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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1

     벨링엄은 베르그를 알아본 성기사, 도미닉과 일전에 나누었던 대화를 잊지 않았다.

     

    ‘주교님. 명령하신다면 따르겠지만…말씀드려야할 것이 있습니다.’

     

    ‘그게 뭐죠, 도미닉?’

     

    도미닉은 한참을 고민하다 답했다.

     

    ‘게일님의 조언이 있었습니다.’

     

    ‘…게일님께서?’

     

    ‘아무리 저희 다섯명이 있더라도, 홍염단의 근거지에서는 검을 뽑지 않는게 좋을거라더군요.’

     

     

    벨링엄도 애초부터 검을 뽑는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랬지만…그의 발언에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성기사란 무릇 엄청난 훈련과 희생을 통해 만들어지는 특별한 존재들이다.

     

    인품과 충성심은 물론이고, 시간을 통해 쌓은 무력이 바탕이 되어야한다.

     

    성기사 다섯이면 쉽게 무너질 숫자가 아니었다.

     

    애초에 그런 계산을 바탕으로 다섯 명의 호위가 벨링엄에게 붙은 것이었다.

     

     

    거기다 더해 상대가 군대도 아니고 돈에 휘둘리는 용병이라면… 다섯 명의 성기사는 충분하다 생각했었다.

     

     

    ‘…홍염단이 너무 끈끈히 묶여있어서 그런건가요?’

     

    벨링엄은 나름의 이유를 떠올리며 물었다.

     

    하지만 도미닉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아니요. 그보다는…용병단안에, 엄청난 인재가 있답니다. 저희로는 안될거라고…’

     

    ‘…’

     

    ‘명령하신다면 노력은 하겠지만…만에 하나 주교님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나올 것 같아 걱정입니다.’

     

     

    당시에 그 이야기를 들으며 의문에 휩싸였던 기억이 있었다.

     

    이 용병단 안에 대체 누가 게일과 연관 되어있는 걸까.

     

    설마 게일과 베르그는 아는 사이었던 걸까.

     

    …아무래도 그건 말이 되지 않았다.

     

     

    “….”

     

     

    하지만 또, 직접 베르그를 마주하니 게일의 경고를 이해할 것만도 같았다.

     

    피부로 느껴지는 저릿함이 다르다.

     

    싸움이라고는 단 한번도 해보지 못한 벨링엄이 살기를 느낄 정도였다.

     

     

    벨링엄은 베르그의 경고를 듣고 소름이 돋았다.

     

    그가 지닌 감정이 느껴지는 것만 같아서.

     

    짧은 대화만으로 베르그의 안에 억눌린 증오가 엿보였다.

     

    자신들이 그의 아픈 상처를 들추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성녀님의 남자.

     

    성녀님이 가장 깊이 사랑한 존재.

     

    아직도 사랑하고 있을 존재.

     

     

    그 대상을 마주하니 그녀가 그토록 그를 사랑한 이유를 알 것만도 같다.

     

    비단 외모와 분위기 때문만이 아니다.

     

    아직도 이렇게 아파하는 모습으로 보아, 그가 수 년전에 얼마나 순수히 성녀님을 사랑했는지 보였다.

     

    헤어지고 한참이 지난 지금, 떠나간 상대를 위해 저렇게 생생한 반응을 내비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 또한 성녀님처럼, 지독한 상처에 허덕이고 있었다.

     

    어쩌면 성녀님보다 더 아파했을지도 모른다.

     

    이 남자는 성녀님께 매몰차게 버려졌다고 했으니.

     

     

    그리고 그들의 사이에 끼어 들었던건 다름 아닌 헤아 교단이었다.

     

    그의 분노도 이해할 수 있었다.

     

     

    베르그의 행적을 추적했던 벨링엄이라 그럴까?

     

    이후로 망가져 슬럼에서 악명을 쌓았다는 사실까지 알았던만큼, 베르그라는 사내가 더욱 입체적으로 다가왔다.

     

    어떠한 고통속에서 저 자리까지 올랐을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경고가 결코 가볍게 들리지만은 않았다.

     

    성기사들의 보호를 받는 중에도 침이 마른다.

     

    어쩌면 주교인 자신을 함부로 위협하는 사람을 처음 만나봤기에 그런걸지도 몰랐다.

     

    “…”

     

    어찌됐든 벨링엄에게는 의무가 있었다.

     

    베르그가 성녀님을 만나는 미래는 막아야만 했다.

     

    …교단을 위해서.

     

     

    “…베르그님, 잠시 대화를-”

     

    “5초 줄게.”

     

    하지만 베르그는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다.

     

     

    주변의 용병들도 제 부단장의 변화에 점차 태세를 갖춘다.

     

     

    성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하나둘 검에 손을 얹기 시작했다.

     

    일촉즉발의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베르그의 말이 진심이었음을 벨링엄은 처음부터 알았지만, 막상 정말로 행동하려는 베르그를 보며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아무리 그래도 성기사 다섯 명이다.

     

    두렵지 않은걸까.

     

    장비만 보더라도 하늘과 땅 차이다.

     

     

    그 혼란스러움 속에서 벨링엄은 다시 노력했다.

     

     

    “자, 잠깐이면 됩니다. 잠깐의-”

     

    “…오.”

     

    -쿵.

     

    베르그가 말에서 내린다. 바닥에서 먼지가 피어올랐다.

     

    그의 아내였을 네르 블랙우드의 눈에 동요가 담긴다.

     

     

    하지만 베르그 흉흉한 눈은 올곧게 벨링엄에게 향해있었다.

     

     

    “…”

     

    그 눈빛에 제압된 벨링엄은 말을 잇지 못했다.

     

     

    “…사.”

     

    그러는 동안 시간은 점차 줄어갔다.

     

    선택을 내려야하는 순간이었다.

     

     

    반면, 베르그는 선택을 내린 듯 망설임 없이 다가왔다.

     

    “…삼.”

     

    성기사들도 벨링엄의 눈치를 살폈다.

     

    이곳에서 검을 뽑아야하는 건지, 혹은 평화롭게 넘어갈 수 있는건지 그들도 알고 싶은 듯 했다.

     

     

    “이…!”

     

     

    -스릉!

     

    동시에 베르그의 표정이 악귀처럼 일그러진다.

     

    억누르고 있던 그의 분노가 터져나온다.

     

    그가 검을 뽑으며 박차를 가했다.

     

    벨링엄은 놀라 뒤로 물러섰다.

     

    “읏!”

     

    “베르그!”

     

    뒤에서 그의 엘프 아내가 베르그의 이름을 외쳤다.

     

     

    -캉!

     

    그와 동시에 거대한 쇳소리가 울려퍼진다.

     

     

    그 소리에 움츠러들었던 벨링엄이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그만.”

     

    어느새 베르그처럼 검을 뽑은 남자가 말한다.

     

    성기사들도 채 검을 뽑지 못한 짧은 찰나였다.

     

    단장, 아담이 어느새 도미닉의 검을 빼앗아 베르그를 막아서고 있었다.

     

    도미닉은 혼란에 빠져 당황하고 있었지만, 아담은 그 누구보다 차분했다.

     

     

    “진정해, 베르그.”

     

    그리고 그 단장의 부탁에, 베르그의 표정에 금이 간다.

     

     

    “진정해.”

     

    “…”

     

    흔들리던 베르그가 이내 시선을 낮춘다.

     

    “…”

     

    -툭.

     

    검도 낮추었다.

     

    단장의 말에, 짧은 인내심을 발휘하는 듯 했다.

     

     

     

    벨링엄의 눈은 그런 아담에게 향했다.

     

    이 상황속에서 아담만이 차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여태 알아차리지 못했다만, 기이한 분위기를 지닌 사내였다.

     

     

    베르그를 통제 가능한 유일한 사람 같아보였다.

     

     

    “…다들 검을 내리세요.”

     

    분위기가 한차례 식자, 벨링엄도 긴장감을 낮추기 위해 제 성기사들에게 말했다.

     

    그들은 벨링엄의 명령에 하나둘 검을 집어넣었다.

     

    아담은 다시 도미닉에게 그의 검을 돌려주었다.

     

     

     

    동시에 벨링엄은 목표를 바꾸었다.

     

    아담을 설득하면 베르그와도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듯 했다.

     

    “…단장님. 잠시면 됩니다. 베르그 부단장과-”

     

    “-나가셔야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담의 태세는 명확했다.

     

    그도 어느새 얼음장처럼 차가워져, 벨링엄을 바라보고 있었다.

     

    베르그의 기분을 헤아리고 있는 듯한 느낌.

     

     

    “…”

     

    그 태도에 벨링엄은 더 이상의 희망이 없음을 알아차렸다.

     

    인족의 특징을 이렇게 또다시 기억한다.

     

    그들은 때로는 이렇게 똘똘 뭉치는 경우가 있었다.

     

     

    아담 뿐만 아니라, 마을의 용병단이 자신들에게 적대적으로 돌아섰음을 느꼈다.

     

    베르그가 이 집단속에서 어떠한 신뢰를 받고 있는지 느껴지는 것 같았다.

     

     

     

    “…”

     

    그러니 벨링엄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말 없이, 성기사들과 마을을 떠났다.

     

     

    .

    .

    .

    .

     

    수도로 돌아가는 마차속에서 벨링엄은 일전의 사건을 떠올렸다.

     

    어쩌면 신성모독으로 여길 수 있었던 베르그의 행동.

     

     

    하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건 그 무엇도 없었다.

     

     

    홍염단과 전투를 치를 수 있는것도 아니다.

     

    그러기에는 많은 군대가 희생될테니.

     

    애초에 셀레브리엔과 블랙우드를 등에 업은 그들이라 더욱 그랬다.

     

     

    또한, 그토록 시끄러운 사건이 벌어지면 소식이 성녀님의 귀에 분명 들어갈 것이다.

     

     

    외통수였다.

     

     

    지금부터는 소극적인 방법밖에 이용하지 못하게 되었다.

     

     

    피할 수 없는 파국은 이미 다가오고 있었는데, 너무 늦게 깨달은 걸지도.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만 할 듯 했다.

     

     

    벨링엄은 눈을 꾹 감았다.

     

    이미 너무 많은 일이 벌어진 하루였다.

     

    더는 생각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는다.

     

    지금부터는 대주교님이 선택할 사항이었다.

     

     

    ****

     

     

    헤아 교단이 떠나고, 어색함이 맴도는 분위기 속에서 나는 서 있었다.

     

    그 누구하나 말을 걸지 못했다.

     

    아담 형 빼고.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베르그.”

     

    그가 말했다.

     

     

    그러는 동안 나는 잠시 네르와 아르윈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혼란스러운 표정이 마음에 걸렸다.

     

     

    .

    .

    .

     

     

     

    나는 아담 형의 집에 들어선다.

     

    아담 형이 꽤나 화가 났을거라는 걸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다.

     

     

    나는 적당한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잠시 흐르는 불편한 침묵에도 죄인처럼 멈춰있었다.

     

     

    지난번에도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그가 말했었다.

     

    그 약속을 또다시 지키지 못한 것이다.

     

     

     

    “….하아.”

     

    형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곁에 있던 술병을 열어 두 개의 잔에 따랐다.

     

     

    잔이 채워지는 동안,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미안-”

     

    “-사과하지마.”

     

    그가 내 말을 끊으며 말했다.

     

     

    그리고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다가와서 술잔을 건넸다.

     

    내 맞은 편에 앉는다.

     

    “중요한 일이었으면…”

     

     

    “…”

     

    나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랬다면, 난 네 편이니까. 사과하지마. 잘못한거 없으니까.”

     

    “…”

     

     

    나는 형을 보다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배려에 외려 양심이 찔려왔다.

     

    그러니 나는 술잔을 꺾어 목구멍을 적셨다.

     

     

    언제나 느껴왔지만, 아담 형은 은근히 눈치가 빨랐다.

     

    그도 나처럼 슬럼출신이라 그런걸지도 몰랐다.

     

    애초에 다방면으로 유능했던 형이라 당연하다 싶긴 했다.

     

     

    “…이야기 할때가 온 것 같다, 베르그.”

     

    그가 말했다.

     

    “…”

     

    그 말에 심장이 잠시 내려앉는다.

     

    …하지만, 나도 형과 같은 생각을 했다.

     

    더는 시엔에 대한 이야기를 숨길 수가 없을 것 같았다.

     

     

    헤아 교단을 이런식으로 쫓아낸 지금은.

     

     

    “네가 숨길거라면 묻지 않으려 했어. 근데 지금부터는 나도 알아둬야 할 듯 해.”

     

    “…”

     

    “상대가 어떻게 행동할지는 예상해야하니까. 네 아내들 덕에 아마도 조용히 넘어가겠지만…알아둬야지.”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너무 오래전에 묻어두었던 얘기다.

     

    관계를 지켜보았던 플린트에게조차 하지 못했던 이야기.

     

     

    그때도 느꼈지만 이 이야기를 도로 꺼내는게 쉽지 않다.

     

     

    시엔에 대한 사랑만이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때 느꼈던 억울함과 비통함, 무력함, 그 모든게 또 하나의 수치스러운 기억들이었다.

     

    제 짝 하나 지키지 못한 한심함도 있었다.

     

     

    …어느정도, 애원했음에도 시엔에게 버려진 비참함도 있었고.

     

     

    하지만 아담 형의 말대로 더는 숨겨둘 수 없었다.

     

    특히나 단장인 형한테는 더욱.

     

     

    나는 마음을 다잡으며 한참 동안 말없이 술을 마셨다.

     

    취기가 조금 올라야 입을 열 수 있을 듯 했다.

     

    형은 그런 나의 행동을 전부 이해하고 기다려주었다.

     

     

    그렇게 한참을 앉아 둘이서 술만을 마셨다.

     

    긴 시간이 지나고, 나는 입을 열었다.

     

     

    “……….시엔.”

     

    “…”

     

    나는 곪은 상처를 꺼내기 시작했다.

     

    “…이라고 있었어.”

     

     

     

    ****

     

     

     

    형과 긴 대화가 끝나고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형은 내 이야기가 끝났을 때에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놀란 모습을 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내 어깨를 토닥이고는 제 방에 들어갔을 뿐이었다.

     

     

    아담 형만의 배려였다.

     

    나도 그게 편하기도 했고.

     

     

    또 이야기를 내뱉고 나니 신기하게 마음이 편해지는 부분도 있었다.

     

    조금은 공허하기도 했다.

     

    이것까지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쿵.

     

    집에 들어서자, 두 아내들이 나를 바라본다.

     

    “…왔어?”

     

    “돌아오셨어요?”

     

     

    그들의 표정에는 다양한 감정이 숨어있었다.

     

    혼란스러움. 의문. 걱정.

     

     

    그들 또한, 아담 형처럼 대화를 원했다.

     

     

    하지만 오늘은 더 이상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이미도 길었던 하루다.

     

     

    “…내일 이야기해도 될까?”

     

     

    그러니 나는 조심스럽게 제안했고, 두 아내들은 크게 반발하지 않았다.

     

     

    나는 휴식이 필요했다.

     

     

    .

    .

    .

     

     

    오늘은 네르와 함께 자는 날이었다.

     

    나는 웃통을 벗고 침대에 먼저 올랐다.

     

     

    한참을 준비하던 네르도 뒤늦게 침대에 엉금엉금 올랐다.

     

     

    그리고는 나를 잠시 바라보던 그녀가 말한다.

     

     

    “…있지, 베르그. 발이 조금 나은 것 같아.”

     

    그리고는 뜬금 없는 주제를 던진다.

     

    “네가 잘 치료해 줬나봐. 고마워.”

     

    “…”

     

     

    그런 그녀의 말에 나는 피식 웃었다.

     

    나는 이게 그녀 나름의 배려라는 걸 알았다.

     

    아까 일어난 일에 대해 혼란스럽고 두렵지만, 나를 위해 제 기분을 숨기고 있는 거다.

     

     

    이런 감정을 그녀에게 내비쳐본적 없었으니 그녀도 그녀 나름대로 나를 위로하고 있었다.

     

    이건 그 동안 내가 해준 위로들에 대한 보답일까?

     

    아니면 그녀도 나를 향한 마음을 키운걸까.

     

    뭐가 됐든, 지금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베르그. 내일은 같이 산책을 가는것도 괜찮-”

     

    “-네르.”

     

     

    나는 그녀의 말을 끊었다.

     

    고마웠고, 노력하는 그녀에게 미안했다.

     

    “…응?”

     

    “이제 자자.”

     

     

    네르는 나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최근 들어 네르를 보면, 미소를 지었던 기억밖에 없다.

     

    그녀와는 행복한 기억만을 쌓아가는 중이다.

     

    아담 형의 억지에 시작한 관계였고, 네르도 처음에는 싫어했지만…이제는 이 순간까지 왔다.

     

     

    시엔이 내게 주었던 기억들은 분명 행복했다.

     

    하지만 지난 7년간, 그녀를 떠올릴 때마다 아팠다.

     

     

    반면 네르나…아르윈도.

     

    그들 곁에서는 그런 아픔이 없다.

     

    이번 여행에도 수많은 추억이 새로 생기지 않았던가.

     

     

    “…”

     

    네르는 그렇게 말 없이 내 곁에 누웠다.

     

    조금 떨어져서 나를 등진채 누워버린 네르.

     

    일어서면 항상 곁에 붙어있는 그녀지만, 잠들기 전까지는 언제나 이런 상황이다.

     

     

    -치익…

     

     

    나는 촛불을 비벼 껐다.

     

    “잘자, 베르그.”

     

    네르가 인사를 건넨다.

     

     

    -훅.

     

    “아읏…! 베, 베르그?”

     

    그리고 그런 어둠 속에서, 나는 그녀를 뒤에서부터 안았다.

     

     

    가녀린 그녀의 신체가 품속으로 들어온다.

     

    특유의 향기가 맡아진다.

     

    부드러운 머리카락과 꼬리가 맨상체에 닿았다.

     

     

    어차피 하루종일 같이 말에 올라탄채로 했던 행동이다.

     

    이제와 어색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침대 위라 느낌이 달라서 그럴까.

     

    네르는 몸을 꼬물대며 내 품을 벗어나려 했다.

     

     

    “베, 베르그. 놔줘. 가, 갑자기-”

     

    “-오늘만.”

     

    그러니 나는 이번 한번만 욕심을 부렸다.

     

    “오늘만 이렇게 자자. 네르.”

     

    “…”

     

     

    오늘만이라 했지만, 언젠가 그녀에게 비슷한 부탁을 했던 기억이 있다.

     

    아마 셀레브리엔 영지에서도 그녀에게 팔베개를 강요하며 이랬을 거다.

     

    하지만 나는 모르는 척, 오늘도 그녀에게 조금 더 가까이서 잘걸 부탁했다.

     

     

    그녀의 기분이 어떨지는 나도 모른다.

     

    어쨌든 사랑에 빠지는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말한 그녀다.

     

     

    친구까지는 쉽게 받아들여주어도, 사랑하는 사람이 되기까지는 아직 기다려야할지도 몰랐다.

     

    이런 내 행동이 어쩌면 불쾌감으로 다가설지도 모른다.

     

    인족은 항상 발정 나있다는 악명도 있지 않던가.

     

     

    하지만 지금은 성욕 때문에 그녀를 안은게 아니었다.

     

    그냥 이러고 싶었다.

     

     

    “…”

     

     

    네르는 내 부탁에 점차 저항을 줄였다.

     

    천천히 몸을 풀던 그녀가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오늘만이야.”

     

    이내 온 몸을 나에게 맡겼다.

     

    천천히 허리에 둘러진 내 팔을 제 팔로 덮었다.

     

    서로의 온기를 공유한다.

     

     

    “…”

     

     

    나는 네르 몰래 눈을 잠시 떴다.

     

    품에 안긴 그녀의 모습을 잠시 내려다보았다.

     

    긴장해서 그럴까.

     

    조금은 숨소리가 커진 그녀.

     

     

    그녀를 그렇게 바라보다…나는 눈을 감았다.

     

    그녀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현재 평온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니 더 힘을 주어 그녀를 강하게 안았다.

     

     

     

    네르도, 거부하지 않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취향입니다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연참은…죄송합니다ㅠㅠ 오늘 그래도 많이 담아왔어요! 수식어만 늘리면 두 편 가능한 내용인데…다이어트 시켜 한편으로 올립니다!

    삼구일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안그래도 콘 생각이 있었습니다. 작가님만 찾으면 할 생각이 있는데, 다들 바쁘셔서… 최근에는 하지 않는쪽으로 마음이 쏠리고 있네요. 그래도 만약 콘을 만들게 된다면, 말씀대로 입 꾹 닫은 아르윈 콘은 꼭 만들도록 할게요ㅎㅎ 음…제가 이걸 잊지 않겠죠?

    젤리_817님! 1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아이디54님! 5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이렇게 큰 후원을 아무런 메시지 없이 보내시다니…ㅋㅋ 감사해요. 재밌게 보고 계시다는 이야기겠죠? 지난번에 후원해주셨을때에는 군대이야기를 하셨었는데, 최근에는 어떠신가요. 늦잠도 주무시며 자유를 즐기고 계신가요? ㅎㅎ 어찌됐든, 저도 심심함을 조금이나마 풀어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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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IW 섞일 수 없는 이종족 아내들
Score 4.3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Polygamy is abolished.

We don’t have to force ourselves to live together any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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