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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04

    <804 – 뉴비 받아라(3)>

     

    정령계에서 열리는 보충강의를 들으러 간 학생들은 차원문 이동순번을 기다리며 애써 희망회로를 꽃피웠다.

     

    “들었어? 4학년 선배가 한 말인데 삼백 년 전에도 정령계에서 보충강의를 받은 적이 있었대.”

    “정말로? 어쩌다가?”

    “사다코 교수님이 현역 삼대거악으로 날뛰어서 대륙 전역에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느라 그거 막느라고 시간을 들였다나 봐!”

     

    옆에서 귀만 쫑끗 세워서 염탐하던 티토소가의 얼굴에 공포와 안도가 스쳤다.

    공포는 사다코 교수를 향한 것이었고, 안도는 사다코 교수님의 강의만큼은 즈앙이 대납해준 출석일수 덕분에 면했다는 사실에서 비롯되었다.

     

    “근데 고블린월드도 정령계라고 부르나?”

    “일단은 요정족의 말예잖아. 탐욕의 고블린. 딱 봐도 탐욕에 꽂힌 정령들 아니겠어?”

    “그런가?”

    “오히려 날먹이지. 탐욕만 잘 참으면 괜한 일에 휘말릴 걱정이 없잖아. 불의 정령계 같은 곳을 가봐. 열사병으로 쓰러지지 않으려면 화염내성 열내성을 24시간 내내 계속 돌려야했을걸?”

     

    그렇구나!

    우린 운이 좋은 거였어!

    티토소가는 남 몰래 주먹을 꾹 움켜쥐며 기뻐했다.

     

    “아, 우리 차례다.”

     

    정보에 해박한 선배들의 뒤를 따라 쫄랑쫄랑 따라 들어가는 티토소가.

    걱정이 조금은 줄어든 그녀의 걸음이 먼저 들어간 선배들의 신발 굽에 닿았다.

     

    “앗, 죄송해요.”

     

    깜짝 놀란 티토소가의 사과에도 선배들은 멍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기에 바빴다.

     

    “이게 뭐야.”

    “도대체 고블린들은 어떻게 살아남았던 거야?”

    “고블린월드가 이런 무서운 곳이었어?”

     

    구덩이가 잔뜩 파인 지표면에 뿌옇게 이는 황사, 저 멀리 속도를 가늠하기 무서울 정도로 휘몰아치는 거대회오리.

    생명의 기운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는 멸망 후의 세계 같은 광경에 티토소가도 선배들처럼 얼어붙었다.

     

    “뭣들 하고 있어? 줄이 막히잖아. 빨리 내려가!”

     

    교관의 성화에 넋 나간 얼굴로 내려오니, 먼저 차원문을 건넌 학생들이 비슷한 얼굴로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티토소가는 조명대의 빛에 잠시 의식을 실었다가 밝기를 올려 빛을 내뿜어 보았다.

     

    ━━━

    <발광> + <반짝> + <파장> + <감지> + <흐름> + <투영>

    6위계 광역탐지기술 <샤이닝 스캔>

    ━━━

     

    빛이 뿜어지는 범위 전체에 의식을 확장시켜 간접적인 영역전개 효과를 본 티토소가.

    영역을 다루는 수많은 고수들을 보며 터득한 잔재주가 그녀에게 알려주었다.

    이곳의 토양은 생명이 살아갈 수 없고, 대기 또한 마찬가지라고.

    바로 얼마 전까지는 생명의 기운이 있었지만 그들은 이제 사멸했다고.

    아주 거대한 에너지가 차원계를 덮쳤고, 모두 잿더미로 돌아간 이후에는 차원을 지키는 차원순력조차도 없어서 우주를 날아다니는 소운석에 얻어맞으며 지표면도 이 꼬라지가 되었다고 말이다.

     

    “이, 이런 건 고블린월드가 아니야!”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

    “우리 고블린월드 오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교관이 한심해 죽겠다는 얼굴을 했다.

     

    “스트레스가 많으면 치매도 일찍 온다고 청년치매가 그렇게 유행이라더니, 요즘 저학년들은 큰 사건에 많이 휘말려서 그런가? 교장님이 말씀하신 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까먹은 거냐. 우린 정령계에 온 거지, 고블린월드에 온 게 아니다.”

    “그치만… 고블린도 탐욕의 정령이라고 볼 수 있잖아요!!”

    “자, 똑바로 알려줄 테니 따라서 말해라. 고블린은 동물계 척삭동물문 포유강 영장목 소인과 소인속 고블린종으로 분류되는 고블린이다. 실시!”

    “고블린은 정령 맞아! 우리 애기 정령 시킬 거야!”

    “아니 미친 아카데미에 고블린맘이 벌써 다 나오네. 강의실에서 주머니 털어서 금화 뽀리고 식량주머니 빵꾸 내고 다니는 도둑다람쥐가 너희 같은 동물맘들 때문에 생긴 거 알아 몰라!”

     

    괜히 교관한테 밉보였다가 다람쥐맘 도로시가 키운 도둑다람쥐의 범죄행위까지 덤터기를 써가며 욕을 먹는 티토소가!

    그녀의 눈에 그렁그렁 억울함과 서러움의 눈물이 차오르자 제풀에 찔린 도로시가 기겁하며 달려와 교관을 밀어냈다.

     

    “교관님 줄 밀리는데 이러다 교수님 오시면 저희 다 큰일 나요!”

    “악, 감봉은 안 돼!”

     

    교관이 떠나자 티토소가가 코를 훌쩍거렸다.

     

    “우리 애기들 요정이야.”

    “그래그래 고블린은 요정 맞아!”

    “근데 소인이랑 요정은 다르대…”

    “교관님이 멍청해서 헛소리하신 거야! 강의만 들어도 벌리는 포인트가 부족해서 교관 일 할 정도면 수강생 시절에 공부를 얼마나 못했겠어? 티토보다 멍청한 사람이 하는 말 듣지 마!”

    “헤헤… 그런가?”

     

    도로시의 필사적인 달램은 효과적으로 먹혔다.

    티토소가의 눈가에서 울음기가 가셨다.

    물론 그렇다고 이들의 정령계 보충강의가 수월함을 의미하지는 않았으니…

     

    “다 넘어왔군요. 지금부터 교장님이 여러분을 고블린월드가 아닌 이 황량한 차원계에서 보충강의를 하겠다고 시킨 이유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정령계 특강 총괄책임자는 마하바라타 지도교수.

    교장의 오른팔이자 충직한 가디언이었다.

     

    “이 행성은 지난 재단공방전에서 폐허가 된 정령계로 현재는 속성력이 깡그리 증발하고 주인을 잃은 황량한 볼모지입니다. 즉, 누가 재빨리 실 점거를 하고 개척하느냐에 따라서 얼마든지 주인이 바뀔 수 있는 땅이라는 뜻입니다.”

     

    주인 잃은 땅!

    공짜 노다지!

    학생들의 눈이 뒤집혔다.

    기프트 아일랜드에서 어디 강의재료가 자라나는 숲 하나만 해도 서로 가지겠다고 세력다툼이 그렇게 극심한 데다 아카데미 밖에선 나라들이 땅따먹기 전쟁을 벌이는 경우도 몇십 년에 한 번씩 일어난다.

    그런데 여기는 아예 행성 단위로 노다지 땅이 널려있으니 군침이 안 돌 수가 없었다.

     

    “도시를 잔뜩 세울 수 있는 행성!”

     

    프릴 시가 폭망해버리며 재정난에 처했던 티토소가 입장에서도 욕심이 안 날 수가 없었다.

     

    “여러분이 강의를 들으면서 사용하는 마나가 곧 이 행성의 기본마나로 정착될 겁니다. 추후 영역전개와 세계영역 전개를 습득하려는 학생들에게는 이런 소차원의 마나를 모조리 지배하는 것처럼 도움이 되는 기회는 쉽게 찾아볼 수 없죠.”

    “이게 얼마나 대단한 기연인데요?”

     

    기연인 건 알겠지만 그 가치를 가늠하지 못하는 저학년 학생의 순진무구한 질문에 마하바라타 교수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대답했다.

     

    “정령왕들도 탐낼 기연이지요.”

    “와!”

    “그러니 여러분이 강의를 듣는 동안 타 차원계에서 침공이 있을 예정입니다. 정확히는 드래곤 교장님의 용의 마나가 깃든 제가 건 보호장막의 농도가 옅어질수록 침공의 빈도와 세기가 강해지겠죠.”

     

    입을 벌리며 감탄하던 학생이 그 자세 그대로 굳었다.

    조금도 좋아할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경악의 자세였다.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보충강의 진도를 빠르게 따라가고 교수님들에게 강의를 제대로 들었다고 판정받으면 중간계로 돌아갈 수 있으니까요.”

     

    보충강의는 대충 설렁설렁 강의일수나 채우러 나오는 자리가 아니었다.

    한시라도 빠르게 시간을 단축해서 강의를 모두 다 듣지 못하면 갈수록 강해지는 정령종 침공 디펜스에 시달리는 기간제 특별던전이었던 것이다!

     

    “물론 실력에 자신이 있다면 오래 버텨보려고 애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마나를 많이 사용해서 자신의 마나퍼즐이 세계를 이루는 비율이 높을수록 영역전개나 세계영역을 습득할 가능성이 더 높아질 테니까요.”

     

    차라리 그냥 악의 100%로 너흴 괴롭히려고 거지 같은 행성에 던져놨다. 좆되봐라! 라고 하면 아무 생각 없이 열공하고 탈출에 전념할 수 있었을 터.

    그걸 또 먼저 나가면 성장 기회를 놓치게 될 텐데 괜찮겠냐고 유혹하는 말로 발목을 붙잡는다.

    마하바라타 지도교수도 학생들 앞에서 착한 척하며 상식인스러운 언행을 보여도 본질은 교수.

    성장을 미끼로 학생들을 고문하는 솜씨는 여느 교수들을 뛰어넘는 희망고문의 달인이었다.

    하기야 이 정도의 인성을 지니지 않고서야 아무리 드래곤 교장의 지도교수라도 쟁쟁한 교수들 사이에서 인정받는 학년부장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힝잉잉. 우리 어떡해야 해? 빨리 듣고 나가? 보충 미루고 계속 버텨? 어떡해야 해?”

    “일단 버틸 대로 버티다가 언제라도 나갈 수 있게 보충 강의 하나만 남겨놓고 간 보자.”

     

    도로시와 티토소가는 나름의 야심찬 포부와 함께 줄타기 작전을 세웠다.

     

    “자, 오늘의 보충강의를 제대로 수강했는지 확인하기 위한 쪽지시험을 치르겠다. 쪽지시험 점수미달자는 수강증을 얻지 못하니 참고하도록.”

    “…”

     

    쪽지시험부터 컷 당한 학생들은 강의를 다 듣고 며칠을 버틸지를 고민할 게 아니라, 정령들의 침공이 개빡세지기 전에 강의를 다 들을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크노디랑 즈앙이 너무 부러워… 이런 힘든 일은 모두가 같이 겪어야 했는데…!”

     

    도로시는 티토소가가 2년생이 되더니 오크노디한테 몹쓸 성격이 물들지 않았나 생각했다.

     

     

    * * *

     

     

    고블린월드가 제국교관 뉴비와 고블린수강생 뉴비를 받는 사이, 보충강의를 들으러 간 학생들은 지난 재단공방전에서 폐허가 된 차원계의 테라포밍 겸 차원침공 디펜스 훈련에 치여 지냈다.

    물론 모두가 바쁜 일상을 보내는 사이에 고블린월드와 폐허가 된 차원계를 만든 주범인 오크노디라고 마냥 놀고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앨리스 선배. 오늘은 응애 안 돌봐도 돼요!”

    “왜?”

    “오늘은 선배 몸 만들러 갈 거예요!”

    “…!”

     

    암흑적성평가모자에서 존버하던 앨리스 선배가 마침내 육신을 가질 날이 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부활하는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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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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