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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0

       

       

       대륙 유일의 부동항(不凍港), 이카일. 

       제국 서부에 크라펜 공작가가 다스리는 항구가 있기는 하지만, 그곳은 추운 겨울에는 항구 구실을 하지 못한다.

       고로 이카일은 대륙에서 가장 크고, 가장 많은 사람이 오가는 항구였다.

         

       “파, 파도가 온다! 파도가 온다!”

       “씨발! 돛을 펼쳐라!”

         

       – ……사람이 너무 많아.

         

       작금은 4월. 바다를 떠다니던 빙하들이 녹고, 상인들이 대규모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시기.

        이 때가 되면, 유독 할 일이 많아졌다.

         

       지금처럼, 해적들이 왕성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에스티는 거대한 파도 위에서 무기질적인 시선으로 해적선들을 흝어보았다.

       중형 범선이 총 다섯 척. 상단도 아니고 일개 해적단이 이 정도 규모라면 지역에서 꽤나 이름을 날리던 놈들일 것이다.

         

       하지만, 그뿐이다.

         

       “빨리! 속도를 한계까지 쥐어 짜내란 말이다!”

         

       해적선들은 돛이란 돛은 전부 펼친 다음 대양을 쾌속으로 질주했다.

         

       “포를 쏴라! 당장 장전해!”

         

       선장으로 보이는 이의 말에 선원들이 급히 포신을 돌렸다.

         

       “쏴!”

         

       콰아아아아!

         

       매캐한 화약 냄새와 함께 포성이 사방으로 울려퍼졌다.

       한 발 한 발에 범선을 일격에 고꾸라뜨릴 수 있을 양의 마력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포탄은 파도에 닿기 무섭게 힘을 잃고 땅바닥으로 가라앉았다. 파도는 아까보다 조금 더 가까워졌다.

       

       ‘……빌어먹을.’

       

       평범한 파도였다면 방금 것으로 형체를 잃고 무너져내려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는 뜻은…….

       

       마력을 먹는 파도.

       

       그 년이다.

         

       다급해진 선장이 조타실 문을 열어졎혔다.

         

       “젠장! 항해사 이 빌어처먹을 놈아!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파도잡이의 땅에 들어온거냐!”

         

       선장이 일등항해사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나도 이러고 싶어서 이런게 아니오! 해류가 바뀌었소!”

        “씨발,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그럼 믿지 마. 개자식아! 지금 다 뒤지게 생겼는데 그딴 게 중요해? 살고 싶으면 이것부터 놓고…….”

         

       먼저 배가 뒤집힐 듯 흔들렸다. 두꺼운 기둥들이 비명을 질렀다. 항해사가 황급히 키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의미없는 발악이었다.

         

       꽈드드드득!

       

       돛이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바다로 튕겨나간 선원들의 비명은 이내 파도 소리에 파묻혀버렸다.

         

       “끄으으으으읍!”

       

        선장은 악을 쓰며 기둥을 붙잡았다. 두꺼운 근육에 핏줄이 도드라졌다.

         

       ‘살아남는다, 나는 반드시 살아남는다!’

         

       설령 배가 두 쪽으로 갈라지더라도, 살아남을 자신이 있었다. 이 업계에 몸담은 지도 어연 수십 년. 다른 건 몰라도 수영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는 죽음을 직감했다.

         

       눈 앞에 시커먼 바닥이 보였다. 바다가 두 쪽으로 갈라진 것이다.

         

       “이런 미친……!”

         

       그것이 그의 유언이었다.

         

       쿠구구구구구!

         

       범선이 지면에 처박히는 동시에, 아득한 양의 해수가 그들을 휩쓸었다.

         

       쿠구…….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오로지 기포 뿐이었다.

         

       “…….”

         

       에스티는 텅 빈 눈동자로 해수면을 응시했다. 높은 파도 위에서 한참 동안 지켜보았지만 별다른 부유물은 없었다.

         

       그런 그녀의 귀로 먼 바다의 소리가 들렸다.

         

       – 하하하하! 전부 빼앗아라!

         

       또 다른 해적단이 상단을 터는 모양이었다. 고통 어린 비명이 여기까지 들려왔다.

         

       하지만 에스티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곳은 그녀의 ‘관할’이 아니었다.

         

       에스티는 고개를 돌렸다. 수평선 너머, 이카일이 있는 방향이었다.

         

       ‘……성녀, 그리고 대마법사.’

         

       그들은 강하다. 자신이 자리를 비웠을 경우, 이카일은 그들을 감당할 수 없다. 그러므로 그들은 엄연한 ‘위험 분자’였다. 한 달의 유예가 내일 끝나므로, 오늘 통보해야 했다.

         

       – 지켜.

         

       ‘목소리’가 말했다.

         

       에스티는 그에 대꾸하는 대신 해류의 흐름을 살폈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해류에 몸을 맡겼다.

         

         

       *****

         

         

       알림창이 뜬 순간, 올리비아는 본능적으로 행동했다.

         

       ‘과, 관전!’

         

       [관전 상태로 전환합니다.]

       – 남은 횟수 : 4회

         

       부유감과 함께, 시야가 훅하고 위로 떠올랐다.

         

       다음 순간, 누군가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너희 둘, 이카일에서 떠나라.”

         

       수정을 연상시키는 청록색 눈동자가, ‘올리비아’와 리브가를 차례대로 노려보았다.

         

       ‘일단은……페널티는 받지 않은건가?’

         

       올리비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알림창이 뜨자마자 관전으로 전환하면 페널티를 무시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지금 관전을 해제하면 어떻게 되지?’

         

       [현재 관전 상태를 해제할 수 없습니다!]

         

       궁금증은 알림창이 해결해주었다.

         

       “두 번 말하지 않겠다. 이카일에서 떠나라. 한 달 동안 머무를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양보했다고 생각한다.”

         

       에스티는 막무가내였다. 물론 저게 에스티 나름의 ‘예의’라는 사실을 올리비아는 알고 있었다.

        만약 에스티가 진정으로 리브가를 쫓아낼 생각이었다면, 지금처럼 말로 하는 대신 해일로 쓸어버렸을 것이다.

         

       그만큼 막무가내인 인간이 에스티였다.

         

       ‘……그래, 이게 원래 얘들 성격이었지.’

         

       리브가 때문에 잠시 잊고 있었다.

       

       ‘회귀자’들이 본래 어떤 족속이었는지.

         

       “내일 일출까지다. 그 때까지 이카일에서 떠나지 않으면, 앞으로 제국과 신성 왕국의 선박들은 이카일에 출입할 수 없을거다.”

         

       용무를 마치고 돌아가려는 에스티를, 리브가가 붙잡았다.

         

       “자, 잠시만요!”

         

       올리비아는 살짝 놀란 얼굴을 했다.

         

       남의 손을 붙잡는 것은 리브가의 사전에 분명 ‘실례’라고 기재되어 있을 것이다.

       본래 사람은 절박할 때 하지 않던 짓을 한다.

       그리고 리브가는 충분히 절박했다.

         

       “……이게 무슨 짓이지?”

         

       에스티의 목소리에는 정제된 분노가 담겨 있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사나운 반응에 리브가가 반 걸음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적어도 에스티와 대화하겠다는 소기의 목적은 이뤄낼 수 있었다.

         

       “떠날게요. 떠날 테니까, 잠깐만 저랑 대화해주세요. 진짜 잠깐이면 돼요.”

        “그럴 시간 없다.”

       

       에스티의 눈길은 여전히 무표정했다. 하지만 리브가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는 한 달만에 마주한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이런 방법까지 쓰기는 싫었는데.’

         

       리브가가 말했다.

         

       “3년 전에, 저랑 만나셨던 거, 기억하세요?”

       “기억한다.”

       “그 때 무슨 이야기를 했었는지도 기억하시나요?”

       “…….”

       

       에스티가 미간을 찌푸렸다. 잘못 걸렸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인지한 것이다.

         

       – 제국과 동부 연합의 화합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이카일의 항구를 완전히 개항(開港)하는 것은 어떻소?

       – 파도잡이의 의견도 들어봐야 되지 않겠습니까?

       –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습니까? 근본도 없는 년을 데려와서 뭐합니까?

         

       3년 전, 동부 연합은 제국과의 힘싸움에서 꼬리를 내렸다.

         

       동부 연합에 속한 모든 국가들이 제국의 심기를 거스른 대가를 치러야 했고, 그건 카니스 왕국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 때 중재자로 있던 사람이, 바로 성녀 리브가였다.

         

       – 제가 알기로 카니스 왕국에는 해군이 따로 없다고 들었습니다. 맞나요?

       – 맞기는 합니다만……갑자기 그 이야기는 왜 꺼내시오? 성녀?

       – 하나만 묻겠습니다. 파도잡이님의 도움 없이 이카일을 지켜내실 수 있으십니까? 

       – …….

       – 없다면, 그분의 의견도 여쭤보는 것이 맞겠지요.

         

       인정하기는 싫지만, 성녀에게는 빚이 있었다.

         

       그 때 이카일을 완전 개항했더라면, 업무가 지금보다 세 배는 늘어났을테니 말이다.

         

       그리고 빚을 졌으면 갚아야 한다.

         

       “……원하는 게 뭐지?”

         

       리브가가 잠시 ‘올리비아’의 눈치를 보았다.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그녀가 몰랐으면 했기 때문이다.

         

       “저희 둘만 조용히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

         

         

       “이곳에서는 아무도 듣지 못한다. 참고로 나는 한가하지 않다. 당장이라도 바다로 나가야 해.”

         

       에스티가 걸음을 멈춘 곳은, 리브가에게도 익숙한 장소였다.

         

       등대.

         

       이카일의 가장 높은 등대의 꼭대기에서, 리브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신을 이해하고 싶다는 것. 어떻게 의지를 잃고도 살아갈 수 있는지와 함께, 자신의 지인 중에도 당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이 있다는 것.

         

       그 사람을 돕기 위해서,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

         

       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

       

       에스티는 잠시 침묵했다. 감상에 젖은 인간의 얼굴은 아니었다.

         

       오히려 별 감흥이 없다……에 가까웠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선이 바다에 고정되어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해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네, 말씀하세요.”

        “어째서 그 지인에게 직접 물어보지 않는거지?”

        “…….”

         

       리브가가 입을 달싹였다.

         

       정곡을 찔렸기 때문이다.

         

       물론, 그 생각을 못해 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방법은 실행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언니는 내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받아줄테니까.’

         

       올리비아는 상대방이 자신을 도와주지 못하더라도, 기꺼이 ‘도움’에 감사할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 꼴을 보기는 싫었다.

       올리비아가 납득하더라도, 자신이 납득할 수 없었다.

         

       리브가는 화제를 돌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도와주실 수 있으신가요?”

         

       리브가가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누군가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다는 사실을.

       

       [당신은 현재, ‘성녀 리브가’를 관전하는 중입니다.]

         

       ‘……역시 이렇게 되나?’

         

       이래서 ‘회귀’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려고 했다.

         

       몰살을 일으키기 전만 놓고 보면, ‘올리비아’는 그들의 하나뿐인 친구이자, 제자이자, 가족이었다.

       당연히 지금의 리브가처럼 ‘올리비아’를 구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거기까지는 좋다.

         

       하지만, 만약 리브가가 정말로 ‘아스모데우스’를 퇴치하는 방법을 알아내기라도 한다면…….

         

       ‘그러면 뭐……망하는거지.’

       

       몰살을 저지른 것이 악마라고 핑계댈 수 없기 때문이다.

         

       효과는 확실했지만, 여러모로 위험부담이 큰 방법이었다.

         

       ‘어느 정도 방해를 해야 하나?’

         

       올리비아가 그런 생각을 하던 와중이었다.

         

       – 미안하군.

         

       에스티가 무표정한 얼굴로 리브가를 보았다.

         

       – 나는 너를 도울 생각이 없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에스티는 여자입니다!

    ▪︎ 추천 10만 감사드립니다!!!! 아아아아아악!!!!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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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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