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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1

       *** ***

         

       당도경이 깨달음을 얻을 당시 흑묘가 나에게 무언가 했다는 것을 추궁하기에는 증거가 아무것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이유가 없기도 했고.

         

       흑묘가 나를 어떻게 했다는 것을 증명할 게 하나도 없었으니까.

         

       그런데 오늘 들은 반혼산과 자백제라면 그게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나를 재우고 당도경의 깨달음을 알아내서 당도경에게 전달해 주었다. 그럼 갑자기 당도경이 깨달음을 얻은 것이 말이 된다.

         

       오늘 반혼산과 자백제에 대한 정보를 듣기는 했다. 그런데 흑묘의 저 노골적으로 당황한 모습은 또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네.

         

       시치미 떼기 오리발 내밀기 물러나 쌀튀김 씹기 등 흑묘는 기본적으로 능청스러운 성격이다. 가끔 이상행동을 하더라도 금세 넉살 좋게 가까이 오기도 하고 말이야.

         

       저렇게 식은땀을 뻘뻘 흘린다던가 말을 더듬는다던가 하는 행동들은 전혀 흑묘답지 않았다.

         

       “음….”

         

       지긋이 흑묘를 바라보고 있자니 어느새 또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모양새다.

         

       “솔직히 말해 봐.”

         

       “아니…그게…”

         

       일단 나한테 뭘 하긴 한 모양인데…역시 당도경 때겠지? 그런데 그 당도경 사건이 터진 직후 평범하게 의뢰를 해결할 당시 흑묘는 나와 거리를 좁히며 호감을 보이곤 했다. 그게 당도경 사건 때 일어난 일을 덮으려고 한 행동이었다고 치자.

         

       죄책감이 가장 클 때는 언제인가? 당연히 범행을 하고 난 직후지. 그런데 그때는 또 능청스럽게 넘겨놓고 이제 와서 ‘자백제’라는 단어 하나에 이토록 당황하는 것도 이상한데.

         

       “혹시 그 날 나한테 자백제 썼냐?”

         

       그냥 뭐 이것저것 재느니 그냥 시원하게 들이 박기로 했다.

         

       “아, 으…”

         

       흑묘가 기묘한 신음소리를 내더니 턱선을 타고 물이 떨어졌다. 땀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느낌이 다르다. 아니 이건 땀이 아니라 눈물이다.

         

       흑묘의 갸름한 턱선을 타고 턱에서 뚝뚝 떨어지는 것은 눈물이었다.

         

       그러니까…지금 우냐?

         

       갑자기? 이런 상황에서?

         

       *** ***

         

       뚝. 뚜욱.

         

       “이, 이게..”

         

       흑묘는 당황해서 눈가를 훔쳤다. 눈물. 마지막으로 눈물을 흘렸던 때가 언제였더라.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어떤 무슨 미혼약 같은 것에 중독되어서 신진대사가 엉망이 되었을 때가 마지막이었다는 쓸데 없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어이구, 왜 울고 그래.”

         

       호천안도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했지만 일단은 태연하게 말을 꺼냈다. 눈물을 닦아줄 손수건이라도 꺼내서 건네고 싶었지만 품에 잡히는 것라고는 옥주자령단을 담았던 목함과 당가에서 받은 비도 그리고 전낭 뿐.

         

       흑묘는 연신 훌쩍이며 눈가를 비볐지만 정작 그 눈가에서 눈물이 멈추는 일은 없었다.

         

       “흑묘야. 대화를 하자.”

         

       호천안은 흑묘를 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호천안은 새삼스럽게 흑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야 흑묘가 정체를 숨기고 있으니 당연한 것이라 여길 수 있었지만 호천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나도 관심이 없긴 했지.’

         

       흑묘의 사정은 매우 복잡하다. 호천안은 이제 그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얼굴을 가리고 몸매를 숨기고 꾸미지 않아도 어떻게 알아보는지 집적거리는 남자가 끝도 없이 나온다.

         

       호천안 역시 흑묘의 기묘한 매력을 체감하고 있었던 바. 그 매력으로 인해 흑묘의 삶의 궤적이 순탄치 않으리라는 점 역시 짐작할 수는 있었다.

         

         

       그럼에도 호천안은 그냥 그런 흑묘에게 맞추어 주기만 했을 뿐 더 흑묘에 대해서 알아보려는 생각은 가지지 않았다.

         

       호천안은 흑묘와 계약관계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비동 이후에 개인적인 호감이 생긴 것은 짐작이야 했지만…

         

       ‘나를 이 정도로 여기고 있었나…?’

         

       흑묘는 자신의 감정을 몰라 허둥지둥 눈물만을 닦아내고 있었지만 호천안은 지금 흑묘가 품고 있는 감정을 잘 알고 있었다.

         

       두려움.

         

       이대로 호천안에게 미움을 사고 관계가 끝나버릴까 무서워 덜컥 눈물부터 흐르는 것이다.

         

       ‘애냐?’

         

       호천안은 이 상황속에서 피식 웃음이 나오는 것을 느꼈다. 영락없이 아이나 할 법한 행동이다. 잘못을 저지르고 그걸 어쩌다 들키고 그리고 혼날 생각에 눈물부터 흘리는…

         

       그렇지만 또 마음 한켠으로는 이런 흑묘의 모습이 이해가 갔다.

         

       호천안이 경험한 흑묘는 어떤 면에서는 누구보다도 능숙했지만 또 어느 면은 기묘할 정도로 순진하고 경험이 없기도 했으니까.

         

       호천안은 말없이 차를 따라 흑묘에게 내밀었다. 흑묘는 호천안의 눈치를 보면서도 조금씩 차를 마셨다. 둘 사이에는 한동안 흑묘가 코를 훌쩍이는 소리만 울렸다.

         

       호천안은 그 모습을 보면서 살짝 동정심이 들기는 했다. 흑묘가 이 정도 일에 이토록 눈물을 흘리고 당황한다는 것은 정말 소중히 여기던 사람과 관계가 틀어져 본 적이 없다는 반증일 것이다.

         

       이 정도 반응이라면 아마 지금까지 소중하다고 여겼던 사람이 없었던 것 아니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또 너무 몰아붙이는 것은 가혹한 처사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호천안의 머리를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

         

       “진정됐냐?”

         

       흑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호천안은 바로 돌직구를 던졌다.

         

       “그럼 그날 있었던 일을 말해.”

         

       흑묘는 다시 채찍이라도 맞은 듯이 흠칫했지만 호천안은 흔들림 없는 시선으로 흑묘를 응시했다. 동정심이 드는 건 드는 거고 잘못을 했으면 따끔하게 혼이 나야지. 호천안의 시선에서 그런 의도를 읽었을까 흑묘는 빈 찻잔을 꾹 쥔 채로 입을 열었다.

         

       흑묘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날의 이야기를 했다. 문고리를 잡고 나가려던 호천안을 수면침으로 쓰러트린 것. 그 뒤에 전음과 보옥을 사용해서 당도경을 유인한 점. 그 뒤에 당도경을 입막음 하고 깨달음을 전달해 준 것.

         

       “으음.”

         

       호천안은 뒷목을 긁었다. 역시 그렇게 된 거였나. 갑자기 자백침을 맞았다는 대목에는 호천안도 뒷목이 뻐근해 질 수밖에는 없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몇 가지 있었다.

         

       “그럼 너는 처음부터 내가 깨달음을 가지고 있을 걸 확인하기 위해 사천낭인이 된 셈인가?”

         

       “그러니까…그게 호기심이 들었어요. 호천안이라는 이름도 의미심장했고 여일예가 갑자기 초절정에 오른 것도 그렇고. 사실 이렇게 직접 확인하러 잡입하러 올 근거가 확실한 것도 아니었고…”

         

       “그래 결국 파견지원을 했다?”

         

       “제가 수장이니 제 발로 나섰다고 할 수 있겠네요.”

         

       흑묘는 초초함에 휩싸여 호천안이 묻지도 않은 일들을 주저리 주저리 털어 놓았다.

         

       “선배가 여일예에게 깨달음을 주었다는 정보도 최대한 묻어 놨어요. 소문도 몇 차례에 걸쳐서 변질시켜서 아마 이 정보를 얻은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냥 강호에서 흔히 있는 우연이라고 생각할 걸요. 황금가에서 선배에 대한 정보를 요청한 일도 있었는데 그것도 잘라내고…”

         

       “음…그래.”

         

       호천안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그럼 당도경에게 깨달음을 준 날…내가 깨달음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신했을 텐데. 왜 그날 이후로 그냥 나를 내버려 둔 거야?”

         

       “그건…그냥 선배랑 같이 있는게 좋았으니까.”

         

       흑묘는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자신의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갑자기 흔들리는 호천안의 시선을 보며 흑묘는 홀린 듯이 입을 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러니까. 으…그냥. 선배와 계속 그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어요. 사천낭인으로서 같이 사건을 해결하고 같은 모습으로 선배와 계속 있고 싶어서…선배는 깨달음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나에게도 숨겼으니까…그러니까.”

         

       흑묘는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를 쥐어 짜내며 말을 이었다.

         

       “흑, 그러니까…내가 선배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것을 선배가 눈치채게 되면 선배와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서…”

         

       “그렇게 능숙하게 숨겼으면서. 오늘은 왜 이렇게 빈틈을 드러냈을까.”

         

       “나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오늘 독의님이 자백침이랑 반혼산을 언급하니까. 그냥 조급해지고 초조해지고…식은땀이 나고.”

         

       “후우….”

         

       호천안은 엉덩이를 빼고 허리를 늘어뜨리며 의자에 뒷목을 기대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뭐야 이거. 시발 뭔데 지금.’

         

       사실상의 고백을 받아버렸다. 전혀 예상 외의 상황에 호천안은 입이 바짝바짝 말랐다. 호천안은 마른침을 삼키며 질문을 던졌다.

         

       “내가 깨달음을 줄 수 있다는 걸 알아버린 건?”

         

       “애초에..호 선배가 진짜 만인의 깨달음을 알고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그걸로 뭔가 이득을 취할 생각은 없었어요. 그건 제 역량을 한참이나 벗어난 영역이니까요. 그냥 개인적인 호기심을 해결할 목적으로 선배에게 접근한 것 뿐이에요.”

         

       아무리 월복당이 천하제일의 정보조직이라고 치더라도 호천안이 지닌 깨달음을 감당할 수는 없었다. 그냥 아무도 모르게 깨달음을 툭 주는 것이라면 몰라도 깨달음을 주는 것을 권력의 수단이나 돈벌이로 쓰는 순간 어떤 경로로든 홍보가 필요하게 된다.

         

       홍보라는 행위 자체가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될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행동.

         

       월복당이라는 조직 하나로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농후했다.

         

       물론 그건 이성적인 이유였고 흑묘는 모기만한 목소리로 진심을 담아 중얼거렸다.

         

       “이젠 그런 것보다는 호 선배 자체가 중요하니까…”

         

       호천안은 흑묘의 중얼거림을 못 들은 척 하며 다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러니까. 결국 그 날 나를 조종해서 당도경에게 깨달음을 주었다. 이거지?”

         

       “…맞아요.”

         

       흑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긍정했다. 호천안은 그 모습에 복잡한 심경을 느꼈다. 호천안은 뭔가 점점 실타래가 꼬여 나간다는 생각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아직, 이해를 못 하겠어.’

         

       호천안은 흑묘의 이런저런 설명을 듣고도 아직 흑묘가 왜 자신에게 접근했는지.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그리고 어쩌다 흑묘가 이렇게 홀딱 빠져 버린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대화를 하자.”

         

       그러니 호천안은 이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너에 대한 것을 알려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마 오늘(일요일) 중으로 조회수 100만을 달성하게 되겠네요.

    내일은 연참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요새 너무 지각이 습관화 된 것 같아서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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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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