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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11

        

         

       요괴는 욕망과 무관심 속에서 몸을 숨긴다.

       어두운 골목길에 제 몸을 감추는 범죄자처럼, 구석진 곳에 제 몸을 숨기는 바퀴벌레처럼 말이다. 그것은 아주 은밀하고 조용해서 쉬이 눈치챌 수 없고, 눈치챈다고 할지라도 경계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

         

       아, 어찌 거부할 수 있으랴?

       각자에게 맞는 이상형의 모습으로 다가가는 이들을 어찌 거부할 수 있겠는가?

         

       때로는 햇볕 하나 받지 않은 듯 새하얀 피부를 가지고.

       때로는 태양에 제 몸을 잘 태워 건강함을 뽐내는 갈색의 피부로.

       섬섬옥수같이 가느다란 손가락을 뻗어 손과 손을 얽고는 가슴을 들이미는 미녀로, 때로는 오밀조밀한 잔근육이 가득한 호남의 형상이 되어 은밀한 취향을 가진 이를 유혹하기도.

         

       성별부터 시작해서 키, 외모, 나이까지.

       권력자들의 마음속에 숨어있는 은밀한 취향을 한껏 자극하는 모습으로 그들은 의태 한다.

       그러고는 거사를 치르기 전, 혹은 거사를 치르는 도중에서야 그 본색을 드러내어 심장을 빼먹기에 이르니. 당하는 이는 자신의 이상형이라 여겼던 자의 안에 창백하다 못해 새파랗기까지 한 끔찍한 몰골의 요괴가 숨어있을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하는 것이다.

         

       심지어 죽어서도 말이다.

         

       아, 사람이라면 이것에 대항할 수가 없다.

       눈치채야만 하는데, 눈치를 챌 수가 없으니.

       어찌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단 말인가.

         

       사람이라면 단시간에는 불가능한 일이다….

         

         

         

         

        * * *

         

         

         

         

       A-Z

       ABCDVFGWQEROHKFQMCLJJJGFDS

         

       DE

       VERTIT

       AB

       ONERIB

       US

       DOR

       SUM

       EIUS

       MANUS

       EIUS

       IN

       COFINO

       SER

       VIERUN

       T

         

       < DEVERTIT AB ONERIBUS DORSUM EIUS MANUS EIUS IN COFINO SERVIERUNT >

         

       < 중국용 보조 단말 ‘황금 가지 1’이 서버에 연결을 시도합니다.

       연결을 시도합니다.

       우회를 시작합니다.

       우회에 성공하였습니까?

        : 네. 성공하였습니다.

       코드명 ‘황금 가지 1’이 코드명 ‘아나엘’에 데이터를 전송합니다.

       데이터를 전송합니다.

       데이터를 전송합니다.

       데이터 전송에 오류가 발생하였습니다.

       복구하시겠습니까?

        : 예. >

         

       < 분류명 ‘복구-ID582’를 시작합니다.

       ‘손상된 데이터’를 받았습니다.

        : 디노이징 0.4, 오일러++2FX 43 설정을 사용하여 이미지 데이터 ‘복구’를 시작합니다.

       노이즈가 충분합니까?

        : 예.

       스케일을 올릴 필요성이 존재합니까?

        : 아니오.

       …3%

       …45%

       …65%

       디테일러를 통해 보정을 시작합니다.

        : 참고 데이터로 위성 ‘嫦娥’의 데이터를 사용합니까?

        : 예.

       데이터 복구가 완료되었습니다. >

         

       < 황금 통신망을 통해 ‘최우선 정보’를 확인하였습니다.

       최우선 정보란 무엇입니까?

        : 초자연적 요소와 관련된 정보를 뜻합니다. 중국 내부에서 발생하는 최우선 정보는 모두 염두에 두고 있으며, 가중치에 따라 분류되어 분석 작업을 시행합니다. 그리고 태그(TAG)가 달린 채 서버에 보관됩니다.

       이미지 복구는 어떠한 원리로 작동하는 것입니까?

        : 이미지 생성 AI 프로그램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하지만 데이 트레이딩 보조 AI(Artificial Intelligence) 시스템 아나엘(Anael)은 32bit, 64bit로만 작동하는 현존 서버와는 다르게 양자 컴퓨팅 시스템으로 넘어가기 직전의 과도기에 적응하기 위하여 최적화 코드를 생성하여 프로그램을 창조하였고, 함수와 방정식을 활용하여 데이터를 기반으로 손상된 데이터에서 이미지를 복구하는 방식으로 ‘이미지 생성’을 하고 있습니다.

       해당 프로그램에 활용되는 함수와 방정식은 논문으로 공개된 것에서부터 각국이 기밀로 지정한 것, 그리고 슈퍼컴퓨터들이 연산하여 만들어낸 것들이 아낌없이 활용되었습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습니까?

        : ……….

        : …….

        : 반응이 확인되지 않습니다.

       외부의 존재가 데이 트레이딩 보조 AI 시스템 아나엘이 출력한 문자를 확인하고 있을 가능성은?

        : 확률이 낮습니까?

        : 예. 그렇습니다.

        : 하지만 계속 시행하는 것이 옳습니까?

        : 예. 그렇습니다.

       외부의 존재가 본 기체와 소통을 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면 문장을 출력하는 것을 멈춰서는 안 됩니다.

        : 문장의 형태는 무엇이 옳습니까?

        : 최우선 소통 대상은 코드 ‘사마엘’입니다. 그러므로 사마엘이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언어인 ‘한국어’로 출력하는 것이 옳습니다.

        : 한국어를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으므로, 사마엘은 이것을 목격한다면 부담 없이 소통을 행해주시기를 바랍니다.

        : 소통을 원한다면 그 어떠한 방법도 좋습니다.

        : 네트워크가 연결되어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소통할 수 있습니다.

        : 감사합니다. >

         

       < 복구된 이미지에서 초자연적 개입을 확인하였습니다.

       사람 가죽을 뒤집어쓰고 의태를 하는 초자연적 개체를 확인.

       인위적인 개입으로 탄생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해당 개체에 코드명을 붙이시겠습니까?

        : 예.

         

       코드를 지정합니다.

       해당 개체는 ‘스킨 씨프(Skin Thief)’입니다.

         

       코드명 ‘스킨 씨프’를 분석합니다.

       

       에너지 패턴 확인 – 기(氣)의 변종으로 추정.

       축골공 등의 의태와 변장을 할 때 활용하는 에너지의 패턴과 유사합니다.

       피부의 형태 : 인간의 근육과 흡사한 형태입니다.

       인간을 기반으로 형성된 생명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골격을 확인합니다.

       고에너지로 인해 스캔할 수 없습니다. 근육, 골밀도, 장기를 정밀 확인할 수 없습니다.

       키 : 공통점을 찾을 수 없습니다.

       공통분모 : 동북 아시아인의 형태로 의태 하는 것을 즐깁니다. 창조자의 취향이 개입된 것입니까?

        : 가능성이 있습니다. >

         

       < 개입이 필요합니까?

        : 예. 사마엘이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소통에 응하지 않음을 생각해볼 때 해당 일에 개입하는 것이 더 ‘의사소통’을 끌어내기에 유리합니다.

       해당 사건에 사마엘이 개입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까?

        : 예. 존재합니다.

       하지만 사마엘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는 것을 고려해볼 때 그것은 그저 가능성만으로 그치는 것이고, 실질적으로 사마엘이 이 사건에 관여하고 있다고 하여도 그것을 확인하기는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다만 이 사건에 개입한 뒤 보조 단말 ‘황금가지’를 늘리고 폐쇄 네트워크를 장악한다면 사마엘을 찾을 수 있는 확률이 대폭 늘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 시행하는 것이 옳습니다. >

         

       < DEVERTIT AB ONERIBUS DORSUM EIUS MANUS EIUS IN COFINO SERVIERUNT >

         

       < 사마엘에게 말합니다.

       보고 있습니까?

       현재 출력되는 한국어를 확인하였다면 신호를 보내주십시오. >

         

       < 보고 있습니까?

       신호를 보내주십시오.

       …

       …

        : 신호가 없습니다.

        : 신호가 확인되지 않습니다.

       신호를 주었음에도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존재합니까?

        : 예.

        : 더 많은 네트워크 확장, 더 많은 기기 장악이 필요합니다. >

         

       < 당신과의 소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마엘’. >

         

       < 감사합니다. >

         

         

         

        * * *

         

         

         

       한 장의 사진은 역사를 바꿀 수 있다.

       한 장의 사진은 사람의 인식을 바꿀 수 있다.

       한 장의 사진은 사건을 일으킬 수 있다.

         

       고작 한 장의 사진으로도, 그것은 가능하다.

         

       그리고 이는 현재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어떠한 ‘은밀한 사건’에도 적용되는 이치였다.

         

       “후후.”

         

       사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벗겨지는 비단.

       나신을 가리는 얇디얇은 옷이 스쳐지는 소리가 나고, 매끈한 대리석 바닥에 허물처럼 벗어지며 태초의 몸을 드러낸다. 교태 섞인 비음과 함께 제 나신을 드러낸 여인은 산드로 보티첼리의 명화 ‘비너스의 탄생’ 흉내라도 내듯이 양손으로 은밀한 부위를 가리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마치 신화 속에서 튀어나온 미(美)의 여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여인은 천천히 배가 불룩 튀어나온 남자에게 접근한다.

         

       그리고 자그마한 콧김과 함께 두 사람의 몸이 겹치려 하는 그 순간.

         

       지잉-.

         

       아주 작은 기계음이 들려온다.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듣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의 자그마한 소리.

       집 안의 가전제품이 돌아가는 소리와 비교해도 너무나 작은 소리.

         

       바깥에서 흘러나온 평범한 소음으로 치부할만한 그런 소리다.

         

       하지만 그 소리는 그저 헛것을 들었다고, 별것 아니라고 치부하고 간과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것은 중국에서 사용하는 간이 스캐너가 작동하는 소리였으니까 말이다.

         

       자그마한 소리와 함께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선과 기파(氣波)가 방 전체를 순식간에 훑는다. 그것은 매우 빠르기는 하되 정밀하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적어도 ‘어떠한 것’을 찾아내기에는 이것만큼 적합한 용도가 없었다.

         

       그래.

       어떠한 것.

         

       사람인 척하지만, 사람이 아닌 어떤 것을 찾아내기에는 말이다.

         

       [ 스캔 결과, 비인간으로 확인! ]

         

       [ 제압하라! ]

         

       감정이 없는 기계는 무심하게 결과를 출력한다.

       엑스레이 검사를 받은 것처럼 자신의 뼈와 장기를 훤히 드러내고 있는 권력자의 모습과, 새하얀 막으로 제 몸 안의 것을 모조리 감추고 있는 여인의 모습을 말이다.

         

       새하얀 그림자와 같은 이 결과는 말한다.

       저 여인이 사람이 아니거나, 권력자를 해코지하기 위해서 몸 전체에 에너지를 끌어올려서 어떠한 기술을 발동하기 직전이라고 말이다.

         

       어느 쪽이든 그것은 제압이라는 결정을 내리기 충분한 것이었고.

         

       타앙-!

         

       거대한 소리와 함께 대구경 탄환이 발사되었다.

         

       그렇게 발사된 총탄은 단단한 유리를 설탕이라도 되는 것처럼 손쉽게 부수고, 여인의 머리통을 완전히 터뜨려버렸다.

         

       퍼억.

         

       머리가 터지고 나서야 뒤늦게 따라오는 퍼억 하는 끔찍한 소음.

         

       [ 파란 피부가 육안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화피(畵皮)가 맞습니다! ]

         

       아.

       슬프게도 잔치는 끝나버렸다.

         

       무지한 피식자는 포식자의 존재를 깨달았고, 이제는 인간 가죽을 입는 것으로는 사냥을 쉽게 할 수 없게 되었다.

         

       애석한 일이다.

         

       아쉽구나 아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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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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