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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15

    <815 – 뉴비 받아라(14)>

     

    벨벳을 만나러 가는 길.

    오랜만의 나들이를 겸해 길을 조금 돌아서 갈까 하는 생각이 들던 참에 발밑에서 섬광이 번뜩였다.

     

    “아가씨…!”

    “안…!”

     

    비명조차 다 이어지지 못하는 짧은 순간, 섬광은 인체를 증발시키고도 남을 위력의 폭발로 이어졌다.

     

    <오토배리어>

     

    물론 기능작으로 상급기능을 조합해서 얻기 시작한 2년차 고인물을 해치우기에는 어림도 없었다.

     

    “와, 지뢰!”

    “…걱정한 저희가 손해 보는 기분이군요.”

    “오토배리어는 언제 익히셨습니까?”

     

    글쎄다. 시기상으로 따지면 꽤 최근인데.

     

    “자동과 마나학이 1200을 넘고 마나장막과 상황파악 기능이 600을 넘고 정밀, 집중, 감지 기능을 소지하고 있으면 기능을 조합해서 펼치면 오토배리어가 세팅될 수 있거든요. 해보고 됐다! 싶은 느낌이 든 건 최근이 아니었나 싶어요!”

    “재단공방전 이후가 되겠군요. 이사장의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음, 기능을 올려준 사람이 파파니까 그렇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하루아침에 파파 둘을 잃은 효녀가 걱정되어서 파파가 남겨준 선물이라, 이거 너무 알찬 보상이다.

    파파의 선물(유산)이 이렇게 달콤할 줄 알았으면 파파를 백 명쯤 더 만들 걸 그랬다.

     

    “조나랑 리프도 이런 거 할 줄 알아요?”

     

    조나가 금속을 전개하며 자신을 감싼 [관] 형태의 방어를 펼쳤다가 스르륵 물 녹듯이 보호상태를 해제하였다.

     

    “이렇게 금속방어술을 펼칠 수 있습니다.”

    “와. 리프는요?”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잘 부탁드립니다, 조나.”

     

    자연스럽게 조나의 등 뒤로 다가가 매달려 버리는 리프!

    조나의 단단한 등에 리프의 납작한 가슴이 밀착하는 모습이 보였다.

    리프의 단련된 탄탄한 허벅지를 손으로 받치는 자세에도, 목덜미에 매달리는 리프의 자세에도 묘하게 부끄러움이나 망설임이 없다.

     

    “칫. 뭔가 달라.”

    “?”

    “?”

    “아무것도 아니에요. 자, 얼른 가죠!”

     

    투쾅쾅쾅.

    지뢰 터지는 소리와 함께 단란한 피크닉은 계속됐다.

     

     

    * * *

     

     

    크림필드는 벨벳 벨렛 저지를 위해 새로운 책략을 제시하였다.

     

    “벨벳과 직접 교전으로 승부를 보려는 건 미련한 행동입니다. 우리는 직접 교전을 배제한 채, 철저한 지연전에 돌입합니다.”

    “어떤 수를 쓰시려는 겁니까?”

    “벨벳의 거대화 공격에는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자신과 거리가 먼 곳에 능력을 전개할수록, 규모를 크게 전개할수록 마나 소모가 극심해진다는 것. 그렇기에 그녀는 전선에 나올 수밖에 없지요. 그 과정에서 작동하는 함정이 바로 <지뢰>입니다.”

    “!!”

    “재단의 적, 인류의 적, 일백차원의 정령과 침략종에게는 통하지 않을 수법이지만 벨벳은 백만 단위의 군세도 아니고 죽으면 끝나는 단일개체이죠.”

     

    크림필드 로제파스타의 안목은 옳았다.

    매설된 지뢰가 벨벳파 학생 한 명을 반병신으로 만든 이후, 벨벳파는 지면을 갈아엎는 대규모 폭격이나 정밀 마나스캔을 뿌려가며 전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조차도 크림필드가 예측한 벨벳파의 대응법에 속했다.

     

    “마나지뢰에 ‘이동’ 기능을 추가하십시오. 저들의 감지를 모조리 소용없게 만들면 벨벳파가 고를 전진 방법은 대규모 폭격 외에는 없어집니다.”

     

    일당백의 저력을 지닌 이들이라도 감지조차 소용 없어서 광역필드공격을 거듭하며 전진해야 한다면, 그 마나 소모를 전부 감당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른다.

    실력자의 수는 적고 그들의 마나는 한정적이니, 소수정예로 구성된 벨벳파벌의 의표를 제대로 찔렀다.

     

    “집사와 메이드로 구성된 재단지원군이 지뢰제거에 대신 나서고 있습니다. 예상보다 벨벳파의 마나소모가 훨씬 적어질 것으로 추정됩니다.”

    “오크노디. 다크프린세스는 벨벳과 다르게 훨씬 까다롭지요. 저쪽은 다른 책략을 섞어 대응합니다.”

     

    크림필드는 마나로 만든 투사체에 지뢰를 결합했다.

     

    “자폭지뢰투사체. 감지에 쓸 여력을 남기지 않고 물량공세로 공중에서 날아오는 지뢰를 막는 데 모든 힘을 다 쓰도록 만듭니다.”

     

    휴학생은 감지할 수 없는 지뢰에 대응하는 재단의 집사와 메이드.

    기감이 발달된 보조전력에게 혹사를 강요하며 적 전체를 지치도록 만든다.

     

    “놈들이 <식재료>와 <놀이도구>를 사용해 저항하기 시작했습니다.”

    “오히려 잘됐습니다. 이걸로 벨벳을 감싸는 인의 장벽은 힘이 소모되며 점차 그 두꺼운 벽이 헐거워지고 있지요.”

    “설마?!”

     

    크림필드의 냉철한 눈에 지성이 번뜩였다.

     

    “우리는 일점돌파로 벨벳파의 장벽을 뚫고 벨벳에게 접근, 벨벳이 힘을 소비한 틈을 타서 벨벳 본인을 암살합니다.”

     

    이 전쟁의 실마리를 방어전으로 찾아서는 안 된다.

    어떤 요새도 벨벳을 막을 수는 없지만, 벨벳의 사람들로 이루어진 인의 장벽은 벨벳을 죽일 그녀만의 무덤이 될 수 있다.

    거대화 기술의 최대의 약점은 아군이 밀집한 장소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는 것.

     

    “도움이 되어야 할 아군이 정작 능력사용의 출력에 한계를 만들고, 적을 제대로 쫓아내지도 못한다면 벨벳이 어떤 표정을 지으며 최후를 맞이할지 벌써부터 궁금하군요.”

    “오오오!”

    “불세출의 전략가 크림필드 님만 믿겠습니다!”

    “로제파스타 가문의 저력은 오래전부터 눈여겨 봐왔지. 마계 놈들의 퍽퍽한 육신을 쥐어 짜내며 파스타처럼 부드럽게 다졌다는 선조의 독심을 고스란히 물려받으셨어.”

    “벨벳을 제 부하들로 휘감아 죽이는 기능의 극의를 담아낸 전략이라니, 저승에 계신 로제파스타 가문의 선조들께서도 장성한 크림필드 님의 활약을 보시거든 분명 만족하시겠지!”

     

    극의에 도달하지도 못한 부하들로 극의에 도달한 강자들을 농락하는 저력.

    크림필드의 지력은 벨벳 벨렛을 죽일 가능성이 있고, 어쩌면 정말로 실현해냈을지도 모른다.

    전장을 담아낸 지뢰 지도에서 실시간으로 지뢰를 터뜨리며 일직선으로 전진하는 이레귤러의 등장만 없었더라면 말이다.

     

    “내륙방면에서 이레귤러 등장!”

    “목적지는 벨벳으로 추정 중!”

    “이레귤러가 벨벳에게 향하는 경로상의 모든 지뢰가 터지고 있습니다!”

     

    크림필드가 침음을 흘렸다.

    이건 위험했다.

    폭이 너무 넓다.

    모처럼 이동지뢰와 자폭유도지뢰마탄으로 힘을 소모시킨 벨벳파 전체가 새롭게 뚫릴 활로로 빠져나갈 수 있을 정도로.

    한번 놓치면 소모된 힘은 회복되고, 자원을 잃은 크림필드 파벌만 열세에 놓인다.

    심지어 지하에도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 한 번 지나간 길에는 이동 지뢰가 침투하지 못했다.

     

    “당장 기사단을 파견하십시오. 저 길이 뚫린다면 벨벳암살작전은 무위로 돌아갑니다!”

     

    전장을 가로지르는 주체가 누구인지 몰랐다.

    펼쳐진 교란 마나가 인지를 허락지 않았으니까.

    그렇기에 두 개의 기사단을 잃고 나서야 깨달았다.

     

    “저 안에 있는 것… 저것은 벨벳 벨렛에게 밀리지 않는 초절강자다!!”

    “크림필드 님, 전선의 군단을 동원해도 저것을 저지할 수는 없습니다. 최정예의 강자들을 넘어서는 진정한 실력자가 나서야만 합니다!”

    “저것이 벨벳과 접촉하는 순간, 벨벳 토벌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갑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크림필드 로제파스타.

    그가 직접 나서야만 한다.

    부하들도 그 사실을 알아차렸다.

    모두가 그만을 바라보고 있다.

    여기서 무리다, 라고 말하는 순간 일어날 일을 크림필드는 알고 있다.

     

    부하들이 실망하겠지.

    파벌구성원들은 섣부른 판단으로 기사단을 갈아놓고 정작 본인은 위험을 회피하는 크림필드의 행동에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누군가는 파벌을 이탈하고, 누군가는 거꾸로 적이 될지도 모른다.

     

    재단의 정통.

    진정한 후계자.

    그 자리는 크림필드의 것이 아닌 다크프린세스의 것이기에.

     

    이것이 아무리 무모한 도전이라도.

    여기서 물러서는 순간이 크림필드라는 야심가의 몰락의 시초다.

     

    “내가 직접 가겠습니다. 정예 장학생들은 함께 출격의 준비를.”

    “예!”

    “함께 모실 수 있어 영광입니다!”

     

    전장의 사기는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고강한 무력으로 서귀연 본단 귀족을 전멸시킨 그와 함께 움직인다는 사실에 크나큰 기쁨마저 보였다.

    크림필드도 애써 스스로를 다독였다.

     

    ‘성공만 하면 된다. 예측할 수 없는 초절강자의 등장이야 전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흔한 변수가 아닌가. 적에게도 예비대가 숨어있었을 뿐이지.’

     

    최전성기 재단의 거대한 전력을 고려하면 크림필드 수준의 실력자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재단의 직속삼장.

    비운의 집사 조나.

    특급암살메이드 벨라.

    간부학살극의 생존자 파시블 예프.

    이사장의 정명한 후계자이자 재단의 수석장학생, 다크프린세스 오크노디.

    하지만 오늘이 지나면 세상 사람들도 그들의 이름과 어깨를 나란히 할 새로운 강자가 탄생했음을.

     

    “벨벳파의 예비대여. 당신들의 전진은 여기까지입니다. 순순히 합류를 단념하고 항복한다면 목숨을 살려드리죠. 여러분의 앞에 선 것은…”

     

    크림필드의 음성이 마치 도려내지기라도 한 것처럼 뚝 끊겼다.

    크림필드는 새카만 암흑으로 물든 영역 안에서 날아든 투척용 단검 하나가 마나의 흐름을 끊고 고정했음을 알아차렸다.

    마나를 매개로 주변에 퍼져야 할 자신의 목소리마저 가두는 행위.

     

    고등한 마나제어술과 암기술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상대에게 대화의 의지는 없다.

     

    “좋습니다. 그 오만의 대가를 치르게 해드리죠.”

     

    휘감기의 영역이 발산되기 무섭게 다양한 크기의 암기가 연이어 날아들었다.

    마나의 흐름을 끊고 허공에 박제하며 법칙조차 왜곡하는 암기술.

    상당한 경지에 올라선 최상급 암살메이드의 견제기술이다.

     

    ━━━

    <휘감기> + <왜곡> + <교란> + <잡기> + <장막> + <되돌리기> + <투척>

    7연계 영역투척술 <크림필드의 반사역장>

    ━━━

     

    그런 알량한 기교, 크림필드라고 따라 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정확히 같은 술수로 되받아친 암기들이 급히 날아드는 후속암기들과 상쇄되었다.

    그러나 반격 사이에 섞어서 날아간 추가타들은 끝내 상대의 두터운 암흑영역을 관통, 고정, 박제했다.

     

    걷어지는 영역.

    드러나는 현실.

    마침내 펼쳐진 적의 실체는 우와, 하고 선홍빛 입안이 다 들여다보이도록 감탄하며 박수를 치고 있는 아가씨와 양산을 든 집사, 분한 얼굴로 그를 노려보고 있는 메이드 한 명이었다.

    강자의 이름과 얼굴을 모두 암기하고 있는 크림필드는 재단의 강자가 둘이나 나타났음을 알아차렸다.

     

    집사의 이름은 조나.

    아가씨의 이름은 오크노디였다.

     

    “방금 그거, 이렇게 한 거예요?”

     

    아무리 못해도 저들과 내 경지는 동등할 것이다.

    능히 어깨를 나란히 할 수는 있다.

    부하들의, 추종자들의 목숨을 갈아넣으면 대등한 사투가 성립하리라.

    그런 찰나의 판단이 세워지는 사이에 오크노디의 손이 휙휙 무언가를 집어던졌다.

    반사적으로 <크림필드의 반사역장>을 펼쳤던 크림필드의 얼굴이 차갑게 경직되었다.

     

    투둑

     

    역장의 휘감아 받아치기가 작동하지 않았다.

    아니, 오크노디의 <휘감기>가 크림필드의 <휘감기>를 상쇄하고 공격이 파고들었다.

    그의 일생을 담은 기술이 한순간에 모조리 따라잡힌 것이다.

     

    “대체 어디서, 어디서 이토록 정밀한 휘감기를 연습한 겁니까? 드릴머리 전통파 영애라면 모를까, 머리카락 하나 휘감아본 적 없는 생머리로 이 정도의 휘감기를 선보이다니!!”

     

    크림필드의 충격은 당연했다.

    물이 없는 곳에서 수둔을 펼치면 놀라는 것이 예의이며 상식이듯, 드릴머리 하나 없이 휘감기의 극의를 펼치면 놀라는 것이 예의이며 상식이기 때문이다.

    오크노디는 별난 질문을 다 듣는다는 얼굴을 하면서도 대답은 착실하게 해주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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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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