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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01

        

       테러의 기본은 바로 공포의 확산이다.

         

       테러라는 것은 이름 그대로 공포(Terror)를 확산시키기 위한 행위이며, 역설적으로 공포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당한 상대가 숨이 붙어있어야 한다.

         

       어느 학자가 ‘테러는 인간의 공포를 이용한 협상이다. 그렇기에 테러와는 협상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한 번 협상에 성공하면 그것은 훌륭한 전례로 남아 앞으로도 사용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대부분의 테러는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혹은 상대방이 공포에 질리게 해서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하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이라는 나라는 이 테러를 저지르기에는 편하지만, 동시에 테러를 성공시키기에는 어려운 나라였다.

         

       중국의 특징은 땅이 넓고 지역별 격차가 크기에 빈틈을 노리기는 어렵지 않았지만, 그렇게 테러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공포를 확산시키는 것은 힘든 것이 바로 그 이유였다.

         

       땅이 넓기에 공포가 확산하는 것에는 시간이 걸린다.

       지역별 격차가 크기에 손쉽게 ‘덜 중요한 지역’의 사람들을 억누를 수 있다.

       필요하다면 인터넷과 언론을 조작해서라도 ‘아무런 일이 없었던 것’으로 만든다.

         

       공포는 인지와 함께 퍼져나가는 것.

       그렇기에 애초부터 인지하지 못하도록 파묻거나 격리한다면 그것이 확산할 일조차 없다.

         

       중국은 인민들을 감시하고 통제해왔던 노하우를 가지고 있었고, 테러에도 그 노하우를 아낌없이 활용해서 진압을 할 수 있었다. 심지어 공포가 확산한다고 하더라도 옛적 있었던 전례처럼 군대를 끌고 강제로 억눌러서 일상을 보내게 만들 힘을 가지고 있기까지 했으니, 앞서 말했던 것처럼 테러를 저질러도 크게 효과를 보기 힘들었다.

         

       그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회귀 전에 있었던 일들이었다.

         

       회귀 전 영토를 확장함에 따라 중국은 수많은 적을 만들었다.

       강제로 합병당하게 된 사람들, 강제로 인종이 개량된 후 편입되었지만 엄격하게 구분된 ‘계층’에서 아래에 있는 채로 차별과 멸시를 받으며 살아갔던 혼혈들, 중국의 확장 정책에 위협을 느낀 외부 세력, 종교를 탄압하는 것에 분노를 느낀 종교인들, 3세계는 물론이고 1, 2세계에까지 손을 뻗으며 세계에 군림하려 하는 중국을 불편한 눈으로 바라보는 국가들까지.

         

       그리고 이렇게 적이 많으면 필연적으로 테러는 일어날 수밖에 없다.

         

       비행기 자폭 테러, 폭탄 테러, 생화학 테러, 더티밤 테러같은 폭탄 테러부터 시작해서, 중국 곳곳에 있는 댐을 폭파하거나, 드론을 이용해서 권력자들을 암살하거나, 이능력자들을 보내서 사보타주를 하거나 학살을 하게 시키기도 하는 등 중국은 수많은 공격에 시달려야만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중국은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공포가 확산하는 것을 막았다.

       테러 조직은 물론이고, 중국을 주시하고 있던 다른 이들조차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뻔뻔한 방법으로 말이다.

         

       건물이 무너졌을 때, 당은 말했다.

         

       『 고층 건물을 담당한 건설사가 감히 비리를 저질러 건축자재를 빼돌려 부실 공사를 하였다. 당에서는 이들을 긴급체포하였으며, 이들이 행한 범죄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

         

       그러고는 발표한 것처럼 몇몇 건축회사들에 공안을 보내서 그들을 긴급체포하였으며, 심지어 몇몇은 사형시키기까지 했다.

         

       고층 건물을 직접 무너뜨린 테러 조직의 입장에서는 어처구니가 없는 광경이다.

       폭탄을 가득 담은 비행기를 그대로 고층 건물에 박아서 터뜨렸는데, 부실 공사로 고층 건물이 저 혼자 무너졌다고 발표하지를 않나, 죄 없는 사람들을 체포한 다음 범인이라면서 사형까지 시키지를 않나….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그리고 그 사형당한 이들이 전쟁에 반대하는 반전주의자였거나, 현재 정권을 잡은 파벌과 적대 관계에 있는 파벌에 속해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닫고 난 다음 더 어이가 없어졌고 말이다.

         

       아무리 위기를 기회로 삼으라는 말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건 너무 심하지 않은가.

         

       테러가 발생했는데 범인 잡을 생각은 안 하고 정치에 이용할 생각부터 한다니.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

       엄이도종(掩耳盜鐘)이라는 말처럼 눈 가리고 아웅하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조롱하기도, 저기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나라라고 혀를 내둘렀었다.

         

       하지만…놀라기에는 일렀다.

         

       도심에서 생화학 무기가 터졌을 때, 당이 말했다.

         

       『 위험한 화학물질을 싣고 가던 차가 강도들에 의해 파괴, 누출되는 사고가 있었다. 당은 나라가 어지러운 틈을 타서 제 잇속을 채우기 위해 남을 해치려는 도적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며, 그들을 체포하여 인민들이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할 것이다. 』

         

       외국에서 중국에 잠입한 이능력자가 도심에서 사람들을 수백 명을 죽였을 때, 당이 말했다.

         

       『 현재 중국에 편입이 된 지역의 유럽 출신 3등 시민이 무차별 살인을 저질렀다. 범인은 ‘나는 가난한데 다른 사람들은 행복해 보여서 싫었다.’라고 진술하였으며, 이에 당에서는 범인에게 사형을 선고하였다. 』

         

       더티밤이 수십 개가 터져서 도시 하나가 방사능에 절여졌을 때, 당이 말했다.

         

       『 인도는 중국과 휴전을 선언하였음에도 비밀리에 중국 내부에 핵 가방과 더티밤을 반입하여 유사시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공산 영웅들은 이를 깨닫고 그들에게서 핵을 탈취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나, 애석하게도 귀축과도 같은 인도가 제 목숨을 바치더라도 중국에 피해를 주겠다는 일념으로 격발하여 폭탄을 터뜨려….』

         

       …

       …

         

       그렇게 당은 계속 말했다.

       사실을 교묘하게 왜곡하고, 정치적인 이득을 얻고, 계급을 갈라서 사람들을 분열시켜 권력자에게 죽창을 겨누지 않도록 만들고, 때로는 아예 증거를 조작하면서까지 전쟁에 대한 명분을 만들어 외국을 침략하였다.

         

       사람들이 믿었냐고?

       믿었다.

         

       믿는 사람들은 믿는다고 말했고, 믿지 않는 사람들도 믿는다고 말했다.

       그렇게 중국 인민 모두가 당의 말을 ‘믿는다고’ 했다.

       마음속이야 어찌 되었든 말이다.

         

       그렇게 수많은 테러는 정신 승리와 정보 왜곡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흘려지는 것만 같았다.

         

       테러 조직들이 계획을 조금 수정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 * *

         

         

         

         

       옛적 마오쩌둥(毛澤東)이 류사오치(劉少奇)와 저우언라이(周恩來)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졌다.

         

       “고양이는 고추를 먹지 않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지. 하지만 그런 고양이에게 고추를 먹일 방법이 있겠소?”

         

       류사오치는 마오쩌둥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고양이를 꽉 붙잡은 다음 고추를 입에 넣고 밀어 넣으면 됩니다.”

         

       그러자 마오쩌둥이 그 물음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절대 무력을 사용하지 마시오. 모든 것은 자발적이어야 하오.”

         

       이어서 저우언라이가 마오쩌둥의 질문에 답했다.

         

       “고양이를 며칠 동안 굶기고 고추를 고기 한 겹에 싸겠습니다. 그렇다면 고양이는 배가 고픈 나머지 그 안에 고추가 들어있는 줄도 모르고 먹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마오쩌둥은 불만족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속임수를 쓰는 방법은 옳지 않아. 절대로 국민을 속이려 들지 마시오.”

         

       그러고는 류사오치와 저우언라이에게 자신의 묘안을 말하였다.

         

       “방법은 아주 쉽지. 고추를 고양이의 등에 발라놓으면 되오. 등이 따가우면 고양이가 그것을 핥지 않겠소? 이것은 아무런 문제도 없소.”

         

         

         

        * * *

         

         

         

         

       물과 식량이 통제된 곳에서는 필연적으로 부족해지는 것이 있다.

         

       위생.

         

       물이 통제되었기에 씻지 않게 되며, 씻지 않게 되니 자연스럽게 주위 환경도 더러워지게 된다. 게다가 몸을 씻지 않는데 옷가지라고 멀쩡하겠는가? 옷 역시도 오물이 묻고, 악취를 풍기며, 때가 꼬질꼬질하게 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배급되는 물은 먹는 데에 써야 했으니까.

       차를 끓여 마시고, 요리할 때 사용하고.

       그나마 중국 요리가 물 대신 기름을 쓰기에 요리에 쓰는 양이 많지 않다는 것이 위안이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끼고 아껴봤자 세수나 손을 씻는 것에 그칠 양이었으니 위생적인 생활은 힘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몇몇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했다.

         

       ‘이거, 괜찮은 기회인데?’

         

       과연 세계 3대 상인에 중국의 화상이 꼽힌 게 아니라는 듯, 사람들은 이 불만족스러운 통제 속에서도 재산을 모을 수 있는 각을 본 것이다.

         

       그들이 본 ‘기회’라는 것은 바로 물.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배급되는 물을 가지고 장사를 할 생각을 한 것이다.

       그것도 지하수나, 오염된 물을 정화해서 판다거나 하는 방식이 아니라…’배급받은 물’을 가지고 말이다.

         

       그들은 가난한 이들에게 접근해서 말했다.

         

       [ 남는 물을 팔 생각이 있나? ]

         

       [ 물론이죠! ]

         

       매일매일 굶주리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정기적으로 배급받는 물보다는 식량이 더 귀했다.

       사람들은 가난한 이들에게 접근해 식량이나 돈을 대가로 그들에게서 물을 구매해서 어느 정도 재산이 있는 사람들에게 가져갔다.

         

       [ 물을 사시겠습니까? ]

         

       [ 이거 제대로 된 물은 맞아요? ]

         

       [ 예. 배급받은 물입니다. 식량과 교환했지요. ]

         

       [ 오, 그래요? 그럼 사겠습니다. ]

         

       물론 유통 과정에서 마진이 붙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유통하는 것이 공짜도 아니고, 사람의 수고와 시간이 들어가지 않는가.

       당연히 물을 샀던 가격보다는 비싸게 파는 게 당연하다.

         

       [ 오, 이거 꽤 괜찮은데? 한몫 잡을 수 있겠어. ]

         

       그렇게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물장사’를 하는 이들이 생겼다.

         

       비유적인 의미의 물장사가 아닌, 진짜 물을 파는 장사꾼들.

       그들은 물이 부족해서 만족스럽지 않은 하루를 보내는 이들에게 충분한 만족감을 주었다.

         

       [ 예? 물값으로 왜 이 정도밖에 안 주시는 겁니까? ]

         

       [ 자네 말고도 판다는 사람이 많아. 공급이 많으면 가격은 당연히 내려가는 거 아니겠어? ]

         

       [ 아니 하지만 이거로 어떻게….]

         

       [ 아, 그러면 물을 더 팔던가. ]

         

       [ 뭐라고요? 여기서 물을 더 팔라고요? ]

         

       [ 그래. 물을 조금 아껴먹으면 되잖아. 음식을 먹어야 사람이 힘을 쓰지. 물 먹어봤자 오줌밖에 더 돼? ]

         

       [ …아무리 그래도 그건 힘들겠습니다. 그냥…. 예. 예전과 같은 양으로 팔겠습니다….]

         

       물론 마진을 좀 많이 붙이거나, 값을 후려쳐서 물을 사들이거나 하는 일이 있기야 하지만….

       뭐 그게 크게 문제가 될 일은 아니었다.

         

       [ 으…. 배가 고픈데…. 어…? 비둘기? 하, 이런 행운이…!]

         

       평소였다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벌써 800회라니…!
    너무나 감격스러운 일입니다…!
    800회 동안 제 작품을 재미있게 봐주신 Ilham Senjaya 님께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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