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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1

       “……이유가 뭐죠?”

       “정확히는, 도와줄 시간이 없다. 네가 원하는 것은 나를 이해하는 것.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건 불가하다. 설령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어마어마한 시간이 소요되겠지. 그러므로 기각이다.”

       

       리브가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래도…….”

       “하지만.”

       

       에스티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는 네게 빚이 있으니, 내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보상을 제시해라. 들어주겠다.”

       “…….”

         

       리브가의 눈빛이 깊어졌다. 에스티와 대화하면 대화할수록, 무언가가 결여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뭐랄까, 사람과 대화하는 것 같지가 않았다.

         

       ‘도대체…….’

         

       여러 사람을 만났다.

       병든 자들, 귀신들린 자들……일반적인 방법으로 치유할 수 없는 사람들을 구제하는 것 또한 성녀의 역할이었다.

       하지만, 단언하건데 에스티 같은 경우는 없었다.

         

       – 항구를 완전히 개항하는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그렇게 되면 이카일을 지키는 데 차질이 생긴다.

         

       목적을 위해 사는 인간.

         

       광인은 자신의 정신이 망가졌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그래서 광인(狂人)이다.

       하지만 에스티는 달랐다. 그녀는 자신의 정신이 망가졌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시간이 없다. 성녀. 빨리 보상을 제시해라.”

         

       일말의 감정도 섞이지 않은 말투였다.

         

       “…….”

       

       입술이 타들어갔다.

       어쩌면, 너무 무모했던 것은 아닐까?

         

       겁이 났다.

         

       에스티도 이러할진데, 올리비아는 도대체…….

         

       어줍잖은 이해는 동정보다 못하다. 그것은 그저 기만일 뿐이다.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하려면, 적어도 그 당사자보다 발을 깊이 담궈야 한다.

         

       리브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할거야. 해야 돼.’

         

       다짐하지 않았던가. 여기서 포기하면, 그 악마 놈에게 올리비아를 팔아넘긴 것과 뭐가 다르겠는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포기할 수는 없었다.

       해야 된다. 해야만 한다.

         

       “동행!”

         

       리브가가 소리쳤다.

         

       “바다로 나가실 때, 저를 동행시켜 주세요.”

        “……그 또한 불가하다. 만약 네가 나와 함께 다니다가 죽거나 다치기라도 하면, 그 땐 신성 왕국이 가만히 있지 않을테니 말이다.”

        “그러면 시간이라도 내주세요.”

         

       에스티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몇 번이나 말하지 않았던가. 내게는 그럴 시간이 없다. 특히 4월인 지금은 더더욱 없지.”

       “아니에요. 있어요.”

       “……그건 무슨 말이지?”

        “가끔씩 등대에 올라오셔서 쉬신다고 들었어요. 그 때만이라도, 저와 대화해주세요.”

       

       에스티가 머릿속으로 셈을 했다.

       리브가에게 진 빚과, 작금의 제안을 저울에 달아보는 것이다.

       이 정도면 충분히 합리적이었다.

         

       “가능하다. 다만, 시간을 따로 지정할 수는 없다.”

       

       무뢰한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리브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등대에 오시기 전에 미리 언질이라도 해주실 수 있나요?”

       “그 정도야. 여기, 받아라.”

       

       에스티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리브가에게 던졌다. 돌돌 말린 소라고둥이었다.

         

       “이건……?”

       “어인들이 사용하는 통신용 고둥이다. 파란색은 송신용이고, 붉은색은 수신용이지.”

         

       리브가의 것은 붉은색이었다.

         

       “……그냥 수정구를 쓰면 되지 않나요?”

         

       에스티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 파도는 주변의 마력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다. 그러므로 수정구를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소라고둥은 다르다. 마력을 일절 사용하지 않지.”

       “……아.”

         

       리브가는 신기하다는 얼굴로 소라고둥을 살폈다. 겉보기에는 특별할 것이 전혀 없는데 그런 기능이 숨겨져 있을 줄이야.

         

       “일이 끝나면 고둥으로 연락하겠다.”

       “자, 잠시만요! 그 ‘일’이라는 게 보통 몇 시쯤에 끝나나요?”

       “끝나지 않는다.”

       “임시로라도 말이에요.”

         

       에스티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나도 모른다. 오래 걸릴 때는 사흘 정도 걸리고, 짧을 때는 하루에 몇 번씩 오기도 한다.”

       “……새벽에 오실 때도 많겠군요?”

       “해적단을 마무리하면 그때 쯤이기는 하지.”

       “그럼……잠은 언제 주무세요?”

         

       에스티가 즉답했다.

         

       “보통은 자지 않는다.”

        “……네? 아니, 그러면 어떻게…….”

         

       리브가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어찌나 당황했는지 단어가 문장으로 조합되지 않았다.

         

       에스티의 새하얀 얼굴이 옆으로 기울었다.

         

       “그게 그렇게 놀랄만한 일인가?”

         

       리브가는 할 말을 잃었다. 에스티는 진심으로 ‘자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다.

       물론 그들처럼 경지에 도달한 인간이라면 오랜 시간 수면을 취하지 않아도 괜찮지만, 그렇다고 지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소식 기간에 새벽 예배를 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경지에 도달한 인간도 결국 인간이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리브가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한 인간의 바닥을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그 밑에 또다른 바닥을 마주한 기분이었다.

         

       “아무튼, 일이 마무리되면 고둥으로 연락하겠다. 그럼.”

       “…….”

       

       에스티는 리브가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그대로 등대 아래로 뛰어내렸다. 드높은 등대에 왜 창문이 따로 없었는지를 리브가는 그제서야 이해했다.

       절벽 아래에서 첨벙 소리가 들렸다.

         

       “아이테르시여…….”

         

       리브가는 제 신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

         

         

       *****

       

         

       다시 만난 리브가는,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다.

         

       “…….”

       

       눈빛이 멍한 게, 아무래도 제대로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그럴만도 했다. 에스티는 미친년놈들이 판을 치는 락테아에서도 미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인간이었으니까.

       애초에 상식이 결여된 인간이다.

         

       에스티의 세계는 이카일이며, 그녀가 살아가는 목적 또한 이카일이다.

       만약 세상의 상식이 이카일을 수호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 상식을 버리고도 남을 인간이 바로 에스티다.

         

       “리브가.”

       “네, 네! 언니.”

        “괜찮니?”

       “…….”

         

       침묵 자체가 답을 한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강 유추할 수 있었다.

         

       ‘아마 내 걱정을 하고 있겠지.’

         

       리브가에게 에스티는 보루였다. ‘올리비아’를 이해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

       목적만으로 살아가는 인간을 이해하면, ‘올리비아’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리브가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 첫 단계에서부터 막혀버린 상황이다.

         

       ‘애초에 에스티는 그렇게 접근하면 안되는데.’

         

       시도 자체는 좋았다. 예전에 지워낸 빚에서 ‘주기적인 만남’이라는 보상을 얻어냈으니까.

       하지만 그뿐이다.

       에스티의 마음을 열기에는 그걸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리 오렴.”

         

       올리비아가 옆자리를 툭툭 두드렸다.

       잠시 주변 눈치를 보던 리브가는 슬금슬금 옆자리에 다가와 앉았다.

       올리비아는 리브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그 분을 도와주고 싶은거니?”

       “……그 분이라뇨?”

       “이카일의 파도잡이 말이야.”

       “…….”

         

       리브가는 입을 꾹 다물었다.

         

       ……사실 누구보다 도와주고 싶은 사람은 당신이었다.

       당신을 구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에스티와 대화한 후, 리브가는 두려워졌다.

       일생 동안 목적을 위해 살아온 인간이 얼마나 망가지는지 두 눈으로 직접 마주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걸 영겁의 시간 동안 반복해온 올리비아는 도대체 얼마나…….

       얼마나 망가져 있을까.

         

       “……네. 맞아요.”

       

       그래서 그렇게 말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에스티를 돕고 싶다는 것 또한 사실이었으니까.

         

       리브가가 중얼거렸다.

         

       “……돕고 싶어요.”

       

       리브가는 올리비아의 손을 꽉 잡았다.

       놓치고 싶지 않았다. 잃고 싶지 않았다. 이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소중한 사람이었기에.

         

       “언니가 도와줄까?”

       “…….”

         

       리브가는 말없이 올리비아를 바라보았다.

       올리비아의 목적은 무엇일까. 도대체 무엇이기에, 이런 상황에서도 저렇게 웃을 수 있는걸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면.

         

       “괜찮아요. 저 혼자 할 수 있어요.”

         

       이것만큼은 스스로 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까지 올리비아의 도움을 받을 수는 없다.

         

       “저 정말 열심히 할거에요. 그러니까…….”

         

       포기하지 말아주세요.

         

       “……응원해주세요.”

         

       올리비아가 뭐라 말을 잇기도 전에, 리브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 더 있다간, 추한 모습을 보일 것 같았다.

         

       “먼저 일어날게요, 언니.”

         

       리브가는 눈물을 삼켰다.

         

         

       *****

       

         

       혼자 남은 올리비아는 닫힌 방문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단서 #3]

       [제국력 993년 4월의 기억]

       [남은 시간 : 145분 00초]

         

       그녀는 지금 상황을 정리하고 있었다.

         

       일단, 리브가의 기억을 덮어씌우는 과정은 거의 마무리되었다고 봐도 좋았다.

         

       앞으로 남은 횟수는 4번. 다행히 그 중 리브가의 ‘마지막 기억’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997년……1월인가?’

         

       저번에 말했다시피, 제국력 996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악마와 관련된 스토리가 진행된다.

       996년에 강림하는 놈이 서쪽 마계의 주인 벨페고르였다면, 997년은…….

         

       ‘동쪽 마계의 주인, 아가레스.’

         

       다행히, 아스모데우스는 아니다.

         

       본래 아스모데우스의 출현 시기는 그로부터 2년 후인 999년. 그러므로, 몰살 회차의 리브가는 ‘진짜’ 아스모데우스와 만날 수 없다.

         

       ‘다 계산했지.’

         

       애초에 999년까지 살아있는 회귀자가 몇 안된다. 애초에 시간대가 그쯤 되면, 대륙은 사실상 끝장났다고 봐도 좋다.

       남는 곳이라고 해봐야 진작 악마에게 작살난 대륙 남부와, 서부의 군도, 그리고 중립국 마키나 뿐이다.

         

       그러니까 10번대 회귀자들만 살아남는다는 소리다.

         

       ‘그나저나……. 여기서 내가 에스티를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거지?’

         

       두 명의 회귀자를 동시에 만날 수 없는거지, 다른 회귀자를 만날 수 없다고 말한 적은 없었다.

         

       고로 에스티를 만나는 것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그렇다고 막무가내로 만날 수도 없다.

         

       단서의 규칙, 그 세 번째.

         

       – 두 단서가 충돌할 경우, 나중에 사용한 쪽으로 덮어씌워진다.

         

       리브가는 단서 #3, 에스티는 단서 #4다.

         

       고로 지금 에스티와 미리 접선해서 호감작을 하더라도, 나중에 다시 얼마든지 덮어씌워질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시기가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는 이상 덮어씌워지지는 않겠지만…….’

         

       그 순간, 에스티가 했던 말이 올리비아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 내일 일출까지다.

         

       ‘……잠깐.’

         

       올리비아의 시선이 수평선 너머를 향했다.

         

       ‘이대로 있으면 쫓겨나나?’

         

       자신이야 뭐, 제한시간까지 머무르다가 쫓겨나면 그만이지만…….

       

       ‘올리비아’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 : 마법의 소라고둥님 작가가 연참을 할 수 있을까요?

    [위 소라고둥은 수신용입니다.]

    – 500코인 후원감사드립니다! 미니거북님!!!!!!!!!!!!!!!!!!!!!!!!!!!!!!!!!!!!!!!!!!!!!!!!!!!!!!!!!!!!!!

    귀한 닉네임이군요. 에스티가 거북이 좋아하는건 또 어떻게 아셨을까요.

    감사합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악!

    – 관전의 조건을 조금 수정했습니다!

    기존 : 제한시간이 1시간 이내로 남았을 때만 가능
    현 : 그냥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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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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