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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0

       “어떻게 알았지?”

       “너 같은 놈이 하는 짓거리는 대개 비슷하니 말이다.”

       

       하르키아의 쉰 목소리에 아라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나와 비슷한 상대를 만난 적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데.”

       “마음대로 생각하거라.”

       

       관 위에 앉아있던 하르키아는 아공간에서 지팡이를 꺼내 그걸 짚고서 몸을 일으킨다.

       

       위를 올려다보던 그는 고개를 들어 구멍난 천장 속으로 밤하늘의 별빛을 바라본다.

       

       “내 성을 박살내주셨군.”

       “환기가 잘 될 것 같지 않으냐?”

       “그래. 성이 무너지면 바깥 공기야 잘 들어오겠지.”

       

       하르키아가 지팡이로 바닥을 툭 두드리자 주위에 수십 개의 마법진이 떠오른다.

       

       즉석에서 만들어낸 것이 아닌 하르키아의 본체가 머무르는 이 방에 본래부터 새겨져 있던 고위의 마법이다.

       

       “상관은 없다. 성은 다시 지으면 되는 거니까.”

       

       마법이 발동되며 바닥에 그려져 있던 마법진이 붉은 빛을 발하고, 하르키아의 주변을 수십 개의 막이 뒤덮어 보호한다.

       

       “재밌는 걸 보여주지.”

       

       하르키아의 웃음에 아라가 코웃음을 친다.

       

       “또 비장의 수인가?”

       “그렇고 말고.”

       

       이전의 행적 때문에 아라가 하르키아를 무시하고 있지만 엔리는 안다. 이번에 하르키아가 보여줄 것은 이전과는 격이 다른 것이라는 걸.

       

       하르키아가 사용하는 것은 생명 흡수의 마법이다.

       

       하르키아는 페이즈가 시작되자마자 지하에 준비된 생명 흡수의 마법을 발동하는 데 이 마법은 성 근방에 있는 모든 생명체의 생명력을 하르키아의 마력으로 만든다.

       

       이 흡수의 대상에는 당연하게도 유저도 포함된다.

       

       때문에 이 마법진 자체를 발동시키지 못하게 만들거나, 최소한 이 마법진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을 준비하지 않으면 하르키아를 이길 수 없다.

       

       아라 씨는 이걸 어떻게 대응하실까. 두근대는 마음으로 아라를 지켜보던 엔리는 마법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아라의 모습에 당황했다.

       

       <화령 씨! 저 마법 막아야 해요! 저건.>

       “생물의 생명을 끌어 모으는 기술이구나.”

       <알면서 왜 아무것도 안 하세요?!>

       “뭐어. 막으려면 막을 수 있을 것 같긴 하다만 굳이 그래야 하느냐?”

       <안 하면 아라 씨가 죽어요!>

       “그렇진 않을 것 같다만.”

       

       생명력이 빨려 나갈 텐데 어떻게 안 죽느냐 말을 하려던 엔리는 마법의 한 가운데에서도 태연한 아라의 모습에 당황했다.

       

       저럴 수 없는데? 마법의 한 가운데에 있으면 서 있기도 버거워야 하잖아.

       

       이 DLC가 발매되었을 때 몇 번이고 맨 몸으로 마법을 감당해 본 엔리다. 그녀가 착각할 리가 없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생명력을 가져가려 한다면 가져가지 못하게 만들면 그만이지.”

       

       이 당연한 걸 왜 묻느냐는 듯 아라가 의아해 했지만 이 경우에 이상한 건 엔리가 아니었다. 아라였다.

       

       그런 게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건데요?!

       

       아무리 아라 씨가 상식에서 벗어난 사람이라지만 처음 보는 마법을 간단히 대응하는 건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엔리가 경악을 하건 말건 아라는 느긋이 서서 생명을 흡수하는 하르키아를 바라보기만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력이 집약될수록 하르키아의 겉모습은 젊어져갔다.

       

       노인이 중년으로 중년이 이십 대의 젊은이로 바뀐다.

       

       “이 성 근방에 있는 모든 생명을 빨아들이는 중인 게냐?”

       <네. 분체를 상대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강해질 거에요.>

       

       단순 스펙만으로 본편 보스인 발두르를 찍어 누를 수 있는 것이 저 상태의 하르키아다.

       

       여러 고인물들이 저 모습의 하르키아를 쓰러트리기 위해 연구를 거듭했지만 나온 결론은 하나였다.

       

       데미지도 거의 안 들어가고, 기껏 데미지를 넣어봐야 바로바로 회복하는 녀석을 쓰러트리는 건 불가능하다.

       

       치트를 쓰지 않는 한 저 놈을 잡을 수는 없다.

       

       엔리가 이런 이야기를 가감 없이 해줬음에도 불구하고 아라는 조금도 기죽지 않았다.

       

       오히려 흥미롭다는 듯 점차 힘을 모아가는 하르키아를 바라볼 뿐이었다.

       

       얼마 안 가 하르키아가 사용하던 마법이 끝을 맞이했다.

       

       힘을 끌어 모은 하르키아는 붉은 색으로 물든 눈동자로 아라를 주시하며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가 천천히 내뱉었다.

       

       “도망치지 않다니. 겁에 질려 다리를 움직일 수 없었나?”

       “네가 무슨 개짓거리를 하는지 궁금했을 뿐이다.”

       

       하르키아가 주먹을 뻗은 순간 힘의 파동이 아라의 옆을 스쳐 지나간다.

       

       아라의 머리카락이 흩날리고 그 옆의 바닥을 휩쓴 주먹의 여파는 지하에 길고도 깊은 구멍을 뚫고 나서야 멈췄다.

       

       감당할 수 없는 파괴력과 압도적인 마력, 그리고 초월적인 생명력. 하르키아는 이미 완전체가 되어 있었다.

       

       아라는 곁눈질로 주먹의 여파를 보고는 눈웃음을 지었다.

       

       “이제 좀 상대할 맛이 나는 상대가 되었군.”

       “그 자신감이 언제까지 갈지 보자고.”

       

       하르키아가 앞으로 달려들었지만 아라는 물러서지 않는다. 그녀는 뒷짐을 진 채 하르키아가 움직이는 것을 볼 뿐이다.

       

       얼핏 보기에는 승리를 포기한 행동처럼 보인다.

       

       너무나도 압도적인 힘에 패배를 직감해 모든 걸 놓아버린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아라의 눈은 호선을 그리고 있고, 그녀의 입가엔 웃음이 머무르는 중이다.

       

       공격을 쏟아 붇는 건 하르키아다. 그는 자신의 압도적인 신체 능력으로 쉴 새 없이 주먹을 뻗는다.

       

       그 위력은 처음의 그 주먹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아서 그가 주먹을 내지를 때마다 조금식 주변의 지형이 뒤바뀐다.

       

       새로운 방이 생겨나고, 위의 천장이 사라져 두 개의 층이 하나로 합쳐지고, 아래에 또 다른 계층이 생겨나기도 한다.

       

       그렇다고 공격의 속도가 느린 것도 아니었다. 엔리는 하르키아가 아라에게 다가 선 순간부터 하르키아의 움직임을 포착하지 못했다.

       

       허나 그 한 가운데에 서 있는 아라는 무수한 공격 속에서도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따라잡을 수 없는 하르키아의 움직임에 반해 아라의 동작은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느렸다.

       

       평범한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건 오롯이 아라의 움직임 뿐이었다. 그래서 엔리를 비롯한 시청자들은 아라가 춤을 추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라가 고개를 틀면 그 옆에 거대한 힘의 폭풍이 지나간다.

       

       아라가 몸을 틀면 그 뒤로 하나의 방이 생겨난다.

       

       아라가 발을 움직이면 그 아래에 한 개의 크레이터가 새겨진다.

       

       바닥의 잔해가, 불규칙해진 땅의 모양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하르키아의 공격이 아라의 움직임을 방해하고 있음에도 아라는 단 한 번의 실수조차 하지 않았다.

       

       “힘을 다루는 데 익숙하지 못한 모양이구나.”

       “어째서.”

       “어설프다. 어설퍼. 강한 힘을 지니면 무엇하느냐. 그를 다룰 줄 모르는 데.”

       “왜!”

       “그런 식으로 평생 주먹을 휘둘러 봐야 그 어떤 것도 나에게 닿지 못할 것이다.”

       

       기이한 일이었다.

       

       분명 유리한 건 하르키아다. 그에겐 수도 없이 많은 기회가 존재하지만 아라는 다르다.

       

       그녀는 한 번이라도 실수를 하는 순간 그대로 검은 화면을 보게 될 예정이었으니까.

       

       그런데 어째서인지 조급한 쪽도 하르키아였다. 절대적인 우위를 지니고 있는 그는 오히려 아라에게 쫓기는 중이었다.

       

       “대충 볼 건 다 본 것 같으니 내 쪽에서도 가마.”

       

       아라의 춤사위에 한 가지 동작이 추가되었다. 여느 때처럼 몸을 움직이던 그녀가 갑작스레 어딘가로 주먹을 뻗었다.

       

       그 순간 작게 충격파가 일고 주변의 잔해들이 흩어지더니 이윽고 굉음과 함께 하르키아가 벽에 처박혔다.

       

       “사술사라면 사술이나 쓰거라. 되도 않은 주먹질을 하니 이 꼴이 나는 게 아니더냐.”

       

       – 뭔 일이 있었던 거냐.

       – 화령님이 휙휙 움직이다 주먹 날리니까 끝나 있는데?

       – 일단 화령이 사람이 아니란 건 확실한 듯.

       

       일전의 공방을 온전히 이해한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건 사람의 눈으로 따라잡을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그렇지만 모두들 한 가지 사실은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아라가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였다는 걸 말이다.

       

       벽에 부딪혔다 바닥에 널부러진 하르키아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의 금색 머리카락은 흙먼지 탓에 회색으로 물들었고, 얼굴 이곳저곳엔 검댕이 묻어 있었다.

       

       깔끔하던 양복마저 너덜너덜해진 그는 증오어린 눈으로 아라를 바라보았다.

       

       “니놈이 바라는 대로 해주마.”

       

       하르키아의 손가락이 아라를 가리킨 순간 아라의 미간이 살짝 움직였다.

       

       “날아라.”

       

       그 후 하르키아가 손가락을 위로 치켜들자 화령의 몸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자신이 낸 구멍으로 다시 올라가는 속도는 저 높은 곳에서 낙하하는 롤러코스터와 같아서 화면을 보던 이들이 잠시나마 현기증을 호소할 지경이었다.

       

       그렇게 끝없이 위로, 또 위로 올라가던 아라는 밤하늘의 구름과 악수할 수 있는 곳에 도착하고 나서야 상승을 멈췄다.

       

       “이건 좀 재미있구나. 즐거웠다.”

       <화령 씨. 이제 떨어지면 죽는데요.>

       “걱정마라. 보다시피 떠있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니까.”

       

       아라의 말대로 그녀는 구름 옆에 서 있을 뿐 떨어지지 않았다.

       

       어떤 원리로 저런 게 되는 건진 알 수 없었지만 엔리는 그냥 아라 씨라면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받아들였다.

       

       하나하나 따져봐야 손해 보는 게 자신임을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그나저나 저 녀석 상당히 튼튼한 몸을 지니고 있구나.”

       

       일전 하르키아에게 주먹을 박아 넣었을 때 아라는 하르키아의 몸 안을 진탕으로 만들어 놓았다.

       

       본래라면 몇 분 정도는 바닥에 늘어져 있어야 할 충격이었음에도 하르이카는 1초도 걸리지 않아 충격에서 빠져나왔다.

       

       그건 아라가 일순이나마 감탄했을 정도로 경이로운 회복력이었다.

       

       <체력. 방어력. 재생력. 다 선을 넘었다 싶을 정도로 높으니까요.>

       “하긴 저만한 생명을 빨아 먹었는데 그 정도는 되어야지.”

       

       아라는 발치 아래로 땅을 내려다보았다. 그 곳에는 한 때 하르키아의 부하였으며 이제는 하르키아의 양분이 되어버린 생명들이 있었다.

       

       <이길 수 있겠어요?>

       

       엔리가 걱정 어린 말을 내뱉자 아라가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지금 누구를 걱정하는 것이냐. 본인은 그대에게 걱정 받을 정도로 약하지 않다.”

       <쓰러트릴 방법은 있고요?>

       “있긴 하지.”

       

       엔리의 질문에 무심하게 대답한 아라가 발을 앞으로 내딛는다. 그 순간 낙하가 시작되며 올라왔을 때보다도 빠른 가속이 펼쳐졌다.

       

       온 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활강을 하던 아라는 바닥에 떨어지기 1초 전부터 속도를 줄여 나가더니 계단을 내려오듯 자연스럽게 착지 했다.

       

       “네놈은 정말로 인간이 맞나?”

       

       어느새 대지에 올라와 있던 하르키아는 그 모습을 보다 기가 차다는 듯 그리 말을 했다.

       

       “덕분에 즐거운 경험을 했다. 구름 위에서 별구경을 하게 될 줄이야.”

       “즐거웠다니 다음엔 혼만 위로 올려보내주지. 지겹도록 별구경을 할 수 있을 거다.”

       “호의는 고맙지만 사양하겠네. 저런 건 가끔 봐야 아름다운 것이니까.”

       

       태연스레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이었지만 서로의 표정은 상반되어 있었다.

       하르키아는 굳은 얼굴로 아라를 노려보았고, 아라는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작게 콧노래를 불렀다.

       

       “엔리. 끝없이 재생하는 것을 쓰러트릴 땐 어찌해야 하는지 아느냐?”

       <어떻게 하면 되는 데요?>

       “재생하지 못할 때까지 죽이면 되느니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죽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때리면 됩니다.(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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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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