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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1

       

       

       “···.”

       

       “분위기가 변했네.”

       

       “그러게요.”

       

       

       시우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분위기에 휩쓸린 학생들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수업을 듣기 싫어하던, 평범한 학생들의 모습이었는데.

       

       수사관님의 말 몇 마디에 학생들의 의욕이 치솟은 느낌이었다.

       

       예전에 잠깐 뵌 분이라 반가움에 수사관님께 말을 걸어보려고 했었다.

       

       학생들에게 이야기를 시작하려던 수사관님의 모습에 위화감을 느끼기 전까지는.

       

       처음 보았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원래 저런 사람이었던가?

       

       

       “역시 현장에서 뛰던 사람이라 그런가, 빌런을 좀 싫어하시나 봐.”

       

       

       시우는 아멜리아의 말에 공감할 수 없었다.

       

       처음 만났을 적의 수사관님은 분명 과격했다.

       

       아르테가 범인이라고 생각해 그녀를 압박해보기도 하고, 내게 심문하기도 했지.

       

       하지만, 무언가 달랐다. 근본적인 부분이 다르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때는 정의감으로 행동하던 분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이걸 무어라고 표현해야 할까.

       

       억눌려있던 감정이, 무언가의 계기로 인해 순식간에 부풀어 오른 채로 뒤틀린 듯한 느낌이었다.

       

       이미 모든 것이 끝났음에도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

       

       수사관님이 말했던, 복수자에 걸맞은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저 기분 탓이라고 여기면 편할 텐데.

       

       그녀의 근본적인 부분이 바뀐 것 같다는 감상을 지울 수 없었다.

       

       

       “왜 그래요?”

       

       “아니, 저번에 본 적이 있는 사람이거든. 아멜리아. 저번에 수사관을 만난 적 있다고 했었던 거 기억나?”

       

       “그런 이야기를 하긴 했었지. ···그게 왜? 저 사람이야?”

       

       “응. 그런데 뭔가 분위기가 변한 것 같아서.”

       

       “분위기가?”

       

       

       아멜리아가 웃으며 내게 질문했다.

       

       

       “너 이제 막 사람의 표정도 구분하고 그럴 줄 아는 거야?”

       

       “아니, 그런 건 아닌데···.”

       

       “그럼 네가 착각한 거겠지. 아니면 첫인상이 좀 안 좋았다던가? 수사받았을 때라서 인상이 안 좋았을 수도 있고.”

       

       “그런가?”

       

       

       아멜리아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확실히 그때의 나는 수사관님에게 복잡한 감정을 품고 있었다.

       

       과연 그녀가 아르테를 저지할 수 있을까. 너무 강압적인 게 아닌가. 난 잘못한 거 없는데 등등.

       

       딱히 좋은 인상은 아니었지.

       

       그랬기에 수사관님에게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던 걸까?

       

       아니, 그것과는 달랐다.

       

       말로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무언가 바뀐 것 같은 기분.

       

       마치 능력이 발동한 것만 같은···.

       

       

       “어, 선생님이다. 무슨 일이세요?”

       

       “별일은 아닙니다. 학생들에게 인사를 건네려고 생각했거든요.”

       

       

       수사관님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상념을 그만두었다.

       

       클레어 선생님과 이야기하고 계셨던 것 같은데.

       

       벌써 이야기가 다 끝난 건가?

       

       

       “안녕하세요, 시우 학생. 오랜만이네요. 절 기억하시나요?”

       

       “아, 수사관님. 당연히 기억하고 있죠.”

       

       “선생님이라고 불러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시우 학생. 저는 지금 선생님이니까요.”

       

       “아, 네. 죄송합니다.”

       

       

       아까 전의 분위기는 어디로 갔냐는 듯, 하율 선생님은 온화하게 웃었다.

       

       클레어 선생님처럼 딱딱한 분위기가 아닌 나긋나긋한 분위기였다.

       

       

       “너무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저번의 그 일을 신경 쓰고 있다면 미안합니다.”

       

       “괜찮아요, 선생님.”

       

       “다행이네요. 그것도 업무라서요.”

       

       

       직업 특성상 심문을 할 때 강압적으로 나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그녀가 웃었다.

       

       조금 전에 보여주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

       

       그 모습에 아멜리아와 도로시도 위화감을 느낀 모양이었다.

       

       아니, 당연할지도 모르겠네.

       

       조금 전까지 학생들에게 복수를 역설하던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모습이었으니까.

       

       

       “선생님, 조금 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시네요?”

       

       “···아.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네요. 별 건 아닙니다.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하잖아요?”

       

       “아하.”

       

       

       한동안 도로시와 아멜리아. 두 명과 담소를 나눈 이하율 선생님이 떠나갔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다른 학생들과도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싶어서요.”

       

       “안녕히 가세요!”

       

       

       ···내 착각인가.

       

       위버멘쉬의 습격 이후, 죽을 고비를 넘기고 며칠 기절했던가.

       

       그 이후로는 요양도 할 겸 여행이나 떠났었고.

       

       그래서일까? 능력이 조금 무뎌진 모양이었다.

       

       오작동을 일으키다니. 이런 적은 없었는데.

       

       

       

       ***

       

       

       

       시우가 착각이라고 여기며 자리를 떠난 이후, 사람 좋은 미소를 거둔 하율이 작게 중얼거렸다.

       

       

       “사건을 몰고 다닐 사람이라.”

       

       

       평범한 소년. 적어도 하율의 눈에는 그렇게밖에 보이지 않았었다.

       

       그녀는 직업 특성상 수없이 많은 사람을 만나고, 수많은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자신을 숨기는 모습을 보아왔다.

       

       그런 생활을 십 년 넘게 해왔기에 여태껏 사람 보는 눈에는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기에 별다른 증거가 없어도 아르테 님을 아라크네라고 여기고 수사했고, 뭐. 결국 정답이었지.

       

       하율은 자신의 직감과 안목을 신뢰했기에 유시우가 평범한 학생이라고 여겼다.

       

       특이점이라고는 아르테와 친하다는 것 정도.

       

       ···그랬었는데.

       

       

       “확실히 무언가 다르긴 하네요. 아르테 님.”

       

       “그런가요?”

       

       “네. 그 짧은 시간 사이에 괄목상대했군요.”

       

       

       고작 몇 개월 사이에, 학생들 사이에서 조금 특출나 보이던 학생에서 몇 단계는 건너뛴 것 같은 모습이었다.

       

       

       “설마 잠깐 보았다고 예전의 저와 위화감을 느끼다니. 그렇게 오래 만난 기억은 없는데요.”

       

       “···만난 건 잠깐 아니었던가요?”

       

       “그랬죠. 오랜 친구였던 클레어도 이상함을 느끼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는데, 그는 저를 보자마자 눈치챈 모양입니다. 무언가 달라졌다고.”

       

       

       하율은 생각했다.

       

       아르테 님이 어째서 그를 예의주시하는지 알 것 같다고.

       

       그녀는 가끔 주인공이 어쩌고, 전개가 어쩌고 하며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저 정도 성장 속도라면 주인공이라고 불려도 딱히 잘못된 건 아니겠지.

       

       내가 오 년만 젊었어도 질투심에 불타지 않았을까?

       

       분명 저번에는 간부 하나에서 둘 정도의 수준의 실력밖에 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물론 그것도 학생치고는 지나치게 강하기는 하지만, 고작해야 범죄 집단의 간부.

       

       한 사람 정도야 어떻게든 처치할 수 있는 사람은 널리고 널렸다. 적긴 해도, 전체로 보면 작지는 않아.

       

       학생치고는 상당히 강하지만, 특출난 유망주일 뿐. 하율은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방금 그의 모습을 보고 그녀는 깨달았다.

       

       그게 아니었다는걸.

       

       

       “저는 앞으로 시우 학생을 잡을 수 없겠는데요.”

       

       “그런가요?”

       

       “네.”

       

       

       변화를 감지하는 속도가 특출나게 뛰어났다.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순식간에 자리를 벗어나겠지.

       

       

       “제가 안개가 되는 순간,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저는 그를 잡을 수 없어요.”

       

       

       물론 일방적으로 사람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이긴 해도, 안개는 퍼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기습을 하려고 해도 통하지 않을 테고, 잡을 방법 자체가 없었다.

       

       

       “능력이 직감이라고 했던가요? ···저건 직감 수준이 아닌데요.”

       

       “성장했을 테니까요.”

       

       

       성장했다고 해도 저건 과하지 않나?

       

       하율은 허탈하게 웃었다.

       

       아르테 님의 말대로 그가 계속해서 성장한다면 누구도 붙잡을 수 없고,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사람이 되겠지.

       

       자유로운 영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저기서 더 성장한다면 어떻게 될지···.”

       

       

       

       

       하율은 궁금해졌다.

       

       십 년 뒤의 그는 도대체 어떤 모습일지.

       

       

       

       ***

       

       

       

       낡고 더러운 골목길. 후드를 쓴 누군가가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한 채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거기, 멈춰.”

       

       “여긴 우리 구역이다. 너,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온 거냐?”

       

       “···.”

       

       “어이,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야? 당장 꺼지라고. 안 들리냐? 죽고 싶어?”

       

       

       휙, 휙.

       

       잔뜩 녹이 슨 칼을 휘두르며 협박하는 그들의 모습에도 미동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그들이 중얼거렸다.

       

       

       “에이, 씨발. 형님, 어떻게 할까요?”

       

       “뭘 어떻게 해? 이 정도로 경고해줬으면 충분하지. 야, 네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우린 충분히 경고···.”

       

       “···파.”

       

       “엉?”

       

       “···배고파.”

       

       

       순식간이었다.

       

       무언가 중얼거리는 목소리를 들은 빌런 하나가 가까이 다가가자, 순식간에 팔을 뜯어먹혔다.

       

       

       “끄, 끄아아아악! 내, 내 팔! 팔이!”

       

       “하나가 되자. 우리는 할 수 있어. 모두를 평등하게 만드는 거야.”

       

       “미, 미친년! 빨리 죽여! 빨리 죽···!”

       

       “저게, 도대체···.”

       

       “미친···! 저게 뭐야?!”

       

       

       바람에 휩쓸려 우연히 후드 안쪽의 모습이 보이자 그들은 경악했다.

       

       수많은 동물의 신체 일부가 얼기설기 섞인 끔찍한 모습.

       

       인간이라고는 볼 수 없는 형상에 본능적인 공포를 느끼며 그들이 뒷걸음쳤다.

       

       

       “있지, 너희들도 하나가 되고 싶은 거지?”

       

       “무슨 미친 소리를···! 꺼져, 이 괴물 년아!”

       

       “미르가 말했어. 세상을 평등하게 만들어주자고. 응, 그랬지. 평등. 착하다, 애니 잘 기억하고 있네. 그렇지, 미르? 헤헤, 칭찬해줘.”

       

       

       빌런들이 눈치챘다. 잘못 건드렸다고.

       

       대형 폭탄을 건드렸다는 사실을, 그들은 폭탄이 터지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리고 미르는 말했어. ···거부해도 소용없어. 우리는 평등을 외칠 뿐. 사회가 버티지 못한다면, 애도를 표해주자고.”

       

       “씨발···. 좆됐네···.”

       

       “있지, 너희들도 평등해지자.”

       

       

       잠깐의 시간이 지난 후, 골목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저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는 걸 알려주는, 사방에 흩뿌려진 혈흔만이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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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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