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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0

        

       “음.”

         

       흑묘가 또 이상해졌다.

         

       옷의 목 부분이 축축해진 것을 봐서는 식은땀을 줄줄이 흘리고 있는 거 같은데 뭐 때문에 저러는지 모르겠군.

         

       “너 왜 그래. 여일예 산적토벌 할 때 뭐 봤냐?”

         

       “아, 아아닌데요. 저 그냥 완전 멀쩡한데요?”

         

       “근데 왜이렇게 땀을 흘려.”

         

       “그냥 방금 산타고 와서 그런건데요?”

         

       흑묘가 목이 타는지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허겁지겁 땀을 말리기 위함인지 옷을 펄럭이는데 그 덕에 옷이 벌어지는 바람에 급히 고개를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이야기..이야기를…그래! 선배! 여일예가 그렇게 강한 걸 알고 있었나요?”

         

       묘하게 초조해 보이는 모습의 흑묘. 여전히 땀을 말리기 위해 앞섶을 펄럭이고 있는 만큼 나는 먼산을 응시하며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뭐, 대충은..”

         

       당가의 초절정고수 여섯을 상대로 기세 싸움이 밀리지 않았던 사천낭인들이다. 사천낭인들이 철천지원수인 여일예를 상대로 날 내줄 리가 없으니 여일예에게 노림당했을 당시 낭인객잔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둥지라고 할 수 있었지.

         

       초절정고수 여섯을 상대로 양패구상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전력을 보유한 낭인객잔. 그런데 여일예 앞에서는 그냥 대나무로 만든 새장에 불과하다.

         

       여일예가 초절정고수 여섯보다 강하다는 것은 아니다.

         

       상성의 문제지. 여일예는 전신에 강기를 두르고도 남을 내공의 소유자. 다른 초절정이라면 낭인들의 다져진 실전감각과 낭인 특유의 살초가 위협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어차피 잠깐 호신강기를 만든다고 쳐도 결국 공격에 피해를 입으니까.

         

       그런데 여일예는? 그냥 강기를 둘러버리면 강기 말고는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아무리 낭인들이 물오른 공격으로 빈틈을 찌를 수 있다고 해도 빈틈이 있어야지.

         

       그러니 내가 행운을 익혀서 도망치려고 했던 것이다.

         

       여일예와 마주쳤을 때 내가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는 운밖에 없었으니까.

         

       여일예의 원수라.

         

       여일예의 원수에 대해서는 많이 궁금하긴 했다. 게임 속 [무림천하]에서 여일예에게 복수 시나리오가 붙어 있다는 소리는 못 들어봤다. 일반적으로 여일예는 깨달음을 얻으면 그냥 문파에 콕 박혀 사는 집순이가 된다.

         

       게임에는 트리거라는 것이 있다. 총알이 나가려면 방아쇠를 당겨야 하는 것처럼. 시나리오가 시작되기 위해서는 그 시나리오가 시작될 행동을 해야 한다.

         

       산 꼭대기에 단단히 뭉친 작은 눈덩이를 굴려 떨어트리는 행동.

         

       그 눈덩이가 구르고 구르며 거대한 눈덩이가 되고 거대한 눈덩이는 구르는 것만으로도 온 산에 진동을 일으키고 그 진동에 쓸려나가는 눈들은 어느 순간 거대한 눈사태가 되어 산밑을 덮친다.

         

       게임 속 여일예는 여가산장에서 일어난 혈사의 범인이 낭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겠지. 그런데도 항상 은거만을 선택했다는 것은 아마 혈사를 일으킨 범인에 대한 단서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여일예가 복수의 단서를 잡도록 방아쇠를 당겨준 사람은 전후담일까. 여일예의 뒤를 따라다니고 있는 것을 보면 거의 확실하긴 한데.

         

       전후담은 나도 아는 사람이다. 사천낭인으로 7년간 먹고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접하는 정보라는 것이 있으니까. 사천에서 먹고 사는 정보상이 무슨 볼일로 여일예를 이끌고 막여부를 잡으러 왔을까.

         

       정확한 이유야 알 길이 없지만 일단 산적이라는 직함을 달고 오래 활동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깔려 죽기에 충분한 업보를 쌓을 수 있는 상황. 사천에서 일하는 정보상이 튀어나와 막여부를 죽이려 든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이상할 것은 없는데…이상할 것 없을 정도의 개연성이라면 여태동안 무림천하를 플레이하면서 여일예가 원수에 대한 단서를 잡았다는 이야기를 한 번도 못 들어 봤을까. 여일예는 탈 초절정 급이라 주목도도 상당한데 말이야.

         

       “쓰읍.”

         

       겁나 신경 쓰이네.

         

       여일예는 탈 초절정급 고수다. 아마 명문대파 출신이 아닌 화경 고수정도는 쉽게 때려잡지 않을까.

         

       명문대파 출신이 아니라는 가정을 끼는 이유는 간단하다.

         

       경지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경지에 걸맞는 전투력을 갖추기가 점차 어려워진다. 이건 굳이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사천낭인들을 봐라. 지금 절정인 자들이 초절정이 된다고 치자고. 그럼 초절정 무공은 대체 어디서 구할 건데.

         

       그냥 초절정 무공을 구하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인데 자신이 사용하는 무기. 자신의 적성에 맞는 무공. 이걸 도대체 어떻게 구하느냐 이 말이다.

         

       그런데 구파일방이나 이름난 명문대파들은? 삼류부터 화경이나 현경까지. 경지별로 무공을 구비해두고 있다. 뿐인가? 무공 초기에 숙련도를 쑥쑥 뽑아 올려줄 같은 무공을 익힌 사형제들이 넘쳐나지.

         

       무공 상성? 애초에 입문할 때부터 상성 가려 뽑은 친구들인데 무슨 걱정이람.

         

       낭인 출신 초절정은 초절정에 오르고 초절정무공 수련은 고사하고 본인에게 걸맞는 초절정 무공을 습득할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다. 그런데 명문정파들은? 가르쳐 줄 스승 있지. 문파 내에 집대성된 노하우도 있지. 정말 자신의 손에 쏙 들어오는 무공 골라 배울 수 있지. 경지가 오르자마자 그냥 그대로 폭풍성장.

         

       구파일방쯤 되면 애초에 경지의 끝에 도달하면 다음 경지에 필요한 무공이랑 수련법 같은 것을 다 때려박는다. 그러니까 여일예가 초절정이 되자마자 저토록 강해진 것이다.

         

       명문대파인 자들과 명문대파가 아닌 자들의 격차는 상위 경지가 될수록 벌어진다. 문파의 역량 역시 무인의 전투력이라는 소리.

         

       명문대파 출신이 아닌 무인들은 초절정의 경지만 가도 익힌 무공과 숙련도가 엉망인데 하물며 화경이여서야…그야말로 속빈 강정이지.

         

       구파일방이나 대방파 출신들 고수들이야 정말 어지간한 일이 아니고는 점창파 제자인 여일예와 척지려고 들지 않을 테니 여일예의 복수 성공 가능성은 매우 높았다.

         

       내가 신경 쓰이는 것은 이 여일예의 행보가 불러올 결과였다. 시작부터 녹림칠십이채 중 하나를 박살낸 복수극이다. 여일예도 원수들이 보통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암시하는 말도 했고.

         

       한창 평화로운 지금 시기의 무림에서 여일예의 복수행은 큰 사건이다. 그런 만큼 여일예의 행보에 따라서 큰 파장이나 소란이 일 수도 있는 법.

         

       일류 무공이야 어느 정도 구비해 두었지만 독의의 진단 결과에 따라 못 쓰는 무공이 될 수도 있다. 그 무공들을 다 쓰더라도 꽉찬 일류가 되기까지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모아야 한단 말이지.

         

       그냥 사천성에 콕 박혀서 사천낭인으로 살아갈 때와 달리 무림에 파장이 일어나면 나 역시 영향을 받는 처지가 되었으니 이래저래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다.

         

       “음.”

         

       정확히 말하면 원수들이 거물이라고 하니…여일예의 복수극을 도와주면 떨어지는 콩고물이 달달할 것 같다는 고인물의 예감이 들었다. 독의의 진찰 결과에 따라서 익힐 무공이 달라지니 이것저것 다 쟁여 놓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잠시 이런저런 계산을 해 보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아무 것도 모르는 여일예의 복수극에 손을 대기에는 너무 위험하다. 일단 복수극의 시작점부터가 초절정이 둘이 있는 산채를 급습하는 것이었으니…일류 따리가 나설 판이 아니겠지.

         

       그래 일단은 독의 옆에 딱 붙어서 제대로 된 결과를 받고 생각하자. 여일예가 피의 복수를 하더라도 나는 독의의 진찰 결과가 나올 때까지 활동을 못 하는 처지. 너무 욕심 내지 말자고. 경지상승에 대한 단서는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래 우선순위를 따지면 이게 맞지. 독의가 내 진료를 다시 봐 준다는 보장도 없는데 떨어질지 말지 알 수도 없는 미지의 콩고물을 따라서 움직인다는게 말이 되냐.

         

       내가 경험해 본 적 없는 여일예의 복수극이 눈 앞에서 펼쳐지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흥분해 버린 모양이었다.

         

       이럴 땐 차를 마셔야지.

         

       나는 주전자에서 뜨거운 차를 따라 후후 불면서 한 잔 마셨다. 중원에서 차 마시는 놈들은 그야말로 셀 수 없이 많았는데 나에게 다도를 주입한 것은 결국 당가 사람들이군. 7년만에 중원의 풍습에 적응한 것을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렇게 차를 한 잔 천천히 마시며 마음을 정리하고 있자니 흑묘도 땀을 다 식혔는지 다시 옷을 꽁꽁 싸맸다.

         

       “그런데 흑묘야.”

         

       “왜요 선배.”

         

       평소처럼 새침한 말투의 흑묘로 돌아온 상태.

         

       “우리도 독의님한테 부탁해서 반혼산이랑 자백제좀 받아 놓을까?”

         

       간신히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한숨 돌린 뒤에 찻잔으로 손을 뻗고 있던 흑묘의 손이 정지했다.

         

       “그, 그런 흉악한 것은 받아서 뭐 하려고요…굳이..”

         

       “음…그런가? 하긴 그렇긴 해. 누가 ‘사천낭인’ 활동을 하면서 ‘반혼산’이나 ‘자백제’같은 것을 쓸 일이 있겠어? 하하하하하하!”

         

       “하, 하하, 하하하하…”

         

       “생각해보니 어우. 정말 철천지 원수 같은 사람 아니면 저런 비인간적인 물건을 쓸 수가 있겠냐고. 안 그러냐?”

         

       “어, 어쩌면 그 사람을 생각해서일지….도?”

         

       “쓰읍.”

         

       흑묘가 흠칫했다. 얼굴의 각도가 옆으로 스르륵 돌아가는 중.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슬슬 결착을 지어야 할 때가 다가왔음을 느꼈다. 앞으로 흑묘와 오래 더 많은 곳을 돌아다녀야 할 처지가 되었으니…

         

       사실 오늘까지만 해도 그때의 일을 흑묘가 벌였다는 확신은 없었다. 의심은 하기에 충분했지만…역시 범행동기를 알 수가 없었지.

         

       그렇지만 말이야. 자백침이랑 반혼산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노골적으로 수상한 행동을 하면 나 범인이요 하는 꼴 아니겠어.

         

       오늘은 흑묘를 탈탈 털어 봐야겠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은 업로드 죄송합니다.

    이제 곧 1M이 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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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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