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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0

       질문지……에, 없었는데.

        

       -드르륵.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한참을 스크롤만 움직였다. 위로. 아래로. 위로, 그리고 다시 아래로.

        

       그러나 그 작은 바퀴를 아무리 굴려보아도, 결론은 마찬가지였다.

        

       이런 질문……은, 없었다. 

        

       물론, 대답하라고 한다면 할 말은 많다. 어디부터 시작해야 하는지가 고민이면 고민이지.

        

       눈살을 찌푸리며, 스크롤을 끝까지 내렸다.

        

       역시나, 광전사 따위가 언급된 질문은 없었으나- 파일 말미에는, ‘그 외에, 채팅이나 도네이션으로 들어오는 질문을 드릴 수도 있습니다! 편하게 답변해주세용’ 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래.

        

       하기사.

        

       인터넷 방송의 묘미 아니겠는가. 즉흥성과, 양방향 소통. 대본대로 연기하는 모습과는 다른, 날 것 그대로의 반응이 선사하는 풍미.

        

       나 역시, 그 매력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던 일원으로서, 이를 부정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이 정도 질문은……미리 얘기해주면, 좋았을 텐데.

        

       듣기 싫은 질문이어서가 아니다. 절대로. 좀 이상한……아니, 진짜 이상한 질문이긴 한데.

        

       답변은 할 수 있다. 다만, 어디부터 어디까지 얘기해야 하는게 방송에 적합한지는……감이 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떠오르는 이야기를 다 쏟아낼 수도 없다. 날 것 그대로를 원하는 사람들이야 있겠지만, 인터뷰 중 질문 하나에 한 시간 동안 답변하는 걸 원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크가 신신당부하긴 했으니……술을 마실 수는 없고.

        

       ……없나?

        

       하지만, 이건……이런 질문을 애드립으로 던지는 것까지, 도핑 없이 받아내기는 쉽지 않은데.

        

       질문 자체가 뭔가……톡톡 튀는 애드립을 기대하는 것 같기도 하고.

        

       절충안이 필요한 시점 아닐까. 본래의 계획에서 벗어난 시점에, 기존의 규약에 집착하는 것도 미련한 짓이겠지.

        

       그래.

        

       음료수라도, 마실까.

        

       보리 음료……개인적으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발효되면 또, 풍미가 살아나니까.

        

       * * * *

        

       아크, 김진희는 스트리머로서의 눈치가 제법 좋은 편이었다.

        

       어려서부터 모두가 앞다투어 찾는 분위기 메이커로 활약한 경험 덕분이었을 지도 모른다. 무리의 중심에 서는 경험은, 많은 것을 가르쳐주는 법이니.

        

       혹은, 그렇게 사람들 사이에서 부대끼는 것이 한없이 피로한 성향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그녀는 그렇게 쌓인 피로를 귀가 후 허겁지겁 접속한 인터넷방송과 커뮤니티에서 풀었고- 자연스럽게, 그 정서와 문화를 체화하게 되었으니까.

        

       원인이야 알 수 없다.

        

       하지만, 결과가 보여주고 있었다.

        

       채팅창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눈치. 그리고 직면한 위험을 감지해내는 기민한 직감.

        

       그 두 가지 무기에 힘입어, 험난한 스트리밍 업계에서 이슈메이커로 활동하면서도 아슬아슬하게 나락을 피해낸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타고난 눈치와 성향. 그리고 천성적으로 사람을 좋은 쪽으로 해석하려 노력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걸 싫어하는 성향까지 겹쳐져서 완성된 것이, ‘아크’라는 방송인이었다.

        

       계산하지 않으면서도 각을 절묘하게 재고, 아슬아슬하게 달려들었다가도 상처투성이로 살아남는다.

        

       방송적으로는, 흠잡을 곳 없는 캐릭터였다.

        

       다만…….

        

       본래, 슈퍼플레이와 트롤링은 한 끗 차이인 법.

        

       애초에 아슬아슬한 상황에 그리도 자주 처하는 게, 단순한 우연일리가 없다.

        

       그녀에게는 태생적으로 불나방적인 기질이 내재되어 있었고- 그 성향은, 인터넷방송이라는 비옥한 토양에서 마음껏 개화하고 말았다.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유리한 요소라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으리라. 무릇, 스트리머란 불나방처럼 달려들어 성공하면 대박, 꼬라박으면 컨텐츠인 존재니.

        

       그 날의 방송도, 그 절묘한 선에서 잘 진행되고 있었다.

        

       다만-

        

       인간관계에서 쌓은 감은, 예상가능한 범위에서만 작동하는 것이다. 인간의 예측이란, 쌓아온 경험에서 오는 것이고.

        

       “자……슬슬, 막바지네요. 하지만 끝내기 전에 이거, 여쭤보지 않을 수 없죠? 자. 아따먹님은 스트리머로 데뷔하시기 전까지, 여러 방송을 열심히 챙겨보셨던 것으로 유명하셨는데요. 가장 좋아하는 트위트 스트리머를 3명 꼽는다면, 누구인가요? 눈치보지 말고, 3등부터 솔직하게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사실상 답이 정해진, 안전 그 자체인 질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될 수 있는 답변이 뭐가 있겠는가. 대답할 내용도 뻔했다. 아마 적당한 스트리머 두명과, 아크 자신의 이름이 나오겠지.

        

       『엎드려 절 받기의 극한』

       『추하다 아크야』

       『월클 표정 존나 역겹습니다』

       『저저저 기대하는 표정 봐라』

        

       채팅창 역시 비슷한 분위기였다. 그녀의 적나라한 기대를 먹잇감으로, 다 함께 웃을 준비가 된 분위기.

       

       《세 번째로 좋아하는 스트리머…… 최근에 알게 되었는데요. 러시아에서 방송하시는 탓티아나라는 분이에요. 랭크는 좀 낮은데, 파밍형 도적을 맛있게 해요.》

        

       『뭔 러시아 ㅋㅋㅋㅋㅋㅋㅋ』

       『트수의 극한』

       『방송 수비범위 왜케 넓어』

       『그저 도적이면 다 좋아하는……따먹눈나』

       『따먹따먹아…』

       『극한의 컨셉충이네 진짜』

        

       당연하게도, 3등에서 그녀의 이름이 불릴 일은 없었다. 다소……예상 외의, 답변이기는 했지만.

       

       “그렇군요! 일관적인 도적 사랑 보기 좋네요. 그러면, 두 번째는 어떤 분인가요? 그 분도 도적을 하실 것 같기는 한데요.”

        

       《아……아니요, 도적……애초에, 나오나를 하는 분이 아니었어요. 원래는, 첫 번째였던 분인데. 생각해보니 이제는 두 번째네요. 그런데……지금은 방송을 접으신 분이어서, 언급하기는 조금. 조심스러워요. 말없이 사라지신 분이어서. 음……살아는 계신가. 궁금하긴 하네요.》

       

       2등에서 그녀의 이름이 불리지 않는 것도, 당연했다.

        

       다만, 여러모로 생각치 못한 답변이었다.

        

       갑자기 은퇴한 스트리머를 끌고 와서 팰 거라고 누가 예상한단 말인가.

        

       그것도, 진심으로 서운하고 울적한 목소리로 답변할 것이라고.

        

       “아, 안타깝네요. 그럴 때 참 슬프죠……. 저도, 좋아하던 스트리머가 은퇴할 때마다 뭔가, 친구가 전학가는……그런, 기분이었어요. 네? 저요? 저는 아친이들을 위해 장례식까지 방송할 겁니다.”

        

       하지만, 돌발 상황은 각오한 바였다. 적절한 멘트를 던지며 빠르게 텐션을 끌어올린 아크는, 준비한 대사를 이어 나갔다.

        

       “자, 아무튼! 그러면 대망의 첫번째는 누구인가요! 외람된 말씀이지만, 예상되는 사람이 하나 있는데요. 큼큼.”

        

       미리 대본을 짜지 않더라도, 다 예상이 되는 문답이었다. 최소한, 여기부터는.

         

       애초에, 자신의 방송에 상주하다시피 하던 팬 아닌가.

        

       이미지상 상상하긴 어려웠지만, 이상적으로는- 조금 부끄러워하면서 ‘아크’라고 대답해준다거나 하면…….

        

       약간의 웃음과 함께, 좋아하는 여자애 괴롭히는 초등학생이냐고 조금 놀리고,

        

       또, 어떤 점이 그렇게 좋았냐고 좀 뻔뻔하게 물어보기도 하며-

        

       《여러가지 일이 있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역시 도댓님이네요. 도적을 깔끔하게 하셔서 좋아해요. 바람기가 좀 있는 게, 유일한 흠이에요.》

        

       그런 행복회로를 돌리고 있던 아크에게 돌아온 건, 과연 상상하기 어려운 답변이긴 했다.

        

       폭탄이었으니까.

        

       『바람?』

       『무슨 사인데?』

       『바람???』

       『???』

       『뭔 소리야 이게』

       『아따먹 데뷔 전부터 도댓 방송에 맨날 있었음』

       『사귐??』

       『ㅁㅇㅁㅇ』

       『대 형 사 고』

       『좃됐다 아크야』

        

       “어……잠시만요. 그, 나오나 챌린저 스트리머 도댓님 말씀하시는 거 맞나요? 혹시 뭐 어디 러시아나 독일의 다른 도댓-”

        

       《네. 맞아요. 스트리머와 팬 이상의 관계……한 마디로 하면, 글쎄요. 동지, 가 되어줄 거라고 기대했어요. 저 혼자만의 생각이었고……이젠, 조금 지난 일이지만요.》

        

       귓가에서 도화선이 타들어가는 환청이 들리는 듯했다.

        

       “아! 아, 네. 그, 도적 얘기죠? 다른 얘기 아니고? 도댓님이 도적 말고 성기사도 하시고, 그러셨다는 말씀이신 것 같네요? 그렇죠? 역시, 나오나 대표 도적사랑꾼 아따먹님 다운 답변이네요! 자. 그러면……잠시만요. 어……다음 질문이…….”

        

       순간적으로 위기를 감지한 아크는, 빠르게 질문을 전환하려 했으나-

        

       《네. 도적 얘기예요. 다른 얘기……다른 얘기가 뭐가 있을까. 당연히, 도적 얘기죠.》

        

       어딘가 처연한 분노가 섞인 웃음과 함께 돌아온 이예나의 대답이, 한발 빨랐다.

       

       《그러네요. 도적……멀쩡한, 도적 두고. 성기사에 헤벌레하시고, 하다못해 광전사에도 한눈 파셨던 거. 그거, 두 눈 뜨고 다 지켜봤거든요. 저. 아, 그렇네요. 얘기 나와서 그런데, 도댓님께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차단당해서, 직접은 말씀 못 드리는데.》

       

       조금의 비유도 섞이지 않은 정직한 이야기였다.

       

       도적을 하겠다고 해놓고, 성기사나 잔뜩 하다가, 광전사까지 넘보더라. 팬카페에 충언이라도 남기려 했는데, 영구정지 당해서 그조차 못했다.

        

       곧이곧대로 이해하면 되는 이야기였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었을까.

       

       최소한 아크는 아니었다. 얼어붙은 채 ‘어- 어-‘만 반복하고 있었으니.

        

       《배신감이 안 드는 건 아니지만……용서했어요. 그리고 저, 잘 해낼 거예요. 잘 해내고 있어요. 이번 대회, 나갈 수 있을지, 나오실지는 모르겠지만- 만나게 되면, 좋겠네요. 달라진 도적……보여드릴 수 있게.》

        

       아련하고도 결연한 다짐이, 음성편지처럼 띄워졌다.

         

       태풍의 계절, 여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막바지 수정작업을 하고 나서 업로드를 하려 했는데, 올라가지 않아서 당황했네요. 겪어본 적 없는 일인데…앞으로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고민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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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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