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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02

        

         

       전 세계적으로 비둘기는 꽤 메이저한 위치에 있는 식재료였다. 세계에서 요리로 유명한 나라 중 하나인 프랑스에서는 비둘기를 아주 오래전부터 먹어왔다. 16세기부터 프랑스 귀족들은 비둘기를 별미로 여겨왔으며, 현재에도 프랑스의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맛볼 수 있을 정도로 귀한 취급을 받고 있었다.

       유럽 곳곳에 ‘귀족적이며 고급스러운 문화’로 퍼져나간 프랑스의 영향을 받은 나라들 역시 비둘기 요리를 고급으로 여겨왔으며, 현대에 이르러서도 유럽에서는 비둘기 요리는 ‘귀족들이 즐겨 먹었던 식재료’라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집트의 경우 오래전부터 탑과 비슷한 형태의 비둘기집을 지어서 비둘기를 길러서 먹었는데, 보양식으로 취급되며 손님이 왔을 때 대접하기도 했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

       중국 역시 비둘기를 가축으로 사육해서 요리 재료로 사용했다. 구이 같은 단순한 조리법에서 다채로운 조리법까지. 비둘기 역시 중국인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은 식재료였으며, 현재에도 사랑받고 있었다. 그러니 중국인들에게 비둘기라는 것은 결코 낯선 식재료가 아니었다.

         

       [ 자…. 하나…둘. 잡았다! ]

         

       그렇기에 빈민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비둘기를 잡아다가 바로 모가지를 비틀어버렸다.

       오래간만에 포식할 생각에 희희낙락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러한 모습을 본 사람들은….

         

       [ 어우. 저 더러운 고기를 먹을 생각을….]

         

       …그를 부러워하기보다는, ‘저 더러운 비둘기를 잘도 먹네.’라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한국에서 비둘기가 더럽고 게으른 이미지를 가지고 있듯이, 중국의 도시 지역에서도 비슷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평화의 상징이니 올림픽의 새니 뭐니 하는 수식어를 아무리 붙인다고 할지라도,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토사물이나 배설물을 비둘기가 쪼아먹고 있는 것을 한 번이라도 목격한다면 ‘더럽다’라는 인상을 가지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굳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비둘기가 먹고 싶어도 도시 안에 있는 비둘기를 먹지 않았다.

       농장에서 나오는 깨끗한 비둘기가 있는데 굳이 왜 그런단 말인가?

         

       하지만 빈민에게 있어선 그러한 인식은 배부른 투정이나 다름이 없었다.

       더러운 이미지라고?

       그게 뭐 어떻단 말인가?

       당장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어서 굶어 죽을 것 같은 고통을 느끼고 있는데, 더럽고 말고가 무슨 상관이냔 말이다.

         

       논밭에서 나오는 쥐도 잘만 구워 먹는 게 중국인들인데, 고작 도시에 있는 비둘기가 더럽다고 먹지 않는 건- 빈민의 처지에서는 그저 배부른 투정, 혹은 그냥 고상한 척을 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뭐, 그에게 있어서 그러한 인식이 크게 나쁜 것은 아니다.

       그 인식 덕분에 경쟁자 없이 비둘기를 수급할 수 있었으니,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는가.

         

       빈민은 그렇게 모가지가 비틀린 채 축 늘어진 비둘기를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지글지글.

         

       그리고 그날, 고소하고 향긋한 고기 냄새가 멀리까지 퍼졌다….

         

       빈민은 오래간만에 먹은 고기에 만족감을 표했고, 입술에 남아있는 기름기도 닦지 않은 채 공원으로 향했다.

       어제 그랬던 것처럼, 비둘기를 잡아다가 배를 채우기 위해서였다.

         

       어제처럼 다른 사람들은 더러운 고기라는 선입견 때문에 비둘기를 잡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그는 손쉽게 비둘기 고기를 또 한 덩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그러한 기대를 품은 채 공원으로 향했다.

         

       [ 이야! 잡았다! ]

         

       [ 여기 비둘기가 많네! ]

         

       [ 이봐! 그거 내 덫이야! 건드리지 말라고! ]

         

       …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공원에 몰려있는 수많은 사람.

       그리고 그의 것이어야 했을 비둘기들이었다.

         

       비둘기.

       조금 때가 타 있지만 부드러운 깃털.

       한 번 쓰다듬으면 비단결처럼 부드러웠다가도, 그것을 쭉쭉 벗겨낸 다음에 드러나는 피부, 그리고 가죽을 벗긴 다음에 볼 수 있는 선명하리만치 아름다운 분홍빛의 속살….

         

       그의 것이어야 했던.

       그의 손에 들려있어야만 하는 비둘기.

       그 비둘기가 지금, 다른 사람의 손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 어….]

         

       눈이 마주친다.

       조금 귀찮아 보이는 것처럼, 하지만 자세히 보면 말똥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비둘기의 눈.

       눈과 눈이 교차하고, 시선이 마주한다.

       그리고 도와달라는 듯 맑은 눈망울로 자신을 바라보며, 자신을 억세게 붙잡고 있는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날개를 푸드덕 움직이고, 다리를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자신을 붙잡고 있는 사람의 팔뚝을 할퀴려 안간힘을 쓴다.

         

       [ 이, 이, 이, 이게 무슨…!]

         

       하잘것없는 반항.

       때가 타 있는 순백의 깃털이 이리저리 요동치고, 찌그러져서 볼품없이 만든다.

         

       빈민은 그러한 모습을 보고 비명을 내지르듯 소리치며 그들 사이로 뛰어 들어가 외친다.

         

       [ 이게 무슨 일이야! ]

         

       그리고 그러한 빈민의 모습을 본 다른 남자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 뭐긴? 비둘기 사냥이지. ]

         

       [ 아니 왜…!]

         

       [ 왜냐니. ]

         

       피식 터지는 비웃음.

       어이없다는 듯 빈민을 바라보는 눈초리.

         

       [ 배고프니까 그런 거지. ]

         

       [ 어…. 하지만…. ]

         

       [ 하. 우리도 좀 먹고 살자고. ]

         

       그렇게 남자는 사라지고, 빈민은 망연자실한 채 멍하니 공원을 바라본다.

       비둘기를 잡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 바구니를 들고 움직이기도, 어디서 쌀이나 씨앗을 구해다가 미끼로 비둘기를 끌어들인 뒤 올가미로 확 채서 잡는 사람들, 그냥 맨손으로 뛰어다니면서 비둘기를 콱 붙잡는 사람들, 어린아이까지 총동원해서 비둘기를 모는 사람들, 땅에다가 구멍을 판 뒤 판자와 캔으로 부비트랩 비슷한 것을 만들어 비둘기가 발을 디디면 쑥 빠지게 만드는 함정을 만든 사람까지.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비둘기를 잡으려 뛰어다닌다. 그 뛰어다니는 모습은 마치 퇴근시간 택시에 몰려드는 회사원들을 보는 것만 같은 광경이었고, 사람이 잔뜩 들어있어서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은 지하철 안에 제 몸을 어떻게든 욱여넣어서 집으로 가려고 애를 쓰는 노동자들을 보는 것만 같았다.

       사람의 형태라는 것은 다 엇비슷한 법.

       일을 하는 것조차도 먹고 살기 위해서 그러는 것임을 생각한다면, 지금 이곳에 있는 이들은 노동자나 부르주아 등 수많은 인간군상의 껍질을 벗겼을 때 나오는 공통적인 모습일 것이다. 그들의 배에 무언가를 채우기 위하여 일을 한다는 것은 달라지지 않는 이야기니까 말이다….

         

       [ …그래. 나는 더러운 비둘기를 먹고 싶지 않아. ]

         

       빈민은 애쓰고 있는 그들을 보며 그렇게 읊조린다.

       그러고는 어제는 그렇게 잡고 좋아했던 비둘기를 보고 더럽다고, 더러운 비둘기라고. 그래서 먹으면 몸에 좋지 않는다고 그렇게 연신 중얼거린다.

       그러고는 어차피 구워봤자 살점도 별로 없어서 간에 기별도 가지 않았다는 둥, 저렇게 몸을 움직이면 안 먹고 가만히 있는 것만 못할 정도로 힘을 쓰게 되어서 오히려 손해라는 둥 중얼거리면서 그대로 등을 돌려서 사라졌다.

       이제는 차마 자신이 뛰어들어 경쟁할 수 없게 되어버린 공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말이다….

         

       …

       …

       …

         

       [ 쿨럭! ]

         

       그리고, 누군가가 기침하기 시작했다.

         

         

         

         

        * * *

         

         

         

       [ 쿨럭! 쿨럭! 커헉! 크흡! ]

         

       몸 안에 있는 내장을 토해내기라도 하려는 듯한 격렬한 기침 소리.

       속을 완전히 뒤집어서 밖에다가 내장을 끄집어내야 성이 차겠다는 듯, 내장을 토해서 먹이를 잡아채는 끈벌레의 흉내라도 내겠다는 듯 격하게 기침을 하며 몸을 구부리는 사람이 있다.

       기침하면서 자연히 따라오는 폐를 쥐어짜고 내장을 뒤트는 듯한 격렬한 고통에 신음하며 몸을 둥그렇게 말아 어떻게든 그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애를 쓰지만, 그런데도 몸은 제 뜻을 따라주지 않은 채 무심하게도 기침을 계속해서 내뱉는다.

       눈물과 콧물을 질질 흘려대고 침을 계속해서 뱉으면서 제발 그만, 제발 그만 기침이 나오라고 기도를 아무리 해도 소용이 없으니. 아, 몸을 쥐어짜는 폐병의 고통. 기침하노라면 더더욱 강하게 느껴지는 몸을 감싸는 싸늘한 느낌, 거기에 콧속에 어디선가 들어오는 진한 지린내와 악취들까지.

         

       하나하나가 고통이다.

       고통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이러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은 하나가 아니었다.

         

       [ 쿨럭! ]

         

       [ 커헉! 어흑! ]

         

       기침이라기보다는 병자가 내지르는 단말마와도 같은 느낌의 소리.

       어떤 이들은 힘을 실어서 고통을 내지르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은 쇠약해진 상태로 기침하면서 고통에 신음하기에 정말로 역병이 창궐한 동네에서 들릴법한 소름이 끼치는 소리처럼 들려온다.

         

       그래.

       역병이다.

         

       동시다발적으로, 한 지역의 사람들이 같은 증상을 보인다는 것.

       이것은 누가 보더라도 전염병이 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위생적인 환경과 부족한 영양 때문에 감기라도 걸린 것일까?

       아니면 폐렴이나 결핵에 걸렸을지도 모른다.

       그런 것이 걸리기에 아주 딱 알맞은 환경이 조성되어 있기에, 그렇게 단정 짓는다 하더라도 무리는 아니겠지.

         

       하지만 예전이라면 몰라도 폐렴과 결핵은 무서운 병이 아니다.

       그 질병은 아주 오래전에 정복되었고, 그리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나을 수 있는 것.

       그저 걸리면 감기보다 더 고생하는 수준이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그들의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공안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공안은 정석적인 방법으로 그들을 집 안에 가둔 뒤 최소한의 음식과 물, 그리고 폐렴과 결핵에 복용하는 약을 배급해주었다. 그리고는 ‘증상이 일치하는 것 같으면 먹어라. 낫기 전에는 나오지 못한다.’라며 엄포를 놓고는 그렇게 사라져버렸다.

         

       사람들이 그들에게 무관심하다는 것을 재확인시켜주는 언행.

       나무판자로 못질이 되어있는 문짝.

       창살이 붙여진 창문들….

         

       빈민들은 자신들의 집에 격리되었다.

         

       이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공안이 말한 것처럼 약을 잘 먹고 낫는 것.

       그것 말고는 밖으로 다시 나올 방법이 없다….

         

       그들은 간질간질한 폐와 목을 어떻게든 억누르느라 한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 채로 약을 먹으며 조용히 집안에 머물렀다.

       어서 빨리 병이 낫기만을 바라면서….

         

       하지만.

         

       [ 으. 으으으….]

         

       [ 머리, 머리가….]

         

       몸살이라도 걸린 것일까?

       몸이 약해진 틈을 타서 감기라도 걸린 것일까?

         

       그들에게 또 다른 고통이 찾아왔다.

       폐를 쥐어짜는 듯한 고통과는 결도, 차원도 다른 어마어마한 고통.

       몸속에 불을 집어넣어 피를 끓게 만들고, 거대한 손이 뇌를 쥐어짜는 듯한 어마어마한 두통.

       머리뼈에 정을 가져다 댄 뒤 망치로 쳐서 구멍을 만들어서라도 압력을 빼고 싶다는 충동이 들게 할 정도로 강렬한 고통이 엄습한다.

         

       거기에 뼈마디 하나하나를 분질렀다가 다시 붙이는 것만 같은 고통이란.

         

       [ 아. 아…. ]

         

       [ 으…. 으아…. ]

         

       가슴부터 시작해서 내장을 쥐어짜는 듯한 고통에, 강렬한 두통에, 몸에서 느껴지는 끔찍한 열감, 심지어 이제는 호흡조차도 제대로 되지 않아서 몽롱하고 온몸이 저려오기까지 한다. 몸의 말단부터 시작해서 몸 전체로 몰려오는 저릿저릿함, 이러다가 그대로 죽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찾아오는 끔찍한 고통에 오줌이라도 지려버릴 것만 같은 그러한 고통이 그들을 엄습한다….

         

       …

       …

       …

         

       눈을 뜨면 고통이 엄습하고, 고통을 겪다 보면 어느 순간 의식이 끊겨있는 듯한 느낌.

         

       고통 속에서 정신이 끊기고 붙기를 여러 번.

         

       …

       …

       …

         

       대체 시간이 얼마나 지난 것일까?

         

       주위의 소리가 뭉개지고, 시각이 이리저리 어지러워지는 느낌이 엄습한다.

       입을 열면 기침 대신에 내장 조각이 토해질 것 같고, 일어서면 뼈마디가 조각조각 나서 그대로 바닥에 쓰러질 것만 같다.

         

       감각조차 뭉개져 버리는 그러한 고통 속에서….

         

       “…이보게. 다른 이들이 원망스럽지 않은가…?”

         

       너무나도 또렷한 속삭임이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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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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