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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1

   ‘문제는 그러려면 전제조건이 채워져야겠지만 말이지.’

     

   힐나이더는 그런 생각을 품고, 웃음을 지우지 않은 채 크라슈를 바라보았다.

     

   “우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 보지 않겠나.”

     

   힐나이더가 발언한 순간 크라슈가 그를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그 의아한 얼굴을 보고, 힐나이더는 무심코 속을 뻔했다.

     

   그러나 그도 후에 스타론을 이끌 리더다.

   제국이 낳은 천재 시즐리 에파니아만큼은 아니어도 그 또한 정계의 정상에 서기 위해 수많은 기술과 눈치를 익혀왔다.

     

   ‘그는 내 앞에서 일부러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무려 1왕자인 자신이 본인을 꼬드기기 위해 행동하도록 유도하고자 말이다.

     

   ‘재밌군. 반푼이를 탈피했다는 소문은 확실히 사실인 모양이야.’

     

   그러니 힐나이더는 견제를 던져 보는 것은 그쯤 하기로 했다.

     

   크라슈가 발하임의 반푼이를 벗게 된 것은.

   단순히 재능을 개화한 것만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란 걸 눈치챘기 때문이다.

     

   “자네도 나에게 무슨 볼일이 있는 것 같아서 말이지.”

     

   이 발언에도 크라슈의 반응은 여전히 덤덤했다.

     

   저 반응을 보니 확실히 알겠다.

   허심탄회라는 말을 꺼낸 시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크라슈는 1왕자의 앞임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주눅 든 기색이 없었다.

     

   왜냐하면 자신이 무슨 말을 할 줄 전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 볼 일이라고 하기에는 찾아오신 것은 힐나이더 님이십니다.”

   “그래, 나도 나만이 볼 일이 있는 줄 알았지. 하지만 자네 눈을 보아하니 그건 또 아닌 모양이야.”

     

   힐나이더는 구김 없는 웃음을 지었다.

     

   “내가 오늘 이 자리에 오게 된 것은 자네와 좋은 연을 맺을 수 있을까 싶어서이네. 최근 라헬른 아카데미에 수많은 인재가 집중되며 그 내부에서 세력 다툼이 한창이지. 그리고 현재 4왕국 세력의 대표는 자네의 누이일세.”

   “샬롯 누님 말씀이시군요.”

     

   크라슈도 이미 알고 있다는 반응이었다.

   그리고 그걸 알고 있다면 지금 어떤 상황일지도 그는 알 것이다.

     

   “그걸 안다면 자네도 알걸세. 샬롯은 대표라는 자리에는 어울리지 않아.”

     

   샬롯은 오로지 자기 주관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자유분방하고, 저돌적이며 통제할 수 없는 인물이다.

     

   그녀는 개인으로 강한 것이지 단체의 강함을 끌어내는 데는 적절하지 않다.

     

   그렇기에 지금 4왕국과 제국의 기 싸움은 썩 좋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오히려 너무 강한 샬롯이 있어서 4왕국은 섣불리 다른 대표를 내세울 수가 없었다.

     

   그 사이 제국은 시그린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뭉치고 있다.

   자칫하면 판이 균형을 못 이루게 될 상황인 셈이다.

     

   “라헬른 아카데미에 인재가 생각보다 더 많이 집중된 상황인 만큼, 솔직하게 말해 제국이 판을 휘어잡으면 위험하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네.”

   “그런 중요한 말을 제 앞에서 해도 괜찮겠습니까.”

     

   힐나이더는 피식하는 웃음소리를 내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쯤은 대충 알고 있는 것 같아 말일세.”

     

   그러니까 간 보기를 그만둔 거다.

   그리고 크라슈는 아니나 다를까, 힐나이더의 의도를 정확하게 꿰뚫는 발언을 입에 담았다.

     

   “내년, 라헬른 아카데미에 입학해 4왕국의 주도권을 잡고, 제국과 씨름하라. 그리고 그것을 스타론에서 지원해주겠다. 이런 말을 하고 싶으신 것 아니십니까?”

     

   힐나이더의 두눈이 더더욱 반달 형태로 휘어졌다.

   스타론의 1왕자 앞에서 크라슈의 발언은 꽤나 무례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의 흥미를 더욱 증폭시켰다.

     

   “아직 1왕자인 내가 스타론의 지원이라는 말을 쓰기에는 그렇지 않나?”

   “1년 뒤 이야기이니 그렇습니다.”

     

   다음 말에는 힐나이더가 헛웃음을 삼켰다.

   내년, 힐나이더는 스타론에서 왕위를 이어받는 걸 확정받고, 본격적인 왕위 계승에 들어간다.

     

   그때부터 힐나이더의 세력 규모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그의 아래 숨죽이고 있던 귀족들도 이제 숨김없이 전폭적인 지지를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 사실을 크라슈는 예상하였다는 듯이 말했다.

   아직은 스타론 왕가 내부에서만 돌고 있는 이 이야기를 말이다.

     

   “……그건 발하임 쪽의 해석인가?”

   “저는 가문과 그다지 사이좋게 지내지는 않기에 제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그건 힐나이더도 잘 알고 있지 않냐는 웃음이 크라슈에게 그려져 있었다.

   힐나이더가 어이없는 기분을 삼켰다.

     

   그리고 지어진 그의 웃음 너머에는 살짝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그도 그럴 게 힐나이더가 왕위를 이어받는 것은 확실하나 그게 내년이라는 것은 아직 그의 내신들만 아는 이야기기 때문이다.

     

   ‘라헬른 아카데미가 개설되면서 알게 모르게 4왕국과 제국 사이에는 마찰이 생기고 있어. 그 탓에 알력이 더 커지기 전에 왕위 계승을 확실시하고, 폐하께서 자리에서 내려오기 전에 왕위 계승자로서 추후에 알력에 치이지 않도록 계승 수업을 서두른 것이건만.’

     

   크라슈는 그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

   그것도 힐나이더가 말을 꺼내기 전에 말이다.

     

   ‘그럼에도 개인적 견해라고 말한다라.’

     

   힐나이더는 그 말을 거짓말이라 단정 지었다.

     

   크라슈는 확실하게 발하임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리고 발하임은 크라슈를 통해 왕가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귀가 있음을 힐나이더에게 간접적으로 보여준 것이었다.

     

   그러니 그는 크라슈라는 인물에 관한 생각을 천천히 고쳐 나가기 시작했다.

     

   ‘……발하임은 지금까지 줄곧 크라슈를 지지하고 있으며 그것을 표면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일부러 반푼이라는 프레임을 씌워놓았다.’

     

   그의 최근 성장 속도는 발하임이라 해도 비정상적이었다.

   하지만 그게 사실 전부 실력을 숨기고 있었던 거라면 앞뒤가 맞았다.

     

   ‘그리고 내가 그에게 관심이 생기도록 최근 그 움직임을 보였다. 아니, 나만이 아니겠군. 발하임의 막내에게 접근할 수 있는 권력을 지닌 불특정 다수라고 봐야겠어.’

     

   자신과 같은 권력을 지닌 이들이 접근했을 때 발하임이 얻는 이득은 무엇인가.

   그건 발하임이 왕가와의 세력 구축하더라도 다른 귀족들의 견제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껏 발하임은 스타론 최강의 가문으로서 군림하는 만큼 알게 모르게 귀족들의 뱀 심도 받아내야만 했다.

     

   스타론 왕가 또한 발하임이 혹여나 왕가의 힘을 넘어설까 싶어 적당한 선을 유지 중이었던 상황이다.

     

   그 아래 귀족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혹여나 발하임의 힘이 더 커질까 싶어 견제하느라 바쁠 수밖에.

     

   ‘발하임은 그러한 점을 파고들어 반푼이라는 크라슈를 만들어내었다.’

     

   그리고 최근에 그를 재기 시킴으로써 힐나이더, 본인은 물론 다른 왕국과 심지어 제국까지 그에게 손을 뻗어오도록 유도해 놨다.

     

   힐나이더가 처음 크라슈를 왕가의 개로 만들려던 것처럼.

   수많은 이들이 발하임이라는 거물을 노리고, 크라슈에게 접근할 것이 분명했다.

     

   그 결과 자기들 입맛대로 크라슈를 조종하러 왔던 이들은 오히려 발하임이라는 덫에 묶여버릴 것이다.

     

   ‘그야, 크라슈를 통해 전해질 수많은 것들이 결국 발하임의 손에 쥐어 쥘 테니까.’

     

   왕국과 제국은 크라슈라는 불씨를 키우고자 마구잡이로 장작을 넣을 것이다.

   정작 그 장작이 발하임이라는 집을 더 단단하게 보강할 것도 모른 채로 말이다.

     

   그리고 정작 크라슈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힐나이더를 보고 있었다.

     

   ‘대가리 돌아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힐나이더는 머리가 좋은 편이다.

   발하임이 있다고 해도 그는 왕국 하나로 제국과 전쟁을 하며 버텨냈을 뿐만 아니라 끝내 다른 왕국을 설득해 제국을 밀어내기까지 했으니까.

     

   제국이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정보 조사와 눈치싸움을 통해 알아낸 뒤, 타왕국들의 힘을 끌어낸 것은 순전히 힐나이더의 능력이었다.

     

   물론 그런 힐나이더도 결국 세계의 멸망을 피할 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크라슈는 나름대로 그를 높이 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점이 함정이고.’

     

   머리가 좋다.

   그것은 무슨 말인가.

     

   단편적인 정보만 들어도 그 정보의 출저를 알기 위해 비상한 머리가 정보가 나온 일련의 과정을 도출시키는 것이다.

   이 점은 분명 나라를 운영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의 과정 도출 능력은 시즐리만큼은 아니어도 타율이 무척이나 높은 편이고, 실제로 수없이 많이 맞아떨어졌으니까.

   그가 괜히 왕위를 이어받기에는 어린 나이임에도 왕위 계승이 확정되다시피 하는 게 아니었다.

     

   그렇기에 크라슈는 그 점을 이용했다.

     

   설마하니 14살의 소년이 겁 없이 회귀 전 기억을 통해 중요한 정보를 내뱉을 거라고는 힐나이더도 생각 못할 테니 말이다.

     

   ‘내 뒷배가 발하임이라는 게 자연스럽게 그의 머릿속에 그려질 수밖에 없겠지.’

     

   이쪽은 힐나이더나 시즐리 수준의 머리싸움에는 자신이 없었다.

   진짜 천재 놈들의 수 싸움 속에서 입을 열어봤자 말려들 뿐이란 걸 크라슈는 잘 알았다.

     

   ‘그러니 그냥 과감하게 수를 던진다.’

     

   이쪽의 수를 힐나이더의 그 비상한 머리가 제멋대로 파악하도록 말이다.

     

   범인이 천재를 이해할 수 없듯이.

   천재가 범인을 이해 못하는 점을 파고든 것이었다.

     

   “후.”

     

   힐나이더는 얼굴을 감싼 채 한차례 숨을 내쉬었다.

     

   ‘이걸 보기 좋게 걸렸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오히려 제일 처음 왔기에 알아서 다행이라 해야 할지.’

     

   크라슈의 예상대로 그는 확실하게 자기 머릿속에서 모든 정리를 마쳤다.

     

   “나에게 일부러 알려주었군. 이건 발하임이 스타론을 적대시하는 건 아니라고 봐도 되겠지?”

   “스타론 왕국에 있는 발하임이 스타론을 적대할 리는 없습니다.”

   “그래, 그 말을 들으니 안심이로군. 나도 수많은 영웅을 배출한 발하임을 좋아하니 말이야.”

     

   안심이라는 듯 웃음 지은 힐나이더가 물었다.

     

   “자, 그래서 내 제안은 어떻게 생각하나?”

     

   앞에서 크라슈가 직접 말했던 힐나이더의 제안이다.

   발하임이 크라슈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의 제안은 변함없다는 소리였다.

     

   크라슈는 잠시 팔받이를 검지로 두드렸다.

   그러다가 이내 빙그레 웃었다.

     

   “그 제안, 이건 어떻습니까?”

   “……다른 생각이 있는 모양이군?”

     

   크라슈의 뜻은 곧 발하임의 뜻이다.

   그러니 그가 차분히 기다리자 크라슈가 말하였다.

     

   “크라슈 발하임은 그래봤자, 반푼이다. 하덴하르츠 때의 도살견은 제국에게 쫓기느라 엉망인 상태였고, 이번 낙천의 경우 라크라디온이라는 마스터 급의 인재와 펜달로드가 합세하여 겨우 쓰러트린 것에 불과하다.”

     

   그의 눈에 의아함이 깃들었다.

     

   “……손으로 태양을 가릴 수는 없다는 것 정도는 알 텐데?”

   “예, 손으로 태양은 가리지 못하죠. 하지만 그 손이 스타론 왕실이라면 꽤 크지 않습니까. 거기에 발하임의 손도 좀 더해도 좋겠죠.”

   “흐음, 그래봤자 그런 소문은 1년을 채 못 넘긴다만.”

     

   세계는 크다.

   그러니 진실한 정보가 퍼지는 와중에도 가짜 정보가 판 치는 게 세상이다.

     

   그렇기에 제국과 왕국들은 정보의 진위 확인을 철저하게 한다.

   정보를 아무리 은폐한다 한들 한 번 퍼진 정보는 결국 끝끝내 진위가 파악되는 것이다.

     

   힐나이더가 말한 1년은 이 말을 뜻했다.

     

   “괜찮습니다. 그 정도면 제가 아카데미 입학 때까지는 충분하겠죠.”

     

   힐나이더의 눈이 번쩍 뜨였다.

     

   “……아카데미에 입학했을 때부터 헛소문이라 퍼졌던 정보가 모두 사실이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돌기 시작한다면 각 왕국과 제국의 시선이 자네에게 쏠리니, 자연스레 중심에 설 거라는 뜻이로군. 4왕국과 제국이 아카데미를 다니고 있는 자네에게 접촉하고 싶어 학생들을 붙이려고 난리일 테니까.”

     

   소문이라는 건 결국 불과 같다.

   화려하게 타올랐다가 금방 꺼지고 마는 그런 불.

     

   그러니 크라슈는 지금 그 불을 일부러 잠재우려 하는 것이다.

   후에 더 화려하게 타올라 모두가 거기에 홀릴 수밖에 없도록 말이다.

     

   그것도 스타론과 발하임이 쉬쉬해서 일부러 정보를 막으려 했다면 더더욱 그 정보에 진실성이 부여될 테지.

     

   힐나이더는 기막힌 웃음을 지었다.

     

   “하하, 이거야 원. 왕실의 적극 지원으로 크게 키워볼까 했더니. 이미 덩치를 숨기고 있는 범이었잖나.”

     

   이건 결국 모든 게 준비되어 있다는 소리와 같았다.

   스타론은 거기에 숟가락을 올리는 격일 뿐.

     

   “발하임이 스타론 왕국의 편이라 다행이야.”

   “발하임이야말로 이해심 많은 스타론 왕실과 함께하여 늘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크라슈는 적당히 너스레를 떨었다.

     

   “좋아. 내가 한 번 힘써보지. 오늘 만남, 무척이나 인상 깊었어.”

     

   힐나이더는 이야기를 마치자며 그만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른 왕실로 돌아가 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식사도 안 하시고 괜찮으시겠습니까?”

   “소문은 초장에 빠르게 잡아야 좋은 법 아니겠나?”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힐나이더는 크라슈의 솔직함에 미소 지었다.

   그러던 그는 문뜩 생각나 그를 돌아보았다.

     

   “그러고 보니 자네, 실제로는 지금 어느 정도 강한가?”

     

   소문을 이용하는 것은 좋으나 라헬른 아카데미에서 중심에 서려면 결국 실력이 가장 중요했다.

   그러니 그가 질문하자 크라슈는 짧게 웃었다.

     

   “아카데미에서 절 이길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에게서 힐나이더는 언뜻 샬롯을 엿보았다.

     

   오만함을 지닌 그녀는 그 오만함에 걸맞은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의 무력일 뿐, 그녀는 기본적으로 협력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크라슈는 어떠한가.

   샬롯이 내뱉는 오만한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었을 뿐만 아니라 방금과 같이 힐나이더도 놀라게 할만한 발언을 한 그다.

     

   어쩌면 발하임의 진짜 별이 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숨죽이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발하임의 평가를 좀 더 수정 해야 할지도 모르겠군.”

     

   그는 일부러 크라슈에게 기대감을 전하는 말을 하고 그만 돌아섰다.

   마음속 어딘가에 크라슈 발하임이라는 새로운 인물을 선명하게 새겨 놓은 채 말이다.

     

   힐나이더가 밖으로 나가고, 크라슈는 조금 긴장 풀린 모습으로 의자에 늘어졌다.

   그러고는 자기 이마를 감싼 채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크림슨가든.”

   [ 나원, 이런 쪽은 취미 없건만. ]

     

   어느새 나타난 크림슨가든이 방금전 힐나이더의 자리에 내려앉았다.

     

   “저 인간이 어디까지 제멋대로 생각한 건지 점 찍어 보자고.”

   [ 그냥 내가 알려주면 되는 거 아니냐? ]

   “그러다가 너 없으면 난 아무것도 못 한다.”

     

   크림슨가든은 크라슈를 잠시 빤히 보았다.

   대체 뭘 겪고 왔길래 이 정도로 스스로 혼자 해내는 것에 집착하는 것인지 눈치챘기 때문이다.

     

   [ 아이야, 넌 지금까지 곁에 있던 이를 몇 명이나 잃은 거냐. ]

     

   지금 크라슈가 하는 건 명백히 누군가를 잃을 때마다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대비한 행동이었다.

   그러니 크림슨가든이 착잡한 표정으로 묻자 크라슈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창공의 세대에서 모두와 함께 제일 앞에서 멸망과 맞섰고, 그런 녀석들 살려 보겠다고 저주란 저주는 다 삼켰던 크라슈다.

   그런 크라슈에게 있어 몇 명이라는 단위는 무의미했다.

     

   “천재 놈들 따라가려고, 시간을 쓰는 것뿐이야.”

   [ 하아, 고얀 놈. ]

     

   크라슈는 그렇게 크림슨가든과 함께 힐나이더가 했던 대화를 복기하기 시작했다.

     

   힐나이더는 한순간에 도출해내는 과정이지만.

   크라슈는 그의 대화 맥락을 처음부터 다시 반복해서 짚고 가야 파악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앞에서 말했듯 천재가 범인의 생각을 이해 못하듯.

   반대로 범인 또한 천재의 생각을 이해 못하는 법이니까.

     

   [ 나중에. ]

     

   그러던 중 크림슨가든이 말을 이었다.

     

   [ 네게 더 이상 잃을 것이 없게 되었을 때도 한 번쯤 생각해 둬라. ]

     

   크라슈는 헛웃음을 지었다.

   그거, 참, 아주 먼 일이겠다고 생각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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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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