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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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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당 내에 있는 사람 중 그녀의 모습을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건 나 뿐이었던 탓에 아무도 그녀의 말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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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리아나는 싸움이 붙은 놈들 옆으로 날아가 눈을 가늘게 뜬 채 노려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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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 해보자는 거냐?!”
    “불만 있으면 붙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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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소리를 높이며 이마가 바짝 붙을 듯 가까이 다가간 두 남자가 어깨를 들썩거리며 강한 척을 하자, 줄리아나가 가볍게 한 사람의 몸을 뒤에서 밀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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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굴이 바짝 붙어있던 두사람은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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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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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목구멍 안쪽에서 밀려오는 역함을 참으며 재빠르게 아이리스와 제스의 눈을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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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흡….푸하하하하!”
    “휘익!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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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미진진하게 두 사람을 지켜보던 이들이 웃음을 터뜨리며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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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웁,우에엑…!!”
    “이,이 개자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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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끔찍한 사고에 눈이 돌아버린 두 사람은 헛구역질을 하며 검을 뽑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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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싸울 거면 나가서 싸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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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이 더 싸울 기미를 보이자 줄리아나가 놈들의 뒷덜미를 덥석 붙잡아 밖으로 던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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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억?!”
    “뭐,뭐야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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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명이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고 식당 안은 웃음이 한 바가지 쏟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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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하하학! 멍청한 놈들! 네스트 식당에서 칼을 뽑다니!”
    “쯧쯧, 마법사 무서운 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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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당을 처음 오는 이들이 웃음을 터뜨리는 이들에게 이게 다 무슨 일이냐며 묻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 또한 거기에 귀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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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스트 조직이 생긴 지 얼마 되진 않았어도 꽤 유명하잖아? 그게 전부 대마법사가 있어서 그런 거야. 방금 난리 친 놈들이 밖으로 던져진 것도 대마법사가 걸어놓은 방범 마법이라더라.”
    ​
    ​
    나는 말없이 줄리아나 쪽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손을 탁탁 털고는 더러워진 바닥을 보며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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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음에는 바로 쫓아내야겠네. 쯧.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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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혀를 차고는 이내 책으로 변해 주방 쪽으로 날아가 버렸다. 서빙을 하던 아이 중 한명이 빠르게 달려와 더러워진 바닥을 청소했다.
   
   
   이런 일에 익숙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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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문하시겠어요?”
    ​
    ​
    뒤늦게 자리에서 일어나 줄리아나의 뒤를 쫓을까 했지만, 종업원이 다가오는 바람에 다시 앉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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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 그…여기서 잘 팔리는 메뉴로 3개 주세요.”
    “네. 술은 안 필요하세요?”
    “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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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갖 이종족이 사는 데다가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인생들이 모여있다 보니 마왕의 땅에선 미성년의 개념 자체가 없었다. 덜 자란 새끼와 성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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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보니 지금처럼 나이 상관 없이 술을 먹을 거냐는 질문을 받고는 했다.
   
   
    나는 제스와 아이리스에게 스물이 될 때까지 술을 먹으면 안 된다고 속닥거렸다. 왜 그래야 하냐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둘에게 스물이 되기 전에 술을 먹으면 배가 부글부글 하다가 망가질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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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솔직히 안 믿을 거라 생각했는데, 두 사람 다 굉장히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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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커서도 안 먹을게.”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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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진하면서도 귀여운 모습에 손등으로 볼을 문질러주었다. 제스가 턱을 문질러달라며 턱을 치켜들었다. 그릉그릉 거리는 소리가 듣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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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희 가게에서 가장 잘 팔리는 고기 조림이에요! 맛있게 드세요.”
    “흐야아…”
    ​
    ​
    제스가 침을 질질 흘리며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아이리스 또한 맛있는 냄새에 볼을 옅게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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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간장 찜닭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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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흑마법사의 연구실에 있을 때 애들에게 해줬던 음식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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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여기에도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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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기하단 생각을 하며 식사를 시작했다. 제스는 무려 10인분을 더 먹었다. 나와 아이리스도 1인분씩 더 시켜 먹었다. 정말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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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사는 다 끝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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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산을 끝낸 후 가게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워낙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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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 줄리아나가 여기로 갔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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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원 외 출입 금지 ] 라고 적힌 팻말이 걸린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보인 건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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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당은 엄청 바빠 보이니까 내려가다가 마주치는 사람한테 사정을 얘기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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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 결론 내린 후 나와 제스, 아이리스는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아래로 쭉 내려가니 창고로 추정되는 곳이 나왔다. 쓰지 않는 의자나 테이블, 그늘진 곳에 보관하는 식자재가 여기저기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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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로 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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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구석진 곳에 무언가가 반짝거리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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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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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까이 다가가서 반짝거리는 걸 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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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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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이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지만 깨진 보석처럼 반짝거리는 물건이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려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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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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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 한쪽에 쌓여있던 오크통이 옆으로 밀렸다. 그 안쪽에서 익숙한 얼굴이 튀어나왔다. 미아의 연구소에서 함께했던 아이 중 한명인 코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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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가지 머리에 댕그란 눈을 가진 귀여운 아이는 밖에 아무도 없을 거라 생각했는지, 날 발견하고는 바짝 얼어서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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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헉,누….누구야!”
    ​“코안!”
    “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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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에 들고 있던 걸 대충 주머니에 밀어 넣고 환한 목소리로 아이의 이름을 입에 담자, 코안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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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안…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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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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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안은 내 얼굴을 확인하곤 환하게 웃으며 호들갑을 떨었다. 이후 곧바로 네스트 본부 쪽으로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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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비아탄과 달리 네스트의 본부는 지하에 있지 않았다. 지하는 본부로 향하는 통로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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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 통로는 이곳저곳이 연결되어, 다양한 곳으로 이어지는 이동 통로 역할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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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미로 같은 지하 통로를 지나 본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네스트의 본부는 서쪽 외곽 한적한 곳에 자리 잡은 저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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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담벼락이 굉장히 높아 밖에서는 안쪽이 잘 보이지 않았다. 도둑이 워낙 많고 타인의 간섭을 싫어하는 이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보니, 이런 높은 담벼락도 수상하게 보지 않는다고 코안은 설명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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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 본부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익숙한 얼굴과 또다시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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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어?”
    “네로?”
    “형,혀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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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리춤에 단검을 찬 네로가 나를 발견한곤 활짝 웃으며 우다다 달려와 품에 안겼다.
    ​
    ​
    “진짜,진짜 형이야? ”
    “당연히 진짜지.”
    “와아,와….엇? 제스도 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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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로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제스를 바라보았다. 이내 그는 안도의 숨을 뱉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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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의 숲에서 제스가 갑자기 사라져버려서 엄청 걱정했었어. 죽어버린 게 아닐까 하고…! 그런데 살아있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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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로는 감격한 얼굴로 이번에는 제스를 품에 가득 안았다. 그런 애정 표현이 싫지 않은지 제스가 꼬리를 살랑거리며 마주 안아주었다. 귀여운 두 아이의 모습에 웃음 짓다가 이내 노아의 행방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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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 맞아! 바로 보스 아니, 형 보러 가요! 엄청나게 보고 싶어 했어요!”
    ​
    ​
    네로는 제자리에서 폴짝거리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
    ​
    “뭐,뭐지?”
    “아는 사람인가?”
    ​
    ​
    그런 네로의 모습에 낯선 얼굴을 한 이들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
    ​
    힘이 곧 법인 카르디샨에선 나이가 어리다는 게 흠이 되지 않았다. 어리다는 걸 빼고 바라본 네로는, 보스의 동생이자 강한 힘을 가진 네스트의 간부였다.
    ​
    ​
    조직원들에겐 어려운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네로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무시당하지 않도록 일부러 무뚝뚝한 표현을 주로 사용하는 편이었다. 그렇다 보니 미소가 흘러넘치는 네로의 모습은 다른 사람들에게 낯설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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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 가요!”
    ​
    ​
    네로는 건물 고층으로 날 데려갔다. 딱 봐도 다른 방보다 화려해 보이는 문으로 다가간 네로는 잔뜩 흥분한 얼굴로 벌컥 문을 열었다.
    ​
    ​
    “형!”
    “네로, 중요한 회의니까 빨리 오라고 했었 -…”
    ​
    ​
    노아의 목소리가 점차 옅어지더니 이내 완전히 흩어져버렸다. 노아는 멍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제 볼을 꼬집어보기 시작했다.
    ​
    ​
    “형! 리안 형이 찾아왔어!”
    “어,어어….”
    ​
    ​
    노아는 멍하니 나를 바라보다가 갑작스럽게..눈물을 터뜨렸다!
    ​
    ​
    “흐윽…”
    “어? 어어?”
    ​
    ​
    나는 두 가지 의미로 당황했다.
   
   
   당황한 첫 번째 이유는 예상하지 못한 노아의 눈물 때문이었고, 두 번째 이유는…머릿속에서 사이렌이 위우웅! 위우웅! 울리며 ‘노아를 달래줘야 한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점령한 탓이었다.​
    ​
    ​
    ‘뭐,뭐지? 미소녀를 울린 것 같은 이 강렬한 울림은?’
    ​
    ​
    이해할 수 없었지만, 몸은 본능대로 노아에게 후다닥 다가가 어르고 달래기 시작했다.
    ​
    ​
    “흐읍,흐으윽…”
    ​
    ​
    노아는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고 덥석 날 끌어안았다. 내가 없는 사이 정말 많이 성장한 듯 눈높이가 달랐다. 나보다 한…10cm는 더 커 보였다.
   
    ​
    나는 어설프게 그의 등을 토닥거리며 미친 듯이 울려대는 사이렌이 꺼지길 기다렸다.
    ​
    ​
    그렇게 노아는 한참을 날 끌어안고 있다가…아이리스가 억지로 떼어놓고 나서야 떨어졌다.
    ​
    ​
    분위기가 어느 정도 안정이 되고, 나는 다른 아이들과도 전부 인사를 나누었다. 아이들은 울거나, 웃으며 내가 돌아온 것에 환호했다.
    ​
    ​
    아이들이 모두 날 잊지 않았다는 사실에 마음이 간질간질했다.
    ​
    ​
    다만, 조금 다른 반응을 보인 사람도 있었다.
    ​
    ​
    “흐아앗…?!”
    ​
    ​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가늠할 수 없는 얼굴로 멍하니 복도를 걷던 피아가 나를 발견하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그녀는 멍한 얼굴로 눈물을 줄줄 흘리며 뭔가에 홀린 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
    ​
    “어,음…피아 괜찮아?”
    ​
    ​
    딱 봐도 정상적이지 않은 모습에 조심스럽게 그리 묻자 그녀가 마구 고개를 끄덕이며…소변을 지렸다.
    ​
    ​
    진짜..이유를 알 순 없지만…
    ​
    ​
    화장실이 급한 데 내가 길을 막은 게 아닐까? 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
    ​
    다음에 만나면 사과할 생각이다.
    ​
    ​
    이후 나는 아이들과 함께 모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나누었다. 아이리스를 내 동생이라 소개해주자, 낯을 가리던 아이들이 활짝 웃으며 아이리스에게 먼저 다가가 주었다.
    ​
    ​
    그림에 그린 듯한 평온한 시간에 기분 좋게 웃음 지었다.
    ​
    ​
    날이 저물고, 남은 이야기는 내일 마저 하자며 인사를 나눈 후 노아가 배정해준 방에서 잠이 들었다.
    ​
    ​
    “응…?”
    ​
    ​
    다음날 나는 낯선 천장과 함께 아침을 맞이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Ilham Senjaya님! 오늘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3

자기가 걸어들어온 곳이 감옥인 줄도 모르고…

흑막 소문 쫙 풀었으니까 이제 착각피폐를 만들어볼 시간이군요.

군침이 싹…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식당 내에 있는 사람 중 그녀의 모습을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건 나 뿐이었던 탓에 아무도 그녀의 말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

줄리아나는 싸움이 붙은 놈들 옆으로 날아가 눈을 가늘게 뜬 채 노려보기 시작했다.

“어디 해보자는 거냐?!”

“불만 있으면 붙던가!”

목소리를 높이며 이마가 바짝 붙을 듯 가까이 다가간 두 남자가 어깨를 들썩거리며 강한 척을 하자, 줄리아나가 가볍게 한 사람의 몸을 뒤에서 밀어버렸다.

얼굴이 바짝 붙어있던 두사람은 그만….

“억…”

나는 목구멍 안쪽에서 밀려오는 역함을 참으며 재빠르게 아이리스와 제스의 눈을 가렸다.

“크흡….푸하하하하!”

“휘익! 잘 어울린다!”

흥미진진하게 두 사람을 지켜보던 이들이 웃음을 터뜨리며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우웁,우에엑…!!”

“이,이 개자식이!”

끔찍한 사고에 눈이 돌아버린 두 사람은 헛구역질을 하며 검을 뽑아 들었다.

[ 싸울 거면 나가서 싸워! ]

그들이 더 싸울 기미를 보이자 줄리아나가 놈들의 뒷덜미를 덥석 붙잡아 밖으로 던져버렸다.

“어억?!”

“뭐,뭐야악!?”

비명이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고 식당 안은 웃음이 한 바가지 쏟아지기 시작했다.

“푸하하학! 멍청한 놈들! 네스트 식당에서 칼을 뽑다니!”

“쯧쯧, 마법사 무서운 줄 모르고.”

식당을 처음 오는 이들이 웃음을 터뜨리는 이들에게 이게 다 무슨 일이냐며 묻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 또한 거기에 귀를 기울였다.

“네스트 조직이 생긴 지 얼마 되진 않았어도 꽤 유명하잖아? 그게 전부 대마법사가 있어서 그런 거야. 방금 난리 친 놈들이 밖으로 던져진 것도 대마법사가 걸어놓은 방범 마법이라더라.”

나는 말없이 줄리아나 쪽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손을 탁탁 털고는 더러워진 바닥을 보며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 다음에는 바로 쫓아내야겠네. 쯧. ]

그녀는 혀를 차고는 이내 책으로 변해 주방 쪽으로 날아가 버렸다. 서빙을 하던 아이 중 한명이 빠르게 달려와 더러워진 바닥을 청소했다.

이런 일에 익숙해 보였다.

“주문하시겠어요?”

뒤늦게 자리에서 일어나 줄리아나의 뒤를 쫓을까 했지만, 종업원이 다가오는 바람에 다시 앉을 수밖에 없었다.

“네, 그…여기서 잘 팔리는 메뉴로 3개 주세요.”

“네. 술은 안 필요하세요?”

“네.”

온갖 이종족이 사는 데다가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인생들이 모여있다 보니 마왕의 땅에선 미성년의 개념 자체가 없었다. 덜 자란 새끼와 성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렇다보니 지금처럼 나이 상관 없이 술을 먹을 거냐는 질문을 받고는 했다.

나는 제스와 아이리스에게 스물이 될 때까지 술을 먹으면 안 된다고 속닥거렸다. 왜 그래야 하냐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둘에게 스물이 되기 전에 술을 먹으면 배가 부글부글 하다가 망가질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솔직히 안 믿을 거라 생각했는데, 두 사람 다 굉장히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난 커서도 안 먹을게.”

“나도!”

순진하면서도 귀여운 모습에 손등으로 볼을 문질러주었다. 제스가 턱을 문질러달라며 턱을 치켜들었다. 그릉그릉 거리는 소리가 듣기 좋았다.

“저희 가게에서 가장 잘 팔리는 고기 조림이에요! 맛있게 드세요.”

“흐야아…”

제스가 침을 질질 흘리며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아이리스 또한 맛있는 냄새에 볼을 옅게 붉혔다.

‘이거…간장 찜닭 같은데?’

흑마법사의 연구실에 있을 때 애들에게 해줬던 음식 중 하나였다.

‘이게 여기에도 있었구나.’

신기하단 생각을 하며 식사를 시작했다. 제스는 무려 10인분을 더 먹었다. 나와 아이리스도 1인분씩 더 시켜 먹었다. 정말 맛있었다.

‘식사는 다 끝났는데…’

계산을 끝낸 후 가게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워낙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분명 줄리아나가 여기로 갔었지?’

[ 직원 외 출입 금지 ] 라고 적힌 팻말이 걸린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보인 건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었다.

‘식당은 엄청 바빠 보이니까 내려가다가 마주치는 사람한테 사정을 얘기해보자.’

그리 결론 내린 후 나와 제스, 아이리스는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아래로 쭉 내려가니 창고로 추정되는 곳이 나왔다. 쓰지 않는 의자나 테이블, 그늘진 곳에 보관하는 식자재가 여기저기 보였다.

‘어디로 간 거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구석진 곳에 무언가가 반짝거리는 게 보였다.

“음?”

가까이 다가가서 반짝거리는 걸 주웠다.

‘보석인가?’

주변이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지만 깨진 보석처럼 반짝거리는 물건이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려는 순간.

철컹.

벽 한쪽에 쌓여있던 오크통이 옆으로 밀렸다. 그 안쪽에서 익숙한 얼굴이 튀어나왔다. 미아의 연구소에서 함께했던 아이 중 한명인 코안이었다.

바가지 머리에 댕그란 눈을 가진 귀여운 아이는 밖에 아무도 없을 거라 생각했는지, 날 발견하고는 바짝 얼어서 소리쳤다.

“헉,누….누구야!”

​“코안!”

“어…?”

손에 들고 있던 걸 대충 주머니에 밀어 넣고 환한 목소리로 아이의 이름을 입에 담자, 코안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중얼거렸다.

“리안…형?”

***

코안은 내 얼굴을 확인하곤 환하게 웃으며 호들갑을 떨었다. 이후 곧바로 네스트 본부 쪽으로 안내했다.

데비아탄과 달리 네스트의 본부는 지하에 있지 않았다. 지하는 본부로 향하는 통로일 뿐이었다.

지하 통로는 이곳저곳이 연결되어, 다양한 곳으로 이어지는 이동 통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미로 같은 지하 통로를 지나 본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네스트의 본부는 서쪽 외곽 한적한 곳에 자리 잡은 저택이었다.

담벼락이 굉장히 높아 밖에서는 안쪽이 잘 보이지 않았다. 도둑이 워낙 많고 타인의 간섭을 싫어하는 이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보니, 이런 높은 담벼락도 수상하게 보지 않는다고 코안은 설명해주었다.

막 본부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익숙한 얼굴과 또다시 마주쳤다.

“어어?”

“네로?”

“형,혀엉?!”

허리춤에 단검을 찬 네로가 나를 발견한곤 활짝 웃으며 우다다 달려와 품에 안겼다.

“진짜,진짜 형이야? ”

“당연히 진짜지.”

“와아,와….엇? 제스도 있네?”

네로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제스를 바라보았다. 이내 그는 안도의 숨을 뱉으며 말했다.

“죽음의 숲에서 제스가 갑자기 사라져버려서 엄청 걱정했었어. 죽어버린 게 아닐까 하고…! 그런데 살아있었을 줄이야!”

네로는 감격한 얼굴로 이번에는 제스를 품에 가득 안았다. 그런 애정 표현이 싫지 않은지 제스가 꼬리를 살랑거리며 마주 안아주었다. 귀여운 두 아이의 모습에 웃음 짓다가 이내 노아의 행방을 물었다.

“아, 맞아! 바로 보스 아니, 형 보러 가요! 엄청나게 보고 싶어 했어요!”

네로는 제자리에서 폴짝거리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뭐,뭐지?”

“아는 사람인가?”

그런 네로의 모습에 낯선 얼굴을 한 이들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힘이 곧 법인 카르디샨에선 나이가 어리다는 게 흠이 되지 않았다. 어리다는 걸 빼고 바라본 네로는, 보스의 동생이자 강한 힘을 가진 네스트의 간부였다.

조직원들에겐 어려운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네로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무시당하지 않도록 일부러 무뚝뚝한 표현을 주로 사용하는 편이었다. 그렇다 보니 미소가 흘러넘치는 네로의 모습은 다른 사람들에게 낯설 수밖에 없었다.

“형 가요!”

네로는 건물 고층으로 날 데려갔다. 딱 봐도 다른 방보다 화려해 보이는 문으로 다가간 네로는 잔뜩 흥분한 얼굴로 벌컥 문을 열었다.

“형!”

“네로, 중요한 회의니까 빨리 오라고 했었 -…”

노아의 목소리가 점차 옅어지더니 이내 완전히 흩어져버렸다. 노아는 멍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제 볼을 꼬집어보기 시작했다.

“형! 리안 형이 찾아왔어!”

“어,어어….”

노아는 멍하니 나를 바라보다가 갑작스럽게..눈물을 터뜨렸다!

“흐윽…”

“어? 어어?”

나는 두 가지 의미로 당황했다.

당황한 첫 번째 이유는 예상하지 못한 노아의 눈물 때문이었고, 두 번째 이유는…머릿속에서 사이렌이 위우웅! 위우웅! 울리며 ‘노아를 달래줘야 한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점령한 탓이었다.​

‘뭐,뭐지? 미소녀를 울린 것 같은 이 강렬한 울림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몸은 본능대로 노아에게 후다닥 다가가 어르고 달래기 시작했다.

“흐읍,흐으윽…”

노아는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고 덥석 날 끌어안았다. 내가 없는 사이 정말 많이 성장한 듯 눈높이가 달랐다. 나보다 한…10cm는 더 커 보였다.

나는 어설프게 그의 등을 토닥거리며 미친 듯이 울려대는 사이렌이 꺼지길 기다렸다.

그렇게 노아는 한참을 날 끌어안고 있다가…아이리스가 억지로 떼어놓고 나서야 떨어졌다.

분위기가 어느 정도 안정이 되고, 나는 다른 아이들과도 전부 인사를 나누었다. 아이들은 울거나, 웃으며 내가 돌아온 것에 환호했다.

아이들이 모두 날 잊지 않았다는 사실에 마음이 간질간질했다.

다만, 조금 다른 반응을 보인 사람도 있었다.

“흐아앗…?!”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가늠할 수 없는 얼굴로 멍하니 복도를 걷던 피아가 나를 발견하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그녀는 멍한 얼굴로 눈물을 줄줄 흘리며 뭔가에 홀린 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음…피아 괜찮아?”

딱 봐도 정상적이지 않은 모습에 조심스럽게 그리 묻자 그녀가 마구 고개를 끄덕이며…소변을 지렸다.

진짜..이유를 알 순 없지만…

화장실이 급한 데 내가 길을 막은 게 아닐까? 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다음에 만나면 사과할 생각이다.

이후 나는 아이들과 함께 모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나누었다. 아이리스를 내 동생이라 소개해주자, 낯을 가리던 아이들이 활짝 웃으며 아이리스에게 먼저 다가가 주었다.

그림에 그린 듯한 평온한 시간에 기분 좋게 웃음 지었다.

날이 저물고, 남은 이야기는 내일 마저 하자며 인사를 나눈 후 노아가 배정해준 방에서 잠이 들었다.

“응…?”

다음날 나는 낯선 천장과 함께 아침을 맞이했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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