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81

       <트윈 헤드 트롤>은 <깊은 수렁의 늪지대>의 보스로 태어난 존재이다.

         

       처음부터 타고난 강자이자 포식자.

         

       물론, 다시 리젠될때마다 헌터들에게 사냥당하는 것이 운명이지만.

       이제 갓 태어난 개체가 그런 걸 알 리가 없다.

         

       녀석은 그저 지금,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태어나 살면서 공포라는 걸 느껴 본 적이 없었던 자신이.

       대체, 등 뒤에 뭐가 있길래 꿈적도 못 한다는 말인가?

         

       “크, 크르륵!”

       “쿠, 쿠에에엑!”

         

       약, 3초.

       트롤이 손가락도 움직이지 못했던 시간이다.

       곧, 머지않아 몸을 옭아매던 살기가 사그라진다.

         

       정신을 차린 트윈 헤드는 어느새 대피하여 회복에 전념하는 마하나의 모습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이대로 달려들 생각이었지만, 곧 등짝을 가르는 참격에 괴성을 터트린다.

         

       “크와아아!”

        “그래그래, 넌 나랑 놀자.”

         

       유세하. 방금까지 비정상적인 살기를 오로지 <트윈 헤드 트롤>에게 쏟아부은 장본인.

         

       [타오르는 화염]을 검에 바른 그가 칼자루를 움켜쥔다.

         

         

       *

         

         

       쿵쿠쿵-!

         

       나는 트윈 헤드의 공격을 바라보며, 거리를 좁혔다.

         

       ‘잔재주는 안돼.’

         

       내가 알기로 트윈 헤드는 [미칠 듯이 뛰어난 재생력]이라는 영웅(Hero) 등급 스킬을 보유하고 있었다.

         

       ‘고스라’에서도 정말 끈질기게 재생해서, 좀비라고 불린 녀석이다.

         

       인게임에서 치를 떨 정도인데, 실제로 보니 상식의 범주를 아득히 넘어섰다.

         

       ‘시발, 머리통이 날아갔는데 재생하는 건 에바 아니냐?’

         

       원래라면, 아무리 그래도 저 정도는 아니다.

         

       정확하게는 소모되는 마력량이 너무 높아, 어느 순간부터 재생을 못 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녀석에게는 한계라는 게 보이지 않았다.

       그것이 가능한 건 지금 가슴팍에 달려진 사람 머리통만 한 검은색 보석이 끝임없이 힘을 공급하였기 때문이다.

         

       ‘……[악마석].’

         

       장착한 괴수의 수명을 갉아먹는 대신, 방대한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불법 금지 물품.

         

       그것도 그냥 일반 [악마석] 과는 차원이 다른 순도 높은 물건이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컸다.

         

       지금 <깊은 수렁의 늪지대>의 모든 과정은 <빌런, 마인>의 소행일 거라는 점.

         

       필시 <협회>에 심어둔 스파이가 수작질을 벌였을 거라는 점.

         

       그리고 일반 뒷골목 양아치 수준이 아닌.

       [4대 클랜]에 버금가는 대규모 범죄 클랜의 소행일 확률이 높다는 점 등.

         

       여러 가지 가설이 생각나지만 털어낸다.

       생각은 사치다.

       눈앞의 상대만을 봐라.

       일은 이미 벌어진 이상, 가정을 계산하는 건 의미 없는 짓이다.

         

       ‘지금은 온전히 녀석에게 집중한다.’

         

       한 대라도 제대로 맞으면 바로 저승행 익스프레스를 찍을 거다.

         

       녀석과 나의 능력치 차이는 절대적.

         

       다행히 힘만 믿고 나대는 녀석이라 상성에서는 유리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이다.

         

       불리하다는 전제는 절대 변하지 않는다.

         

       ‘그래도 해야 한다.’

         

       해내지 않으면 나는 물론이고.

         

       “쿨럭…”

         

       지금 나무에 기대어서, 포션을 마시며 괴로워하는 므냥이도 위험해진다.

         

       ‘움직여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녀석을 죽인다.

       설령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 므냥이만큼은…’

         

       소중한 최애캐만큼은 살려 보낸다.

         

       쾅-!

         

       종이 한 장 차이로 녀석의 공격을 피한다.

         

       손에 들린 [장검]을 빙그르르 돌리며, 전방을 향해 연속으로 찌른다.

         

       일직선으로 향한 찌르기가 [3연 찌르기]로 변화하며, 정확하게 눈에 작렬한다.

         

       “크와아아!”

       “…쳇.”

         

       역시 안 통하나.

       [타오르는 화염]이 재생력을 방해하고 있는데도 그저 아픈 거로 끝나는 모습에 혀를 찼다.

         

       ‘어중간한 화력으로는 안 돼.’

         

       [3연 찌르기]는 당연하고 [류참]도 안된다.

       그렇다면 남은 수는 단 한 가지.

       지금 유일하게 녀석의 재생력을 뛰어넘을 수 있는 그 기술을 펼친다.

         

       “후우…”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검에 감돌던 푸른빛의 마력이 의지에 맞추어 붉은빛으로 변해간다.

         

       파지직-! 거리며 번개가 휘몰아치듯, 검날을 타고 흉흉한 기운이 울려 퍼진다.

         

       [‘패천검법’이 발동됩니다.]

       [에픽(Epic)등급 스킬입니다.]

       [강(强)과 쾌(快)를 필두로 한 적을 죽이는 흉살(凶殺)검이 당신의 손에 펼쳐집니다.]

       [현재의 상태로는 펼칠 수 없는 스킬입니다.]

       [육신에 반동이 옵니다.]

         

       여기에 목숨을 건 각오를.

         

       결의를.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사용하였던 ‘살의’를 담는다.

         

       [‘검의 노래’가 발동됩니다.]

       [일시적으로 <참격> 타입의 봉인이 해제됩니다.]

       [모든 위력이 200% 상승합니다.]

         

       메시지가 뜨기도 전에 나의 검이 녀석의 몸통에 작렬한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달랐다.

         

       검날을 파고드는 감각이, 소름이 끼치도록 예리하였다.

         

       겨우 일직선의 선이지만, 나는 이 일격으로 트윈 헤드의 생명에 막대한 피해를 주었음을 직감했다.

         

       “……?! 크워어어!”

         

       격이 다른 고통에 차원이 다른 비명을 지르는 녀석.

         

       나는 쉴 새 없이 [패천검법]을 펼쳤다.

         

       한번 휘두를 때마다 녀석의 몸을 지켜주는 바위 같은 갑피가 벗겨진다.

         

       [거친 바위의 틈새]의 파생스킬 [바위 굳히기]도 [패천검법] 앞에서는 소용이 없었다.

         

       살과 근육이 찢겨나간다.

       금속처럼 튼튼한 뼈도 가볍게 절단한다.

         

       [육신에 반동이 옵니다.]

       [육신에 반동이 옵니다.]

         

       물론, 나도 정상은 아니었다.

       한번 휘두를 때마다 입이 쩍 벌어질 정도의 고통이 느껴진다.

       온몸의 세포가 전기에 지져진 것 같은 반동이 곳곳을 타고 번진다.

         

       나는 다시 한번 깨닫는다.

       팽진아의 말이 사실이었다는 것을.

       [패천검법]을 쓰기에는 너무 일렀다는 것을 직감한다.

         

       ‘…그게 뭐.’

         

       그래서 뭐.

       그게 뭔 상관인가.

         

       무리?

       당연히 해야 하는 거다.

       하지 않으면 죽는다.

         

       우리 므냥이가 죽는다.

         

       그 당연한 사실 하나가, 뒤를 돌아보지 않고 달려줄 결의를 세우게 만든다.

         

       “끄아아아!”

       “크라라락!”

         

       [타오르는 화염]이 사그라진다.

       [패천검법]을 유지하기에도 벅차니, 어쩔 수 없었다.

         

       [무구에 큰 손상이 옵니다.]

         

       [자라의 장검] 중앙부가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제아무리 <내구도 대폭 증가> 옵션이 있어도 이만한 혈투를 버티기를 바라는 건, 레어(Rare) 등급 무기에 너무 무리한 처사였다.

         

       오히려 [자라의 장검] 이기 때문에, 이런 검을 모욕하는 방식에도 끝까지 버텨주고 있는 거다.

         

       나는 그럴수록 더더욱 [패천검법]에 전력을 다하였다.

         

       ‘안으로…사선으로 파고들어!’

         

       빠른 속도로 휘몰아치는 장검은, 트윈 헤드를 끊임없이 자르고 베어냈다.

         

       베어내는 경로는 녀석의 무릎을 넘어서 종아리 안까지.

         

       여기에 난폭하게 발현되는 적색의 마력은, 재생으로도 고칠 수 없는 상흔을 남겨준다.

         

       결국, 무릎을 굽히는 트윈 헤드.

         

       이러는 직후에도 상처는 급속도로 재생되어 갔다.

         

       이대로라면 결국, 원점으로 돌아오겠지만.

       나는 속으로 해냈다고 소리쳤다.

         

       모든 대처가 무방비해지는 이 틈.

         

       나는 아까부터 계속 준비해 두었던 허리춤의 단검을 번개처럼 뽑아, 녀석의 목덜미에 꽂아 넣었다.

         

       [순례자의 단검을 사용합니다.]

         

       주나용이 선물이랍시고 준 아티팩트.

         

       신성 수치가 1 이상이라도 있어야 사용가능한 ‘성유물’.

         

       설마 이런 식으로 쓰일 줄은 몰랐지만, 덕분에 원래라면 절대 이길 수 없는 이 녀석을 상대로 승리의 한 줄기가 보였다.

         

       [순례자의 단검이 고귀한 희생을 선택합니다.]

       [순례자의 단검이 파손됩니다.]

       [<트윈 헤드 트롤>의 체력이 50% 이하입니다. 모든 조건이 충족됩니다.]

         

       “크륵?!”

         

       트윈 헤드가 당황하며 본인을 내려다본다.

         

       아마, 고통은 물론이고.

       부상도 전혀 사라지지 않아서 놀란 걸 거다.

         

       [순례자의 단검]은 PVP에서 지도관들이 애용하는 1순위 장비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사용되지만, 가장 큰 건 바로 [재생력 봉인]이 있기 때문.

         

       ‘추가로 보스도 걸릴 정도로 강력한 보정을 받는다.’

         

       노림수는 이것만 있는 게 아니다.

         

       [순례자의 단검]은 매커니즘이 굉장히 독특해서, 오로지 [재생]이라는 효능만을 금하지.

       마력을 사용하는 과정은 금하지 않는다는 차별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차별성은…’

         

       트윈 헤드 트롤을 자멸시킬 맹독이 될 거다.

         

       “크륵, 크르륵!?”

         

       부글부글-!

         

       아니나 다를까.

         

       트윈 헤드의 몸을 타고 힘줄이 비정상적으로 불거진다.

         

       이윽고 힘줄을 타고 흐르는 피가 보라색으로 변하며, 부글부글 괴사하기 시작한다.

         

       녀석은 [미칠 듯이 뛰어난 재생력]을 상시 유지하기 위해 방대한 마력을 소모한다.

         

       하지만 지금 녀석의 재생력은 봉인된 상태.

         

       소모되지 못한 마력은 발동되지 않는 [스킬]을 지속하기 위해 계속 사용되고 있었다.

         

       이는 곧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며, 폭주하게 만든다.

         

       ‘후우…’

         

       나는 녀석이 괴로워하는 틈을 타, 포션을 원샷하였다.

         

       [소량의 체력과 마력이…]

         

       ‘씨발. 이제 좀 살 것 같네.’

         

       역시, 비싼 물품다운 회복력.

       언 발에 오줌 누는 정도지만, 없는 것보다 100배는 나았다.

         

       ‘…[악마석]으로 <존재 진화>한 녀석이라 다행이야.’

         

       만약, 녀석이 평범한 <스톤 트롤>.

       또는 자연스럽게 진화한 <트윈 헤드 트롤>이었다면 스킬을 OFF 하는 것으로 제어했을 거다.

         

       그러나 놈은 [악마석] 이라는 무제한의 엔진을 몸뚱이에 강제로 박아 넣고 미칠 듯이 달리는 폭주 기관차나 다름없다.

         

       지금까지 [악마석]이 놈에게 무한한 힘을 주었겠지만, 이제는 놈을 좀 먹는 맹독의 근원으로 변할 거다.

         

       “크, 크와아아!”

       “그래…썩어도 A급이다 이거지?”

         

       나는 괴성을 질러대는 놈을 향해 달려들었다.

         

       더는 [패천검법]은 무리다.

         

       쓸려는 순간 반동만으로 그 자리에서 죽을 거다.

         

       ‘남아 있는 거로 승부를 본다.’

         

       악전고투와 같은 개싸움.

       이는 원래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자신 있어 하는 종목이다.

         

       부웅-!

         

       나는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주먹을 피하며, 안으로 파고들었다.

         

       놈의 가슴팍을 발판 삼아 짧게 점프한다.

         

       ‘쥐어짜라…!’

         

       역수로 쥔 [자라의 장검]에 무게를 싣는다.

       놈의 심장에 찔러넣는다.

       양손으로 억지로 부여잡으며, 강제로 비틀며 상처를 벌렸다.

         

       “크와아아!!”

       “아직 멀었어!”

         

       나의 의지는 곧 불꽃이 되었고.

       불꽃은 곧 [타오르는 화염]으로 변화였다.

         

       [맹렬히 타오르는 업화조차 당신의 지독함에 몸을 움츠립니다.]

       [활활 타오르는 당신의 의지에 용의 불꽃이 순순히 고개를 숙입니다.]

       [‘타오르는 화염’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레벨 보상으로 마력이 1 상승합니다.]

         

       레벨이 오른 덕분인지, 더욱 맹렬하게 타오르는 불꽃.

         

       트윈 헤드가 괴로움에 발광하며, 나의 다리와 등을 주먹으로 가격한다.

         

       우득-!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지만 개의치 않는다.

         

       한 손으로 장검에 달린 ‘크로스 가드’를 붙잡고 다른 손으로는 주먹을 쥐었다.

         

       퍼버벅-!

         

       그대로, ‘폼멜’에 [연타]를 꽂아넣는다.

         

       마치, 못을 박고 망치질하듯 놈의 품 안에 검을 깊숙이 꽂아 넣었다.

         

       [무구가 손상이…]

         

       “죽어!!!”

         

       푸슉-!

         

       마지막 주먹이 꽂히는 순간.

       칼날은 녀석의 심장을 관통하여 등 밖으로 삐져나왔다.

         

       “…크…루루룩…”

         

       그대로 피거품을 내뱉으며, 뒤로 쓰러지는 트윈 헤드를 피해 바닥에 착지하였다.

         

         

       *

         

         

       “후우…”

         

       녀석이 등 뒤로 누운 덕분일까.

       운 좋게 [자라의 장검]이 빠져나와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검을 잡아 들어 올린다.

       여기저기 금이 가고 일부는 부서져 떨어졌지만, 훌륭하게 주인을 지켜낸 늠름한 모습이었다.

         

       “…고맙다.”

         

       아버지가 자주 말했다.

       내가 다루는 방식은 무구를 모욕하는 법이라고.

       위력을 억지로 올리는 대신, 무구의 수명을 깍는 행위라고.

         

       하지만 그 덕분에 살 수 있었다.

       그리고, [자라의 장검]이기 때문에 버터 줄 수 있었다.

         

       내가 고마움을 느끼는 사이, 얼추 회복된 므냥이가 므다다-! 하고 달려온다.

         

       “세하야!”

         

       이런…

       또 울었는지 눈가에 눈물 자국이 가득하다.

         

       어서, 저 귀엽고 사랑스러운 생물을 끌어안고 마구마구 쓰다듬어 줘야겠다.

         

       그리 생각하는 그 순간.

         

       “크르륵…”

       “……!”

         

       등 뒤를 타고 흐르는 붉은빛의 신호.

       [미증유의 감]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알려준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녀석이 몸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역시 A급이라는 건가…’

         

       C급 언저리.

         

       순수하게 공격력만 보자면 B급도 되겠지만.

         

       결국, A급의 벽을 지금 내가 뛰어넘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려 했다.

         

       허나, 손가락 하나 까닥할 힘이 없었다.

         

       빠르게 회전하는 두뇌는 곧 계산은 끝내었다.

         

       이건…

         

       그래…

         

       ‘…죽었군.’

         

       “세하…!?”

         

       므냥이도 뒤늦게 알아챈 모양이다.

         

       당황하는 모양새에 나는 아이러니하게 다행이라고 여겼다.

         

       공포에 질렸다면 더는 거리를 좁히지는 않을테니까.

         

       내가 죽는 사이 전력으로 도망치면, 그녀라도 살 수 있을 거다.

         

       그러나 나는 곧 내 판단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다.

         

       상식적으로 정반대의 입장이어도, 똑같은 행동을 했을 텐데 말이야.

         

       “도, [도발의 함성]!”

       “…! 므냥아 안돼!”

         

       억지로 도발을 사용한 그녀가 달려온다.

       등뒤로 느껴지는 트윈 헤드의 움직임이 그녀에게 쏠린다.

         

       므냥이도 한계다.

       이대로 한 대라도 맞으면 분명 더는 일어 날 수 없게 될거다.

       운 좋게 살아도 어디 하나 불구가 될거다.

         

       ‘씨발!’

         

       내가 뒤지는 건 상관없다.

         

       하지만 우리 므냥이가 다치는 것.

         

       그것만큼은 절대 안 된다!

         

       덕분일까.

         

       나는 어디서 이런 힘이 났는지 모르겠지만, 달려오는 므냥이의 잡고 뒤로 날리는 데 성공하였다.

         

       “세, 세하야!!!”

         

       눈물을 흘리며 외치는 그녀를 향해 빙그레 웃어주며 몸을 돌린다.

         

       “크와아아!!!”

         

       [트윈 헤드 트롤이 ‘바위 주먹’을 사용합니다.]

       [최대 내구치에 비례하여 모든 위력이 증가합니다.]

         

       다가오는 깍지 낀 주먹.

         

       나는 그것을 보며 일대가 느려지는 착각이 들었다.

         

       ―아들놈아.

       ―왜요.

       ―너, 여자 만나볼 생각은 없냐?

       ―…노망나셨어요? 저 이제 겨우 15살…아, 때리지 좀 마요!

       ―콜록, 콜록…이놈아, 그냥 걱정돼서 그렇다. 내가 죽으면…뭐 하려고 그러냐.

       ―…그야 뭐 임무 받고 사냥이나 하고 다니겠죠. 제가 배운 게 그거밖에 없는데 뭘 합니까.

       ―…내 잘못이구나. 너라도 다른 걸 가르쳐야 했는데…결국, 버림받고 죽을 텐데. 쿨럭, 그래, 너 컴퓨터 같은 거 잘 다루잖냐. 방송이라도 해보지 그래? 국적은 쿨럭. 내가 어떻게든 해주마. 안 그래도 브로커랑 연결되었거든. 언제까지 윗사람들에게 이용당할 수는 없지 않으냐.

       ―……진짜 노망…아, 아 죄송해요. 아무튼, 갑자기 뭔 방송이에요?

       ―쿨럭, 그냥 요새 젊은 놈들 하기에 한 번 말해보았다. 그거라도 하면 네 싸패같은 성격도 좀 고쳐질 것 같으니까.

         

       씨발.

         

       갑자기 이딴 기억이나 떠오르다니.

         

       설마 이게, 그 주마등인가 뭔가 그거인가?

         

       ‘…언제나 생각했는데.’

         

       죽더라도 담담히 받아들이겠다고.

       미련 따위 가지지 않겠다고.

       나 따위, 어떻게 되든 신경을 쓰지 않겠다고.

         

       마지막으로…

         

       ‘후회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아닌 모양이다.

       내가 죽으면? 이라는 생각이 감도는 순간.

         

       가장 처음 떠오른 게, 서럽게 우는 므냥이의 모습이었다.

         

       ‘문보라도…’

         

       주나용도…

       팽진아 교수님도…

       뭐 기타 등등…

         

       다 슬퍼해 주려나?

         

       이곳은 내가 살던 곳과 달리 워낙 착한 사람들이 많아서 다들 울어줄 것 같긴 하다.

         

       그건 그거대로 나쁜 결말은 아니긴 하다.

         

       하지만…

         

       ‘안되지.’

         

       안된다.

         

       지도관으로서 최애캐의 행복한 결말을 보기 전에 죽는다?

         

       ‘용납 못 하지.’

         

       살아야 한다.

       오로지 그 생각이 나의 중추신경을 불태우며 휘몰아쳤다.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 그 어떤 순간에도 이리 살고 싶다고 간절해 본 적이 없었다.

         

       0.1초도 안 되는 찰나의 순간.

         

       어느새 나는 다 부서져 가는 [자라의 장검]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나의 정신이, 육신이, 영혼이.

         

       지금,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한 수를 취한다.

         

       ‘떠올려라.’

         

       살아오면서 본 가장 강한 사람.

       팽진아, 그녀의 모습을 투영하는 거다.

       한번 직접 본 이상 할 수 있다.

         

       ‘호흡을…’

         

       발의 움직임을.

       근육의 떨림을.

       시선의 처리를.

       마력의 유동과 흐름을 붙잡아라.

         

       어느덧 나는 [바위 주먹]을 검면으로 흘러내고 있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느리고, 어설프지만.

       틀림없이 나의 검은 녀석의 타점을 미묘하게 뒤틀고 있었다.

         

       터질 듯이 튀기는 불똥 넘어 당황해하는 트윈 헤드의 눈동자가 보인다.

         

       ‘집중해.’

         

       집중하는 거다.

         

       팽진아가 했던 모든 것을 나라는 육신에 체화하는 거다.

         

       양팔과 다리의 근육이 부풀어 오르며 힘줄이 불거진다.

         

       압력을 견디지 못해 여기저기 핏줄기가 새어 나온다.

         

       육체가 곤죽이 될 정도의 강력한 힘.

         

       이것으로 기반으로, 최적의 경로를 그리며 이어지는 속도.

         

       마지막으로 ‘부드러움’이라는 묘리로 감싸 섬세하게 다룬다.

         

       찰나.

         

       나는 팽진아가 휘두르는 검.

       그 자체가 되어있었다.

         

       [‘검의 노래’가 소유자의 불가사의한 재능에 반응합니다.]

       [최종 위력이 400%로 증가합니다.]

       [천부적으로 타고난 운명의 별 중 하나가 당신의 손에서 발휘됩니다.]

       [흉살(凶殺)의 별이 당신의 손에서 피어오릅니다.]

         

       여기에, 다 부서져 가는 [자라의 장검]의 틈을 채우듯 ‘백색의 불꽃’이 휘감긴다.

         

       [‘빛바랜자’의 의지가 당신에게 모여듭니다.]

       [악의 부활에 맞서 싸운 자들의 숭고한 결의가 당신의 손에서 타오릅니다.]

         

       지금까지 얼핏 보았던 화력과는 차원이 다른 강력한 백색의 불꽃이 [타오르는 화염]과 뒤섞여 두 개의 염화를 내 뿜는다.

         

       나는 그대로 공포에 질려 주춤거리는 <트윈 헤드 트롤>을 향해 검을 올려 베며 소리쳤다.

         

       “[팽아랑]!!!”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오늘은 연참입니다. ‘-^*
    항상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