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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00

        

       목을 자르는 작전.

       흔히들 전쟁 혹은 그 이전 단계에서 수뇌부부터 죽이는 방법으로, 흔히들 참수(斬首) 작전이라고 명명하는 방법. 조직이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사람의 구조를 그대로 확장한 것이기에 가능한 방법이다.

       개체로 이루어진 인간이나 군체로 이루어진 조직은 그 형태도 구조도 다르지만 아주 흡사하였기에, 사람이 머리를 자르면 죽듯이 머리의 역할을 하는 조직의 수뇌부를 죽이면 손쉽게 무력화시킬 수 있는 까닭이다.

         

       손발을 자르고 내장을 후벼판다고 하더라도 죽지 않을 수 있는 것이 사람이며 조직이지만, 머리를 자르면 허무하리만치 손쉽게 죽어 나가기에. 그렇기에 손쉽게 무력화하고 그 부산물을 주워 담을 수 있을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멍청하다’라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로 어리석은 짓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이 참수에서 면역이 될 방법은 없다.

       이러한 구조는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으며, 군체의 형태를 이루고 있는 모든 생물이 겪을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약점이기에.

         

       머리가 약점이라고 해서 머리가 없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진화할 수 있겠는가?

       이 참수 작전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약점이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은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사용했다.

       머리를 쉽게 노리지 못하도록 방벽을 쌓고, 머리를 여러 개 두어서 어떤 것이 진짜 머리인지 알지 못하게 기만을 하기도 하고, 머리를 숨기고 저 멀리에서 지령을 보내서 조직을 운영하거나, 때로는 ‘후계자’라고 불릴만한 존재를 미리 준비해둬서 머리가 없어져서 허무하게 무너지는 일을 방지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에서 보듯이, 이것들이 완벽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모든 성공은 실패에서 꽃을 피운다는 말처럼, 사람들은 이러한 실패를 딛고 조직의 구조를 뜯어고치고 약점을 보완하면서 그렇게 결점을 하나하나 지워나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의 성공적인 사례로 손꼽히는 것이 바로…회귀 전의 중국이었다.

         

       ‘넘쳐나는 인구’라는 자신들만의 강점을 극단적으로 활용해서 만든 약점 보완 시스템.

       참수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 머리를 어마어마하게 만들어내서 참수한다고 해도 소용없게 하면 된다는- 실로 무식하고 간단하지만 그렇기에 대응 방법을 쉬이 떠올리지 못하게 만드는, 그러한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본래 ‘머리’의 역할을 하는 권력자는 무결하고 대체할 수 없기에 가치가 있는 것이거늘.

       대체가 가능하게 된 순간 권력에 누수가 생길 수 있다는 인류의 지혜에 역행이라도 하듯이 어마어마한 예비 머리를 만들었다. 심지어 무슨 마법이라도 부린 것인지 머리가 여럿일 경우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 권력의 분산, 권력의 누수, 권력의 충돌로 인한 손실 등의 문제까지 거의 해결한 상태로 말이다.

         

       그것은 정말로 마법 같았다.

       이능으로서의 마법이 아니라, 동화에서나 나올법한 기적이나 다름이 없는 마법 말이다.

         

       머리의 역할은 예전에도 그러했듯이 주석이 맡는다.

       하지만 그 주석이 죽으면 그 자리를 다른 이가 순식간에 메운다.

       공백 기간은 거의 존재하지도 않는 듯이 말이다.

         

       몇 번이고 주석을 죽이고, 권력자를 죽여도 이 ‘놀라운 마법’은 계속해서 생긴다.

       아무리 사람을 죽이고 죽여도 그 빈자리를 다른 사람이 메꾸던 인해전술처럼, 수많은 머리가 꾸역꾸역 밀려들면서 빈자리를 메우는 그 광경이란.

       그야말로 ‘중국’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군체를 보는 것만 같은 이질적인 풍경이었다.

         

       그래서 회귀 전 중국과 싸우던 이들은 불리한 위치에서 싸움할 수밖에 없었다.

       참수 작전이라는 가장 효율적인 작전도, 자신의 안전에 집착하게 되는 권력자를 협박하는 방법도, 내분을 일으켜서 자중지란을 일으키는 방법도, 외세와 타협을 해서라도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 드는 권력자와 협상하는 방법도 모두 막히고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중화는 최후의 1인이 남을 때까지 굴복하지 않는다. 』

         

       『 전 인민이 손이며 머리이니. 우리는 잘려도 번성하는 대나무숲처럼 꼿꼿하고 푸르르다. 』

         

       그것은 마치 포와 차를 떼고 장기를 두는 것과 같았고, 룩과 비숍을 떼고 체스를 두는 것과 같은 것이었으니. 많은 나라들은 중국의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였으되 ‘불리한 구도’로 손해를 보며 전쟁을 시작하는 것을 기피하였고, 중국은 그 틈을 타서 계속해서 확장하고 세력을 뻗쳐나갔다.

         

       회귀 전 중국의 확장은 단순히 옛적 중화를 외치며 중원에 자리 잡았던 다른 나라들과는 달랐다. 3세계의 맹주나 리더를 자처하며 뻗어두었던 개발도상국에의 영향력을 아낌없이 발휘하였고, 유럽에 일어난 전쟁에까지 숟가락을 얻으며 영향력을 확보하려 들었으며, 이슬람 문화권에도 군대를 보내 점령한 뒤 이슬람 문화를 ‘인민의 아편’이라 부르며 말살하려 들었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을 잡아다가 한족의 핏줄과 섞어서 ‘인종 개량’을 체계적으로 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말이다.

         

       물론 그러한 중국의 확장은 계속해서 이어지지는 않았다.

       국가부터 시작해서 온갖 비밀조직, 미치광이들이 발호함에 따라 강제로 정지를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의 배를 채우지 못한 아쉬움 때문인지 중국은 어떤 방식으로든 계속해서 확장하기를 원했고, 『 중화는 세상의 중심이며 그 자체여야 한다. 』 라고 소리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박진성이 중국인들과 유적을 두고 싸우게 된 것도 이러한 중국의 확장 욕구 때문이었다.

         

       그래…. 아주 거슬리는.

       정말로 거슬리는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유적에서 마주치는 것도 한두 번이지.

       유적을 찾았다고 기뻐했는데 이곳저곳이 뜯겨서 사라지고, 혹은 저들은 기록해놓고는 뒤에 오는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넘겨줄 수 없다는 욕심 그득한 심보로 죄다 파괴해놓고, 유적에서 마주치면 다짜고짜 협박하거나 공격을 가하고….

       그러한 일이 계속해서 벌어지면 성인군자도 열이 뻗치기 마련이다.

         

       그래서 박진성은 꽤 많은 대가를 내야 하는 저주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몇 번이고 저주를 날려서 수뇌부를 죽이기도 했으나, 순식간에 그 자리를 대체하는 것을 보고는 ‘이런 방법으로는 내가 일방적으로 손해를 본다.’라는 결론만 얻었을 뿐이었다….

         

       협상?

       불가능한 일이다.

       중국인들은 체면을 아주 중요시하며, 공산주의 역시 체면을 아주 중요시한다.

       그리고 권력자들은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체면을 아주 중요시하며, 속이 좁기까지 하다.

         

       하나만 있어도 골치가 아픈데, ‘중화인민공화국(中华人民共和国)’이라는 나라는 이 셋이 전부 합쳐졌다.

       심지어 확장에 성공함에 따라 자신감이 팽배해져 있었고, 소위 ‘국뽕’이라 여겨지는 자긍심에 도취해 있었으며, 자신들이 최고라는 생각이 뇌리에 강하게 틀어박혀서 오만하기까지 하였다.

         

       끔찍하리만치 엄청난 오만함.

       하지만 이 오만함을 깨우치게 해줄 존재가 없다.

         

       미국은 내부에 창궐한 미치광이들 때문에 우환을 겪으며 국력이 쇠하였고, 그에 반해 중국은 확장을 거듭하며 역사상 최고의 성세를 이룩하였다. 실제로 이들의 지도를 보면 중국의 역사상 가장 넓은 강토를 가지게 된 것을 쉬이 확인할 수 있으니….

         

       중국은 확신했다.

       자신들은 최강이며, 최고라는 것을.

         

       그리고 이러한 확신 속에서 ‘동등한 존재’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중화 질서라는 것은 찬란한 문명인 화(華). 즉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자 가장 높은 곳에 있으며, 중화 외의 것- 소위 오랑캐라 불리는 이(夷)가 중국 아래에 신하이자 속국이 되어 그들을 존경하고 그들을 따라야만 하는 것이다.

         

       적어도 중국 공산당은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

         

       자신 외의 존재는 모두 아래에 있으며, ‘감히’ 협상을 할 수 없는 오랑캐에 불과하다.

       협상을 하려는 것 자체가 화(華)에 대한 불경이자 도전이며, 철퇴를 맞아야만 하는 일이다.

       중국에 무언가를 얻고자 한다면 입조(入朝)하고 굴종하여 그들을 섬기고 중화의 자비를 바라는 것이 옳은 일이었다.

         

       그러니 협상할 수가 없다.

       협상이라는 것은 동등, 혹은 그 비슷한 위치에서 행하는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중국이 하는 것처럼 신하가 되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느냐 하면 그것 또한 아니다.

       통일 대한민국은 귀신을 천연 방파제이자 바리케이드처럼 사용하였고, 수시로 중국에 대악귀나 대악령을 유인해서 보내 테러하는…중국 입장에서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테러리스트 국가이자 감히 천조예치(天朝禮治)에 반기를 든 동이(東夷) 오랑캐 무리였다.

       과거 중국을 지독하게 괴롭혔던 북적(北狄)에 필적할 정도로 말이다.

       게다가 전쟁이 벌어지기 전에 작은 나라 주제에 ‘감히’ 자신을 뛰어넘으려 들었다는 괘씸함에, 미국과 자신 사이를 줄타기하는 등의 대국을 존중할 줄 모르는 무례함 등의 감정이 이미 쌓여있는 상태였기에 중국이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에 대한 적개심은 상당히 높은 상황이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중국에 평화적인 방법으로 무엇을 얻을 수가 있기야 했는가?

       아마 박진성이 그것을 요구하였다면 절대로 줄 수 없다면서 숨기거나, 자신이 손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박진성 역시 사용할 수 없게 만들겠다며 파괴를 하는 등의 속 좁은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행했을 것이다.

         

       ‘분명히.’

         

       박진성이 겪은 일이 어디 한두 번이던가.

       그는 중국이 자신들이 얻지 못해도 박진성 역시 얻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물귀신 작전 같은 생각으로 유적을 아무렇지도 않게 파괴하는 것을 보았다.

       반달리즘의 화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철저하게 유적을 파괴하는 짓거리를 하는 눈앞에서 보았을 때의 분노란….

         

       아무리 몇 번 충돌하였다고 하더라도 너무 괴악하고 끔찍한 짓거리가 아닌가.

       어쩌면 문화대혁명이라는 경험이 있기에 그러한 끔찍한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행할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지….

         

       그러니 이것은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었다.

       병마가 가볍게 자리 잡았을 때 쉽게 뿌리를 뽑듯이.

       잡초가 싹이 났을 때 잡아 뽑아야 쉬이 없앨 수 있듯이.

       그가 유적을 찾고 주술을 모으기 편하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행해야 하는 일이었다.

         

       박진성은 그러한 확신으로 중국에 있는 비둘기들을 감염시키기 시작했다.

         

       그 곰팡이의 이름은 크립토코커스 네오포르만스(Cryptococcus neoformans)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빠르게 늦어진 분량을 보충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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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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