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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07

    <807 – 뉴비 받아라(6)>

     

    카이조스키는 인간이기를 포기한 것처럼 잔혹한 인성을 드러낸 조교들을 호문쿨루스로 만들었다.

    그의 끔찍한 행보는 조교들의 뒤에서 비인간적인 실험을 재촉하던 담당교수마저도 경악시켰다.

    교수 이상의 인성.

    자신의 인생조차도 모조리 희생하는 광기.

    소장의 광기어린 의식전이장치로의 영혼이식은 호문쿨루스 연구를 물려받는 교수들에게도 엄청난 경각심과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

    [호문쿨루스의 신체강화마법 유지 시간과 하중 견디기에 관한 실험적 연구]

    *저자 : 티테오밀리오 준교수

    *국문 초록 :

    신체 강화 연구는 여럿 진행되었지만, 어느 정도의 무게를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는 인권 문제 및 안전상의 문제로 제대로 된 측정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본 실험에서는 호문쿨루스를 통해 연구자료를 측정, 수집하고자 합니다.

    *목차

    서론

    1-1. 연구의 배경과 목적

    1-2. 연구의 범위와 방법

    2. 신체강화마법

    2-1. 7종 신체강화마법의 술식별 분류

    2-2. 각 술식의 개변에 따른 하중변화 및 유지시간 변화

    ━━━

     

    “카이조스키 소장님… 괜찮다면 이 논문에 기재할 실험데이터의 취득에 대한 허락을 구하는 것을 묻는 것에 대한 승인을 요구하는 것에 대한 의문이 있는 것을 발설해도 될지에 대한 질문이 있음을 보고하는 것이 적절한지 검토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교수도 아닌 준교수.

    그것도 교수에게 밉보인 작자가 조심스럽게 연구 취지와 요구하는 자료를 제시하면서 중첩 의문문을 사용할 정도로 말이다.

    어떻게든 공손하게 보이고 싶어서 말을 빙빙 돌리는 준교수와 달리, 카이조스키 소장의 관심사는 언제나 한결같았다.

     

    “자네, 이 실험에서 호문쿨루스가 받을 고통과 안전대비책에 대해서는 어째서 기재하지 않았나…?”

    “네? 호문쿨루스는 죽어도 다시 찍어내면 그만 아닙니까.”

    “그렇군. 잘 알았네… 실험은 수락하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자네 이름이 뭔가…”

    “홉킨입니다!”

    “교수에게 따로 전하러 돌아갈 필요는 없네… 새 실험의 모델은 홉킨 시리즈가 될 테니까…”

     

    뭔가 돌아가는 낌새가 수상함을 눈치챈 홉킨이 급히 뒤돌아 연구실 문고리를 쥐었다.

     

    덜컥덜컥

     

    문은 열리지 않았다.

    세월이 지나고 여러 마도데이터에 접근하면서 다양한 마도지식을 취득, 그간의 공훈을 토대로 제공받은 포인트로 추가설비를 증원한 결과였다.

    의식전이장치에 누운 조교에게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카이조스키 소장도 이제는 실험대에 눕지 않고 실험실에 발을 들인 것만으로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이곳.

    이 자리에 찾아온 시점에서 이미 방문자는 카이조스키 소장의 실험대에 오른 것이나 다름없이 변한 것이었다.

     

    “안돼. 이러지 말아요. 저, 전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 소장님!”

    “착하지 않아도 되네.. 안전수칙은 피로 쓰이기 마련이지… 자네의 피가 호문쿨루스 연구의 혈칙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네…”

    “으아아아아!!”

     

    하루가 지난 뒤.

    호문쿨루스 연구시설의 제작모델에는 홉킨이라는 새로운 이름이 추가되었다.

    피 묻은 옷가지와 안경이 담긴 박스를 반송받은 교수가 부디 연구실에 한번 들러달라는 카이조스키 소장의 메시지를 받고 그날부로 교수직을 사임한 것은 아는 사람만 아는 무서운 이야기였다.

    그리고 지금.

    그 무서운 이야기가 다시금 시동을 걸려고 했다.

     

    “저 이런 것도 할 수 있음!”

     

    비좁은 악기에 갇힌 채로 고통과 절규를 내지르며 악기를 연주하는 영혼들.

    이동형 소형 지옥로를 거느린 것이나 다름없는, 인간보다는 사악한 정령에 가까운 아이가 선보인 영혼조종술이 카이조스키 소장의 오랜 증오와 분노에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다네…”

    “넹!”

    “만일 자네가 호문쿨루스를 연구한다면… 어떤 주제를 어떤 식으로 연구할 텐가…?”

     

    이것은 카이조스키 소장이 거치는 일종의 필수절차에 가까웠다.

    호문쿨루스 연구실험에 비인간적인 잔혹함을 드러낸 자만을 그 잔혹함에 어울리는 실험의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그만의 규칙이다.

    상대는 인간의 영혼을 무려 장난감 삼아 연주하며 가지고 노는 아이다.

    검증절차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대체 얼마나 잔혹한 대답을 할까.

    카이조스키 소장의 머릿속의 오크노디는 이미 악마 그 자체였다.

     

    -글쎄요? 호문쿨루스가 들려주는 악기 연주도 궁금한데 소형 피아노를 만들어서 건반마다 하나씩 영혼을 집어넣고 연주를 시켜볼까요?

    -제 생각엔 사용이 끝난 호문쿨루스를 폐기처분할 때, 시체폭발로 알뜰살뜰 극딜을 박고 영혼은 악령소환으로 돌격시켜서 마딜도 넣으면 좋을 것 같아요!

    -흑연도 악력으로 쥐어짜면 다이아몬드가 되는데 호문쿨루스를 악력으로 쥐어짜면 암흑마석이 되지 않을까요?

     

    뭐가 됐건 인간이기를 포기한 비인간적인 대답이 돌아올 것을 각오한 카이조스키 소장!

    그러나 오크노디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그의 모든 상정범위를 아득히 넘어선 것이었다.

     

    “호문쿨루스에게 인권을 주면 교장선생님이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실험은 어때요?”

    “인…권?”

    “사실 사람이 잘 먹고 잘 자고 행복하게 지내야 마나도 긍정적으로 생성되는데 제가 아는 호문쿨루스의 취급은 너무 악독해요! 어느 정도의 인권까지를 교장님이 받아들일지 실험할 필요는 있다고 봐요.”

     

    왜 착한 건데.

    아니, 그런 건가.

    일단은 방심을 시켰다가 나중에 가혹한 학대를 벌이면서 그 낙차감으로 사람의 마음을 찢고 더 깊은 절망을 새기는 잔혹한 술수인가?

     

    “호문쿨루스의 처우를 개선하면… 그 뒤에는 어떤 후속 실험을 진행하고 싶은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가치를 보장받은 다음에는 권리를 지키기 위한 힘이 필요하겠죠! 저라면 기프트 아카데미 유아반을 설립해서 천재가 아닌 둔재나 일반인 수준의 호문쿨루스도 쑥쑥 성장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제시하면 어떤 학부로 호문쿨루스가 많이 몰릴지를 실험하겠어요!”

    “대체… 그걸로 무엇을 알 수 있단 말인가? 호문쿨루스의 처우가 나아진다고… 자네에게 무슨 이득이 생기는 거지…?”

     

    이해할 수 없었다.

    실험이란 본디 존재하지 않는 것, 실행하지 못한 것을 행동에 옮겨야만 의미를 갖는다.

    연구의 특별함을 세간에서 인정받고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며 개인의 영달을, 부귀영화를, 보다 윤택하고 존경받는 여생을 누릴 수 있다.

    호문쿨루스의 처우개선?

    그딴 걸로는 어림도 없다.

    호문쿨루스의 처지가 나아진다고 공격마법의 실효성을 측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최적화 마도술식의 개선을 통해 마탑의 성과금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어느 모험단에서 던전공략을 위해 제시한 의뢰의 해답을 호문쿨루스의 목숨을 갈아서 찾아내고 던전공략의 전리품의 일부를 배분받는 것도 아니다.

     

    오크노디의 대답을 행동으로 옮긴다면?

    그저 호문쿨루스들이 행복해질 뿐.

    그녀 개인은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이런 순해빠진 연구를 한다고 대체 자네에게 무슨 득이 되는가…!”

     

    그것은 오크노디를 향한 물음만이 아니었다.

    머나먼 과거.

    호문쿨루스 연구를 처음 실행했을 무렵의 카이조스키 소장, 본인을 향한 외침이기도 했다.

     

    -교장님, 호문쿨루스의 실험을 꼭 잔인한 방향으로만 추진해야 합니까? 저는 실험체의 권리도 존중하면서 윤리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싶습니다.

     

    교장은 코웃음을 쳤다.

     

    [자네, 잊고 있는 건 아니겠지? 나와의 계약을 위해 이미 수천만의 인간을 매장했다는 사실을.]

     

    -!!!

     

    [책임감을 느낀다면,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을 연구의 성과를 내게. 사람을 살리는 기술은 누구도 다치지 않는 안전한 실험으로는 낼 수 없어.]

     

    그는 무너졌다.

    자신이 벌인 짓의 죄책감을 떨쳐내지 못했으니까.

    교장의 말을 반박할 수 없었으니까.

     

    “자네가 호문쿨루스를 보다 가혹하게 다루는 연구를 한다면 막대한 포인트와 여러 조직의 지원, 신분상승과 특별한 친구들을 얻는 혜택을 누릴 수 있네… 그 모든 이득을 앞두고도 느리고 더딘 길을 고집하겠는가…?”

     

    오크노디는 다를까.

    자신과 같은 선함을 바라보면서도 마음이 꺾이지 않고 그 의지를 끝까지 관철해 나갈 수 있을까.

    카이조스키 소장의 시험에 오크노디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선한 길이 왜 느리고 더딘 길이라고 생각하세요?”

    “그 길이… 느리지도 더디지도 않다고…?”

    “호문쿨루스가 인권을 얻고 아카데미의 뉴비로 판정되면 당당히 한 사람분의 투표권을 행사하며 학생회장 투표에도 개입할 수 있잖아요.”

    “투표권?!”

    “전 세계의 아카데미 휴학생과 졸업생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에 호문쿨루스 파벌의 대표가 올라선다면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가는 지도가 아닌 아래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는 개혁이 시작될 수 있는걸요!”

     

    상상도 못한 대답이었다.

    호문쿨루스가 인간과 같은, 학생과 같은 한 표를 지닐 수 있다니.

    그로부터 얼마나 많은 일이 가능해지고, 또 당당하게 저지될 수 있는지.

     

    “교장님이야 재밌으면 그만이니까 막상 해보면 또 좋아하시지 않을까요?”

     

    교장을 설득할 방법은 존재했다.

    단지 카이조스키 소장은 그 방법을 알지 못했을 뿐.

     

    “할아버지 울어요? 저런. 기계 속에 너무 오래 있어서 영혼이 병드셨나 보다! 나아라, 나아라, 얍!”

     

    차가운 의식전이장치를 어루만지며 치유주문을 발동하는 오크노디의 행동에 카이조스키 소장은 애써 흐느끼며 참던 울음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가뭄에 콩 나듯 돌아오는 착한아이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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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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