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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05

    <805 – 뉴비 받아라(4)>

     

    호문쿨루스Homunculus.

    작은 인간이라는 뜻을 지닌 이 개념은 인체실험과 인공배양, 복제기술이라는 신성모독적인 기술을 연구하는 연금술의 금기이다.

    당연히 해당 기술의 규제강도는 제국이 지정한 어떠한 금기보다도 강도가 높다.

    호문쿨루스 배양기술은 누군가 연구를 했다는 정황이 파악됨과 동시에 거악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즉시 현지의 모험가길드, 지역의 무장단체, 국가의 토벌군이 출동한다.

     

    설령 운 좋게 해외로 도피해도 고난은 끝나지 않는다.

    이 기술은 제국뿐만 아니라 기프트 아카데미에서도 금기로 지정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제국이 토벌에 실패하면 기프트 아카데미의 <학생회>를 중심으로 세계 각지에 존재하는 <휴학생>들이 가문와 조직의 병력을 이끌고 추적에 나선다.

    심지어 단독으로 하나의 가문이나 조직의 병력에 버금가는 <졸업생>들의 습격도 있다.

    죽고 싶지 않고서야 호문쿨루스 연구는 감히 꿈도 꾸지 말라는 이유가 이로부터 비롯되었다.

     

    “인공장기 배양해서 몸 아프고 가난한 사람도 몸을 고칠 수 있으면 좋은 거 아닙니까! 당신들 교단의 인간들이 치료에 드는 신성력의 소모 값보다 선행으로 벌어들이는 신성력이 더 적다는 이유로 유명인사나 부자, 고위층만 돌보니까 기술이 필요한 거잖아!”

     

    한때 민중의 지지를 얻으며 이런 정당한 불만을 드러낸 마법사들이 없었던 건 아니다.

    기술개발이란 대체로 의로운 목적을 위해 실현되고는 하니까.

    그러나 인간의 악의는 설령 선의로 개발된 기술일지라도 예외 없이 그 추악한 손을 뻗는다.

     

    “카이조스키 소장. 당신의 기술은 본국의 부족한 군사력을 보충하기에 최적화된 기술이오. 이런 귀한 기술을 의료용으로 쓰겠다니, 어찌 그리 생각이 짧단 말인가.”

    “닥쳐라! 우리 기술은 너희 더러운 군사국가의 침략전쟁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하하하. 박사. 세상 물정에 이리도 어두워서야 쓰겠소? 설마 우리 밀레니엄 왕국이 정말 의료개혁과 신권약화를 위해 막대한 후원을 했다고 생각하나? 처음부터 박사에게 선택권은 없었소. 거부하더라도 모든 기술은 이제 우리에게 들어왔지.”

     

    인공배양기술을 연구하던 생명공학의 대가이자 생산계통 마법사 카이조스키는 밀레니엄 왕국이 파견한 스파이들을 조교로 삼는 우를 범했다.

     

    “너, 너희들… 설마 전부…?”

    “미안해요, 박사.”

    “당신의 기술은 우리 왕국의 부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애국을 위해 희생하십시오.”

    “제국의 무덤 위에 당신에게 바칠 헌화를 증정하겠습니다. 오늘의 습격은 제국의 특수부대에 의한 습격이 될 것이며, 당신은 순교자로 기억될 겁니다.”

     

    카이조스키는 기술을 빼앗겼고, 밀레니엄 왕국은 인공배양기술을 통해 막대한 군사력을 손에 얻으며 서부사국을 재패, 제국으로 그 악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도 있었다.

    때마침 나타난 드래곤교장이 시설을 개박살 내고 카이조스키를 집어들기 전까지는 말이다.

     

    [흥미롭군. 인간 따위가 생명창조의 영역에 발을 들이다니. 그것도 순수한 마법이 아닌 과학의 영역에서 실현해낸 기술이라.]

    [정했다. 네 기술, 원 없이 연구할 수 있게 해주마. 대신 그 기술을 민간에 풀고 싶다면 내 제안을 따라야만 할 거다.]

     

    “드래곤이시여… 저는 조국에 버림받은 무능한 마법사일 뿐입니다. 제가 당신에게 무엇을 해드릴 수 있단 말입니까.”

     

    [소인을 만들어라. 마법내성이 높고, 신체성능도 뛰어나며, 온갖 실험에 써먹어도 상관없을 실험용 <호문쿨루스>를.]

     

    “!!!”

     

    [인간이 아닌 호문쿨루스다. 장수종도 아닌 단명종이지. 비인간을 실험의 제물로 아카데미에 공급하는 대가로 너는 인간을 구할 기술을 연구하고 널리 이롭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이지.]

    [대신, 너는 기프트 아카데미를 떠날 수 없다. 기프트 아카데미에서 제작된 호문쿨루스도 마찬가지다. 나는 내 것을 쉽게 내어주지 않아. 드래곤은 탐욕스러우니까.]

    [자아, 어떠냐. 내 제안이 구미가 당기느냐? 싫다면 이대로 풀어주마. 네 말로야 어쩔지 뻔히 보이지만.]

     

    카이조스키는 피가 흐르는 머리를 치켜들며 드래곤 앞에서도 자신의 독기를 감추지 않았다.

     

    “한 가지. 딱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말하라.]

     

    “밀레니엄 왕국을 멸망시켜 주십시오. 전쟁으로 영광을 되찾으려는 옛 왕국의 만행이 이 이상 저를 비롯한 선인들을 핍박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별거 아니군. 들어주지.]

     

    드래곤교장 오모시로이는 호문쿨루스 기술의 가치가 옛 영광을 잊지 못한 밀레니엄 왕국 전체의 가치보다 크다고 확신했다.

    그 결과, 서부사국은 하루아침에 서부삼국으로 전락하였다.

    카이조스키가 그 일을 가장 후회할지, 기프트 아카데미에서 탄생하고 죽어나갈 무수한 호문쿨루스의 존재를 가장 후회할지는 본인이 아니고서야 결코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 * *

     

     

    “호문쿨루스 탄생의 비화에는 그런 옛날 일이 있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이야기가 아닙니까?”

    “와 교장님 정말 못됐다! 근데 시종장님은 집에 돌아가신 거 아니었어요?”

    “흘흘흘. 가출이야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이 어렵겠습니까?”

     

    시종장 부모님 소환술 잘못 시전했다가 배드엔딩으로 직행할 뻔한 강대한 외신이 소환된 이후, 시종장은 외신이 펼친 <접기>에 고이 접혀서 한 차례 집으로 돌아가셨다.

    다시는 볼 일 없을 줄 알았던 시종장 오카시이네는 어느새 다시 중간계에 돌아오더니 이렇게 내 옆을 알짱거리며 오늘도 이상한 이야기를 해댔다.

    저런 정보는 진짜 어떻게 안 걸까?

    그 현장에 본인이 있던 것도 아니고서야.

    플레이어인 나도 모르는 이야기라서 되게 신기하네!

     

    “그런 불길한 기술로 제 몸을 만들어 주는 건가요?”

    “걱정 안 해도 돼요. 선배는 인간사이즈로 크게 만들어드릴 테니까요! 단명 이슈도 해결할 수 있음!”

    “아니, 스펙이나 성능을 염려하는 게 아니라… 너무 위험하잖아요. 제국공적에 아카데미의 적이 된다고요. 저뿐만 아니라 오크노디까지!”

     

    선배도 참.

    아직도 그런 걸 걱정하고 다니는 거야?

     

    “제국은 매스각키가 여제 됐고 제국파 교수는 다 끌려나가서 빈집인데요?”

    “어?”

    “교장님은 지금 분교캠퍼스 보느라 신나서 정신없고 교내에 교수 교관진도 보충강의 때문에 재단공방전 때보다도 훨씬 더 적은 상태고요!”

    “아니, 만들려고 작정을 하면 어떡해요? 만들고 난 다음이 문제잖아요!”

    “그거라면 안심해도 돼요. 이벤트가 있거든요!”

     

    신규이벤트는 티토소가만 만들 줄 아는 게 아니다.

    나도 공략을 위해 전에 없던 새로운 이벤트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호문쿨루스는 파고들 여지가 많은 이벤트다.

    교장님은 원칙상 호문쿨루스를 실험구역 안에서만 살 수 있도록 엄격히 관리하고 있긴 하다.

    근데 호문쿨루스를 호문쿨루스라고 정의하는 건 무엇이 기준인가?

    작은 키?

    짧은 수명?

    인공배양기술로 만들어진 생명?

    주입되지 않은 인간의 영혼?

    분류조건이야 많겠지만 호문쿨루스가 실험구역 밖으로 나가는 방법은 간단하다.

    실험용인간을 정식인간으로 인정받기만 하면 된다.

     

    “선배는 그 선봉장이 될 거예요!”

    “싫어요. 완전 부담스럽거든요. 드래곤교장님한테 일순위로 처형당할까 무섭거든요!”

    “히히. 싫어도 늦었지롱.”

     

    실험구역의 문에 손가락을 콕 찔러서 며칠전에 미리 딴 지문으로 지문인식을 통과, 마나로 모방한 홍채인식을 통과, 혈조술로 체내에 꽁꽁 감춰둔 교관의 혈액을 채혈바늘에 투여해서 채혈검사 통과, 정해진 패턴대로 움직이는 마나퍼즐인식도 통과.

    지문, 홍채, 채혈, 마나퍼즐에 이어 <훔치기>로 슬쩍한 열쇠를 써서 잠금장치도 해제.

    5중 입장제한조건을 모두 통과하자 호문쿨루스 전용관리구역 문이 개방되었다.

     

    “시종장 할아버지, 감지장치 작동시키면 곤란하니까 조심히 따라오세요!”

    “흘흘흘. 제 은밀함은 신조차도 속일 수 있답니다. 발목을 잡는 일은 없을 겁니다.”

     

    호문쿨루스 교육구역, 생활구역, 연구구역을 지나서 생산 구역에 도달했다.

    워낙에 중요한 시설이라 많은 인력이 아카데미에서 빠져나간 지금도 시설 내부를 돌아다니는 연구원들이 있었지만 경지에 달한 내 <숨기>와 <잠행>을 간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모자선배에게 펼치는 <숨기기>도 무사히 먹힌 덕분에 모든 경계를 가뿐히 피하고 감시마도구도 일시적으로 더미데이터를 송출하도록 만들었다.

     

    ━━━

    호문쿨루스 생산 구역

    제 1 배양시설

    관계자 외 출입 금지

    ━━━

     

    배양시설에는 버튼만 누르면 호문쿨루스를 마구 찍어낼 수 있는 자동 생산 장치가 있다.

    마나가 고갈된 마석만 제때 교체하면 마법적 공정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편리한 장치다.

    하지만 이런 ‘자동화 양산형 호문쿨루스’는 단명종 호문쿨루스다.

    만들어도 머지 않아 죽는다.

    선배를 그런 비효율적인 몸에 집어넣을 수는 없지!

    더욱이 지금의 내게는 아발론의 탄생을 목도하며 쌓인 인체개조의 새로운 지평성, 고대 삼대거악의 생명공학기술이 존재하지 않는가.

     

    “젤 비싼 재료로 만들어드릴게요!”

    “신경 써줘서 고맙기는 한데 무섭기도 하네요… 그런 귀중한 재료들이 제 제작을 위해 쓰였다는 사실이 들키면 대체 무슨 꼴을 당할지…”

    “만든 게 아까우니까 선배를 덜컥 죽이지는 않을 거라고 봐요!”

    “휴우.”

    “일평생 실험용으로 쓰려고는 하겠지만 설득만 잘하면 되니까 괜찮을 거예요!”

    “역시 그만둘래요.”

     

    달아나려는 암흑적성평가모자를 냅다 낚아채서 의식전이장치 안에 집어넣었다.

     

    “자네들은 누구인가…”

    “어?”

     

    그때, 생각지도 못한 목소리가 들렸다.

    사람은 아니다.

    줄곧 경계하며 침입했으니까.

    우리에게 말을 건 것은 사람이 아닌 물질.

    방금 내 손으로 건드린 <의식전이장치> 그 자체였다.

     

    “흘흘흘. 가엾은 과학자의 말로로군요.”

     

    오모시로이 시종장 할아버지의 한마디를 통해 나와 선배는 동시에 알아차렸다.

    의식전이장치는 암흑적성평가모자에 갇힌 선배와 ‘같은 상태’라는 것을.

    모자 안에 앨리스 선배의 의식이 들어있듯이 의식전이장치 안에는 호문쿨루스 배양기술의 창조자 카이조스키 소장의 영혼이 들어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공포의 아카데미

    후원 감사합니다. 더위를 이겨낼 아이스크림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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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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