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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02

    <802 – 뉴비 받아라(1)>

     

    신규 캐릭터들은 가끔 예상치도 못한 대형사고나 대형이벤트를 발동시키기도 한다.

    내가 뉴비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닳고 닳은 고인물 컨텐츠에 신규컨텐츠를 끼얹어 주는데 어떻게 싫어할 수가 있겠어?

     

    “호오. 아카데미 분교라. 생각지도 못한 개념이군요. 당장 교장님께도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고블린 유학생 건도 얘기해주세요!”

     

    마하바라타 학년부장 교수님까지 신나서 교장실로 달려갈 정도로 사태가 아주 흥미진진하게 되었다.

    자꾸만 일이 커지려고 하자 티토소가가 지레 겁을 먹고 내 눈치를 보았다.

     

    “오크노디이… 나 사고 친 거 아니지…?”

    “전혀! 티토소가가 짱이야!”

    “헤헤. 정말?”

    “기프트 아카데미 역사상 분교를 개척한 건 티토소가가 최초일 거라고?”

    “정말정말로?”

    “교수님들은 보통 기프트 아카데미 본교에 눌러붙지, 어디 다른 곳에 유배지마냥 파견되고 싶은 마음은 절대로 없잖아. 그래서 분교를 만든다는 생각 자체도 아무도 안 하고 있었는데 티토소가가 그걸 한 거야! 완전 콜럼버스! 달걀 조졌어!”

    “정말로 정말로 정말이야? 헤헤헤. 근데 달걀은 왜 깨는 거야?”

    “나도 몰라!”

    “아주 좋아 죽네.”

     

    칭얼거리며 매달리는 티토소가가 꼴받을 법도 하건만, 이슈타르는 못 말리겠다는 얼굴로 쓴웃음만 짓고 말았다.

    티토소가는 근력 능력치에 꽂혀서 툭하면 폭력부터 사용하는 이슈타르조차도 꿀밤을 참을 정도로 정말 대단한 일을 해낸 것이다.

     

    “2년생들. 비켜라.”

     

    잠시 후, 입학시험 감독관으로 뵀었던 미네르바 교수님이 <오크노디와 놀아주는 조직> 휴게실에 교관들을 대동하며 들이닥쳤다.

    깜짝 놀라 조명대를 치켜들고는 등 뒤에 숨은 고블린용사를 어미새처럼 지키는 티토소가의 모습조차도 대견해 보였다.

    뭘 해도 다 이뻐 보이는 걸 보니 지금이라면 티토소가가 유니크 음식을 한 입만 먹자며 도감수집을 망쳐도 <기숙사 창문을 닫았나 안 닫았나 신경 쓰이는 저주>만 걸 정도로 자비심이 생길 것 같아!

     

    “우리 응애용사고브 괴롭히지 마요!”

    “안 괴롭힌다. 마하바라타 교수의 부탁으로 분교에서 올라온 1기 유학생들의 지식수준과 운동능력, 잠재력을 검증하러 온 거다.”

    “못된 짓을 할지도 모르니까 저도 참관할래요!”

    “후우. 아카데미 교수 권위도 다 죽었네. 학생이 이렇게 까불어도 참아야 하다니.”

     

    미네르바 교수는 티토소가의 머리통을 한 대 쥐어박으려다가 교관들의 뒤로 따라서 들어오는 용아병을 보고는 꾹 참았다.

    마하바라타 교수님이 티토소가와 고블린 용사를 배려해서 교수들이 월권행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소환수를 붙여준 것이다.

     

    “이걸로 다 잘 풀린 걸까?”

    “아마도요!”

     

    이슈타르의 물음에 사건이 일단락된 기분으로 힘차게 대답한 나였지만, 마치 던전에 들어가서 비밀방을 못 찾아서 탐사율 99.9%를 찍고 다음 층으로 내려가는 것처럼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잊은 거라도 있어? 숙제라거나.”

    “그건 응애랑 모자선배한테 시켜서 괜찮아요. 아, 앨리스선배!”

    “앨리스 선배?”

     

    합죽이가 되어서 두 손으로 입을 막으려다가 멈칫했다.

    앨리스 선배의 정체를 밝혀서는 안 되는 이유는 재단의 습격자들을 경계했기 때문이잖아.

    근데 이제 재단 망했는데?

    굳이 비밀로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뭐가 됐든 놀랄 일은 없겠지. 용사와 유일신의 비밀을 안 이상, 앞으로 살면서 내가 놀랄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실은요, 기숙사 던전의 불변안전구역에 응애랑 모자선배를 두었는데요. 모자선배는 재단의 전대 아가씨고 육신을 잃고 영혼만 모자에 깃들었어요!”

    “뭐어어?!”

    “그래서 이번에 새 육신을 만들어서 선물하고 앞으로도 잡일을 잔뜩 시킬 작정이었는데 까먹었음!”

    “인체제작에 영혼빙의가 가능해?!”

    “앗, 하나 더 까먹었당. 매스각키가 고블린월드에 보낸 허접 근위대장 찾아달라고 했는데!”

    “고블린월드에 그런 거물도 왔었다고?!”

    “근데 방금 뭐라고 했어요?”

    “아, 아무것도 아니야.”

     

    이슈타르가 얼굴을 살포시 붉히며 시선을 피했다.

     

    [살면서 절대로 놀랄 일 없을 거라는 사람을 세 번 연속 놀라게 만든 당신은 짓궂은 장난꾸러기군요!]

    [미확인 기능의 기능치가 상승합니다.]

     

    저금통 중에서도 1순위를 앞다투는 장난치기 기능에 오늘도 경험치가 차곡차곡 쌓였다.

    히히.

    시치미 뚝 떼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 이슈타르를 부끄럽게 만들며 놀기는 너무 재밌어!

     

     

    * * *

     

     

    미네르바 교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신에게 힘을 빼앗긴 용사라는 말에 반폐인 상태의 신체능력을 지니고 있을 줄 알았더니, 능력을 측정하는 도중에도 무서운 속도로 기능이 상승하는군.”

     

    성장속도만 놓고 보면 981기 최고 아웃풋 오크노디와 이슈타르조차도 능가했다.

    한 번 잃어버린 경지를 되찾는 수복과정이기에 성장방법을 알고 있는 것도 성장속도에 영향을 미치지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본인의 의지였다.

     

    “마마와 스승님이 지켜보고 계셔 고브. 두 분이 실망하게 만들지 않을 거야 고브.”

     

    고블린 용사가 솔선해서 시험에 응하니, 고블린 월드의 영재 고블린들도 모두 힘을 합쳐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학생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중간계의 인간들을 추린 인재나 고블린월드의 생존자들을 추린 인재나 재능의 크기와 실력은 비슷했다.

    분교설립.

    기프트 아카데미 고블린월드 캠퍼스의 필요성을 사실상 인정받은 것이다.

     

    “시험 결과는 어떻게 되었어 고브…?”

     

    무엇보다도 저 긴장감과 간절함이 뒤섞인 얼굴로 두 손을 기도하듯 모아 자신을 바라보는 고블린들의 외형이 어딜 봐도 인간 같았다.

    뭉툭한 돼지코에 늙고 외소한 배 나온 노인을 닮은 고블린들이 아니라 미형의 작지만 스타일 좋은 소년 소녀 키즈모델을 바라보는 기분!

    솔직히 말해서 피부색만 녹색이지, 매력만 따지고 보면 평범한 인간들보다도 높아 보였다.

     

    “먼 옛날에는 고블린도 요정이었다는 이야기가 있었지. 너희는 정말로 요정처럼 보이는군.”

    “갑자기? 칭찬은 고마워 고브.”

    “너희가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모습을 보이면서 서로를 짓밟았다면 모르겠지만… 인간이 갖추어야 할 자제력과 협동력을 갖춘 것으로 판명이 났군. 정식 통지서는 조금 더 기다려야 나오겠지만 시험 결과는 전원 합격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와아아! 전원합격이야 고브!”

    “고브고브!”

    “신난다 고브!”

     

    용사고브와 함께 손을 잡고 신나서 방방 뛰는 고블린들의 모습은 아무리 봐도 녹색 티토소가 수십 명이 폴짝폴짝 뛰는 모습으로 보였다.

    고블린보다는 오히려 인간 쪽이 더 문제였다.

     

    “수인도 모자라서 고블린 유학생이라니, 이건 너무한 거 아닙니까!”

    “인간적으로 몬스터랑 같은 교실에서 강의를 들으라니, 선 넘었습니다!”

    “갑자기 옆에서 제 손가락을 씹어먹기라도 하면 어떻게 책임질 거예요! 부모님께 다 이를 겁니다!”

     

    고블린 유학생의 존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강하게 반발하는 학생들.

     

    “뭐지? 고블린이 너희가 주장하는 열등하고 위험한 몬스터라면 오히려 좋아해야 하는 거 아니냐?”

     

    미네르바 교수는 학생들을 비웃었다.

     

    “성적을 밑에서 깔아주는 학점 셔틀이 늘어난 거 아니냐. 게다가 고블린은 약골이라지? 두뇌로도 신체로도 밀릴 이유가 없는데 학점 셔틀이 생기는 게 두렵나?”

    “아카데미의 위신이…”

    “재능도 자질도 없으면 어차피 졸업생이 되지도 못할 녀석들 아닌가? 아카데미의 위신에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하지 않나?”

     

    정식졸업생이 아닌 조기졸업생, 혹은 휴학생들은 기프트 아카데미 기준으로는 ‘정식졸업’으로 아카데미가 보증하는 실력을 갖추지 못한 존재.

    실력 자체는 대단하더라도 아카데미 측에서 적극적으로 졸업생에게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이나 지원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고블린들이 휴학하고 어디 던전에 틀어박혀서 엄청나게 고난이도의 던전을 만들고 훨씬 지능적으로 던전을 운영해 마을을 침략하면 어떡합니까!”

    “던전토벌로 경험치를 날로 먹겠군. 잘만 하면 졸업과제 날먹까지 되겠지. 그게 뭐가 문제지?”

     

    들으면 들을수록 미네르바 교수의 지적은 일리가 있었다.

    고블린을 정말로 열등한 몬스터라고만 여기는 이들에게 고블린유학생은 학점셔틀이자 과제셔틀이고, 심지어는 졸업과제 날먹가능성마저 보였다.

     

    “불만이 있다면 이렇게 생각하겠다. 열등하고 나약한 고블린조차도 무서워서 유학생을 배척해야 하는 허접좆밥재학생이구나, 라고.”

    “?!”

    “인류의 수치가 될 녀석들은 나와라. 아직도 불만이 있다면 얼마든지 접수해 주지. 대자보로 어디서든 볼 수 있도록 아주 큼지막하게 이름을 새겨주마.”

     

    고블린 유학생에 대한 꺼림칙한 여론은 미네르바 교수의 설득 아닌 설득 덕분에 일소되었다.

    물론 중간계 기프트 아카데미 본교의 여론은 일단락되었지만, 분교는 또 별개의 문제다.

     

    “미네르바 교수. 혹시 교관들을 설득할 수는…”

    “무리다. 나 같아도 거긴 안 가.”

    “역시 그렇겠지요…”

     

    교수야 당장 고블린월드에서 못 돌아오는 교수들을 쓴다고 쳐도 밑에서 도울 교관들을 구할 길이 없다.

    재료채집부터 강의준비까지 모든 과정을 교수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해서는 분교의 교육수준이 본교와 현격하게 차이가 나지 않는가.

    마하바라타 교수가 골머리를 앓는 것도 당연했다.

     

    “교수님! 잠깐 부탁드릴 일이 있는데요.”

    “오크노디 2년생의 부탁이라니, 듣기도 전에 벌써 무서워지는군요.”

    “헤헤.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교수님에게도 좋은 일인걸요? 분교쪽 교관을 잔뜩 늘릴 방법을 알려드리려고요!”

    “그게 정말입니까?”

    “실은 매스각키 밑에 의욕 넘치는 기사 하나가 고블린월드 갔다가 난장판에 놀라 숨어버린 것 같거든요. 그 사람도 찾을 겸, 제국에서 제일로 손꼽히는 기사까지 총교관으로 임용된 캠퍼스라고 소문을 내면 제국의 인재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지 않을까요?”

    “!!”

     

    실종자 수색도 날먹하고 분교 캠퍼스의 부족한 교관인력 수급문제도 해결된다.

    소문에 속아 넘어간 제국의 인재들이야 억울함에 팔짝 뛰겠지만 돌아오는 차원문도 못 열면 어쩌겠나.

    간 김에 교관 노릇이나 하고 돌아오는 수밖에.

     

    “당장 추진합시다.”

     

    직접 가서 일하기 싫다는 이유로 제국의 전도유망한 인재를 수천 단위로 편도행 티켓을 끊게 만든 사악한 행보를 보며 미네르바 교수는 생각했다.

    얘는 재단 이사장한테 엘리트 악당교육을 받은 걸 넘어서 이미 어엿한 신생 삼대거악이 틀림없다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크프린세스의 사악한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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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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