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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1

       

        

        

        

        

        

       “어으. 어지러워라.”

        

        

        

        8월.

        

        야경을 적시듯 하늘에서 추적추적 내리는 비. 그 위를 짙게 채색한 어둠은 하루가 이미 저물고 있음을 여실히 알려주고 있었다.

        

        그러나, 구단 소속의 게이머들과 예선 랭크에 참여 가능한 수준의 무소속 유저들이 전부 내일을 대비하여 오랜만의 이른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에도, 반대로 내일만을 위해 밤잠을 설쳐가는 이들이 있었다.

        

        우스갯소리로 여의도의 연양갱이라고 불리는 검은색 건물, 아직 빛이 꺼지지 않은 고층.

        

        그곳에는 여전히 수많은 이카루스 직원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소속도 다양한 것이 – TV와 유어스페이스, 트리키, 그 외에도 수많은 곳에 내일부터 송출될 다크 존 AP 솔로잉 대회 광고에 미흡한 점이 있는지를 체크하고, 더 나아가 여타 방송사 등과 일정과 시간을 조율하는 홍보부.

        

        무슨 일이 있어도 서버가 터지지 않도록 트래픽 루트를 조율하고, 예선 랭크 중후반부터 시행될 해설, 관전, 옵저버 등의 원활한 작동을 담보하도록 각고의 노력 중인 서버 관제부.

        

        기계에 의해 산출된 대진 결과에 혹여나 오류가 있을까 하여 여러 번 체크를 반복하는 프로그램 엔지니어들도 있었고, 이 모든 것들을 총괄하는 상층부의 임원 일부와 이들을 위한 늦은 저녁이나 야식 등을 준비하는 식당.

        

        그리고 초과 근무 이후 집으로 가는 교통편이 끊길 수도 있었기에, 건물 내 취침 시설을 점검하고 당직을 서는 이들까지. 

        

        어느 한 사람의 하루가 끝났다고 하여, 다른 이들의 하루가 끝났다는 보장은 없었다.

        

        

        그 사이, 홍보부.

        

        마지막까지 여러가지를 조율하던 이들 사이에서는 하나둘씩 나오는 말들이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대회 시즌이면 어김없이 나오는 안건 – 과연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본선에 진출하는 인원이 있을 것인가. 만약 있다면 어디서 나올까. 사실 어느 쪽이든 크게 상관없긴 했다. 이들은 구단 소속이 아닌 이카루스 소속이었으니.

        

        그렇게 중요하진 않았으나, 그렇다고 중요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우수한 경기력을 보여준 이들 – 가령, 프로게이머들 – 은 이카루스 인터내셔널 쪽에서도 광고 모델 요청을 보내기도 했기에.

        

        여하간, 해당 부서의 인원들은 정보 습득이 빨라야만 했고, 나오는 이야기들도 전부 평균 하루, 빠르면 시간 단위로 갱신되는 정보를 근간으로 한 것들이었다.

        

        

        

       “1500명 가량 중에서 어떻게 100명을 뽑냐. 프로 1군 애들이 다 올라온다고 가정하면 남는 자리가 있나? 여기도 진짜 너무 살벌해.”

        

       “그래도 AP 솔로잉은 선수 순환 속도가 엄청 빠른 편이니까,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긴 한데.”

        

       “그도 그렇지. 이번엔 어디가 강세일까. 리퍼 인펙티드? Xi? 아르카디아 게임즈나 TK1?”

        

       “모르지. SSM일수도.”

        

       “거긴 후발 선수단 육성을 너무 열심히 하더라. 재작년 아시아 예선전에 1군 다 떨어지고 다이스 혼자만 올라가서 힘쓰는 건 알겠는데….”

        

       “이번에도 봐야 알겠지. 프로 아닌 애들 중에서 얘기 나오는 애들은 있나?”

        

       “그건 예선 랭크 막바지에 가면 알아서 나오니까. 지금은 글쎄다….”

        

        

        

        그렇게 이어지는 대화 사이, 갑작스럽게 불똥이 옆으로 튀어올랐다.

        

        

        

       “진철 대리는…맞다. 최근 추가업무 있었지. 특이사항 있나요? 힘든 부분은?”

        

       “아, 그리 힘들지는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했던 업무라고 해봐야 그 유저 분이 핵 의심 관련으로 증언해달라고 한 것뿐이라.”

        

       “일은 마무리 잘 됐구요?”

        

       “예. 물증이 워낙 명확해서 그 정도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요. 그…발현자 분 관련된 일이니,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보고해주세요.”

        

        

        

        다행히 그 정도로 끝났지만…그렇다고 해서 입이 근질근질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당장 저들이 말하고 있던 ‘프로 아닌 이들 중 얘기가 나오는 사람’이 바로 그가 알고 있던 발현자였으니까.

        

        온갖 정보들을 꿰고 있는 이들이라고 해도 모든 것들을 아는 건 아니었다. 더군다나 유진이 게임판에 발을 들여놓은 지 고작해야 한 달도 안 되서 그 정도 실력을 뽑아낸단 사실이 말도 안 되는 걸로 치부될 수도 있었다.

        

        아니면, 어쩌면 모르거나.

        

        뭐가 되었든, 결국 정보 그 자체에 목숨을 거는 프로 구단 소속 분석가들보다는 한꺼풀 얇은 수준이었다. 즉 데이터가 곧 돈이요, 심지어는 구단의 방향성까지 컨트롤 가능한 그쪽보다는 날이 덜 서있을 수밖에 없음을 의미했다.

        

        

        아무튼, 생각보다 싱겁게 끝난 안건과 다르게 – 아는 사람에 한해서는 정말로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과연 그 유저가 어떤 돌풍을 일으킬 것인가.

        

        그것은 아직까지는 아는 사람들만의 비밀스러운 즐거움이었다.

        

        

        

        

        

        

        한편 그 유저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니,

        

        

        

       -[냥냥 이모─────!!!]

        

        

        

       <갱생유진 님이 1,000원 후원하였습니다.>

       -않이싓팔개꼴리는밀프미시크툴루신화냥냥니알라토텝눈나어디가!!!!

        

       “…제가 냥냥이모였어도 충분히 도망갈 만했어요. 그래요, 갱생유진 당신.”

        

        

        

        러브크래프트 미연시의 끝자락에서, 선원들이 몽땅 변태인 배를 간신히 조타 중이었다.

        

        

        

        

        

        

        

        

        

        

        

        

        

       “냥냥이모….”

        

       “응? 뭐라고 했어?”

        

       “아, 아냐.”

        

        

        

        월요일, 오전 열 시.

        

        예선 랭크가 열리기 두 시간 전 – 가상현실 내, SSM 전용 공간.

        

        굳이 솔로잉이니 듀오니 스쿼드니 그런 것들을 가리지 않고, SSM의 모든 AP 프로게이머들이 초현실적인 강당 내부에 일제히 모여 정면에 띄워진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예선 랭크 전 마지막 강의기도 했고, 다르게 보면 사기 진작과 불안감 해소를 위한 마지막 컨퍼런스이기도 했다.

        

        어쨌든 이들은 앞으로 타 구단 뿐만이 아닌 같은 구단 내의 식구와도 경쟁을 해야만 하는 지난한 처지에 놓일 예정이었으므로, 언제나 그렇듯 – 승자에게는 박수와 응원을, 패배자들에게는 위로를.

        

        요컨대 그런 느낌으로, 마지막으로 이들에게 경기 중 당부해야 할 것들을 알려주는 한편, 페어플레이 정신을 강조하는 것에 가까웠다.

        

        

        물론 그 한복판, 어제 유진의 스트리밍에 들어갔다가 느닷없이 여지껏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던 기기묘묘한 미연시를 목격해버린 다이스는 그것을 한 귀로 듣고 흘릴 뿐이었지만.

        

        사실 그녀 정도면 참여하지 않아도 그다지 상관없는 시점이었다. 무려 3년 동안 무사히 아시아 예선전에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작년에는 무려 본선에도 진출한 4인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이 또한 거쳐가는 곳이었다.

        

        

        

       ‘다들 이래서 방송을 보는 거였구나….’

        

        

        

        아무튼, 그녀의 신경은 여전히 어제에 머물러있었다.

        

        유진의 방송이 기막힐 정도로 재미있는 부류라고 하기엔 어려웠다. 잔잔하게 터지는 웃음은 상당했지만, 반대로 텐션이 너무 높아 시종일관 웃음이 터지는 그런 방송도 아니었고.

        

        하지만 뭐라고 해야 하나. 스크림에서는 철인이었던 사람이 보여주는 그 갭이라고 해야만 할까 – 전투만 하면 완전무결한 것처럼 보이더니, 저런 기괴한 게임을 할 때 무심하게 내뱉는 말들과 그 사이에 담긴 그녀의 감정들.

        

        이리 말하면 이상하지만, 그녀 역시도 웃을 줄 알고, 호불호가 있었으며, 더 나아가 괴상한 게임의 망측한 진행을 목도하고는 이게 뭐시다냐 하는 반응을 꾸준히 보여주었고 – 그 자체로 너무나도 신기했다.

        

        그래서 어제 방송 끝날 때까지 같이 낄낄대긴 했는데….

        

        

        

       “다이스야. 그만 웃고 너도 나와서 애들한테 도움 되는 얘기 좀 해봐라.”

        

       “아니, 그건 좀….”

        

        

        

        하지만 시선이 몰렸다는 건 그다지 좋은 결과가 뒤따르지는 않음을 의미했고, 결국 그녀는 느닷없이 터져나온 무수한 박수 속에 어쩔 수 없이 연단에 섰다.

        

        사실 그리 불쾌하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되려 익숙하면 더 익숙했지 – 사실상 어느 정도는 예측하고 있었기도 했다. 그녀는 어쨌든 SSM의 간판 프로게이머 중 한 명이었고, 작년엔 본선에도 진출했었으니까.

        

        다이스는 어느샌가 마이크를 손에 쥐고 입을 열었다.

        

        

        

       “혹시 여러분들 중 예선 랭크 룰을 숙지하지 못한 분 있으신가요?”

        

        

        

        당연하게도 손을 드는 사람은 없었다. 사실 손을 드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였다.

        

        아무튼, 어차피 예선 랭크가 시작하는 열두 시까지 크게 할 것도 없었기에, 그녀는 이왕 나온 거 자기 원하는 대로 입을 열기로 결심했다.

        

        

        

       “그럼 됐네요. 아무튼 다들 지금쯤이면 예선 랭크 일정이 잡혔을 거고, 아마 이 중에서 몇몇은 서로 같은 방에 초대됐겠죠. 물론 들어가기 전까진 각자 어떤 방에 들어갈지는 모르니까, 크게 중요한 건 아니고….”

        

        

        

        예선 랭크.

        

        이 즈음부터는 기존 랭크처럼 시간을 갈아넣는다고 순위에 유의미한 변화를 줄 수는 없었다. 특정 시간에만 열리는 방의 초대 코드를 받고, 그 후 해당 세션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어야만 순위가 상승하는 식이었다.

        

        중후반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조금 덜 유명세를 탄다는 점을 제외하면, 본격적으로 대회라는 이름에 걸맞는 형태로 진행되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일종의 온라인 대회였다.

        

        

        

       “이 즈음부터는 중계방도 활성화되니, 여러분들이 숨겨두고 있거나 한 택틱이나 트릭은 함부로 사용하시면 안 됩니다. 물론 실력적인 한계에 부딪혔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냉정하게 말하자면, 예선 랭크부터 그 정도라면 앞으로 상당히 고달파질 겁니다.”

        

        

        

        중계방이 활성화된다.

        

        이는 외부인들이 본격적으로 경기 참관을 할 수 있음을 의미했고, 다시 말해서 – 해외의 아날라이저들이 눈에 불을 켜고 움직임과 택틱을 낱낱히 분석하려고 든다는 것이었다.

        

        물론 택틱이라는 건 – 비록 유진의 강의에 의해 생각이 좀 바뀌긴 했으나 – 결국 정형화된 임기응변이라는 양립 불가능한 모순이었고, 적어도 아시아만을 한정하였을 땐, ‘생각보다는’ 크게 의미없는 일이었다.

        

        다르게 말하면, 본선은….

        

        생각도 하기 싫었다.

        

        

        때마침 그에 대한 질문이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작년에 본선에 다녀온 뒤 마주해야만 했던 질문의 뫼비우스 띠가 다시금 그녀의 뇌리에 스멀스멀 떠올랐지만, 그럼에도 어쩌겠는가.

        

        해줄 수 있는 말을 해주는 것밖에.

        

        

        

       “본선 수준은 어떤가요?”

        

       “상상 그 이상을 보게 될 겁니다.”

        

        

        

        이는 여러 단어의 조합을 통해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었는데, 그 중 하나를 굳이 뽑자면 믹서기 안에 들어간 식재료의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말로도 설명 가능했다.

        

        무수한 질문들이 쇄도하는 사이에도, 다이스의 눈 앞은 어느샌가 과거 기억의 플래시백으로 뒤덮히고 있었다. 악착같이 싸웠지만 움직임도, 반응속도도, 엄폐물을 낀 기동도, 그런 것들을 포함한 모든 부분에서 밀렸다.

        

        마치 방탄판을 둘둘 두르고, 자동조준 터렛이 달린 불도저와 싸우는 느낌. 자신은 이 지점을 넘어설 수 없다는 강한 확신과 함께 무력감이 샘솟았다.

        

        숨쉬듯 자연스럽고 빠른 조준과 망설임 없는 격발. 한 치의 에누리도 없는 정교한 탄착군. 무시무시한 반응속도와 무자비한 근접 격투.

        

        

        

       ‘걔네들은 게임을 하러 나온 게 아닌 것 같단 말이지….’

        

        

        

        뭐라고 해야 하나.

        

        미군을 적으로 돌리면 무섭구나- 하는 사실만 뼈저리게 체감하고 왔다고 해야 할까.

        

        그런 점에서 보자면 이들은 지옥으로 걸어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거라고 봐도 비슷하지 않을까. 그런 발칙한 생각이 들었지만 입으로 꺼내는 건 좋지 못했다.

        

        안 그래도 자신을 포함하여, 앞으로 피로 피를 씻는 수많은 경쟁 – 경기들이 앞을 가로막을 텐데.

        

        

        하지만 이번 년도는 그럼에도 이상하리만치 포기할 수 없었다.

        

        그건 단순히 사람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호승심 때문이 아니라, 그저…한 사람의 길을 보고, 같이 걷고, 더 나아가 그 사람에게 예비된 결말이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지를 보고 싶다는 바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목표로 삼기에는 이상한 부류였지만, 그것은 틀림없는 원동력이었다.

       

        

        

       “지금 여기서 북미 랭크를 돌려본 이들은 얼마나 되죠?”

        

        

        

        모든 이들이 빠르게 손을 들었다.

        

        그러나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한국 서버에서 하는 것만큼 북미 서버에서의 랭크 게임에 매진하여 하는 이들은 없었다. 설령 열심히 한다고 하더라도 SOF 이상의 인원들은 없었고.

        

        그리고 사실상 중요한 것은 – 이들이 진정한 의미의 지옥을 체험할 수 있는 전장은 북미 랭크가 아니었다.

        

        오로지 자신만이 아시아 예선전 이후 북미에서 주최하는 스크림에 참여해본 적이 있었고, 그곳은…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약간 열화된 본선이라고 생각하면 편했으니까.

        

        그렇기에 그녀는 덧붙였다.

        

        

        

       “아시아 예선전을 통과한 후 북미 스크림을 돌려보면 참으로 좋겠지만…어쨌든 기회가 된다면, 미국에서 시행되는 연습경기에 꼭 참가해보길 바랍니다.

        

        전 세계에서 단 한 명만이 될 수 있는 AP 솔로잉 우승자는…그곳까지 도달하기 위해선, 상상도 못한 가시밭길을 걸어야만 할 겁니다. 제가 장담하죠.”

        

        

        

        해줄 말은 크게 없었다.

        

        

        

       “아시아 예선전에서 보도록 합시다.”

        

        

        

        그것만이 그녀가 빌어줄 수 있는 유일한 가호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본격적인 경기 묘사들은 아마 KSM부터 나오지 않을까…

    임티는 지금은 구상 단계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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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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