ??

        – 왜요?

        – ?

        – ?

        – ??

        – ?

       

        “왜냐하면, 이것 때문이란다.”

       

        나는 작은 금속 조각을 만들어 호수에 담갔다.

        그러자 금속 조각이 순식간에 끓어오르며, 그대로 부식되었다.

       

        “?!”

       

        “미친?!”

       

        “헐?”

       

        – ?!!!

        – 뭐임?

        – 염산임?!

        – 염산 호수?!

       

        “보다시피, 맨몸으로 들어갔다가는 좋은 모습을 보기 힘들 거란다.”

       

        그리고 괜히 인간들의 환상을 깨는 것 같아서 말은 안 했지만.

       

        지금 저 앞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인어들도 인어가 아니다.

        호수 안에서 살아가는 포식어가 물 밖의 먹이를 끌어들일 때 쓰는 지느러미다.

        지구에서 비슷한 동물을 찾아보자면…… 초롱아귀쯤 되려나?

       

        “…….”

       

        이건 말하지 말아야지.

        나는 여전히 황홀해하는 인간들을 바라보며 슬쩍 시선을 돌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관광지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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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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