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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12

        

        * * *

         

         

         

       “이런. 들켰군.”

         

       의태라는 것은 들키지 않았을 때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미 들켜버린 의태는 포식자를 피식자로 만들며, 패턴화된 방식은 사냥당하게 만드는 단서가 되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 정부에 ‘요괴’가 들통난 것은 꽤 뼈 아픈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아직 제대로 시작하지도 않는데 꼬리가 잡히다니….

       충분히 도미노가 넘어졌다면 거대한 혼란을 불러올 수 있었을 것이거늘, 지금 잡힌다면 기껏해야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가.

         

       아니, 찻잔 속의 태풍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이게 과연 태풍이나 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요괴에게 당한 이들을 본다면 ‘높은 위치’이기는 하나,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아니었다. 중국 사회에서 사람이란 언제든 대체가 가능한 존재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할지라도 이들은 핵심에서 너무 거리가 떨어져 있는 ‘조금 중요한 부품’에 불과하였다….

         

       “쿨럭.”

         

       박진성은 피가 섞인 기침과 함께 아쉬움을 토해내었다.

       폐를 쥐어짜는 듯한 고통과 함께 토해진 핏물은 분무기처럼 피를 뿜어내었으며, 벽면에 점점이 박힌 핏물 사이사이에 있는 자그마한 고기 조각들이 벽에 착 달라붙었다가 힘없이 바닥으로 툭 떨어져 내렸다.

         

       단순히 피만 뿜은 것이 아닌, 내장 조각이 같이 나온 것이다.

         

       ‘회복이 더디구나.’

         

       배 안에 자그마한 칼날이 들어와서 헤엄을 치는 듯한 느낌.

       뾰족한 칼끝이 내장을 찌르고, 시퍼렇게 날이 선 칼날이 내장을 조각조각 내는 느낌이 난다. 단단한 손잡이가 그렇게 잘린 내장을 이리저리 짓이기고, 칼날이 다시 그것을 잘게 다진 뒤 위로 올려보내 기침과 함께 튀어나오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이리저리 움직이는 통에 내장이 꼬였다가 풀리기를 반복하는 듯한 색다른 고통마저 엄습하게 만들기도 한다….

         

       어지간한 고문을 받는 수준의 고통.

         

       하지만 박진성은 그러한 고통을 겪고 있음에도 태연한 얼굴이었다.

         

       이 고통이 대단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그저 고통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기에 그러했다.

         

       전생에서 겪었던 고통에 비하면 지금 겪는 것은 근육통 수준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물론 그러한 고통은 박진성의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기에, 이 ‘색다른 고통’을 처음 겪는 육체는 죽여달라고 아우성을 치듯 난리를 치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이 또한 잠잠해지리라.

         

       회귀 전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내장에 지속적인 타격을 입는 것이 대가라….’

         

       게다가 말이다.

       이렇게나 운이 좋은 상황인데, 병원에 가서 헛되이 시간과 돈을 써야겠는가.

         

       ‘대가가 나쁘지 않군. 이 시점에서는 주술이 발견되지 않은 모양이지….’

         

       회귀 전 ‘인간 가죽을 입는 요괴’를 모방해서 만든 ‘요괴 모방체’ 주술은 어마어마한 대가를 지불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화피 요괴 모방체 생성 주술 의식’이라 명명된 이 주술 의식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서 생긴 문제였다.

         

       그래.

       사용하는 사람이 많았다.

         

       상상 이상으로 말이다.

         

       ‘아마 문화대혁명으로 파괴되지 않은 것을 발견한 것 같았는데…. 이 시점에선 발견되지 아니한 듯하구나.’

         

       회귀 전 중국은 이 주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참수 작전에 활용하기도 하였고, 단순히 적군에게 혼란을 주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기도 했고, 사보타주의 용도로도 사용했으며, 심지어는 이 주술 의식을 사용해서 테러하기까지 했다.

         

       대가가 무섭지도 않았냐고?

         

       당연히 무서운 게 맞다.

       하지만 회귀 전 중국은 그런 일반적인 상식을 거부했다.

         

       어마어마한 대가?

       어차피 주술을 시전한 당사자가 짊어지면 되는 것이다. 명령권자가 알 바가 아니었다.

         

       주술사를 험하게 다뤘다가 멸망해버린 북한과 같은 전철을 밟으면 어떻게 하냐고?

       그렇다면 주술사 같은 변수 덩어리 대신 주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활용하면 된다.

         

       주술 의식을 익힌 사람이 칼끝을 거꾸로 돌린다거나, 적국에 투항하는 등의 배신행위를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그거야 충분한 목줄을 마련하면 되는 일이다. 가족이나 친지를 인질로 잡거나, 몸 안에 폭탄이나 독약 캡슐을 넣어놓거나, 주술 의식에 대한 대가로 상상 이상의 보상을 당근으로 제시한다면 어지간한 사람은 그대로 따르기 마련이다.

         

       참상을 보고 주술사가 개입하면 어떻게 하냐고?

       물론 평화로운 시기에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아마 평소였다면 주술의 악용으로 인한 이미지의 하락을 우려한 주술사들이 개입할 가능성을 무시하지 못했겠지. 하지만 중국 정부가 이 주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은 전 세계가 전쟁의 불꽃에 타오르고 있을 시점이었다. 중국 공산당은 아무리 기인이라 일컬어지는 주술사라 할지라도 이런 상황에서는 중국에 개입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여 이 무식한 계획을 강행하였다.

         

       그래.

       이 무식하기 짝이 없는, 사람을 말 그대로 소모품처럼 사용하는 이 끔찍한 작전은 그러한 생각으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중국은 이 단순 무식하면서도 효율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주술 의식이 행해질수록 감당해야 할 최대치는 점점 확장되어갔고, 운이 없을 때 받게 되는 대가가 단순히 ‘개인의 고통’을 넘어서 혈연에까지 전달될 수준이 되었음에도 중국은 계속해서 사람을 갈아 넣었다.

         

       ‘회귀 전에 이 주술을 사용하면 뱃가죽이 열리며 내장들이 밖으로 튀어나와서 춤을 추거나 피부가 벗겨지고 몸이 방사능을 쬐기라도 한 것처럼 붕괴하는 등의 일이 일어났었는데…. 허허허.’

         

       인간을 어떻게 해야 잔인하게 고문할 수 있을지 사악한 존재들이 창의적인 방법을 짜낸 뒤 그대로 시현을 한다면 이렇지 않을까? 심지어 이렇게 잔혹하기 짝이 없는 대가가 나중에는 핏줄에까지 그 여파가 미쳐서, 주술 의식을 행한 이의 가족이 희소병에 걸리게 되는 등 온갖 비극이 뒤따랐다.

         

       그리고 이쯤이 되었을 때, 중국 공산당은 이 주술 의식을 사용하는 것을 멈췄다.

         

       딱히 대단한 이유는 아니었다.

       이 주술을 남용하는 것이 멈춘 이유는 그저 ‘화피 요괴 모방체 생성 주술 의식’에 대한 대처법이 널리 퍼졌기 때문이었다.

       주술 의식의 대가가 감당하기 힘들었다는 이유도 아니고, 소모품처럼 갈려 나가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는 인도적인 이유도 아닌…그저 ‘효율성이 낮아졌다.’라는 지극히 이성적인 판단으로 이루어진 결과였다….

         

       ‘반대로 말하자면, 지금 시점에서는 효율성이 높다는 것이기도 하지.’

         

       박진성이 이 주술 의식을 행한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이 주술 의식은 회귀 전 중국 공산당에서 사람을 갈아 넣으면서까지 계속해서 활용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정도로 잘 써먹었던 주술이었다.

       즉, 저비용 고효율의 비대칭 무기로 활용하기에 적합하다고 검증이 되어있는 주술이라고 할 수 있다.

         

       충분한 실전으로 검증이 된 무기라니.

       이걸 사용하지 않고 무슨 주술을 사용한단 말인가!

         

       그렇기에 박진성은 이 주술 의식을 기꺼이 행했다.

       혹여 이 주술이 현재 시점에서 발굴이 되어서 꽤 많은 인원이 시험을 했을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된다면 무작위로 거대한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흐음. 벌써 들키다니….’

         

       운은 나쁘지 않았다.

       고작 내장에 지속적인 피해가 오는 정도의 대가로 끝났고, 일은 순조롭게 진행이 되고 있었는데….

         

       하필이면 도미노가 이 시점에서 끊겨버리고 말았다.

       마치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개입을 한 것처럼 말이다.

         

       ‘누가 그랬지?’

         

       더더욱 안타까운 것은, 누가 개입을 한 것인지 알 수조차 없다는 것이다.

         

       용의자로 삼을만한 존재가 너무 많다.

       일반적인 능력과 궤를 달리는 ‘권능’을 사용하는 계약자, 예상할 수 없는 능력을 발휘하는 소환수, 중국 곳곳에 깔린 감시망, 온갖 비윤리적인 방법을 사용해서 능력을 발전시킨 능력자들, 현재 중국에서 적극적으로 테러를 벌이고 있는 마법사, 미쳐버린 주술사….

         

       ‘아나엘도 용의선상에 올라가야겠군.’

         

       …그리고 중국 곳곳에 깔린 감시망과 중국이 쏘아 올린 위성들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아나엘까지.

         

       ‘복마전(伏魔殿)이로다.’

         

       박진성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가 위치한 곳은 한국에 있는 자기 빌딩의 지하이건만.

       곰팡내 섞인 습한 공기는 색채를 가진 것처럼 그의 시야에서 뛰놀고, 자그마한 빛은 수없이 증폭되고 쪼개지면서 만화경과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공허한 듯 보이는 그의 시선은 안구의 한계에 머무르지 아니하고 중국에까지 닿아 있으니, 주술로서 연결이 된 시신경이 벌레를 눈알로 삼아 그 시야를 공유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중국을 바라보고 있다.

       중국에 보낸 단말 일부를 분해하고, 그 중의 가장 쓸만한 것들을 제 눈알로 삼아 거리의 풍경을 바라본다. 주술의 대가로 눈에서는 피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눈은 한껏 충혈되었지만, 그런데도 박진성은 벌레의 시야를 공유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그러고는 이내 볼 것은 다 보았다는 듯 눈을 한차례 감고는, 얼굴에 흐르는 뜨뜻하고 간지러운 감촉을 느끼며 벌레와의 연결을 끊어버린다. 그렇게 중국에까지 다다랐던 시야는 다시 안구의 한계에 갇히고, 중국에까지 확장되었던 그의 감각은 어둡고 습한 지하실이라는 닫힌 공간으로 돌아오며 축소되기에 이른다.

         

       하지만 그런데도 그의 관심은 중국에까지 다다라 있다.

       감각이 사라졌음에도 그의 생각은 멈추지 아니하였고, 만리타향(萬里他鄕)인 중국에서 곧 벌어질 일을 훤히 떠올린다.

         

       “과연. 주술 의식을 행한 것이 의미가 없지는 않겠구나.”

         

       그가 본 것은 군세(軍勢).

         

       중국의 군대가 도시에 접근하는 모습이었다.

         

         

         

         

        * * *

         

         

         

       “불순분자들을 토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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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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