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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1

       

       

       

       

       처음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배역을 정하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분명 김미소 역을 정하는 데에 있어서 당사자들끼리 의견이 갈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그게 좋을 것 같아. 그리고 개인적으로 문연우 역에 흥미가 생겼거든.”

         

         

       문연우 역에 흥미가 생겼다.

         

       설소영의 이 말을 듣고, 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단호하게 주인공 역을 이다혜에게 넘길 정도로 흥미가 생긴 부분은 도대체 어디일까?

         

       당연히 이 대본을 처음부터 끝까지 쓴 사람이 나였기에 웬만하면 어느 부분이 재미있고, 모든 캐릭터의 특징이나 대사 하나하나를 세세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문연우는 주인공 김미소의 옆에 항상 붙어 다니던, 그녀와 가장 친한 친구라는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

         

       슬픈 일이 있으면 서로를 위해 울어주고, 때로는 서로를 질투하고 서로 싸우기도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다시 서로를 마주 보며 해맑게 웃는 그런 관계.

         

       하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강태양과 김미소 역과 비교하면 비중이 적은 편이긴 하다.

         

       사실 조연으로 내려가도 딱히 문제가 없는 수준이지만, 이 연극에는 오직 문연우만이 무대 위에 서는 장면이 하나 있다.

         

       이것은 극의 마지막 장면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그녀의 말을 끝으로 극은 끝을 맺는다.

         

       그리고 그 한 장면 때문에 나는 문연우를 주연 인물의 반열에 들어가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마 설소영도 이 장면 때문에 문연우 역을 맡고 싶다고 말한 게 아닐까 싶은데…….

         

       다만,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니 괜히 쓴 미소가 지어졌다.

         

       왜냐하면 그 부분은 내가 가장 많이 고뇌하고, 수정한 부분이니까.

         

       대본의 결말 부를 어떻게 끝내지를 구상하는 것과 실제로 적는 것은 꽤나 큰 차이가 있다.

         

       최대한 자세하게, 동시에 대본을 읽은 이가 이해하기 쉽게.

         

       내가 머릿속으로 그린 그림을 대본을 읽은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비로소 좋은 대본이라고 할 수 있다.

         

       애초에 대본은 각본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연기자들을 위한 것이니까.

         

       때문에 나는 마지막 장면을 대본으로 적을 때 많은 고민을 했다.

         

       내가 생각한 그 감정을 어떻게 글로 담아야 할까, 이걸 읽은 연기자가 과연 내 뜻을 이해할 수 있을까, 극의 분위기가 너무 극단적으로 치우쳐지지 않을까 등등.

         

       이러한 점을 고려하며 글을 적다 보니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다른 의의를 지닌 결말이 되었다.

         

       뭐…….

         

       솔직히 말해 처음 생각했던 결말과 후의 결말의 차이가 그렇게까지 크지 않아서 작품 전체에 영향을 주는 수준까지는 아니다.

         

       어디까지나 마지막 장면에서 문연우의 역할은 김미소의 밝음을 더욱 부각해 주는 것이니.

         

         

       “그나저나 우리가 할 연극, 제목이 뭐야?”

         

         

       그때 차무식이 의아한 얼굴로 내게 물었다.

         

         

       “내가 제목을 대본에 안 적어 놨던가?”

       “적어놨거나 말로 언급이라도 했으면 내가 묻지도 않았겠지 새갸.”

         

         

       쩝.

         

       구상 단계 때부터 제목을 어떻게 할지 아예 확정해놓은 탓에 깜빡 실수로 안 넣은 모양이다.

         

       나한테는 너무나도 당연한 거였으니까.

         

       꿈꾸는 아이들.

         

       이것이 이번 연극의 제목이었다.

         

         

         

       ***

         

         

         

       각자의 역할이 모두 정해지고 그로부터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5월 초에 들어서고 연극·영화부의 부원들은 모두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들도 이제 5월 말에 있을 대한청소년연극제가 다가오고 있음을 서서히 체감하기 시작한 것이다.

         

       덕분에 부원들 전원이 동아리 이름답게 이제야 제대로 된 활동을 시작했고, 분위기는 서서히 무르익기 시작했다.

         

       다만…….

         

         

       “다시.”

         

         

       그 말과 함께 연극·영화부의 부실 안이 쥐죽은 듯 고요해진다.

         

       평소 부원들이 사용했던 책상과 의자는 모두 방 뒤쪽으로 몰아서 배치되어 있었고, 덕분에 부실 중앙에 제법 넓은 공간이 생겼다.

         

       그리고 그 중앙에서 이번 ‘꿈꾸는 아이들’의 무대 위에 오르는 부원들이 연기 연습과 더불어 서로의 호흡을 맞추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연기는 어째서인지 끝까지 이어진 적이 없었다.

         

         

       “다시.”

         

         

       또다시 어떤 남학생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부실 안을 울린다.

         

       그 목소리를 들은 부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침을 꿀꺽 삼켰다.

         

       웬만한 일로는 긴장을 전혀 안 하는 송가람 조차도 이 상황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송가람은 의자에 앉아 조금 진지한 얼굴로 부원들의 연기를 지켜보고 있는 한 남학생을 쳐다봤다.

         

       서은우.

         

       각본가로서 연기자들의 연기를 피드백하고 싶다던 서은우의 말이 그 시작이었다.

         

         

       “다시.”

       “아, 또 왜!”

       “방금 대놓고 대사 틀렸잖아. 어색하게 연기해도 되는데 당연히 대사는 틀리면 안 되지. 애초에 너 하영도 역에 맞지 않게 너무 진지하게 연기한다니까?”

        “그럼 연기를 진지하게 하지 장난으로 하냐?”

       “오케이. 방금 우리가 나눈 대화처럼만 연기해 봐. 그러면 내가 끊을 일도 없을 거야.”

       “오, 그럼 대사 틀려도 괜찮냐?”

       “그래.”

       “……?”

         

         

       차무식은 ‘이게 통한다고?’라고 작게 중얼거렸고, 서은우는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던 차무식에게 쉴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그렇게 서은우의 피드백을 들은 차무식의 연기가 곧바로 다시 시작되었다.

         

       연기를 시작하기 전, 차무식은 그냥 서은우의 말을 한번 믿어보자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차무식은 연기를 경험해본 적도 없고,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한 번 정도는 친구의 말대로 해봤건만…….

         

         

       “오케이. 다음은 6번째 씬이니까 가람 선배, 하준 선배 준비해주세요.”

       “뭐야, 나 통과야?”

       “응. 생각했던 것보다 연기에 재능있는데? 그런 느낌으로만 해보자.”

       “야, 야. 너답지 않게 웬 칭찬이야. 나 무서워…….”

       “쯧. 빨리 나오기나 해.”

         

         

       방금 차무식의 연기가 나름 흡족했는지 서은우가 얕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송가람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당사자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차무식이 부원 중에 연기를 가장 못 하는 건 팩트다.

         

       아마 방금의 칭찬도 사실상 당근과 채찍의 개념이겠지.

         

       그럼에도 서은우가 흡족한 미소를 지은 이유는 자신이 말한 오더를 차무식이 그대로 따라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심지어 그로 인해 처음보다 연기력이 훨씬 좋아진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가람 선배. 이 부분에서 손 위치가 조금 어색한데 이런 식으로……”

         

       “하준 선배랑 눈을 똑바로 마주하는 게 싫은 건 백번 이해하는데 그래도 연기의 일환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아니면 그냥 대놓고 싫은 눈빛으로 쳐다봐도 상관없어요.”

         

       “음… 방금 뭔가 연기하는데 잡생각이 많아 보였어요. 다시 하면 더 잘하실 수 있을 것 같은데 한 번만 다시 해보죠.”

         

         

       서은우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송가람은 점점 기이한 기분이 들었다.

         

       일단 서은우의 피드백은 순수하다.

         

       솔직하고, 거리낌이라는 것이 전혀 없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자신이 보고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나 이상한 점이 있으면 곧바로 얘기한다. 그리고 순식간에, 막힘없이 그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해준다.

         

       연기자 각자의 성향에 맞게, 소름이 돋을 정도로 정확한 방향성을…….

         

       심지어 학생 수준을 벗어난 무리한 요구를 해오는 것도 아니고, 연기하는 부원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요구하는 내용도 다 다르다.

         

       사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선 부원들의 잠재력이 정확하게 가늠하고 있어야만 가능하다.

         

       하지만 고작 눈앞에서 연기를 몇 번 펼친 것만 가지고 그것을 깨달을 수가 있는가?

         

       적어도 송가람의 입장에선 전혀 다른 세계의 이야기였다.

         

       한편.

         

       무대 밖에서 서은우의 피드백이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다면, 무대 안에서는 경험자인 박하준과 설소영이 날뛰고 있었다.

         

       처음부터 설계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보통 모든 씬의 시작은 주연 인물 3인방으로부터 시작된다.

         

       즉, 그들이 전반적으로 극을 이끌어가며 다른 조연들까지 리드해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원래 연기에 익숙하지 않은 아마추어일수록 타이밍이라는 것을 잡기 어렵다.

         

       대사를 치고 들어가는 타이밍.

         

       실수로 이것이 흐트러진다면 자신만의 리듬을 잃어 그 뒤에 대사를 절거나 까먹거나 하는 등의 큰 실수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박하준과 설소영이 먼저 능숙하게 타이밍을 잡고 스타트를 끊어주면, 연기자 입장에서 이것보다 편한 게 없다.

         

         

       ‘프로들이랑 같이 일하면 분명 이런 느낌이려나…….’

         

         

       송가람 뿐만 아니라 연극·영화부의 부원들은 새삼 같은 동아리에 굉장한 사람들이 모여있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리고 그런 굉장한 사람들이 가만히 손을 놓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서며 서로서로 엄청난 시너지를 내고 있다.

         

       덕분에…….

         

         

       ‘재밌는데?’

         

         

       어느샌가 부원들은 동아리 활동 시간만을 고대하고 있을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다.

         

       그리고 그것은 서은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들 자신의 말을 존중해주는 것을 물론, 하고자 하는 의지와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넘친다.

         

       대본을 적은 입장에선 참으로 뿌듯한 상황과 분위기가 아닐 수가 없다.

         

       하지만…….

         

         

       “어땠어?”

       “뭘 굳이 나한테 물어봐. 방금 본인의 연기가 어땠는지는 네가 제일 잘 알잖아.”

       “잘했다는 거지?”

         

         

       서은우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에 들고 자시고 설소영 정도면 자신이 피드백 할 수준이 아니다.

       

       뭐…… 서은우가 아닌 927 작가일 때라면 얘기가 조금 달라지기야 하겠지만.

         

       어쨌든 설소영은 연습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기대한 것만큼 자신의 역할을 소화해주니 딱히 이렇다 해줄 말이 없었다.

         

         

       “그럼 칭찬해줘.”

       “…뭐?”

       “다른 부원들은 아무렇지 않게 칭찬해주면서 나만 안 해줬어. 이런 식이면 굳이 내가 계속 연기를 잘해야 할까 싶기도 해.”

         

         

       설소영이 약간 섭섭한 얼굴로 말했다.

         

       방금 그녀의 말에는 당장 칭찬을 안 해주면 실수를 연발해 폭풍 피드백을 받아내겠다는 의미가 무서운(?)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

         

       갑작스러운 설소영의 삐짐에 서은우는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서은우는 알고 있다.

         

       뭐라도 말을 하지 않는다면, 절대 이 상황이 끝나지 않을 거라는 것을…….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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