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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14

        

         

       단순히 공안 병력을 이용한 제압이 아닌, 탱크까지 동원한 제압.

       말이 토벌이지, 이 정도면 시가전을 벌이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것도 적국 한가운데도 아니고, 자국의 한복판에서.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였으며, 있는지조차 불명인 ‘적’을 토벌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것은 과하다 못해 넘치는 조치였으며,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었다.

         

       인민들은 공포에 질려 도망가면서도 그렇게 생각했다.

       대체 왜 저들이 저러는지 모르겠다고.

       왜 반동분자랍시고 빈민 놈들을 쏴 죽이는지, 흉물스러운 건물들에 포탄을 떨어뜨리는지, 옛날 그들의 속국이었던 북한이 맨날 하던 말처럼 도시를 불바다로 만들어버리는 행동을 왜 그들이 하는지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그들의 의문은…곧이어 해소되었다.

         

       “아.”

         

       “아.”

         

       “아.”

         

       “아.”

         

       딱딱 끊듯이 튀어나오는 음성.

       갓 태어난 괴물이 성대를 점검하려는 듯한 소리.

       총알을 맞고 쓰러져 침묵을 지켜야 할 사람들은 하나같이 기괴한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아.”

         

       “아.”

         

       “아.”

         

       감정 없는 기계가 내뱉는 듯한 소리.

       피를 줄줄 흘리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앓는 소리라도, 겪고 있는 끔찍한 고통이라도, 죽음을 앞에 둔 사람이 으레 보이는 공포라도 느껴져야 하건만.

       마치 악기라도 되는 것처럼 소리를 내뱉는 사람들에게서는 그 어떠한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

       태어나기를 그렇게 태어난 존재처럼 말이다….

         

       “아.”

         

       “아.”

         

       “아아아아아아—-!!!!”

         

       소리는 이어진다.

       이어지고, 겹치고, 합쳐진다.

       그리고 이윽고 그것은 처음부터 하나였다는 듯 거대한 소리로 변화한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사람의 성대에서 나오는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소리.

       군중이 내뱉는 함성과도 같은 거대한 소리.

         

       뚜둑.

       뚜두두둑.

         

       그 소리와 함께 시체들은 변이하기 시작한다.

       힘 없이 바닥에 쓰러진 이들은 어디서 힘이 샘솟은 것인지 몸을 벌떡 일으켰고, 압착기에 들어가기라도 한 듯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근육이 뜯어지는 소리를 내면서 이리저리 비틀리기 시작한다. 그러고는 늘어났다 줄어들었다가를 반복하고, 바람에 휘청거리기라도 하는 듯 이리저리 움직이기도 하였는데, 그것은 마치 식당을 홍보하기 위한 바람 풍선 인형을 보는 것만 같았다.

         

       뚜두두두두둑!

         

       그렇게 뒤틀린 이들은 한곳으로 모인다.

       어느 사람은 실처럼 길게 늘어져 버린 팔을 뻗어서, 어떤 사람은 얇게 펴진 몸을 펄럭이며 날아서, 어떤 이는 마치 뱀처럼 기어서, 어떤 이는 두 번 꼬인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그렇게 쓰러졌던 빈민들은 한곳으로 모인다.

         

       아.

       그 끔찍한 형상이란.

       고기를 찰흙처럼 주물러서 한군데로 뭉쳐놓고는 눈코입을 대충 붙여놓고 ‘이것은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것만 같은, 그러한 끔찍한 몰골이란…!

         

       사람에 대한 몰이해로 빚어진 저 기괴한 고깃덩어리.

       아, 저 기괴한 고깃덩어리….

         

       “아.”

         

       “아아아아아-!!”

         

       고깃덩어리는 자기 몸에 생긴 입을 크게 벌린다.

       그저 입술이 붙어있을 뿐인, 입이라고 부르기에는 해삼 같은 해양생물의 그것과도 너무나 흡사한 것만 같은 그 기관을 한껏 벌리면서.

         

       “Der Hölle Rache kocht in meinem Herzen—–!!!!!!!!!!!!”

         

       지옥에서부터 끌어올린 듯한 끔찍한 음성으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Tod und Verzweiflung flammet um mich her—–!!!!!!!!!!!”

         

       그것은 유명한 한 오페라의 아리아.

       ‘밤의 여왕의 아리아’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지옥의 복수심이 내 마음속에 끓어오르고 (Der Hölle Rache kocht in meinem Herzen)’였다.

         

       본디 가창력 좋은 소프라노 가수가 불러야 했을 오페라는 지옥의 죄인이 철판을 긁는 듯한 목소리로 외치는 절규로 변화하였고, 사람들을 황홀경에 이끌어야 할 소리는 사람들의 영혼을 붙잡아 지옥으로 끌어내리는 것만 같은 악의를 한껏 담은 채 울려 퍼졌다.

         

       고깃덩어리가 내지르는 끝없는 악의(惡意).

         

       그리고 그 악의를 상대할 수 있는 이들은 해야 할 일을 행해야 하는데….

         

       “…뭐야 저거.”

         

       그들의 얼굴에 불신과 공포가 떠 있다고 생각하면 착각일까?

       어쩌면 그들은 이 도시에 파견을 왔으면서도 정말로 이 도시에 ‘불순분자’라고 불릴만한 이들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빈민을 향해 망설임 없이 총알을 쏘았을지언정 위기감과 두려움은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고, 누군가에게 목숨을 위협당할 일 역시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행해야 할 일을 행해야 하건만.

       그들이 내밀고 있는 총구에서 망설임이 느껴져야 하는 것은 착각일까?

       현실을 부정하고, 잠시간 공포와 혐오에 젖어서, 해야 할 일을 방기(放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도시 꼴이 말이 아니군요.”

         

       일찍이 선현이 말하기를 사람들이 자신의 의무를 행하려 들지 아니하고 내버린다면 세상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엉망이 되어버린다고 하였음이니.

       과연 그 말대로 이루어지고야 말았다.

         

       포탄을 맞고 폐허가 되어버린 건물의 안.

       마치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을 끌어다가 땅에 떨군 것만 같은 흙먼지 속에서 한 사람이 저벅거리는 소리와 함께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부서진 콘크리트와 모래, 먼지가 잔뜩 묻어서 지저분해진 양복.

       먼지로 뒤덮여 새하얗게 변해버린 머리카락과 방독면.

       그리고 모든 곳이 더러워졌음에도 기이하게 먼지 한 톨 묻지 않은 서류 가방 하나.

         

       폐허가 된 건물에서 태연하게 걸어 나온 남자는, 포탄이 관통해 생긴 뻥 뚫린 구멍 너머에 있는 탱크를 보며 한숨을 쉰다.

         

       “나는 어떻게 찾고 포를 쏜 건지. 저 끔찍한 소음으로 오페라를 부르는 고깃덩어리는 뭔지….”

         

       남자는 서류 가방을 조용히 땅에 내려놓으며,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린다.

         

       “…정말로, 그 모든 것들을 알 수가 없어요.”

         

       -그 주술사를 만난 다음 일이 더 꼬이는 것 같기도 하군요.

         

       남자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축적해두었던 마력을 해방했다.

         

         

         

         

        * * *

         

         

         

         

       창백한 푸르른 점 하나.

         

       오염운반자의 마법은 거기에서 시작된다.

       그것은 불꽃이 본격적으로 타오르기 전 가장 먼저 튀어 오르는 불씨이며, 빛이 세상을 밝게 비추기 전 터져 나오는 시작점이다.

       그 눈치채기조차 힘든 자그마한 점의 색이 창백할 정도로 푸르르다는 것은, 환경을 위해 생을 바치고 있는 그의 시작점이요, 그가 마음에 품고 있는 순수함의 증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푸르른 점은 오염되어버리고 만다.

       그저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자신과는 관련이 없으리란 근거 없는 믿음으로,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 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이기심으로, 당장 내가 해결하기는 귀찮다는 나태함으로, 후손에게 심각한 짐을 떠넘기고자 마는 무책임으로.

       그렇게 창백한 푸르른 점은 오염되어가고 있다.

         

       마치 그의 마력의 색채와도 같이 말이다.

         

       수많은 색이 창백한 점을 뒤덮는다.

       기름에 한 번 빠졌다가 나오기라도 한 듯, 기름으로 코팅을 하기라도 한 듯이 그렇게 아름다운 푸른 점은 무지개색으로 번들거리며 빛을 발하고, 그것은 이윽고 확장되기 시작한다.

         

       점은 선이 된다.

       수많은 점을 품은 선은 쭉 이어져 각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각은 면을 이룬다.

       면은 모여서 입체를 만들고, 입체는 겹치고 겹치기를 반복하며 하나의 형체를 형성한다….

         

       정팔포체(正八胞體).

       3차원 입방체가 진동하고 겹치며 만들어진 형상.

         

       마력이 전개되고, 마법이 완성된다.

         

       —!!!

         

       소리 없이 퍼져나가는 마력의 파동.

       정팔포체에서 터져나간 마력은 마치 충격파처럼 주변을 휩쓸고, 간당간당하게 형체를 유지하고 있던 온갖 물건들을 때려 부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전조에 불과할 뿐이다.

         

       비유하자면 방금의 충격파는 영역을 표시하는 것과 같은 행위.

       그저 어떠한 행동을 하기 전, 발을 구르는 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그뿐인 일이었다는 것이다.

         

       오염운반자가 행한 마법의 진정한 효과는 바로 이것.

         

       퍼어어어어엉-!!!!

         

       땅을 뒤집고, 범위 안에 있는 것들을 하늘로 쏘아버리는 것이다.

         

       콰아아아아앙-!!!

         

       거대한 폭발.

       땅 아래에 어마어마한 양의 폭약을 묻어놓고 터뜨린다면 이러한 모습일까?

       자그마한 화산이 터져 나온다면 이러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땅의 꽤 깊숙한 부분부터 시작된 폭발은 범위 안에 있는 것들을 죄다 박살을 내며 위로 솟구치게 만든다. 건물은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분리해서, 사람은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서, 가판대나 가구는 이제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톱밥으로, 땅에 묻혀있던 전선이나 파이프 같은 것들은 제 형체조차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찌그러뜨려서.

       그리고 사람들이 들고 있던 총과 드론, 심지어 탱크까지도.

         

       투명한 거인이 땅거죽을 뒤집어엎으면서 그 위에 있던 것들을 땅으로 솟구치게 만들기라도 한 듯, 그렇게 범위 안의 것들을 모조리 위로 퍼 올렸다.

         

       단 두 개의 예외를 제외하고선 말이다.

         

       하나는 마법을 쓴 당사자, 오염운반자.

         

       “역시 이걸로는 안되는군요.”

         

       또 하나는 마법을 제대로 얻어맞았음에도 땅에 굳건하게 붙어있는 고깃덩어리.

         

       “Hört, hört, Rachegötter der Mutter Schwur!!!”

         

       오염운반자는 끔찍한 소리로 오페라를 계속해서 부르는 고깃덩어리를 향해 말한다.

         

       “당신이 환경오염의 피해자인지, 생체실험으로 탄생한 무언가인지, 아니면 주술로 탄생한 무언가인지, 아니면 제 상상을 뛰어넘는 어떠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제 생각보다 강한 것 같으니, 서로 신경 쓰지 말고 각자 해야 할 일을 합시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바라본다.

         

       퍼엉-!

       퍼엉-!

       퍼어어엉-!!!

         

       자신을 노리고 날아오는 수많은 포탄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연재가 늦어져서 정말 죄송합니다…!!!!

    마당이 물에 잠길뻔하는 등 여러 일이 터져서 연재를 소홀히하고 말았습니다…

    늦어진 분량은 이번 주 내로 n연참으로 보충하겠습니다…

    연재가 늦어진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죄송하단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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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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