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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13

        

         

       “반체제주의자(反體制主義者), 반동주의자(反動主義者), 반혁명분자(反革命分子).”

         

       늘어선 기갑들.

       예열되는 엔진.

       금방이라도 포탄을 쏘아낼 것처럼 각도를 조정하는 포신.

         

       과학으로 만들어낸 말(馬).

       철을 두른 기갑의 탑승물.

         

       탱크(坦克).

         

       “이 도시에는 반중(反中) 테러리스트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분명히 실재하며, 중국에 그 누구보다도 적대적이다.”

         

       그 수많은 기갑을 이끄는 사람은 말한다.

         

       “그들은 중국 공산당이 영도하는 하나의 중국을 거부한다. 흩어지면 약하지만 하나로 뭉치면 강하다는 그 간단한 이치조차도 모르는 멍청한 자들, 제심합력(齊心合力)하면 옛적과 같은 성세를 얻을 수 있음을 외면하고 그저 자신의 영달만을 꾀하기 위해 혼란을 불러일으키려는 반동분자들.”

         

       흉흉한 눈동자.

       금방이라도 뿜어져 나올 것만 같이 억눌린 살기.

         

       “그들은 제각기 깃발을 들어 올리고 말한다. 각기 다른 이유를 말하고, 그것을 그럴싸하게 포장하고 들이밀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떠한 뜬구름을 잡는 소리조차도 하나의 이치에는 미치지 못한다. 우리는 확고한 진실, 직접 겪고 있는 이 나라의 발전, 그리고 점점 되찾아지는 광명을 안다. 그런데도 그들은 혹세무민(惑世誣民)하려 드는 자들이니, 너희는 ‘하나가 아니면 그 무엇도 가치가 없다’라는 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장군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자신이 이끌고 온 병사들에게 말한다.

         

       “그러니 이 도시에 있는 것들은 분명한 적이다.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사람이 아니고, 중국이라는 거대한 하나의 체계에 기생하고 있는 몸속의 벌레와 다를 바가 없는 것들이다. 그들은 중국을 잠식하기를 바라며 행동하는 병마이며, 너희를 나약하게 만들고 죽이려 드는 독극물과 같은 것들이니.

       오직 명령에 따라,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라.”

         

       그리곤 자신이 들고 있는 지휘봉을 거칠게 휘두르며 소리친다.

         

       “토벌하라!”

         

       짧고 강렬한 명령.

         

       드드드드드.

       쿠구구구구.

         

       그것을 시작으로 육중한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엔진을 켠 채 대기하고 있던 탱크는 기다렸다는 듯 무한궤도를 움직이며 땅을 달리기 시작하고, 후열에 있는 자주포와 탱크는 혹 무슨 일이 있다면 언제든 포탄과 미사일을 쏟아부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하늘에서는 반짝이는 위성이 하늘의 눈(天眼)이 되어 그들을 보조하고, 벌 떼 같은 소리와 함께 날아오른 드론들이 도시 안으로 진입한다.

         

       삐익.

       삐익.

       삐이익.

         

       부아아아아앙-!

         

       귀청을 찢어버릴 듯 울려 퍼지는 경고음.

       손바닥만 한 벌로 이루어진 떼(Swarm)가 움직이는 것처럼 듣기만 해도 온몸이 떨릴 것만 같은 거대한 소리가 무기력함에 찌든 거리에 활기를 불러일으킨다.

         

       “으아아악!”

         

       “꺄아아악!”

         

       계속 이어진 통제에 무기력해진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몸을 벌떡 일으키고, 힘없이 터벅터벅 걷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몸의 온 힘을 짜내서 골목길에 제 몸을 숨기려 든다.

         

       쿠당탕!

         

       때로는 헐레벌떡 뛰어가다가 어딘가에 부딪혀 넘어지기도 하고, 뒤에서 소음을 발하는 드론이 쫓아온다는 공포 때문에 제대로 앞도 보지 않고 달리다가 벽에 머리를 박고는 그대로 그 자리에 기절하는 예도 있었다.

         

       부아아아앙-!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는데 왜 도망가느냐고?

         

       그것이야말로 어리석은 질문(愚問)일 것이다.

         

       서경(書經)에서 말하기를 옥석구분(玉石俱焚)이라.

         

       곤륜산에 불이 붙으면 옥과 돌이 함께 불타 없어지는 법.

         

       내가 알지 못하는 재앙이 다가오는데 그 대상이 내가 아닐 것이라 낙관하고 가만히 구경하고 있는 것은 불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나는 옥이니까 괜찮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다가 그대로 불타서 없어지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어리석은 짓이다.

         

       모진 놈 옆에 있으면 같이 벼락을 맞는 것이 세상의 이치가 아니던가.

         

       그러니 몸 어디 한군데가 분질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이러한 위험해 보이는 상황에서는 도망치는 것이 정답이다.

         

       괜히 멍청하게 서 있다가 봉변당하기 싫다면, 이것이 맞다.

         

       부아아아아아앙-!

         

       그렇게 수많은 사람은 물이 빠지듯 사라졌다.

       무기력하게 길거리에 널브러져 있던 사람들이 정말 물청소라도 한 것처럼 싹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 자리에 남아있는 것은 쓰레기와 먼지뿐.

       마치 폐허 도시를 방불케 하는 광경이다.

         

       드드드드드드드.

         

       그렇게 텅 비어버린 거리에 전차가 들어온다.

       육중한 소리와 함께 진입한 전차는 신화 속 괴수가 울부짖는 것만 같은 거대한 소리를 내며 움직였고, 바닥에 깔린 아스팔트와 보도블록을 죄다 박살을 내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저 부서진 것들을 다시 깔려면 돈이 드는 것을 모르지 않을 텐데도, 전차는 거침없이 그렇게 도심을 가로질러 앞으로 나아간다.

         

       이깟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는 듯이 말이다.

         

       이러한 모습에 사람들은 확신했다.

         

       무슨 일이 일어났구나.

       몸을 사리지 않으면 끝장나겠구나.

         

       사람들은 숨을 죽였다.

         

       평소라면 무슨 일이 터지자마자 사회 신용 제도 점수를 높이려고 달려들던 사람들도, 차마 군대가 탱크를 끌고 도시로 들어오는 사상 초유의 상황에서는 그저 숨을 죽이고만 있었다.

         

       그것은 마치 압력에 커지기 직전인 밥솥을 보는 것만 같았고….

         

       “반동분자 발견—!!!”

         

       타아아앙-!!!

         

       굉음을 내며 하늘로 날아오른 드론에서 총탄 하나가 발사된 순간, 압력은 터져버리고 말았다.

         

       “꺄아아아악!”

         

       “으어어억!”

         

       “소리, 소리 지르지 마!”

         

       “흐업, 헙.”

         

       머리에 자그마한 구멍 하나가 뚫린 채 바닥으로 픽 쓰러지는 사람 한 명.

       땟국물로 가득한 낡아빠진 옷은 땅에 떨어지면서 흙먼지가 묻고, 거기에 피가 스며들면서 색이 서서히 변해가기 시작한다.

         

       핏물.

         

       즉사해버린 남자의 핏물이 서서히 바닥을 타고 흐르기 시작한다.

       깨져버린 보도블록 사이로 조금씩 흐르는 끈적이는 붉은색이란.

         

       그 선명하리만치 붉은 색채와, 거기서 느껴지는 섬찟함이란.

         

       그것은 차마 현실이라고 믿고 싶지 않은 광경이었으며, 동시에 현실이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광경이기도 했다.

         

       눈앞에서 벌어진 일인데도 어찌 현실과 괴리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한 발의 총성을 시작으로 군대의 학살이 시작되었다.

         

       “반동분자를 소탕하라! 불순분자들을 토벌하라! 반체제주의자들을 말살하라! 반중 테러리스트를 체포하라-!!!”

         

       “반동분자를!”

         

       “소탕하라-!!!”

         

       타앙-!

       타앙-!

       타앙-!

       

       연달아서 터져 나오는 총성.

       병사들이 들고 있는 총이 불을 뿜기 시작하고, 총탄이 곳곳에 날아간다.

         

       총알이 향한 곳은 낡은 옷을 입은 인민.

         

       빈민이라고 불리는 사람들.

         

       “으아아아악-!”

         

       “저, 저는 죄가 없습니다! 저…!”

         

       타앙-!

       타앙-!

       타앙-!

       

       어떤 이는 손을 들고 투항한다.

       어떤 이는 죄가 없다고 목 놓아 소리친다.

       어떤 이는 겁을 먹고 주저앉는다.

       어떤 이는 바닥에 머리를 박은 채 덜덜 떤다.

       어떤 이는 등을 돌려 도망가고, 어떤 이는 눈을 크게 뜬 채 군인들을 바라본다.

         

       하지만 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던, 총탄은 자비가 없다.

         

       연달아서 터져 나오는 귀청을 때리는 총성.

       군인들이 들린 총에서, 드론에 장착된 총구에서, 빌딩 옥상에 자리 잡은 저격수의 총에서.

         

       수없이 많은 총탄이 선을 그리고, 나선으로 회전하는 총탄이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갔다가 나온다. 앞에는 작은 구멍이 생기고, 뒤에는 주먹만 한 구멍이 생기고.

       그렇게 총탄을 맞은 사람들은 하나하나 벌집처럼 변해서, 누더기처럼 변해서 바닥에 쓰러진다.

         

       내장 조각과 핏물을 흘리는 고깃덩어리.

         

       평소 사람들의 발자취가 닿았던 곳은 시체와 핏물로 뒤덮이고, 노점이었을 것은 박살이 나서 시체를 뒤덮으며 관처럼 변해버렸다.

       깨끗했던 벽은 탄흔으로 곰보처럼 변하고, 단단했던 바닥은 전쟁의 불꽃이 지나가기라도 한 듯 흉하게 변하며 앞으로 일어날 비극을 예고하듯 날카롭게 깨진 부분을 내세운다. 하지만 그렇게 뾰족하게 날을 세워도, 그 뾰족한 날로 사람의 살에 파고들어도 그것에 비명을 지르는 이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총탄이 지나간 고통에 울부짖고 있었기에, 혹은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그대로 숨통이 끊어졌기에 그러하다.

         

       사람들의 시체가 쌓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군인들은 멈추지 않는다.

         

       지이이잉.

         

       육중한 소리와 함께 움직이는 포신.

       도심 안으로 들어온 전차가 포신을 돌리고, 각도를 조정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좀이 쑤신다는 듯이 온몸에서 열기를 발산하고, 퉁퉁거리는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울려 퍼지는 엔진은 마치 거사를 치르기 전의 설렘을 온몸으로 발산하는 것만 같다.

       전차 안에 탑승해 있는 이들은 바삐 움직이기 시작하고, 비어있어야 할 공간에 포탄이 들어간다….

         

       그리고는.

         

       퍼어어어엉-!!!

         

       총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두껍고 거대한 주포가 불을 뿜었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포탄.

       하늘로 높이 날아오른 포탄은 적용된 스마트 시스템(Smart System)을 토대로 포탄 날개를 수정하며 최적의 경로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러면서도 중간중간 입력된 프로그램대로 포탄 후미에 설치된 추진체를 폭발시키면서 점점 가속도를 붙이고 목표물로 향할 때까지, 계속해서 가속한다.

         

       퍼엉-!

       퍼엉-!

       퍼엉-!!!

         

       벽돌 담장이 가로막으면 담장을 무너뜨리고, 철근 콘크리트 벽이 가로막으면 그것에 구멍을 뚫으면서.

         

       그렇게 포탄은 목표물에 도달하기 전까지 마주하는 장애물들을 모조리 관통하고는, 마침내 목표물에 다다른다.

         

       콰아아아아앙-!!!

         

       그렇게 포탄은 굉음과 함께 불꽃이 몽글몽글 피어오르고, 건물 하나를 불바다로 만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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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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