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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10

        

         

       『 옛적 산서성(山西省) 태원(太原)에 왕씨 성을 가진 선비가 있었다. 그는 아침 일찍 한 여인을 만났는데, 부자의 첩으로 팔려나가는 것이 두려워 도망쳤다고 하였다. 선비는 그 여인의 미색이 뛰어나고 그 사정이 딱하여 그녀를 집에 숨기고 몸을 섞으며 만남을 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선비는 한 도사를 마주하였는데, 도사가 선비를 보고 매우 놀라며 혹 무언가를 만난 적이 없는지 물었다. 선비는 아리따운 여인을 떠올리면서도 아니라고 말하였으나, 도사는 어찌 죽을 자리도 몰라보고 그러냐며 탄식하였다.

         

       선비는 그 도사의 말이 허무맹랑하다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는데, 아리따운 여인이 있어야 할 서재에는 여인 대신에 흉측한 몰골의 귀신이 있었다. 그 귀신은 사람 가죽(人皮)을 펼쳐놓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리고는 그것을 입어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으로 분장하였는데, 그 광경을 본 선비는 대경실색하여 도망치고는 도사를 찾기 위해 수소문을 하였다….』

         

       

       

        * * *

       

       

        

       그것은 골계 같은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중국 곳곳에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정말로 그러했다.

         

       누군가에게 저주라도 받은 것처럼 몸 어딘가가 망가져서 병원으로 이송되는 권력자들. 그들이 어디를 다쳤는지, 어디가 문제 되었는지는 외부에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하나같이 그것을 파묻으려 한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그들의 부상이 ‘은밀하고 부끄러운 곳’과 관련되어 있음을 쉬이 추측할 수 있으리라.

         

       사람에게 있어 벌이라는 것은 수없이 많지만, 개중에서 최상위에 있는 것을 꼽아보자면 성과 관련된 것이 반드시 꼽히는 법. 그 어떤 문화권을 막론하고 성적으로 불능이 된다는 것은 큰 수치였고, 동정심을 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러한 이치로 권력자들이 ‘은밀하고 부끄러운 부상’을 숨기려 드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동정심만 산다면 다행이지.

       사람들의 입방아에 이것이 올라가는 순간 그들은 조롱과 풍자의 대상이 될 것은 분명했고, 그것은 권력과 상극에 있는 것이니만큼 그들의 권력 역시 거세될 것임이 분명할 것이었다. 그들이 하루아침에 겪게 된 발기불능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그 뒤에 일어난 일은 정말로 비웃음을 감출 수 없을 정도로 익살스러운 일이겠지.

         

       “오…. 엄청난 미인…. 잠시 시간을 좀 내주실 수 있소?”

         

       “오…. 자네 같은 미남은 처음 보는데….”

         

       미남미녀.

       사람마다 증상의 경중이 다르기는 하나, 하나같이 ‘발기부전’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게 되었으면서. 하루아침에 성적으로 불능이 되어버리는 어마어마한 충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제 하물이 반응하는 것을 보자마자 발정 난 짐승처럼 달려드는 꼴을 보고 어찌 비웃음을 참을 수 있겠는가?

         

       그러면서도 짐짓 품위 있는 척, 신사다운 척은 한껏 다하면서도 그들에게 다가오는 미인의 유혹에는 조금도 저항할 생각을 하지 않으니. 복마전과 같은 정치판을 헤치면서 성공한 사람들의 모습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너무나 멍청해 보이는 모습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어쩌면 이는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을 것이다.

         

       본래 조심성이라는 것은 위험한 환경에 있을 때, 주위에 천적이 존재할 때나 발휘하는 것이다. 수많은 인민 위에 선 권력자의 관점에서 천적이란 같은 위치에 있는 권력자들을 말하는 것이고, 평범한 인민들은 천적이 될 수조차 없는 ‘가축’이나 다름이 없는 존재다.

         

       농작물을 두고 가시에 찔릴까 두려워 수확하기를 거부하는 농부가 있던가?

       제가 키운 가축을 손대기가 무서워서 내버려 두는 축산업자가 있던가?

         

       그러한 이치와 같이, 권력자들이 인민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쉬이 손을 뻗어서 수확할 수 있고, 쉽게 그 살을 발라 먹을 수 있으며, 반항한다 한들 그저 잇자국이 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바로 가축의 습성이었으니까. 심지어 자신들의 교육으로 인해 그러한 반항조차도 제대로 하지 않고 순종하도록 만들었기에, 평범한 인민들은 그들에게 큰 위협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민들이 뭉쳐졌을 때 얼마나 강력한지 알지 않느냐고.

       그들이 무리를 이루어서 하나가 된다면 얼마나 강력한지 아느냐고 말이다.

         

       당연히 안다.

       권력자들이 바보도 아니고, 그걸 모를 리가 있겠는가?

         

       하지만 아는 것과 그것을 느끼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머리로야 안다. 배웠으니까 당연히 알지.

       하지만 그건 그냥 할아버지나 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 혹은 교과서에서나 본 이야기로 체득한 지식일 뿐이다. 그것을 몸으로 느끼지 않았기에, 경험으로 받아들이지 않았기에 그저 ‘그러한 일도 있구나.’라고 생각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다.

       게다가 설령 그것을 머리에 강하게 박아넣고 산다고 할지라도, 순종적인 가축이나 다름없는 인민들만 보다 보면 ‘인민들의 무서움을 잊어서는 안 된다.’라고 아무리 되뇐다 한들 희석되는 것을 어찌 막을 수 있겠느냐 이 말이다.

         

       그러니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들에게 다가온 미남미녀의 유혹에 너무나도 손쉽게 넘어갔다.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참혹한 대가를 치르게 되었다.

         

       “어…어…억…이게…무슨….”

         

       어리석기는.

       어리석기는.

       이토록이나 어리석기는.

         

       새와 쥐를 잡기 위한 덫에 곡식이 뿌려져 있듯이.

       뱀을 잡기 위해 뿌려둔 알에 독이 들어있듯이.

       멋모르고 자신에게 접근한 이들을 괴롭히고 죽이기 위해 독버섯이 화려하게 피듯이.

         

       말 한마디 잘못하면 험한 꼴을 보는 곳에서 그렇게 구르고 굴렀음에도, 너희는 그러한 이치조차도 깨닫지 못하였더냐?

         

       “…아.”

         

       죽음을 눈앞에 두고서야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달은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옛적 이야기처럼 심장이 통통 뛰어 제자리를 찾아가고, 갈라진 뱃가죽이 들러붙어 흉만 남긴 채 그 사람의 생명을 불어넣는 기사(奇事)가 어디 가당키나 하겠는가.

       그저 제 어리석음을 탄식하고, 미인계에 너무나 쉽게 넘어왔음을 후회하고, 인민을 조심해야 한다는 기본조차도 지키지 못했음을 원망하며 그렇게 죽어 나갈 수밖에.

         

       또옥.

         

       떨어지는 핏방울.

       분무기로 뿌리기라도 한 듯 사방으로 튄 핏자국들은 피가 가진 점성 때문에 잘 들러붙어 있다가 힘을 잃고 바닥으로 툭 떨어진다. 새빨간 핏물은 그렇게 바닥으로 부딪치며 충격에 터져나가고, 꽃을 그리며 산화하기에 이른다.

         

       허망한 눈.

       허탈한 눈.

       죽은 이의 시선에 생기가 어디 있으랴.

         

       죽은 권력자의 눈은 무어가 그리 억울한지 채 감기지도 않은 눈으로 한 곳을 바라보고, 거울처럼 그곳에 서 있는 이를 비추며 죽기 직전까지 한눈에 담기를 갈망하였다. 그것은 저승에까지 미인의 모습을 담아두고 가기 위함인가, 그도 아니면 제 심장을 뜯어서 씹어먹은 괴이에 대한 원한을 영혼에까지 새기기 위함인가?

         

       하지만 어쩌랴.

         

       또옥.

       또옥.

         

       이미 죽은 것을.

       자기 심장은 뜯겨서, 미인의 손에 들려있는 것을….

         

       거사를 치르기 직전까지 갔음을 알려주듯 헐벗고 있는 미인의 모습.

       그리고 한 손에 들린 것은 심장.

       갓 뜯겨서 신선한 피를 뚝뚝 흘리고 있는 따뜻한 심장.

         

       미인은 그것을 무기질적인 눈으로 바라본다.

       생물체가 아니라고 말하는 듯, 아무런 감정도 없이 그것을 바라본다.

         

       그러다가 침을 투욱.

       한 입 크게 베어 문 것인지 자국이 남아있는 심장은 그 침이 두렵기라도 한 듯 덜덜 떨며 바닥에 피를 더 떨구고, 미인은 제 입가를 다시 한번 피범벅으로 만드는 것조차 감수한 채 다시 심장을 들어 올린다.

         

       콰득.

         

       그러고는 한 입.

         

       생고기라 그런지 질기기도 하지.

       톱날 같은 이빨만 아니었어도 씹는데 한세월이 걸렸을 정도로 차암 질기기도 하다.

         

       하지만 떨어지는 핏물을 감로수처럼 들이키고, 그 고기를 선과(仙果)라도 되는 것처럼 씹어먹고.

         

       그렇게 심장을 완전히 씹어먹고는 제가 가지고 온 짐을 뒤져서 족자 하나를 꺼낸다.

         

       그러고는 어디서 가져온 것인지 붓을 꺼내서 시체의 핏물에 콕 찍어 그것을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니, 그 형상이 지금 누워있는 이의 것과 참으로 판박이인지라. 생전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상세하고 생생한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하는 수준이다.

         

       그렇게 그림이 다 그려지자 미인은 그 족자를 가만히 바라본다.

       그리곤 입이 찢어질 듯 기괴한 웃음을 짓더니, 팔을 이상한 각도로 꺾어서 등으로 뻗고는.

         

       지이이익-!

         

       제 피부를 벗긴다.

         

       지이이익.

         

       아.

       그것이 어찌나 기괴하고 끔찍한지.

         

       곤충이 허물을 벗는 것과는 다르다.

       그것은 마치 산 생물의 몸에서 거대한 벌레가 기어 나오는 것 같은 역겨움과 기괴한 모습이었고, 특히나 사람 가죽 아래에 있던 것이 푸른 피부에 진물을 줄줄 흘리는 역겨운 모습의 괴물이었기에 더더욱 끔찍했다.

         

       아.

       사람의 생살을 벗기고 벗겨낸 뒤 푸른색 염료로 절이고, 기괴하게 뒤틀어버린 모습이 이러할까. 역겹고도 역겨운 저 모습은 요괴(妖怪)라는 이름을 붙이기에 참으로 부끄러움이 없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그렇게 미인 가죽을 벗고 난 뒤에 하는 일은 더더욱 끔찍했으니.

         

       찌지지직.

         

       족자에 손을 쑤욱 집어넣더니, 자신이 그린 그림을 그대로 뽑아내는 것이 아닌가.

         

       터억.

         

       요괴가 그림에서 뽑아낸 것은 죽어있는 권력자와 똑같은 모습의 가죽이다.

       조금 쭈글쭈글하기는 하였으나, 그 안의 내용물이 채워진다면 팽팽하게 당겨지면서 심장이 뽑힌 채 누워있는 저들로 의태 하기에 충분할 것이겠지.

         

       “히히히히.”

         

       요괴는 가죽을 입는다.

       기괴한 웃음을 흘리면서.

         

       아, 입 안에 감도는 향긋한 피 냄새.

       사람의 심장은 어찌나 이리도 감미로운지.

         

       어리석은 이의 심장은 이토록 맛있고, 구하기도 쉽다.

       좋은 일이다.

       참으로 좋은 일이다….

         

       …

       …

       …

         

       어느 장소에서는 여자가, 어느 장소에서는 남자.

       그 생김새도 성별도 각각 다르지만, 그들의 헐벗은 그들의 손에 권력자의 심장이 들려진다.

       그들은 소리소문없이 권력자의 심장을 포식하고, 그들의 가죽을 입고 그들의 행세를 하며 다른 사냥감들을 찾아 헤맨다.

         

       …

       …

       …

         

       그것은 가죽 그림(畵皮)을 입은 요괴.

       어리석은 이들을 사냥하는 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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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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