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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12

    <812 – 뉴비 받아라(11)>

     

    조나와 리프는 지난 재단공방전에서 최전선에 참여하지 못했다.

     

    “전선에 가지 않아도 괜찮은 겁니까?”

    “교장만 믿고 아카데미를 비울 수는 없다. 무엇보다도 아카데미에는 아가씨가 소중히 여기는 친구나 애완식물이 있지.”

     

    진짜 오크노디를 코앞에 두고 가짜 오크노디를 구한답시고 떠난 이들과 달리, 조금 심술궂고 못된 면이 있어도 그런 점까지 더욱 진짜에 가까운 오크노디.

    아가씨의 좋은 면과 나쁜 면을 모두 좋아하는 진짜 친구들이 남아있는 아카데미다.

    그런 아카데미를 비웠다가 성동격서에 당한다면, 그 꼴을 재밌다고 판단한 교장이 손 놓고 자칫 방관이라도 한다면.

    아가씨가 받을 상심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그런 이유로 조나와 리프는 나서지 못했고, 그 판단이 옳았음은 머지않아 드러났다.

     

    “암살메이드입니다.”

    “겁도 없군. 우리가 머무르는 아카데미에 고작 이 정도 수준의 메이드를 보내다니.”

    “메이드장님의 직속 최정예부대가 아닙니다. 저와는 다른 파벌에서 육성된 메이드들이군요. 수법을 모두 아는 제게는 통하지 않아도 이만한 수가 왔으니 교수들에게만 맡겼다간 꽤나 애를 먹었을 겁니다.”

     

    기프트 아카데미 본부를 습격하는 병력도 일부는 있을 거라는 추측이 적중했다.

    교장이 학생들을 지키라고 남겨둔 교수나 교관들이 제법 있었음에도 감시와 결계를 뚫고 모험학부 기숙사까지 잠입한 인원은 상당했다.

    그런데 사실 재단이 보낸 암살자를 막아내는 것은 그리 대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싸움이 끝난 뒤부터 시작되었다.

     

    “저희에게도 재단을 벗어날 기회를 주시겠습니까?”

    “허락한다.”

     

    투항한 이들.

    전의를 상실한 이들.

    그런 이들의 항복을 받았을 때는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제가 키우던 제자들도 함께 넘어오고 싶습니다.”

    “민간에서 제게 협력하던 심마니와 약방 의원이 있습니다.”

    “식량을 대주던 농부들이 제가 없는 사이에 암살당할까 신경 쓰입니다. 함께 이주하고 싶습니다.”

     

    재단은 기본적으로 점조직이다.

    실력이 대단히 뛰어난 이들을 중심으로 뭉친 지부핵심전력은 표면에 드러나 있지만, 중심까지 진출하지 못하거나 한직으로 좌천당한 이들, 보조인력들은 자신이 재단에 속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만큼 재단에서 하부조직을 은밀하고 세심하게 구축했다는 의미지만 오는 사람 막지 않고 다 받던 조나는 슬슬 식은땀이 흘렀다.

     

    “온 세상이 다 재단 소속인가? 무슨… 받아도 받아도 끝이 없단 말이냐.”

     

    오죽하면 증발한 프릴 시를 다시 가져와도 재단 투항자들을 전부 담기 부족할 지경이었다.

    이건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지원 요청은 받아들여졌는가?”

    “인류의 적이 인류의 아군이 될 기로에서 곤경에 처한 이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디스트로이어 님의 지시를 하달받았습니다.”

    “고맙군. 도적길드에는 빚을 졌다.”

     

    조나는 오크노디의 스승인 디스트로이어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도적길드를 통해 연락을 받은 디스트로이어는 수집도시의 막대한 수익금 일부 및 개인자산을 동원하여 급한 대로 재단 투항자들의 정착자금을 지원해 주었다.

    부자는 망해도 삼대는 간다는 말처럼 망해버린 재단에서 한 밑천 챙겨 나온 이들도 나름 있었기에 디스트로이어의 지원만으로도 투항자들의 생활은 어려움 없이 술술 풀렸다.

    하지만 느닷없이 영지에 낯선 사람이 수십만 단위로 늘어났음을 깨달은 영주들은 공포에 떨었다.

     

    “저것들은 대체 어디서 나온 것들이냐?”

    “모르겠습니다. 세금 납부 명단에도, 거주지 등록 명부에도 이름이 올라오지 않은 이들입니다.”

    “아니 미친. 재단이 망하고 기어 나온 걸 봐서 재단의 신원불명의 암살자 꿈나무들이 틀림없는데 그게 수십만 단위나 된다고?”

    “아,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몰라. 우린 못 본 거야. 절대로 저거 건드리지 마. 중앙에서 우릴 재단의 앞잡이 영토로 낙인찍으면 우리 영지 망해. 알아서 사라질 때까지 내버려 둬!”

     

    겁 많은 영주들이 재단의 잔당과 엮이길 두려워한 덕분에 당장 도시에서 쫓겨나 곤경에 처하는 일도 없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신원불명자들이 도시에서 눈칫밥 먹으며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가씨께 직접 부탁을 드리심이 어떻겠습니까. 아가씨는 재단과 적대관계이기는 해도 자신과 주변인을 괴롭혔기에 반감을 품었지, 재단 자체를 싫어하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그런가.”

     

    리프의 예측은 적중했다.

     

    “마침 금역에 세운 도시에 관리인이 부족해서 곤란하던 참이었는데 거기로 이주하실래요?”

     

    황금의 상인 아발론이 은거하던 금역도시.

    외부에 드러내기 힘든 장물이나 위험천만한 재단의 유산들도 여럿 있음을 감안하면 아예 금역으로 숨어들어가는 것도 나쁜 판단은 아니었다.

    더욱이 금역도시는 황금으로 가득하기에 실제 도시 건설에 필요한 자금도 잔뜩 있다.

    삽질만 하면 금이 나오는 땅!

    자금력의 한계가 없는 것이다.

    주거지와 안전 문제가 해결되자 대부분의 재단 투항자들은 만족했지만, 소수의 실력자들은 몸이 편해지니 생각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한평생 재단의 아래에서 개인의 수행과 도련님아가씨의 육성에만 매진하며 살아왔습니다. 적성에 맞는 직업을 잃고 야인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암살자의 본업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저희에게 일감을 주십시오.”

     

    집사들과 메이드들의 업무복귀신청!

    조나와 리프는 고심 끝에 경력단절 실직자까지 앞으로 한 걸음만 남은 위기의 실직자들을 위해 힘 좀 써주기로 각오했다.

    동업자로서 일선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도련님 아가씨들의 성공을 바라며 그들을 육성하는 이들은 의외로 상당히 많았다.

    아무리 악의 조직이라도 철없는 아이들을 제 손으로 기르는 자들은 조금씩이나마 마음속의 어둠이, 재단에 찌든 악의가 옅어지기 마련이다.

    그런 기특한 이들에게는 새 삶을 살 자격이 있다.

     

    “이 메이드들은 에이프릴보다 가사 능력이 뛰어납니다. 아가씨에게도 분명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집사들이 호문쿨루스를 교육한다면 훌륭한 호문쿨루스로 거듭나도록 성장시킬 겁니다. 이들의 헌신을 증명할 기회를 베풀어 그 능력을 검증해 주십시오.”

     

    오크노디는 조나와 리프의 청탁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마침 벨벳 언니네 파벌을 도울 생각이었는데 대신 파견하면 딱 좋겠네요!”

     

    전 재단 소속 집사와 메이드들이 서귀연의 내전에 참전하여 벨벳파에 가세한 이유였다.

     

     

    * * *

     

     

    도이치 왕국. 피렌체 왕국. 탈란드 왕국.

    서부삼국의 귀족이 뭉쳐서 만든 연합을 사람들은 서부귀족연합, 줄여서 서귀연이라 부른다.

    서귀연의 핵심 구성원은 당연히 거대귀족가문의 실권자들이고 그들이 부리는 실력자들이다.

     

    “반란? 웃기는군. 놈들이 제 힘을 휘두르는 것을 두려워해서 아카데미에 썩어지내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다. 그런 겁쟁이 녀석들과 우린 다르다.”

    “녀석들이 의미 없는 성장에 치중할 때, 우리는 가문의 지원을 전폭적으로 받아 가문의 이익에 부합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성과금으로 더 많은 영약과 마도구, 지식을 입수했지.”

    “힘의 총량으로만 따지자면 우리도 결코 놈들에게 밀리지 않아.”

     

    아카데미에서 쌓은 힘을 가문을 위해 사용하며 적극적으로 세력을 확장, 서부삼국을 지배한 조직이 제국에까지 발을 넓히는 것을 목표로 하는 서부귀족연합 중앙군.

    이들은 가문의 지원만 달게 받고 세력확장의 책임은 외면하는 벨벳 파와 어린 것들의 반란을 용납할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982기수 신입생 이외의 모든 기수와 고위계 실력자는 한 놈도 남김없이 모조리 죽여라. 재활용 불가능한 세대는 폐기하고 아직 싹수가 남은 것들만 다시 재활용한다.”

     

    암투는 귀족들의 전문분야다.

    정적 제거.

    경쟁자 암살.

    비열하고 잔인한 술수로 한정해서 싸운다면 귀족들을 능가하는 직업은 정말 손에 꼽는다.

    중상모략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아카데미에서 돌아오지 않은 서귀연 학생들은 재단의 잘못된 사상에 심취하여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어버린 학생들입니다.”

    “우리는 이 잘못된 세대를 과오로 삼고 두 번 다시 서귀연의 이름을 더럽히는 재단의 졸개들이 탄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응징을 가할 것을 다짐합니다.”

     

    학생들의 평판을 더럽히고 그들을 공식적인 재단협력자로 선포하며 명부를 퍼뜨렸다.

    모험가 길드와 가문의 사병들, 국가에 충성을 바친 종군기사단과 마법 병단이 움직였다.

     

    “하하, 국가가 우리의 편이다. 이제야 알았냐? 벨벳 벨렛. 너희는 서부삼국 전체를 적으로 돌린 거다. 국가전력급 각성자라도 된 것처럼 나댈 때는 즐거웠나? 이젠 국가의 힘으로 짓밟혀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시간이다!!”

     

    기세등등하게 외치는 서부 대귀족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것은 대귀족 한 명만을 감싸는 그림자가 아니었다.

    요새가, 들판이, 십만 병사로 채워진 국경방어선 하나를 모조리 감싼 그림자였다.

     

    <벨벳 벨렛>

    <초거대영역>

    <국경지대 제2방면군 짓밟기>

     

    “…거짓말.”

     

    벨벳의 구두가 요새를, 들판을, 국경방어선 하나를 통째로 짓밟았다.

     

    “이런 여자를 도우라고…?”

    “우린 대체 뭘 하러 온 거지…?”

     

    오크노디의 허락을 받고 전장을 도우러 온 집사와 메이드들은 멍청한 얼굴로 그 광경을 멀리서 멍하니 지켜보았다.

     

    “개전. 다음 가동 전까지 해당 지역에 경보를 날려. 진로상의 모든 방해물, 저항군은 죽을 거야.”

     

    이제는 적과 아군 모두가 알았다.

    벨벳에게는 국가와 맞설 힘이 있음을.

    그녀가 국가권력급 실력자라는 사실을.

    서귀연 벨벳파가 지역대피령 발령 및 이를 방해하는 적의 격퇴를 위해 움직이자, 그제야 집사와 메이드들도 할 일을 찾고 안심했다.

    재단공방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의 서귀연 내전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학생회장 후보 단일화 협상안 : 거다이맥스 짓밟기 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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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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