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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1

       후속작에 나올 예정이었건, 아니면 애초에 게임에서는 나올 예정이 없었던 인물이건.

        

       레나 마이어라는 존재가 나에게 꽤 큰 위협이라는 것은 확실했다.

        

       우선, 총독이 특별히 황제에게 요청해 입학시킨 학생이라는 점이 매우 걸렸다. 총독은 게임에서 지나가듯 나온 캐릭터고, 직접 만나본 적도 없으니 그 성격이 실제로 어떻고 나를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고, 황제는 직접 보더라도 그 속내를 제대로 알 수 없는 인간이었으니까.

        

       그나마 황제는 게임에서 묘사된 수준은 알고 있다. 이 세상이나 사람 하나하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제국의 신민이나 귀족들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지. 내 존재 때문인지 게임에서보다는 훨씬 유순하게 움직이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경계의 대상이었다.

        

       그렇다면, 레나 마이어라는 존재는 어떤 존재인가.

        

       조금 딱딱하고, 군인 같은 말투. 하지만 앳되어 보이면서 매력적인 외모.

        

       ……누가 보더라도 그냥 엑스트라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아, 물론, 따로 모델링을 가지고 있지 않은 엑스트라였다고 하더라도 여기서는 모두 다른 외모를 가진 보통 사람들이었다. 마을의 가게 주인이라던가, 시장의 상인들이라던가. 모두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런 인간 중에서 ‘대놓고 튀는’ 인간은 그렇게 많지 않다.

        

       레나 마이어처럼 대놓고 강렬한 캐릭터성을 가진 인간을, 나는 적어도 엑스트라 출신 중에서는 본 적이 없었다.

        

       우리보다 한 살 어리다는 것도 그렇고, 아무리 봐도 레나 마이어는 후속작에서 등장해도 이상하지 않을 캐릭터였다.

        

       ……그래, 왠지 쿨데레 캐릭터는 있어도 쿨뷰티 캐릭터는 따로 없다 했어.

        

       나는 쌍안경으로 레나 마이어의 방 안을 가만히 살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지난번 미아 크로우필드를 관찰하던 그곳이었다.

        

       당연히 총은 들고 오지 않았다. 조금 의심스러운 인물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제거해야 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솔직히, 제거해야 한다고 하더라도 나보다 어린애를 죽이라고 하면 찝찝해서라도 그렇게 못할 거다.

        

       그러니 일단은 레나 마이어라는 인물을 제대로 조사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밀어낼지 아닐지는 그 이후에 생각해도 늦지 않겠지.

        

       사실 그런 식으로 창문을 통해 내부를 들여다본다고 해서 뭔가 대단한 것을 알아내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정말 의외로, 나는 한 가지를 발견했다.

        

       레나 마이어의 방안, 침대 머리맡에 놓인 인형 하나.

        

       사람 상반신만큼 거대한 그 인형은 레나 마이어가 방으로 이사하는 와중에도 보지 못한 짐이었다.

        

       아마 숨겨서 들어왔겠지. 수납장 안에 넣어서 한 번에 들여왔다면 누구에게 보이지 않고 들여올 수 있을 테니까.

        

       그 인형의 외모는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일전에 내가 컨셉용으로 써먹을까 생각했던 바로 그 캐릭터, ‘디거 더 독’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게 귀여운 캐릭터는 아니다.

        

       내가 살던 세상에서의 마스코트 캐릭터는 철저하게 21세기의 취향에 맞춰져 있었다. 동글동글하고 만지면 말랑말랑 폭신폭신할 것 같은 종류의 캐릭터들이 인기를 끌었다. 아니면 다소 이상하게 생겨서 보고 있으면 괜히 웃기거나.

        

       당연히 내가 생각하는 ‘귀여운’ 캐릭터들도 그런 캐릭터들이었다.

        

       하지만 여기는 연도로 치면 20세기 극 초반.

        

       캐릭터 산업이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했고, 원작에서도 이 시대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모두 20세기 초반의 취향에 맞춰져 있었다.

        

       디거 더 독은 몸통이 길쭉하고 팔다리는 무척 얇았다. 만화영화에서도 팔다리에 관절이 없는 것처럼 흐느적거리며 움직였는데, 아마 굳이 그렇게 만든 이유는 캐릭터가 움직이는 것조차 익살스러워 보이게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얼굴은 갈색 강아지를 기본으로 해서 데포르메 되었기에 그럭저럭 귀여웠고, 몸통도 둥글둥글해서 안고 있기는 좋겠다. 물론 인형의 팔다리는 축 늘어져서 흐느적거리긴 하겠지만.

        

       그리고 레나 마이어는 그런 인형의 몸통에 얼굴을 묻고 엎드려있었다.

        

       아마 낮잠이라도 자는 모양이다.

        

       나는 말없이 쌍안경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양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너도 컨셉이었냐.

        

       그래, 조금 그런 느낌이 나기는 했다. 아무런 감정 없는 쿨뷰티 캐릭터라기에는 감정의 변화가 너무 쉽게 느껴졌다. 무표정 너머로도 기대감이 느껴진다거나, 지난 일주일 동안 나를 엄청나게 존경한다는 듯 행동했던 것이나…….

        

       그 뜻은, 무표정은 연기라고 하더라도 나를 존경하던 모습은 진심일 가능성이 크다는 소리다.

        

       나는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옥상을 뒹굴었다. 혹시 몰라서 바닥에 판초 우의를 세 개나 깔아둔 덕분에 그러고도 옷에 먼지가 묻지는 않았다.

        

       나랑 캐릭터가 겹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만약 레나 마이어가 정말로 쿨뷰티였다면, 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천천히 캐릭터성을 변화하게 하여 차별성을 둘 수 있었을 거다. 아니, 레나 마이어가 끝까지 그런 캐릭터를 유지했다면, 나도 끝까지 쿨뷰티 컨셉으로 간다고 해도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었을지 모른다.

        

       문제는, 레나 마이어가 자기 진짜 성격을 들키는 것이다.

        

       만약 레나 마이어가 ‘원작에서 나올 캐릭터’였다고 가정한다면, 그런 성격을 들키는 것은 당연하다.

        

       왜냐하면 클리셰니까!

        

       별거 아닌 농담에 웃게 되거나, 달콤한 음식을 먹고 저도 모르게 얼굴이 풀린다거나, 아니면 불시에 방 안으로 들이닥친 누군가에게 커다란 인형을 끌어안고 있는 모습을 들킨다거나.

        

       본인은 극도로 부끄러워하고, 어떻게든 캐릭터를 유지하기 위해서 온갖 구차한 변명을 대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고, 결국에는 캐릭터성이 완전히 무너져 버린 뒤 ‘귀여운 캐릭터’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

        

       내가 짜둔 컨셉이었다.

        

       그렇다면 만약 레나 마이어가 ‘나보다 먼저’ 컨셉을 들키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내가 컨셉을 들켜 민망해하는 것이 전부 뒷북이 되어버린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바닥을 구르던 것을 멈추고 몸을 한차례 부르르 떨었다.

        

       등에 소름이 쫙 끼쳤다.

        

       ‘뭐야, 얘도 평범한 애였잖아?’의 감동과, ‘설마 너도?’의 허탈한 감정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전자는 서브컬쳐 캐릭터의 숙명이자 클리셰이지만, 후자는 일반인 코스프레가 깨진 씹덕이다.

        

       게다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애와 만나고 대화한 지 십 년 쯤 지난 애에 대한 반응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나마 둘 중 하나만 있다면 애들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겠지만, 만약 둘 다 있다면—

        

       —어느 쪽이 더 쪽팔리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뜻이다.

        

       “안 돼.”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레나 마이어의 컨셉이 나보다 먼저 깨져서는 안 된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미리 인형도 사 두고, 할 대사들도 전부 준비해 둘걸……!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뒤로 미루다가 이렇게 되어버렸다.

        

       아니, 후속작 캐릭터라면 후속작 시점에서 나오라고! 왜 벌써 끼어드는데!

        

       후속작 캐릭터라는 증거는 없긴 하지만!

        

       나는 재빠르게 다시 굴러서 자세를 잡고 쌍안경을 집었다.

        

       “어?”

        

       침대에 누워있던 레나 마이어가 일어나 있었다.

        

       그냥 일어나 있는 것이 아니라, 문 앞에 가 있었다.

        

       문을 조금 열고 서 있는 것을 보니, 문밖에 누가 찾아오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다시 한번, 등에 소름이 쫙 돋았다.

        

       만약 문밖의 누군가가 레나 마이어의 방으로 들어오게 되면—

        

       침대 위에 있는 커다란 강아지 인형과 책상 위에 놓인 작은 도자기 인형들을 보게 될 것이다.

        

       레나 마이어는 그에 대해서 열심히 해명해야 할 것이고, 그건 겉보기에 차가워 보이는 캐릭터의 컨셉 붕괴 클리셰의 첫걸음이 되겠지.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바닥에 놓인 판초 우의를 회수할 시간은 없다. 지금은 이게 더 급하니까.

        

       나는 최대한 빠르게 계단을 내려갔다.

        

       *

        

       요즘 들어 실비아 팬그리폰이 수상했다.

        

       하긴, 미아 크로우필드의 눈에 실비아 팬그리폰은 언제나 수상해 보이긴 했다.

        

       지난번 방에서 그녀와 대화한 이후에 그 뒤를 쫓아다니는 것은 그만두었다. 그래도 얻을 수 있는 것이 없을 테니까.

        

       전장을 혼자서 뒤집어버릴 수 있는 존재를 따라다닌다고, 뭔가 해결책이 보일 것 같지는 않았다.

        

       게다가 단둘이 있는 공간에서, 자기를 적대하는 것이 분명한 상대에게 대놓고 권총을 넘길 수 있는 담력까지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 묘한 태도에서 이상하게 미아를 믿고 있다는 분위기가 풍기는 것이 당혹스러웠다.

        

       게다가, 척 봐도 무척 가치 있어 보이는 푸른 마르마로스를 선물해준 사람이기도 했다. 그날 그게 없었다면 미아 크로우필드는 분명 크게 다치거나 죽었을지 모른다. 그 의뢰를 받자고 처음 주장했던 샤를로트가 미아 크로우필드에게 직접 사과했을 정도로 상황이 위험했으니까.

        

       그렇기에, 조금은 믿어도 되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요즘 들어 실비아 팬그리폰이 레나 마이어를 보는 시선이 좋지 못했다.

        

       마치 관찰하듯 바라보는 그 눈에는 어떤 감정도 보이지 않았지만, 미아 크로우필드는 ‘위험하다’는 감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레나 마이어가 편입한 뒤 처음 돌아온 주말에 미아 크로우필드는 충동적으로 레나 마이어의 방 앞에 서게 된 것이다.

        

       잠깐 고민하다가, 그래도 역시 말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 정체를 전부 털어놓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조심하라는 경고까지는 해주어야겠지.

        

       그런 쪽으로는 아무것도 모르는 외국인 학생이었으니까.

        

       미아 크로우필드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레나 마이어의 방문을 똑똑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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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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