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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13

    <813 – 뉴비 받아라(12)>

     

    지원을 위해 찾아온 집사와 메이드들은 뭔가 이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암살이 아니라 민간인 대피를 돕게 될 줄이야…”

    “학생회장 후보는 과연 다른 학생들과는 급이 다르군요.”

     

    일격에 한계까지 응축시킨 힘을 폭발시켜 국경방어선 하나를 통째로 짓밟는다.

    기상천외한 공격방식은 둘째 치고 최대치의 고점으로 질량공세로 밀어붙이는 단순무식한 공격방식은 저지할 방법도 마땅찮았다.

     

    “이미 펼쳐진 공격을 막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겠군.”

    “세상 그 어떤 결계마법도 저 정도의 질량을 막아내는 건 불가능하지.”

    “신화 속 태초의 거인을 깨워서 일으켜 세워도 저것보다는 작겠어.”

     

    거인보다 거대한 발로 짓밟는 공격을 막는 방법은 공격이 펼쳐지기 전후에 있다.

     

    “우리가 서귀연 본단이라면 벨벳 벨렛의 본체를 습격하겠지?”

    “걱정이군. 그녀가 당하면 우리의 첫 양지 진출이 아군 총대장의 사망으로 무산되는데.”

    “그쪽은 서귀연의 휴학생들이 가세했다. 우리가 나설 필요는 없다.”

    “휴학생? 실력이 딸려서 포인트를 벌려고 휴학하는 녀석들?”

    “그건 보통의 휴학생이고. 서귀연의 휴학생은 다르다. 자신들의 강력한 힘을 본가에서 사용하거든 국제정세가 뒤바뀌며 전쟁이 시작될 걸 알기에 스스로 아카데미에 칩거를 희망한 녀석들이지.”

     

    과연, 서귀연 휴학생들의 저력은 엄청났다.

    한 번의 전략공세 이후로 서귀연 본단은 벨벳이 공격경로 상의 민간인들이 피난할 시간을 주는 것처럼 행세하지만, 실은 자신의 공격을 다시 펼치기 위한 휴식을 취하고 있음을 간파했다.

    그 증거가 전장을 가로지르며 돌파하는 철갑중기병단의 돌진이었다.

     

    “마갑에 대마법방어까지 덧씌웠군. 마법에 의한 요격은 불가능. 화살은 공성병기 급으로 위력을 올려도 통하지 않는다. 직접 요격에 나선다.”

     

    오우거도 힘에 부쳐서 주저앉을 거대한 철구를 한 손으로 들어올린 거한이 철구의 봉을 제 머리 뒤로 넘기며 만루주자의 타격자세를 취했다.

     

    콱!

     

    있는 힘껏 내디딘 걸음과 함께 휘두른 팔이 거대한 병기에 원심력과 회전력을 싣자 7중 방어결계가 각인된 마갑과 전투마, 기사들의 선봉이 일제히 우그러지며 튕겨 나갔다.

    예상치 못한 괴력에 놀란 중기병들이 좌우로 간격을 벌리는 가운데, 멀리서 기사 한 명의 창에 새하얀 기운이 농밀하게 응축되었다.

     

    “잘도 날뛰는구나. 이것도 받아봐라!”

     

    마나가 잔뜩 깃든 창이 스스로 회전하며 흠을 파고드는 나사못처럼 서귀연 휴학생의 무기를 갉아 먹으며 안으로 파고들었다.

     

    “이건… 이중극의?!”

    “교수클래스의 강자는 아카데미 밖에도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뛴 대가를 치러라!”

     

    순식간에 전세가 역전되어 무기가 뚫린 휴학생.

    무기를 지탱하던 손바닥의 피부 안팎으로 기사와 휴학생이 전개하는 마나가 충돌하며 기파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뒤따라 가세하던 다른 기사나 휴학생들이 감히 접근할 수 없는 기파의 연속.

    땅이 꺼지고 먼지가 부풀어 오르는 한복판에서 조금씩이지만 손바닥에 창이 파고들었다.

    분수처럼 튀는 핏방울 너머로 휴학생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갈 때, 멀리서 날아온 날카로운 무언가가 기사의 등과 팔뚝에 꽂히며 창의 전진을 봉쇄했다.

     

    “하앗!”

     

    휴학생이 급히 손을 크게 휘둘러 창을 밀쳐내고 부상을 수습했다.

     

    “큭, 겨우 살았군.”

    “이건… 우리 진영에서 날아온 공격인데?”

     

    기사가 손이 닿지 않는 관절 부위에 파고든 무언가를 꺼내고자 전신의 마나를 힘껏 불어넣었다.

     

    <유사 호신강기>

    <아이언스탠스>

     

    강철과도 같은 태세로 모든 이물의 침입과 침범을 허락하지 않는 방어태세에 마갑을 뚫고 육체에 파고든 물질이 바닥에 떨어졌다.

    기사를 공격한 암기의 정체는 명함과 빗자루솔.

    모두 와이히엠하이 재단의 집사와 메이드가 소지할 법한 물건이었다.

     

    “전 재단 소속 임직원이자 현 <오크노디와 놀아주는 조직> 소속 조직원, 집사1부 소속 집사 루크입니다.”

    “마찬가지로 현 <오크노디와 놀아주는 조직> 소속 조직원, 메이드1부 소속 암살메이드 로라입니다.”

     

    전장 한복판에 당당하게 나타난 집사와 메이드를 본 기사들은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재단의 잔당?!”

    “이 녀석들, 정말로 재단과 손을 잡은 건가?”

    “그냥 우리가 휴학생들의 정당성을 훼손하려고 지어낸 이야기 아니었어?”

     

    음해공작을 위해 서귀연 벨벳파가 재단의 앞잡이이자 변절자라고 외칠 때는 신났다.

    입만 열면 상대의 행동과 목적이 더럽혀지고 도덕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으니까.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궁지에 몰린 몬스터가 뜻도 모르고 인간의 발성기관을 흉내 내면서 “살려줘”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들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르고 겁도 없이 “재단의 앞잡이다!”를 거듭 외쳐왔다.

    사실 모를 수밖에 없다.

    고금을 통틀어 재단이 등장한 이래로 어찌 이 편리한 수를 사용한 자들이 없었겠는가.

    단지 사람들이 재단의 이름을 오명처럼 선전용으로 사용하는 이유는 남용의 결과가 무엇인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재단의 이름을 더럽힌 자, 하나도 남김없이 죽음을 맞이했으니.

    이미 죽은 자의 실수를, 어디로도 전해지지 못한 비극을 어찌 알아차릴 수 있겠는가.

     

    “오늘 저희 오크노디와 놀아주는 조직의 서비스를 이용해 주시는 고객님은 서귀연 벨벳파입니다. 오크노디 님의 놀이상대께서는 피난민 대피 지원을 요청하였으며, 대피에 지장이 생길 무력행위를 저지르는 위험인물은 처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알립니다.”

    “안타깝지만 여러분이 지금 시도하고 계시는 서귀연 벨벳파 적대행위는 저희 주인님의 놀이를 방해하는 행위입니다. 즉시 해당행위를 포기하고 물러나주시기 바랍니다.”

     

    이중극의를 깨우친 기사가 걸레짝이 된 기사를 지면에 내리꽂고는 후배 기사들에게 새로운 창을 넘겨받으며 기세를 키웠다.

     

    “싫다면. 뭐 어쩔 테냐.”

    “당신의 공격행위는 주인님의 놀이에 심각한 지장을 끼치는 방해 행위로 간주 되었습니다. 암살메이드 표준규격 청소 서비스를 개시합니다.”

     

    메이드 로라의 손에 들린 장바구니가 덜컹 개방되며 수많은 투사체와 맹독, 암살병기가 나타났다.

    전장에 나타난 암살메이드는 대체 어떤 무기를 골라서 맞설까.

    기사들의 긴장어린 시선 속에서 메이드가 이번 전장에서 사용할 자신의 ‘청소도구’를 골랐다.

     

    철컥.

    위이이이잉.

     

    장전음과 기계음이 연달아 울리는 무기의 정체는… 바로 독탄벨트와 연결된 기관총이었다.

     

    “이딴 게 어떻게 암살이야?!”

    “청소가 인간청소였나?!”

     

    어이없음을 참지 못한 기사들이 그딴 게 암살메이드냐고 소리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분당 800발의 고속 연발 독탄 사격이었다.

    강력한 충격과 폭발 인챈트가 새겨진 마총은 벽이나 건물 표면을 타격해도 깊은 홈을 남기고, 벽돌과 시멘트를 깨뜨리며 파편을 튀게 한다.

    그런 고위력이 갑옷과 방패, 마갑에 연달아 꽂히니 쉴 새 없이 불똥이 튀며 기사들은 강제로 아이언피스트를 전개하며 제자리에서 방어를 굳혔다.

     

    푸쉬이이익.

     

    그조차도 정답은 아니었다.

    탄두에서 분리된 독연이 피어오르며 지면을, 대지를 형형색색의 연기로 집어삼켰다.

    지면에 남은 독웅덩이는 말발굽을 보호하는 편자조차 녹였으며, 대지에 침적되고 남은 독성 잔여물은 지속적으로 호흡기와 마나연공을 방해했다.

    결국 기사들이 손상을 각오하고 아이언스탠스를 풀고 말을 몰고 질주하기 시작했다.

    튀어 오르는 불똥보다도 빠르게 달리는 말이 메이드를 위협하는 순간, 집사 루크가 옆에서 회중시계를 꺼내 들었다.

     

    “초대받지 못한 손님 여러분에게 접견시간이 되지 않았음을 안내해 드립니다.”

     

    째깍.

     

    돌격이 끝날 무렵, 집사와 메이드의 거리가 다시금 돌격을 시작하기 전으로 돌아갔다.

    기운의 소모와 갑옷의 훼손이 이어짐에도 거리만 처음 그대로 벌어졌다는 사실에 기사들은 엄청난 빡침을 느꼈다.

     

    “비열한 사술을 부리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중갑기마병과 마갑무장기사의 720kg 돌진을 그 작고 하찮은 몸으로 받아라!!”

    “전장에 어울리는 무기는 마상창과 칼이지 기관총과 회중시계가 아니다! TPO에 걸맞은 장비를 다시 챙겨서 돌아와라, 미친 시종들아!”

     

    사방에서 날아드는 마창투척세례에 기관총이 파괴되고 회중시계의 <쫓아내기> 기능이 파손되었다.

    하지만 집사 한 명과 메이드 한 명이 번 시간은 매우 값진 것이었다.

    집사 10명과 메이드 30명의 증원이 도착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말이다.

     

    “오, 맙소사.”

     

    쿵. 철컥.

    드르르르륵!

     

    삼십 개의 기관총이 일제히 독탄을 발사하고 자욱한 독연이 전장을 뒤덮었다.

    마계생물체도 이게 뭐에요 시발을 외치며 달아날 독연 속에서 신경독에 당해 혈관이 돋아나고 피부가 변색 된 기사들이 마비된 한팔을 축 늘어뜨리며 반대손으로 투창을 집어던질 때, 집사들이 일제히 정령이 깃든 정령마도구를 가동했다.

     

    “오늘의 일정은 애완동물 산책입니다. 케이지에서 주인님의 애완동물이 나올 예정이오니 부디 각별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현재 주인님의 취향에 맞는 옷을 소지하고 있습니다. 부디 실수로라도 옷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주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주인님의 특별식사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채집한 식재료는 아직 손질이 되지 않은 관계로 장바구니를 건드리면 이후의 안전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환히 열린 애완동물 케이지와 의복수납함, 장바구니, 그 외에 여러 마도구들.

    기사들이 애완동물의 간식이 되고, 의복의 새로운 마네킹 인형이 되고, 식재료의 신선도 유지를 위한 먹이가 되기까지는 순식간이었다.

     

    “방금 그거 한번 출몰하면 사람들을 패닉에 빠뜨려서 도시규모의 재앙을 일으키는 <드레드 나우dread now> 아니었어?”

    “의복수납함에서 왜 저주받은 리빙아머가 나와…? 대체 저걸 누구한테 입히려고…?”

    “장바구니에서 땅을 파도처럼 출렁이게 만드는 <그림 어스Grim earth>가 왜 나와…? 저거 아카데미 고학년도 도감으로만 본 금패급 아니야?”

     

    인류를 위한 재단의 헌신은 그 흔적만으로도 휴학생들마저 흠칫 놀라게 만들었다.

     

    “그러니까 이제… 저것들이 전부 다 오크노디한테 간다는 거지?”

    “그것도 정확히는 <오크노디와 놀아주는 조직>으로 가는 거지만.”

    “…도대체 뭘 하고 노는데 저딴 게 필요해?”

     

    도움을 받는 서귀연 벨벳파조차도 우리가 얘들 도움을 받는 게 맞나, 지금이라도 서귀연 본단이랑 화해하고 저쪽하고 싸워야 하는 건 아닌가 싶어도 결코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악의 온상지 <오크노디와 놀아주는 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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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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