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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09

    <809 – 뉴비 받아라(8)>

     

    교장은 당연히 어이가 없었다.

     

    [38만 3520개체면 지금 우리 전교생보다 더 많은 거 아니냐?]

    “현재 재학 중인 학생은 1학년 3025명, 2학년 3789명, 3학년 5025명, 4학년 885명이며 합산 인원수는 12724명입니다.”

    [재학생의 30배를 넘는 신입생이 늘어나면 학생회장 투표에 의미가 있냐?]

    “당연히 없습니다. 학생회장은 반드시 오크노디가 고르는 인원으로 당선됩니다.”

    [위험이 지나치군. 이 쥐방울은 외신의 화신체도 언제든지 소환할 수 있는 괴물딱지다. 그런 녀석에게 학생회장 자리를 덥석 안겨줘도 되겠냐?]

     

    마바하라타 지도교수는 진심으로 놀랐다.

    아카데미에 위험인물은 수도 없이 많다.

    교수. 범죄자. 잠재능력이 대단한 학생.

    그러나 그중 누구도 드래곤 교장 오모시로이가 ‘경각심’을 품은 경우는 없다.

    바로 지금.

    오크노디라는 최초의 사례를 제외하면 말이다.

     

    천년의 역사.

    용사도 마왕도 성녀도 군왕도 심지어는 황제마저도 배출한 기프트 아카데미.

    제국의 랭킹보드에 이름을 올린 수많은 강자를 배출한 아카데미에서 역대 모든 강자가 해내지 못한 일을 오크노디가 단독으로 해낸 셈이다.

     

    “그럼 호문쿨루스의 인권 조례 신청 및 기본교육권, 학생회장 투표권을 거부하시겠습니까?”

    [아니. 그건 또 자존심이 상하잖아.]

    “…귀찮은 성격은 여전하시군요.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으시면 어떡하시려는 겁니까?”

     

    점심에 메뉴를 고르라고 해놓고 말만 하면 다 싫다고 핀잔을 주는 친구처럼 아니꼽게 구는 교장에게 불만을 드러내는 마하바라타!

    충직한 가디언도 뿔이 나자 드래곤 교장은 자신이 너무 변덕스러웠음을 인정했다.

     

    [호문쿨루스의 수명부터 보고 이야기하지.]

     

    호문쿨루스 생활 구역은 호문쿨루스들의 커진 몸에 따라 늘어난 의복, 식량, 필수시설 수요를 충족시키고자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였다.

     

    “이렇게 좁은 공간을 잔뜩 늘려도 되는 겁니까?”

    “괜찮아요! 이 정도 확장률이면 마법진이 훼손되는 순간의 공간압축의 속도와 위력 때문에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무사히 즉사할 수 있어요!”

    “…이 녀석, 호문쿨루스 인권증진 운동가 맞아? 학대파 아니야?”

     

    오크노디를 불신어린 눈으로 쳐다보면서도 손은 부지런히 증축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마법학부와 생산학부 선배들.

    혹여나 공간확장 마법진이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겹겹이 보호를 걸고 경계를 펼치는 손길이 더욱 세심해졌다.

    자기가 맡은 시공 현장에서 사고가 나서 사망자가 천에서 만 단위로 났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통은 뭐라고?”

    “프로틴쉐이크 생성기요!”

    “…식수대는?”

    “프로틴쉐이크를 마시면 되지 않아요?”

    “조리시설 추가해!!”

    “에엥… 프로틴쉐이크만큼 효율 좋은 건 없는데…”

    “조리대랑 식품보관창고는 보너스로 지어줄 테니까 그냥 만들어!!”

     

    생산학부 선배들은 오크노디의 호문쿨루스 생활구역 증축공사 설계도를 보고 오지랖을 참지 못했다.

     

    “침대에 매트리스는 어디 가고 레일이 달려있어?”

    “잠자는 시간에 훈련도 같이 하면 좋잖아요? 의식을 나누는 마나연공법인 분공법을 배우면서 머리는 잠들어도 다리는 달리기를 계속하면서 기초체력과 하체 힘을 키울 수 있음!”

    “훈련시설 따로 지어줄 테니까!! 제발 침대에서 레일은 빼!!”

     

    먹을 것부터 잠자는 시간까지 사용자의 행복도와 편의는 고려하지 않는 가혹한 설비들!

    오크노디의 선배들은 재단이 재단공방전에서 왜 그리도 강력했는지, 재단이 어떻게 세계 각지에 장학생을 심어두고 그리도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지금이라면 알 것 같았다.

     

    “재단 녀석들은 문도 레어메탈로 만들어서 힘이 약한 녀석은 여가시설의 이용도 불가능하게 만든 거야…?”

    “사람 아니야…”

    “여가시설에 다중가스 살포기는 왜 만든 거야?”

    “내가 들었어. 노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 강도 높은 독가스가 분출되어서 독내성 훈련이 자연스럽게 되고, 놀이도 일정시간 이상 즐길 수 없대.”

    “비인간적이야…”

    “일상의 매 순간이 훈련이라니, 이러니 재단 녀석들이 그렇게 강했지…”

    “즈앙 그 아이가 퍼뜨리던 소문이 사실이었군… 오크노디와 재단은 어릴 때부터 프로암살자 훈련을 받아왔던 것이 오피셜이었던 거야…!!”

     

    위험시설 몇몇 곳의 설계도와 설계이유를 들은 선배들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오크노디의 위험도가 어지간한 교수의 위험도보다 높아졌다.

    솔직히 교수도 학생을 이렇게까지 굴리지는 못하겠다 싶은 부분이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

     

    “너희도 뭐라고 말해봐. 이건 너무 비인간적이잖아!”

    “괜찮습니다. 저희는 오크노디 님이 설계한 시설에 대단히 만족합니다.”

    “복도에 커다란 쇠구슬을 두고 지나가려는 사람은 쇠구슬을 굴리면서 지나가야 하는 강제일상훈련시설이 만족스럽다고?!”

    “100m 거리에서 시속 15km의 속도로 굴러오는 쇠구슬을 저지하기 위해 사지에 족쇄가 채워진 채로 염동마법을 사용하여 살아남으려면 어떤 술식으로 몇 번의 염동마법을 사용해야 하는지 목숨을 걸고 찾아내는 문제에 비하면 별것도 아닙니다.”

    “응? 그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시험 문제인데…?”

     

    생산학부 학생들은 무언가 찝찝함을 느꼈지만, 설마 자신들이 풀었던 문제를 호문쿨루스들은 실제로 몸으로 겪으며 갈리거나 살아남았다는 사실은 몰랐다.

    학대파 교수들의 실험코스에 갈려 나가던 단명종 호문쿨루스들이 장명종의 수명과 신체 업그레이드를 겪었으니 오크노디를 향한 감사의 마음은 엄청났다.

     

    “복도를 지나갈 때마다 쇠구슬을 굴리는 정도를 넘어서 사람이 복도에 발을 들일 때마다 쇠구슬이 굴러와서 덮치더라도 족쇄를 채워주지 않아서 고마운 상황 아니야?”

    “그렇긴 하지. 듣기로는 우릴 괴롭히던 제국파 교수들이 오크노디의 함정에 빠져서 이계에서 죽거나 아카데미 분교 캠퍼스에 갇혔대.”

    “젠장 또 오크노디 님이야 우린 또 찬양해야만 해!”

     

    남들이 어찌 보건 무한한 감사의 마음으로 똘똘 뭉친 호문쿨루스들!

    이에 생산학부 학생들은 정신세뇌까지 건 것은 아니냐며 더욱 오크노디를 두려워했다.

     

    [아니 이게 왜 재밌지?]

    “교장님, 설마… 끌리신 겁니까?”

     

    마하바라타 교수가 이건 좀 말려야 하지 않겠냐고 어이없어했지만, 입으로는 싫다고 해도 막상 남이 분탕 치는 모습을 보면 즐거움을 느끼는 오모시로이 교장은 이미 흥미 센서에 불이 들어왔다.

     

    [수명도 확실히 장명종이라고 부를 정도로 커졌다. 짧으면 수일에서 끽해야 5년 사이로 죽을 녀석들이 딱 봐도 몇십 년은 살겠군.]

     

    평범한 인간만큼 오래 살기는 힘들어 보여도 30년에서 50년 사이의 수명이 보장된 신체는 단명종의 운명을 충분히 벗어났다고 봐야 했다.

    특히나 오크노디가 공들여 만든 특수개체들은 인간보다도 수명이 긴 300년에서 500년 정도의 수명이 감지되었다.

     

    “호문쿨루스들을 학생으로 삼고 싶어진 겁니까?”

    [그게 좀 애매하단 말이지.]

     

    드래곤 교장은 참 고민이 들었다.

    호문쿨루스의 육성 방식은 마음에 드는데.

    오래 굴릴 수 있는 것도 마음에 드는데.

    그걸 아카데미 학생 수준으로 교육을 시킨다?

    그러기엔 재능도 보장되지 않고 인격도 천편일륜적으로 비슷한 녀석들 아닌가.

    막말로 호문쿨루스는 특정 인격 시리즈들을 대량으로 복사 붙여넣기 한 결과물에 지나지 않는다.

    이 작은 것은 어떻게 자랄까.

    이 멍청이는 어떤 잠재력이 있을까.

    하나하나 기대감을 품고 마구 굴리며 키우는 재미가 덜하다는 말이었다.

    차라리 녹색인간 고블린들 쪽이 더 흥미로울 정도!

     

    교장은 오크노디를 불렀다.

    그리고 단도직입적으로 요청했다.

     

    [그러니 네가 직접 어필해라. 이 틀에 박힌 지루한 인형들의 인권을 인정하고 학생으로서 교육받을 자격이 무엇인지.]

     

    호문쿨루스에게 그가 흥미를 느껴야 하는 이유를 찾아내라고.

    오크노디의 방식이 그만큼 교장의 흥미를 끌었기에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교장님! 기프트 아일랜드의 기프트가 무슨 뜻인지는 당연히 아시죠?”

     

    [재능의 기프트다.]

     

    기프트Gift.

    재능.

    특정 작업에 필요한 재주와 능력, 타고난 소질.

    선천적인 자질을 일컫는 말이다.

    교장은 재능의 원석만을 모아 보석으로 연마하기를 원했다.

    최소한의 합격선에도 들어오지 못하는 둔재는 드래곤의 넘쳐나는 재능을, 엄격한 기준을 따라올 수 없다.

    설령 재능이 있더라도 모두가 같은 재능을 지녔다면 교장은 흥미를 상실한다.

    세상 그 어떤 재능도 탄생과 동시에 초월종에 오르는, 반신의 지위에 가볍게 올라서는 드래곤의 재능을 능가할 수는 없기에.

     

    “그 재능, 직접 부여할 수도 있잖아요!”

    [뭐? 재능을 부여해?]

    “호문쿨루스마다 다른 학생의 기억과 경험을 무의식에 주입하면 그게 곧 재능이 되지 않겠어요?”

    [흐으음…]

     

    생각지도 못한 발상이었다.

    기억과 경험.

    무의식의 각인으로 인공적인 재능을 형성한다.

     

    [단순한 복제체, 열화품이 되지 않으리란 보장은?]

    “호문쿨루스는 바깥의 평범한 인간사회가 아니라 기프트 아카데미의 시설에서 생활하잖아요. 훈련시간도, 성장속도도, 추구하는 방향성도 자연스럽게 달라질 수밖에 없어요!”

    [흐으으으음…!]

     

    그렇다.

    같은 기억을 지녔어도 성장환경이 다르다면 그 이후의 인생은 다른 궤적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거기다가 기억과 경험에 점수를 매기고, 호문쿨루스 스펙 업그레이드나 다운그레이드에도 점수를 매기면 재능총점은 같아도 지닌 기억과 경험이 다르고 신체 수준도 차등이 생길 수 있어요!”

     

    캐릭터 만들듯이 호문쿨루스를 만들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조합의 신체와 재능을 지닌 존재를.

    그것도 원하는 만큼 마음껏.

     

    “랜덤세팅으로 뽑아지게 만들면 예측도 불가능!”

    [호문쿨루스 랜덤 뽑기는 못 참지.]

     

    호문쿨루스 랜덤뽑기는 너무 재밌어 교장님은 호문쿨루스의 인권 조례 신청 및 기본교육권, 학생회 투표권에 도장을 쾅쾅 찍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학생가챠에 빠져버린 교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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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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