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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04

        

       중국인들은 사람의 힘을 잘 알고 있었다.

       너무나 많은 사람이 있기에 그들의 가치가 땅에 떨어져 있음을 알았고, 너무나 많기에 그들 개개인으로는 인정받기 힘들다는 것도 알고 있으며, 또한 그렇기에 여럿이 뭉쳐서 하나의 세력을 이루게 된다면 그 힘은 무궁무진해짐 또한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공산당 역시 인민을 그토록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이 아니던가.

         

       옛적 중국의 역사에서 그러하듯, 난세가 되자마자 천명을 거머쥐겠다고 튀어나오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서, 하나의 목적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도광양회(韬光养晦)하며 ‘적절한 때’가 오기만을 노리는 것을 막기 위하여 말이다.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 뽑히지 아니하고, 깊이 박힌 못은 땅이 울려도 쉽게 빠지지 않는 법. 중국의 위정자들은 아무리 강한 나라라고 할지라도 약해지는 때가 있음을 알고 있었고, 아무리 철저하게 한다고 할지라도 흔들리게 되는 때가 있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위기가 찾아온다고 해서 그것을 기회라고 들고 일어서면서 이리저리 어지럽히고 권좌를 차지하기 위해 나라의 힘을 소진한다면 나라가 발전을 할 수나 있겠는가?

       옛적 군벌들이 난립하던 시절에 그러하였듯이 힘을 스스로 깎아 먹으면서 소진하고, 허울뿐인 권좌에 앉은 뒤 외부 세력의 침입을 받아 비참한 꼴을 겪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한 꼴은 청나라 말기에 겪었던 굴욕만으로도 충분하다.

         

       세상의 중심이라 자부하고, 문명의 상징임을 자신하였던가.

       힘을 가진 무뢰배들이 밀고 들어와 그들에게 끊임없는 굴욕을 주고, 남김없이 뜯어먹은 뒤 그들을 비참한 꼴로 영락시켰던가.

         

       그러한 일은 이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그 어떠한 위기에도 힘을 하나로 모아서 과거의 영광을 다시 쟁취하고 그들에게 은원을 물어야만 한다.

         

       복수라는 것은 중화에게 있어서 미덕.

       친구를 죽인 이와도 같은 하늘 아래에서 살 수가 없음을 외치는 것이 그들이거늘, 어찌 나라의 원수를 두고 편히 발을 뻗고 잘 수 있겠는가?

         

       하나로.

       모든 의지를 하나로.

       마치 한 사람이 된 것처럼.

       사분오열될 때는 약하지만, 하나로 뭉친다면 중화는 그 누구보다 강할지니.

       그러하니 모든 인민은 당의 통제하에 있어야만 했다.

         

       그들의 영광을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신경을 쓰는 신체가 있다면 안중에도 없는 부위란 얼마든지 있는 법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중요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겠냐마는, 그 중요성과 고통은 반드시 차이가 있다.

         

       사람의 머리와 발끝이 같은 가치라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이상한 일이지 않겠는가.

         

       그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인민들 역시 그러했다.

         

       대체할 수 없는 위치인 ‘머리’에 해당하는 이들은 당의 간부들이요.

       없게 된다면 생명에 지장이 가는 부위는 권력자, 호족, 부호일 것이요.

       팔과 다리에 해당하는 이들은 당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내고 개발하는 미래를 선도하는 인재일 것이다.

         

       그렇다면 손톱, 발톱, 머리카락, 각질 등의 위치는 누구일까?

       잘라도 아무런 고통이 느껴지지 않으며, 아무 신경 쓰지 않아도 멋대로 자라나게 되며, 필요 이상으로 자라나면 오히려 신경을 거스르게 만들고 불편하게 만들기에 주기적으로 ‘관리’를 해줘야만 하는 이들은 누구일까?

       줄어들어도 큰 피해가 없고, 약간의 고통을 감수한다면 아예 없애도 되는 이들은 과연 누구일까?

         

       “….”

         

       “….”

         

       “….”

         

       빈민.

         

       도농이원제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중국이 필연적으로 맞이할 수밖에 없는 부작용 때문에 생긴 빈민들. 농민공(農民工), 민공(民工), 혹은 건설자라고 불리는 피라미드의 아랫부분에 자리 잡은 이들.

         

       어마어마하게 벌어진 도시와 농촌 간의 임금 격차와 그리고 기술 발전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적은 숫자로도 노동력을 충족할 수 있게 되어버렸기에 수많은 이들이 도시로 몰려가 제 몸을 자산으로 삼아서 돈을 버는 것을 택했고, 터무니없이 싼 가격과 형편없는 대우를 받으면서도 그들은 감지덕지하면서 일을 했다.

         

       “….”

         

       “….”

         

       그들도 안다.

       자신들은 하층민이라는 것을.

       옛날 서양에 존재했던 농노만도 못한 것이 자신들임을 알고 있고, 청나라 시절 노비들끼리 결혼해서 낳은 세습 노비인 가생자(家生子)도 자신들보다 훨씬 좋은 처지였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옛적 청나라의 옹정제(雍正帝)가 노비들은 대대손손 영원토록 주인에게 복종해야 하고, 노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하였던가.

         

       당에서는 첩으로 들어가는 것 외에는 양민과 감히 결혼하는 것을 꿈도 꾸지 못하였던 그 시절을 혁명으로 타파하였다고 가르친다. 그러고는 신분제를 완전히 철폐하고, 모두가 평등한 인민이 되어 나라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좋은 시절을 만들었노라고 말한다. 옛적 요순시대(堯舜時代)보다도 더더욱 평등하고 풍족한 시대를 만들었노라고, 그렇게 말한다….

         

       …과연 그런가?

         

       분명 같은 인민이 분명하건만, 도시의 인민들은 그들보다 더욱 평등하였고, 권력을 가진 이들은 더더욱 평등하였다. 지하철만 타고 가더라도 많은 이들은 마치 오물이라도 본 것처럼, 노숙자라도 본 것처럼 슬슬 그들을 피했고, 조금만 냄새나거나 더러우면 대로를 걸어 다니지 못하게 막기도 한다.

       관광객들이 그들을 보고 중국에 나쁜 인상을 가질 수 있다나.

         

       결혼? 같은 농민공이 아니라면 감히 도시의 사람과 결혼하는 것을 꿈도 꾸지 못한다.

       마치 신분 낮은 이와 결혼하는 것을 피하는 것처럼, 집안 전체가 반대하고 나서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신분을 상승시키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고 한들 사다리는 죄다 치워져 있다.

       돈 많고 재능 있는 이들은 죄다 정치에 발을 디디고, 학자는 북경대에 입학하거나 외국에 유학을 다녀와야만 했는데- 그것 역시도 돈이 없다면 아예 시도조차 할 수 없다.

       그나마 능력자가 된다면 조금이라도 신분 상승을 할까 기대하지만, 그나마도 권력자들의 개노릇이나 하거나, 군대에 들어가서 부려 먹히는 것이 출세의 끝인 것이 대부분.

         

       정말 운이 좋고 재능이 뛰어나서 어떻게든 그 위를 뚫어낸다?

       그렇다고 한들 의미가 없다.

       깨끗하면 끼워주지 않는 구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저지르는 비리는 훌륭한 약점이 되고, 지원이니 후원이니 하는 이름으로 들어온 것들은 그들을 옭아매는 사슬이 되고 목줄이 된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운이 좋다고 한들 결국 그들의 개가 되는 것은 똑같다.

         

       미색이 뛰어나 연예계에라도 뛰어들라치면, 어지간히 집안이 좋거나 뒷배가 좋지 않은 이상에야 권력자의 첩이 되는 것을 각오해야만 한다. 그나마도 한 권력자의 마음에 들면 다행이지, 그렇지 않다면 ‘공유지의 비극’처럼, 그 누구의 것도 아니기에 모두의 것이 되어버리기도 하는 끔찍한 일이 일어난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말이다.

         

       역사를 살펴볼 때, 권력자가 전 세계적으로 미동(美童)이나 잘생긴 청년과 행하는 남색(男色)에 빠지는 경우는 적지 않았다. 심지어 일본의 경우에는 사생아 걱정이 없다며 적극 권장하기도 하였고, 고대 로마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중국의 권력자 역시 이에서 예외일 수는 없었다.

       당장 황제가 존재했을 시절에도 그러했고, 동성애를 철저하게 탄압하는 현재에도 그러했다.

         

       권력을 가진 이에게 법은 필요치도, 필요하지도 아니한 법.

       초법적인 권력은 모든 제약을 무시하고, 그 어떠한 것에도 묶이지 않게 할 수 있는 법이니.

       권력자들은 구태(舊態)를 답습한다는 공격을 피하고자 옛 전통을 가져오는 대신에, 그렇기에 그나마 선진국이라는 포장이 있기에 이해할 수 있는 서양이나 일본의 사례를 가져와서 핑계로 사용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문란한 성생활을 행했다.

         

         

       아…. 힘이 없는 자에게 보물은 재앙이나 다름이 없다고 하였던가.

         

       그래.

       빈민들의 삶이 그러했다.

         

       미색을 가지면 재앙으로 찾아오고, 재능을 지녀도 썩히게 되며, 운이 좋다고 한들 견고한 벽은 그들이 위로 올라가는 것을 쉬이 허락지 않으며, 권력자의 개가 될지언정 권력의 주체가 될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태생부터 정해져 있었다.

         

       그들은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다.

       그저 태생부터 그렇게 정해졌기 때문에 그리된 것이다.

       차라리 종교라도 있어서 설명이라도 가능하다면 모르련만.

       인도처럼 전생에 잘못을 저질렀다고 말하기라도 하면, 불교처럼 그저 업보가 있어서 그렇다고 한다면, 기독교처럼 신께서 무언가를 안배하셨기에 이러한 고난이 있는 것이라고 말하기라도 한다면.

       그러하다면 마음이라도 편해지련만.

         

       공산당은 인민의 아편이라는 종교를 철저하게 탄압하고 배격하였고, 그 공백에 당에 대한 충성심을 넣지 않았던가. 그렇기에 종교라는 최소의 이해와 위로조차 없다면, 그렇다면 이들은 그 울분을 도대체 어디에다가 토해내야 하는가?

         

       하늘은 사람을 굽어살피사 상제여 중화를 밝히소서.

       하늘은 사람을 굽어살피사 상제여 중화를 밝히소서.

       하늘은 사람을 굽어살피사 상제여 중화를 밝히소서.

         

       “….”

         

       “….”

         

       “….”

         

       하늘에 빌어도 상제에 빌어도 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목이 찢어져라 하늘에 원망을 토해내고, 제단을 만들어 상제에게 기원을 바쳐도 그러하다.

         

       그들이 돕는 것은 사람이었으니까.

       백성은 사람이 아닌 가축이었으니까.

         

       그렇기에 그들은 하늘이 아닌 다른 것을 찾는다.

       사람이 아니기에 자기 말을 무시하는 하늘도, 상제도 아닌.

       자신들의 말을 들어줄 이를 찾는다….

         

       푸욱.

       푸욱.

       푸욱.

         

       한 번 팔을 움직일 때마다 흙더미가 높아지고, 구멍이 깊어진다.

       그다지 품질이 좋지 않은 삽이고, 영양이 부족해서 그 힘은 대단치는 않지만, 그런데도 수많은 노동으로 얻은 경험은 능숙하게 삽질하도록 돕는다.

         

       푸욱.

       푸욱.

         

       빈민이 한 사람.

       빈민 한 사람이 한 삽.

       빈민이 두 사람.

       빈민 두 사람이 두 삽.

         

       “….”

         

       “….”

         

       서로 침묵한 채 땀방울을 흘리며.

         

       세 사람, 네 사람.

         

       수많은 빈민이 지하의 바닥을 까서 땅을 파고, 또 판다.

       의심받지 않도록 교대도 하고, 땅을 파서 나온 흙은 옷 속에 슬쩍 넣거나 입 안에 욱여넣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밖으로 옮긴다.

         

       아, 독목불성림(獨木不成林)이라 하였던가!

       한 그루 나무로는 숲을 이루지 못하나 여럿이 모이면 숲을 이룰 수 있는 법.

         

       하나로는 미약하기 그지없어 땔감이나 될까 말까 한 이들이라 할지라도, 모이면 수풀이 우거지고 그늘이 생기게 되는 것이 이치일 것이다.

         

       지금 이곳에는 숲이 드리워지려 하고 있다.

       숲이 만들어낸 깊은 그늘이 만들어지려 하고 있다.

         

       그리고 그 그늘 속에서는 무언가가 있고.

       이들은 그 무언가에 원망을 토로하려 한다.

         

       『 제단을 쌓으라. 』

       『 복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노라. 』

         

       그들은 요괴 같은 존재가 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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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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