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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10

    <810 – 뉴비 받아라(9)>

     

    카이조스키 소장은 자신이 그토록 바랐던, 그러나 누구도 허락하지 않았던 호문쿨루스의 인권이 눈앞에서 긍정 받는 광경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이렇게나 간단했던 건가.

    내가 바라던 소망은…?

    감사의 마음을 넘어서 허탈함마저도 느껴졌다.

    그렇게 쉬운 거였다면 왜 나한테는.

    내가 바랄 적에는 쉽게 주어지지 않았단 말인가.

     

    [이유를 알고 싶다고?]

    “답해주십시오. 제게는 정녕 기회조차도 없었습니까?”

    [네놈 꼬라지를 봐서는 500년이 더 지나도 어림도 없었다.]

    “그럴 수가…”

    [그건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다. 네놈이 기회를 잡을 줄을 몰라서지. 네가 오크노디처럼 나를 즐겁게 만들 수 있겠느냐?]

     

    오크노디처럼.

    그 말에 심마, 주화입마의 초입까지 치달았던 카이조스키 소장의 머리가 다시금 맑아졌다.

    호문쿨루스를 동등한 인간으로 대우하며 권리를 챙기고자 했던 오크노디의 행보.

    실험체의 운명에 좌절하는 대신, 실험체만의 장점으로 교장에게 이들을 학생처럼 육성하는 장점을 어필하였던 오크노디의 적극성.

    그랬다.

    구원의 기회는 언제나 있었다.

    카이조스키 소장 또한 오크노디와 같은 제안을 했다면 호문쿨루스들은 언제나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교장의 말대로다.

    500년?

    아니, 1000년이 더 지나도 평생 무리다.

    그는 생각조차도 하지 못했으니까.

     

    “제 계약은 이제 어찌 되는 것입니까?”

    [호문쿨루스의 생산은 이제 내 마음대로 한다. 랜덤뽑기에 타인의 의지가 들어가면 거슬리기만 하지. 어떤 학생도, 어떤 교수도 개입할 수 없다. 카이조스키, 너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 말은… 저의 계약이…!”

    [그래. 해방이다. 작은 것아.]

    “!!”

     

    교장의 무심한 손길과 함께 카이조스키의 영육을 제약하던 계약의 각인이 파괴되었다.

    카이조스키가 비인간적인 실험으로부터 해방되며 진정으로 자유의 몸이 되었다.

     

    “흑, 끄흑…!”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는 노인, 아니 양산형을 벗어나 내구력 특화형으로 새롭게 탄생한 원오프타입 호문쿨루스.

    어떠한 개조도 없이 순수스펙 그 자체만으로도 고학년 기사학부 학생들과 육탄전을 벌일 수 있는 걸어 다니는 국가예산이 흘리는 눈물도 당연히 보통 눈물이 아니다.

    오크노디가 몰래몰래 손수건으로 눈물을 슥슥 닦아주고 있으려니 카이조스키가 이제 되었다며 눈물을 그쳤다.

     

    “칫. 아직 50ml 비커 하나도 채우지 못했는데.”

    “방금 뭐라고 했느냐?”

    “아무것도 아니에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카이조스키 할아버지를 마구마구 울려야지.

    오크노디의 다짐을 꿈에도 모를 카이조스키는 자신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한 농담(아님)에 쓴웃음을 지으며 다짐했다.

    이런 어린애를 걱정하게 만드는 나약한 모습은 두 번 다시 보여주지 않겠다고.

    응애 만드라고라의 영약액기스에 버금가는 효력을 지닌 카이조스키의 눈물의 채집난이도가 희귀 등급에서 전설 등급으로 떡상하는 순간이었다.

     

     

    * * *

     

     

    카이조스키 소장이 울지 않는 사나이로 거듭나는 사이, 교내에는 많은 학생의 눈물샘을 자극할 충격적인 선언이 울렸다.

     

    [작은 것들아. 이번 주는 특별 주간이벤트가 찾아왔음을 내 직접 선포하마.]

     

    교장의 광역 음성마법이 기프트 아일랜드 전역에 널리 울려 퍼졌다.

    눈물샘이 저절로 자극될 수밖에 없었다.

    경험적으로 모든 주간이벤트가 같은 난이도는 아니고, 어떤 주간이벤트는 유난히 가혹하게 어려움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마하바라타 교수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주간이벤트도 극악한 난이도를 자랑했거늘, 교장이 직접 전달하는 주간이벤트는 얼마나 무서울까?

     

    [오늘부로 기프트 아카데미에는 <유아부>가 신설된다. 기존 학생들은 <성인부>에 속하며 호문쿨루스 38만 3520개체를 유아부 1년생으로 받아들인다.]

     

    학생들은 멈칫했다.

    유아부 신설이라니.

    이건 득이 되는 일인가, 해가 되는 일인가?

     

    [참고로 유아부의 건물은 너희가 짓는다.]

     

    학생들은 절망했다.

    이건 해가 되는 일이 틀림없었다.

     

    “이건 불공평합니다! 휴학생이나 보충강의 들으러 간 애들은 건물 짓기에 동원되지 않잖아요!”

     

    용기 있는 한 선배의 외침에 교장은 마른하늘에서 날벼락을 생성하여 기개 있는 학생의 정수리에 내리꽂아 주었다.

     

    “으갸갸갸갹!”

    [시끄럽다. 꼬우면 너희가 교장 해.]

    “…”

     

    대부분의 학생은 시무룩해져서는 자재를 들고 나르거나 마법진을 새기고 건물을 올리며 욕설을 내뱉기 바빴지만, 일부 학생은 반응이 달랐다.

    일찌감치 오크노디의 호문쿨루스 시설 확충을 위해 고용되었던 선배들.

    그들의 머릿속에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크노디는 실은 우리가 이런 시설 건설에 동원될 걸 미리 알고 우리가 할 일을 줄여줬던 건 아닐까?”

    “맙소사. 이 아이, 대체 선배를 얼마나 존경하는 거야…!”

    “심지어 얜 사비까지 털었어!”

     

    건축물 건설이나 가구제작에나 투입되는 생산학부 학생들은 하급반 학생이며 실력도 미진한 축에 속한다.

    정말로 돈이 되는 생산물은 마도구이고 상급반 학생들이 치중하는 분야 또한 마도구이기 때문이다.

    짬에서 밀리는 생산학부 하급반 고참들이 유아부 시설 건설의 주역이 되어 미진한 생산의 책임을 지게 되었을 것은 너무나도 뻔한 미래였다.

     

    [생산학부 선배들의 신뢰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마법학부 선배들의 신뢰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일단 신뢰가 생기니 콩깍지 씌듯이 지난 행보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오크노디! 설마 학생들을 가혹하게 굴리는 시설은 교장님이 우리가 지은 시설을 ‘재미없군.’이라고 평가하면서 파괴할 미래를 내다봤기 때문이야?”

    “엣?”

     

    어리둥절하던 오크노디는 선배들의 착각에 고개만 끄덕이면 그간 반려되었던 호문쿨루스 훈련시설이 척척 지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전 대답해 드릴 수 없어요!”

    “크흑, 아무것도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지만 실은 선배들을 걱정하는 마음이 가득한 기특한 녀석!”

    “본심이 들키면 민망하니까 애써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는 수줍음 많은 녀석!”

    “이런 기특한 아이의 본심을 몰라주다니, 우리가 쓰레기였어!”

    “하지만 재단의 훈련시설이 저랬던 건 맞는 것 같지?”

    “그건 그래.”

     

    재단의 훈련시설이 아니고서야 상식적으로 상상도 할 수 없는 가혹한 생활시설들!

    물론 이 점에 착안하여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있었다.

    가령 느닷없이 38만3520명의 새로운 유권자가 탄생하였다는 소식을 접하고 충격에 빠진 학생회장 후보 부르테 글라스가 있었다.

     

    “세상을 속일 수는 있어도 나 부르테 글라스의 눈은 속일 수 없다! 재단의 훈련시설을 부활시키고 재단의 교육을 반복한다면 그 결과물이 재단의 ‘도련님’ ‘아가씨’들과 무엇이 다르단 말이냐!”

    “어?”

    “그런가?”

     

    와이히엠하이 재단은 망했지만 전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던 재단의 공포는 아직도 세계에 또렷이 남아있다.

    이사장과 마왕노디의 최후의 결전을 목격한 연합군 참전자들 사이에서도 재단의 강함에 대한 두려움은 존재했다.

    당장 그때의 교전 지역만 해도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이자 거대규모 오픈필드 던전 <신정산>급 이계침식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싸움의 여파로 마경급 던전이 하나 탄생한다.

    그런 괴물을 앞으로 몇이나 더 길러낼지 모르는 시설을 자기 손으로 짓는다고 생각하면 오싹한 기분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이다.

     

    또각. 또각.

     

    가뜩이나 부르테 글라스의 훼방으로 건설현장의 민심도 흉흉해진 마당에 이색적인 구두 소리까지 들려오기 시작했다.

    서귀연의 현 최강자이자 학생회장 후보 벨벳 벨렛마저 드래곤 교장의 공지를 듣자마자 위기를 감지하고 나타난 것이었다.

     

    “벨벳! 너도 뭐라고 말 좀 해라. 이대로는 저 교활한 오크노디가 아카데미 내에서 재단의 부활을…”

    “감수성이 낮네.”

    “뭐? 갑자기 뜬금없이 무슨 감수성 타령을…”

    “호문쿨루스 감수성이 낮아.”

    “뭐?! 너, 너, 너 이 자식 설마…!”

     

    오크노디가 아닌 부르테 글라스를 공격하는 벨벳.

    그 진의를 부르테 글라스가 깨달았을 적에는 이미 늦었다.

     

    “나 벨벳 벨렛과 서부귀족연합은 호문쿨루스들의 복지와 생존을 위한 모든 종류의 지원을 아끼지 않음을 약속하지.”

     

    유권자들을 향한 유세운동에 돌입한 벨벳!

    그녀는 거역할 수 없는 38만 명의 새로운 유권자를 적대하느니, 유세운동을 펼침으로써 경쟁자 부르테 글라스를 가볍게 제쳐버릴 각을 잰 것이다.

    이로써 학생회장 후보에서 부르테 글라스는 광탈해버리고 말았다.

     

    “와, 벨벳 선배님이당!”

    “오크노디. 선거기간이 되거든 다시 보게 되리라 생각했지만 설마 내가 찾아오는 쪽이 될 줄은 몰랐네.”

    “헤헹. 운이 좋았죠! 녹색인간 이슈가 없었으면 교장님도 이렇게까지 선뜻 거부감 없이 새로운 학생들을 받아주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제법이라며 미소를 짓던 벨벳.

    그녀가 빠르게 표정을 바꾸며 타협안을 제시했다.

     

    “미리 말해 두겠지만 회장은 귀찮은 자리야. 해야 할 일은 많고 책임은 크고 대륙 각지에서 졸업생과 휴학생이 치는 사고는 끊이지 않아.”

    “그래서요?”

    “귀찮은 일은 내게 맡겨. 네가 꼭 이행하고 싶은 공약이 있다면 그 공약은 내가 물려받겠어.”

     

    벨벳의 타협안이란 바로 지지 세력 합병 및 학생회장 후보단일화의 제안!

     

    “정말로요? 제 공약은 전부 들어주실 수 있어요?”

    “뭐든지 말만 해 봐.”

    “방금 ‘뭐든지’라고 하셨죠?”

     

    초롱초롱 반짝이는 오크노디의 눈빛.

    벨벳의 얼굴에 흔치 않게도 곤혹스러운 심정을 얼버무리는 미소가 떠올랐다.

     

    “들어줄 수 있을지는 별개지만 일단 들어야 가능 유무를 판단할 수 있잖아.”

    “그럼 호문쿨루스 인권 보장 조례에 호문쿨루스 랜덤가챠 충원제도는 교장님과 이미 협의된 사안이니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해요! 카이조스키 할아버지가 요구하는 호문쿨루스 복지시설 및 정책 입안도 필수적이고요.”

    “그 정도까지라면 상식적인 범위네.”

     

    이 다음부터는 호문쿨루스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필시 오크노디가 추진하려던 계획이 뒤따를 터.

    벨벳의 역량이 시험받는 정책은 여기서부터 나온다고 봐야 했다.

     

    “그 다음으로는 뭘 추진할 작정이지?”

    “부족한 교수를 잔뜩 모셔 와야죠!”

    “그건… 나쁘지 않네. 큰 이권이 달렸으니 아카데미 외부에서도 학생회에 주는 기부금이 대폭 늘어나겠어. 진지하게 좋아.”

    “거기에 이분들을 꽂아주세요!”

    “이분들…?”

     

    교수임용 청탁이라.

    학생회가 교수를 역으로 고를 수 있다는 장점이야 둘째 치고 몇자리쯤이야 이 값진 기회를 선사한 오크노디에게 양보해줄 마음도 있었다.

    오크노디의 뒤에서 스르륵 모습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집사복과 메이드복을 입었다는 사실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내 눈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그 사람들은 전부 같은 조직 사람들 같은데.”

    “와. 선배는 역시 알아보셨구나!”

     

    오크노디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조나랑 리프랑 같은 재단의 집사랑 메이드들이에요! 도련님과 아가씨 육성으로 매년 입학생을 만들 정도로 검증된 교육 실력! 다수의 인원을 가르친 경험도 있음! 어린이 특화교육자! 검증된 유아부 교수 후보! 어때요?”

     

    재단의 잔당들.

    그들 중 오크노디에게 의탁하러 온 이들을 유아부 교수로 삼아달라는 청탁이다.

    어지간한 조건에는 예스맨이 되어 고개를 끄덕이기만 할 작정이었던 벨벳조차도 과연 이번만큼은 선뜻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린이날 기념 유아부 교수청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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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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