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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1

       

       

       

       

       

       81화. 검은 역병 ( 4 )

       

       

       

       

       

       뭐가 문제였을까. 잠결에 ‘마수 토벌’ 돌리려고 했던 것이 욕심이었을까?

       숙제 한번 끝내고 자겠다는 게, 그렇게 큰 욕심이었던 걸까?

       

       “하, 씨…”

       

       

       화면에 보스 레이드 경고문이 빠르게 점멸하다가 사라진다. 내 기분도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손발이 덜덜 떨리고, 머리가 핑 도는 기분.

       

       내 기분과는 상관없이 점차 어두워진 화면은 점차 밝아지며 한 풍경을 나타낸다. 한적한 산 속, 그 가운데에 위치한 작은 시골 마을.

       나무 울타리가 조잡하게 늘어선 시골이 배경이다.

       

       

       ㅡ띠링!

       

       《몰려오는 적들을 상대로 기지를 방어하세요!》

       

       《승리 조건은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켜야 합니다.》

       

       《하나. 몰려오는 적들을 상대로 일정 시간 기지를 방어하는 데 성공.》

       

       《둘. 적들의 보스를 공격하여 토벌하는 데 성공.》

       

       《아군이 모두 사망하거나, 포기하면 실패로 처리됩니다.》

       

       

       난데없이 시작된 레이드지만, 무정하게도 메시지는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재빨리 메시지를 읽었다.

       뭔가 좀 길지만, 내용은 간단하고 익숙하다.

       

       

       “디펜스네.”

       

       

       몰려오는 적들을 정해진 시간 동안 막아낸다. 디펜스 게임의 기본적인 흐름과 동일하다.

       다른 부분이 있다면, 내가 직접 공격해서 보스를 잡아야 한다는 것. 

       

       아직 잠기운이 남아있는 머리를 거세게 흔들어 잠기운을 몰아냈다. 비로소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후ㅡ 우선… 스킬. 그래, 스킬이 있나 좀 봐야겠다.”

       

       

       예정에 없던 레이드인 만큼, 스킬 세팅을 전혀 하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스킬을 제일 먼저 확인했지만, 역시나.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 단 하나도 없었다.

       

       미치고 돌아버릴 지경이다.

       

       

       ㅡ 띠링!

       

       《신앙심을 소모하여, 방어물을 세우고 기지를 강화하세요!》

       

       

       나를 재촉하듯 떠오른 메시지. 조잡한 나무 울타리가 반짝거린다. 

       툭, 하고 터치하자 울타리가 뚱땅거리더니 튼튼해 보이는 돌벽으로 진화했다.

       

       그래, 이런 식으로 방어물이라도 업그레이드해야지.

       안 그러면 도저히 깰 수가 없을 것 같다.

       

       

       “화살탑 만들고. 망루? 이것도 올리고. 해자도 만들고.”

       

       

       이것저것 빠르게 터치하자, 허름한 시골의 공터에 쭉쭉 올라가는 건물들.

       순식간에 마을을 둘러싸는 해자가 생겨나고, 감시탑이 올라가며, 이것저것 방어 건물들이 생겨난다.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건물들만큼 빠르게 사라지는 신앙심 수치. 그동안 마땅히 쓸 일이 없어 제법 쌓여있었는데, 순식간에 바닥을 보인다.

       

       

       “하, 미치겠네 진짜.”

       

       

       레이드 진입 전에 확인 문구 하나 넣지 않은 개발자들이 너무나 원망스럽다. 

       확인 메시지 하나 만들어주는 게 그렇게 어려웠나?

       

       

       《잠시 후, 적들이 몰려옵니다!》

       

       《동이 틀 때까지 기지를 방어하고, 보스를 처치하세요!》

       

       

       화면이 위험을 알리는 경고등처럼 붉게 점멸하기 시작한다. 

       

       낮게 깔리는 음악이 흐르며 긴장감을 고조시켰고ㅡ

       

       

       – “■■■■■■■■!!!”

       

       

       어둠을 뚫고, 거대한 쥐들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       *       *       *

       

       

       

       

       “꺄아아악!”

       

       “뭐, 뭐야! 당신 누구야!”

       

       “사람이 날아갔어!!”

       

       

       한스의 주먹질에 사람이 나가떨어지자 소란스러워진 주변 사람들. 한스는 그들에게 시선 하나 주지 않았다.

       지금은 그런 것에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쿱, 우웩! 당신, 당신 뭐야! 뭔데 사람을ㅡ”

       

       

       주먹이 얼굴에 닿기 직전, 한스는 가까스로 주먹에서 힘을 뺐다. 그렇지 않았다면, 저 사람의 머리는 잘 익은 과일처럼 터졌으리라.

       자신이 죽을 뻔했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바닥에 누워서 연신 한스에게 소리를 지르는 주민.

       

       한스는 성큼성큼 걸어가서, 누워있는 이의 멱살을 잡고 쭉 들어 올렸다.

       건장한 성인 남성이 거짓말처럼 들리더니, 발이 땅에서 떨어져 대롱대롱 매달렸다.

       

       

       “어, 어어? 뭐, 뭐야! 왜 이러는 거야!”

       

       

       한스는 나지막하게 물었다.

       

       

       “어디야.”

       

       “예? 뭐를, 뭐를요!”

       

       “꽃팔찌. 어떻게 했어.”

       

       “꽃팔찌요? 무슨 꽃팔찌를… 마, 마녀요?”

       

       

       한스는 순간 욱했지만, 가까스로 참았다. 

       실랑이할 시간조차 아까웠다.

       

       

       “빨리 말해. 꽃팔찌, 어디에 놨어.”

       

       “어, 어어… 그게ㅡ”

       

       

       멱살을 잡힌 사내가 대답을 못 하고 어물쩍거리자, 한스의 눈이 싸늘하게 식었다.

       반대쪽 손에 서서히 힘이 들어가자 그제야 사내가 눈을 꽉 감고 말했다.

       

       

       “수, 숲에 버렸습니다!”

       

       “숲 어느 쪽?”

       

       “저기, 산 정상으로 가는 길에 버리고 왔습니다…”

       

       

       한스는 사내의 멱살을 툭 풀었다. 사내가 엉덩이부터 쿵 하고 떨어지며 어이쿠ㅡ하는 소리를 냈다.

       

       산. 

       산으로 가야 한다.

       

       한스의 발걸음이 숲을 향하려 할 때, 그를 부르는 이가 있었다.

       

       

       “한스!”

       

       

       로한이였다. 급히 달려왔는지, 가쁜 숨을 몰아쉬는 로한. 

       

       

       “로한, 데이지가 산에 있어. 가서 데려와야 해.”

       

       “후, 후우ㅡ 아니, 꼬맹이가 산에 있다고? 이 야밤에? 환장하시겠네.”

       

       

       로한이 머리를 탁 짚었다. 도대체 꼬맹이는 뭔 바람이 불어서 야심한 밤에 산을 돌아다닌단 말인가?

       한스가 발걸음을 서둘러 옮기려 하자, 로한이 한스를 말렸다.

       

       

       “기다려! 밤에 맨몸으로 산을 오를 셈이야? 그러다 너도 뒤져!”

       

       “그러면? 지금 데이지가 저 숲에 있다고!”

       

       “옘병… 잠깐만 기다려봐. 진짜 잠깐만 기다려.”

       

       

       걸쭉한 가래침을 뱉은 로한이 어디론가 다급하게 뛰어갔다. 

       정말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로한은 가죽 주머니를 들고 다급하게 뛰어왔다.

       

       

       “이거 받아!”

       

       

       휙ㅡ하고 공중을 날아온 가죽 주머니. 한스는 재빨리 받아 주머니 안쪽을 확인했다.

       

       

       “이건…”

       

       

       부싯돌과 밧줄, 횃불과 깨끗한 천 그리고 한스가 깎아둔 나무 꼬챙이와 단검.

       한스가 로한을 새삼스럽게 쳐다봤다. 어느새 이걸 다 가져왔단 말인가?

       

       

       “후ㅡ 젠장. 힘들어 죽겠네. 한밤중에 맨몸으로 산 타면 뒤져 병신아. 그거라도 들고 가.”

       

       

       로한이 땀을 슥 닦으며 한스를 바라봤다. 그리고 말했다.

       

       

       “뭐해? 안가? 데이지 데려온다며.”

       

       “… 고마워.”

       

       “살아서만 와라. 어디 가서 뒤지지 말고.”

       

       

       한스는 로한의 말을 뒤로 하고, 재빨리 땅을 박찼다. 

       

       저 앞에 보이는 어두컴컴한 숲은, 마치 아가리를 벌리고 먹이가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짐승과도 같았다.

       그리고 그 안에, 데이지가 있다.

       

       

       ‘데이지…!’

       

       

       들꽃처럼 여리지만, 강인한 소녀.

       

       한스는 한층 더 강하게 땅을 박찼다.

       

       그리고 어둠이 도사린 숲의 목구멍으로 그 몸을 던졌다.

       

       

       

       

              —       —       —       —

       

       

       

       

       “1소대는 마을 서쪽으로! 마을 사람들은 모두 후방으로 이동시키세요! 적은 확인됐나요?”

       

       “용사님! 1소대 배치 완료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1명 제외 모두 후방으로 이송했습니다!”

       

       “적은 아직 거리가 멀어서 식별하지 못했습니다! 식별하는 대로 보고하겠습니다!”

       

       

       케니스는 정신없이 부대를 지휘했다. 주변을 둘러보고 돌아온 프리가가 케니스의 곁으로 다가왔다.

       

       

       “케니스, 여기서 막아야 할 것 같아. 이 주변은 전부 나무가 많은 숲이어서, 우리한테 불리해.”

       

       “… 좋지 않네요.”

       

       

       이리저리 춤추는 횃불을 따라 케니스의 얼굴에 그림자가 일렁였다. 상황은 좋지 못했다.

       

       다행히 적이 접근하는 것은 미리 확인했지만, 아직 그 정체도 파악하지 못했다.

       방어 시설이라고는 조잡한 나무 울타리와 낮은 감시탑이 전부. 어두운 밤이라 아군의 시야도 상당히 짧다.

       케니스는 초조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좋지 않아요… 미리 방벽이라도 세웠더라면…”

       

       

       경험이 풍부한 데모닉이 있었다면, 미리 준비했을 테지만… 데모닉은 근신 처분으로 오지 못했다.

       전투 경험은 있지만, 부대를 지휘해본 경험이 부족한 케니스의 실수였다.

       

       케니스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안절부절못하자, 프리가는 케니스의 뺨을 챡ㅡ하고 양손으로 붙잡았다.

       

       

       “야! 정신 차려, 북부에서 이랬던 적이 한두 번이야?”

       

       

       “읏!”

       

       

       “계속 그렇게 얼빠져 있을 거면 빠지고, 싸울 거면 제대로 해. 네가 우리의 대장이야. 네가 정신 못 차리면, 우리는 다 죽는 거라고.”

       

       

       케니스가 주변을 둘러봤다. 수많은 이들이 케니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케니스는 이들에게 희망이 되어야 할 용사. 그녀가 이렇게 얼빠져 있어서는 안 된다.

       

       

       “후ㅡ 맞네요. 북부에서는 더한 일도 있었는데, 겨우 이 정도로 이러면 안 되죠.”

       

       “하! 그래, 맞지. 거기에서는 던질 돌도 없어서 언 수프로 싸웠잖아.”

       

       “그러게요. 그거 되게 아팠는데.”

       

       

       스스로 뺨을 탁탁ㅡ 두들긴 케니스가 다시금 발 빠르게 움직이며 부대를 지휘했다.

       

       

       “감시병들은 계속 전방을 주시하면서 적을 감시하세요! 2소대, 3소대! 마을에서 기름이나 물을 가져와서 끓여요! 최대한 많은 양으로! 4소대는 마을 동쪽 방책으로 이동!”

       

       

       할 수 있는 한에서, 최선을 다해야한다. 

       

       그렇게 차근차근 적과 싸울 준비가 되어갈 때ㅡ

       

       

       ㅡ쿠그그그

       

       

       “으왓!”

       

       “지, 지진이다!!”

       

       “다들 엎드려!!”

       

       

       갑작스럽게 땅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적이 다가오는 땅울림일까?

       케니스가 바짝 긴장하며 검을 든 손에 힘을 줬다.

       

       

       “모, 목책이!!”

       

       

       누군가의 외침. 케니스는 반사적으로 목책을 바라봤다.

       

       얼기설기 엮이고, 반쯤은 썩어간 목책이… 땅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저게 무슨…”

       

       

       목책을 따라 땅이 쩍 하고 갈라지더니, 그 속으로 목책이 빨려 들어간다.

       마치 누군가 잡아당기는 것처럼.

       

       그리고는ㅡ

       

       

       ㅡ콰앙!

       

       

       요란한 소리와 함께, 땅에서 튼튼한 돌벽이 솟아오른다. 힘차게 솟아난 돌벽이 제 위용을 과시했다.

       

       

       “허…”

       

       

       옆에서 프리가의 힘 빠진 감탄이 들려왔다.

       이러한 현상은 마을 곳곳에서 일어났다.

       

       

       ㅡ쾅!

       

       

       감시탑이 높아지고.

       

       

       ㅡ 콰앙!

       

       

       마을 주변을 길게 두르는 강이 솟아난다.

       

       

       ㅡ 쾅!

       

       

       이윽고 튼튼한 화살탑까지 생겨났다.

       

       땅에서 건물들이 자라나는 풍경에 모든 이가 입을 떡 벌리고 바라봤다. 바닥을 울려대던 땅울림이 멈추자, 마을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되었다.

       허름한 시골 마을에서 튼튼한 요새가 되어버린 모습.

       

       케니스가 제일 먼저 정신을 차렸다. 

       

       이건, 신께서 그들을 보우하심이다.

       신께서 그들을 보살피시고, 사악한 악과 맞서 싸우게 하심이다.

       

       

       “신께서ㅡ!”

       

       

       케니스가 신검을 뽑아 들고 힘차게 외쳤다. 

       그들을 지켜보고 계시는 신께 이 영광스러운 전투를 바쳐야 한다.

       

       

       “우리를 영광스러운 전투로 부르신다!”

       

       

       이윽고 사도들이 폭발하듯이 외쳤다.

       

       

       “”우리를 영광스러운 전투로 부르신다!!””

       

       

       전투가 사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어색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언제나 감사합니다!!!

    ㄴㅇ0ㅇㄱ!! 아닛 이게 무슨 일입니까!!!

    – ‘신선우’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주말 연재… 해버렸다구!! 끼에에에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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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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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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