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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16

       

       

       

       

       싸늘해진 분위기가 느껴진다.

       시선은 내게 고정되어 있고 들끓는 투기는 심장에 자극을 준다.

       

       두근.

       

       짧게 뛰는 박동을 느끼며 손을 움직였다.

       

       흠칫-! 내 작은 행동에도 놈들이 반응한다. 

       

       극도로 올라간 경계심이 느껴진다.

       움직인 손끝은 찻잔을 붙잡았다.

       

       탁상을 부숴버리기 전, 의도적으로 허공에 띄워놓았다. 

       이대로 흘리면 아깝잖아? 음식 맛도 그렇지만 차 맛도 좋더라고.

       

       후룩. 한 모금을 삼키며 목을 축였다.

       그때까지도 여전히 주변은 조용했다.

       

       그렇게 침묵이 유지되던 찰나.

       

       “…대체 어떻게 알았지…?”

       

       아까 내게 말을 묻던 사내가 똑같은 물음을 건네온다.

       물음이 무슨 뜻인지는 알고 있다.

       

       “뭐가?”

       

       하지만 모른 척 되물었다. 

       그러자 사내가 인상을 구기며 말을 덧붙인다.

       

       “이곳이 어디인지, 어찌 알았느냔 말이다.”

       

       “아아. 그거.”

       

       여기가 계천문의 터전인 걸 어찌 알았느냐는 뜻인데.

       

       “당연히 비밀이지 그건.”

       

       “…”

       

       그런 건 말해줄 리 만무하다. 

       귀한 정보를 뭣 하러 내놓겠는가.

       귀한 정보라기엔 전생에 얼핏 들은 것이지만, 저들이 보기엔 놀랄 일일 테고.

       당연하게도 나는 그걸 이용할 생각이었다.

       

       “내가 어떻게 알았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 적어도 나한테는 그래.”

       

       끼익. 뒤로 기대앉으니, 의자에서 소리가 난다. 

       썩 좋은 의자는 아닌 모양이었다.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라….”

       

       “꺄악-!”

       

       바닥에 엎드린 여인의 머리채를 잡아 들었다.

       

       “너네 문주가 어디 있냐. 그거라고 했잖아.”

       

       “…이놈이-!”

       

       우드득.

       

       “—!!”

       

       거친 소리가 퍼지며 여인이 괴성을 내지른다.

       

       왼팔을 잡아 비틀어 버렸다. 

       팔이 기괴하게 꺾여 딱 봐도 고통스러워 보였다.

       

       “말이 짧아. 내가 짧다고 너네도 짧으면 쓸까?”

       

       “저 새끼가-!”

       

       “그만두지 못해!?”

       

       “하하.”

       

       계속 짧네 사람 빡치게.

       이번엔 오른팔을 잡아 곧장 꺾어버리려는데.

       

       “자, 잠깐.”

       

       사내가 급히 내 행동을 멈춘다.

       

       “그, 그만둬.”

       

       “…”

       

       말을 듣지 않고 힘을 주려고 했다.

       그걸 본 사내가 다시금 말을 외치는데.

       

       “그만두시오!”

       

       뒤바뀐 말투에 그제야 행동을 멈췄다. 

       곧장 웃으며 사내에게 말했다.

       

       “그래, 그래야지.”

       

       “…끄드득.”

       

       “눈깔도 좀 펴. 기껏 손님이 왔는데 쳐다보는 눈이 그래서야 되겠어?”

       

       “대체 이러는 연유가 무엇이오.”

       

       “…어, 내가 말을 반복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데. 아저씨 혹시 이해력이 좀 달리는 편인가?”

       

       이유는 처음부터 말했는데. 왜 계속 묻는지 모르겠다.

       

       “너네 문주 불러오라고 했잖아.”

       

       “…”

       

       “아직도 이해가 안 돼? 이해가 좀 되게 해줘?”

       

       여인을 잡고 있던 손을 내려놓고 다른 걸 집어 들었다.

       탁상에 머리를 처박고 기절한 어린놈이다.

       

       “야.”

       

       불러도 미동이 없다. 

       그걸 보고 픽 웃음을 머금었다.

       

       “새끼가 기절한 척하네. 깨워줘? 내가 깨우는 건 좀 아플 텐데.”

       

       “…!”

       

       그제야 녀석이 짧게 몸을 떤다.

       

       “…혀…형.”

       

       진즉 들켰던 놈이 뒤늦게 날 애달피 부르지만.

       

       “형은 염병. 나보다 나이도 많을 놈이 뭔 형이야. 혓바닥을 확 뽑아버릴라.”

       

       절대 통할리 없는 방식이었다.

       이놈은 진짜 애가 아니다.

       분장을 덧씌우긴 했으나 몸은 아마 병 때문인 모양.

       

       암객중에 더러 이런 놈들이 존재했기에 잘 안다.

       녀석의 머리를 꽉 움켜잡았다.

       

       “끄어어…!!!”

       

       힘을 주니 즉시 침을 내지른다.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만 딱 힘을 주려 하나, 근래 힘 조절을 잘 못하는 상태라 그게 잘 될지는 모르겠다.

       딱히 안 돼도 상관없다. 내 머리가 터지는 건 아니잖아?

       

       “끄으…으으으.”

       

       “그만둬라!”

       

       “무림맹의 인사가 어찌 저리 잔혹할 수가-!!”

       

       들려오는 말은 퍽 우습기 짝이 없다.

       잔혹?

       

       “다가오니 옳다고 접근해 정보 뽑아먹으려던 놈들이 개소리야. 누가 보면 깨끗한 놈들인 줄 알겠네.”

       

       처음 객잔에 올 때부터 알았다.

       이놈들은 내가 접근하는 걸 진즉 알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근방에 나타났다고 안 순간부터 준비했겠지.

       이 동네에 도착했을 때부터 눈치챘다.

       

       날 지켜보는 시선이 사방에서 느껴졌으니까.

       심지어 기감을 좀 집중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만큼 세밀하다.

       

       상당한 수준의 은신이었다.

       이를 언급하니 시선들이 볼만해진다.

       

       “자, 이제 말만 네 번째야. 원래 내가 세 번 이상으로는 안 참는데…. 음식 먹은 값이 있으니 한 번 봐주는 거니까. 잘 들어.”

       

       “끄…으으….”

       

       “문주 어디 있어? 셋 샐 동안 대답 안 하면 이놈 죽어.”

       

       손가락을 세 개 들어 올리고 하나둘 접어간다.

       

       “하나. 둘….”

       

       조금 더 빠른 속도로 손가락을 접어 금방 마지막 손가락에 닿는다.

       마지막으로 엄지를 접음과 동시에 힘을 주려던 찰나.

       

       “지, 지금은 문주님이 안 계시오.”

       

       “오.”

       

       대답이 들려왔다.

       

       “드디어 대답해 주네.”

       

       조금만 더 늦었으면 시체 한 명 치웠어야 했는데, 다행이었다.

       

       “문주가 없다고?”

       

       “…그…렇소. 현재 문주 님은 계시지 않소.”

       

       “어디 갔는데?”

       

       “…”

       

       “대답.”

       

       “끄어어어!!!”

       

       “이, 일이 있어 나가신 상태오…! 금일 중으로는 돌아오지 않으실 것이외다.”

       

       “으음. 그래?”

       

       말을 듣고 잡고 있던 머리통에 힘을 뺐다.

       

       “흐어어….”

       

       힘을 빼자마자 놈이 주저앉아 제 머리를 부여잡는다. 

       어지간히 아팠던 모양이다.

       그런 놈을 뒤로하고 제 손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자리를 비웠다라.’

       

       그 말을 속으로 되뇌었다.

       객잔 내부에 있는 게 전력은 아닐 것이다. 

       단, 알려진 것에 비해 수준이 높아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녀석들은 나 하나에도 경계하고 있지 않은가.

       

       이만한 숫자인데 나 하나를 경계한다?

       이는 단순히 내가 무림맹의 대주라는 걸 알고 있어서가 아니다.

       

       ‘뭔가 느껴지는 것 같은데.’

       

       내가 강자라는 걸 직감으로 알고 있는 탓이겠지.

       의도적으로 흘린 것도 있긴 하다만, 그래도 느낀다는 묘한 일이었다.

       

       ‘확실히 뭔가 다르긴 하네.’

       

       묵연이 준 정보만 보면 이런 게 가능할 리 없다. 

       알려진 것과는 무언가 다르다는 증거였다.

       

       하면, 맹이 준 정보가 틀린 걸까?아니면.

       

       ‘정보를 얻었을 때와 달리, 무언가 변한 걸까.’

       

       이러면 안 되는데 이상하게 흥미롭다.

       무언가 있으면 귀찮은데. 

       자꾸만 거슬린다.

       

       “으음. 그러면 곤란한데…. 나는 문주한테 볼일이 있어서 말이야.”

       

       “…용건을 말씀하신다면, 정중히 전달하겠소.”

       

       “에이. 문주랑 해야 할 말이라니까? 좆 밥은 빠져있어.”

       

       “…”

       

       내뱉은 말에 사내의 미간이 미세하게 일그러진다.

       나서서 말하는 걸 보니, 나름 직책이 있는 이 같다. 

       

       하여 놈을 보며 물었다.

       

       “있잖아. 내가 왜 찾아 왔는지 알아?”

       

       “…모르오.”

       

       “내가 누군지는 알고?”

       

       “알고 있소. 지금 귀하를 모르면 말이 되지 않을 상황이니 말이오.”

       

       “내가 누군데.”

       

       살ᄍᆞᆨ 웃으며 묻자 사내는 곧장 대답을 내놓는다.

       

       “산서의 성왕(星王). 하남의 영웅이자 차세대 천하제일인. 그게 귀하요.”

       

       “으음….”

       

       괜히 물었다.

       설명을 듣는데 속이 더부룩하다. 

       문제가 가득한 설명이나, 결국 정체를 알고 있음은 확인됐다.

       

       “그럼, 이제 생각해봐. 내가 왜 찾아온 것 같아?”

       

       “…모르겠소. 그건 우리가 묻고 싶은 말이오. 대체 본맹의 인물께서 이 먼 곳까진 어인 볼일이시오?”

       

       뭘 당연한 걸 묻는 거야.

       

       “당연히 목적이야 당신네들이겠지. 그게 아니고서야 여기까지 와서 내가 진상을 부릴 리 없잖아.”

       

       “…”

       

       진상이라는 건 아네. 

       딱 그런 표정이다. 기분이 참 색달랐다.

       

       “나도 말이야. 귀찮게 이런 짓 별로 안 좋아해…. 근데 어쩌겠어 위에서 까라면 까야지. 그렇잖아?”

       

       위에서 한 말이라기보단 스스로 선택한 일이긴 하다만, 구태여 말할 필요 없는 일이었다.

       

       “그게 무슨-.”

       

       “그러니까…. 쓸데없이 수작 부리지 말고. 쉽게 쉽게 가자는 뜻이야.”

       

       “수작이라니…! 다시 말씀드리지만, 문주께선….”

       

       “꿇어.”

       

       “…!”

       

       쿵–!!

       

       말과 함께 사내를 비롯한 주변 이들이 전부 무릎을 꿇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이 얼굴에 가득 피어오른다.

       

       동시에.

       

       화아아아악—!!!

       쿠우우우–!!

       

       기운을 개방해 방 안을 가득 채워 넣었다.

       진동이 퍼지며 사람들이 급히 가슴을 움켜잡는다.

       

       “꺼헉–!!”

       

       “큭…!”

       

       상당히 갑갑한지 비틀거리기 일쑤며 극심한 이들은 각혈을 토하며 바닥에 피를 흘리며 정신을 잃었다.

       

       그냥 기운이 아니다. 

       투기와 살기를 뒤섞어 강도를 드높였다.

       모두를 발 아래 꿇려놓고 고개를 까딱인다.

       

       “내가 어지간히 우스웠나.”

       

       언제나 그렇지만, 착하게 말하니 못 알아듣는다. 

       이 뭣 같은 과정은 어딜 가나 바뀌질 않았다.

       

       “그렇겠지. 얼마나 우스웠으면 좆 같은 말로 속이려 할까.”

       

       “나…는.”

       

       사내는 경지가 낮지 않은지 정신을 잘 부여잡고 있다.

       나쁘지 않다. 성율이랑 붙여놓으면 딱 괜찮을 수준.

       일개 문파. 그것도 정파의 명문 계열도 아닌 계천문에 있기엔 아까울 정도였다.

       

       그러니 더 신기한 것이다.

       

       이런 놈이 왜 여기에 있을까. 그게 참 의문이긴 한데….

       뭐, 그건 나중에 고민하고, 지금은 다른 것부터 따질 때다.

       

       끄그그극—!!

       

       기운에 짓눌려 객잔이 점점 찌그러진다. 강도를 보니 얼마 버티지 못할 게 보인다.

       하물며 인간의 육신은 어떨까. 

       

       무인인 만큼 좀 더 단단하긴 하겠지만, 보아하니 그리 오래 버티진 못할 것이다.

       지금 같은 강도라면 금방 쓰러지겠지.

       

       그걸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

       

       “이건 경고 따위가 아니야. 난 한다면 해.”

       

       쓰러진 이들 너머 주방으로 보이는 위치.

       그곳을 보며 말했다.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나는 그래도 신경 안 쓴다는 듯 계속 말을 이을 뿐이다.

       

       “확인하고 싶으면 계속 그러고 있던지.”

       

       두근.

       

       심장에 힘을 줘 기운을 더한다. 망설임 따윈 없다. 

       진짜 전부 아작 내버릴 생각이었다.

       

       이왕 하는김에 열기까지 덧붙여겠다. 

       그리 생각하던 찰나.

       

       “허허.”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잠시 기운을 멈췄다.

       기다리던 목소리였다.

       

       “…이것 참. 듣던 소문보다 더하구려.”

       

       뚜벅. 

       

       낮은 발소리를 끝으로 주방에서 누군가 걸어 나온다. 

       식칼을 움켜잡은 노인이었다. 

       특이한 게 자글자글한 주름에 비해 머리카락이 짙은 흑발이라는 점인가.

       

       그 모습을 보며 살짝 놀란 듯 물었다.

       

       “혹시, 음식은 당신이 한 건가?”

       

       “그렇소. 입맛에 맞으셨다니 다행이오.”

       

       “이건 좀 의외네.”

       

       진심이었다. 정말 음식이 맛있었는데, 이걸 저 노인네가 만들었다고?

       놀라서 멍하니 있으니, 이번엔 노인이 내게 말한다.

       

       “위대한 맹의 대주를 뵈어 영광이오.”

       

       눈웃음을 지으니 눈가에 주름이 더없이 깊어진다.

       

       “바라는 대로 모습을 보였으니, 부디 화를 죽여주실 수 있으시겠소?”

       

       “영광이라면서 보기가 참 힘들어.”

       

       “끌끌끌…. 죄송하게 되었소. 낯을 좀 가리는지라.”

       

       기운을 뚫고 서서히 다가오는 흑발의 노인.

       저 노인이 바로 그였다.

       

       ‘계천문주 대환.’

       

       얼굴을 스치듯 본 게 있어 기억한다.

       

       스으으으….

       

       말을 들어주듯 기운을 회수한다. 

       사방에 풀려있던 기가 들어오며 주변에선 헛기침 소리가 연달아 들린다.

       

       “쿨럭쿨럭…!”

       

       “컥…커억.”

       

       압력에서 벗어난 이들이 힘겨워하고 있을 즈음, 계천문주는 내 쪽으로 다가와 앞에 있는 의자를 끌어 앉았다.

       

       그리고 앞에 반으로 부서진 탁상과 쓰러진 이들을 살핀다.

       

       “아이들은 잠시 보내도 되겠소?”

       

       “마음대로.”

       

       허락이 떨어지자 손을 휘젓는다.

       후욱-! 아이와 여인의 모습을 한 암객이 즉시 허공에 떠올라 튀어나가 다른 이에게 안착했다.

       

       “치우거라.”

       

       “…예, 예.”

       

       그렇게 그나마 멀쩡한 이들이 다친 이들을 수습하고 있을 즈음.

       

       “본문의 주(主)를 맡고 있는 대환이라 하오.”

       

       계천문주가 본인을 소개했다.

       

       “알고 있어.”

       

       “우선, 위대한 대주께 아이들이 다소 실례를 범한 것 같아…. 문주로서 대신 사과드리겠소.”

       

       고개를 살짝 숙이는 계천문주. 

       그의 정수리를 보며 살짝 웃음을 터트렸다.

       

       “대신은 지랄.”

       

       “…”

       

       “당신도 어차피 알고 있었을 텐데. 시답잖게 이러지 말지?”

       

       “…끌끌.”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던 건 예상외의 일이나.

       그가 이곳에 있고 내가 온다는 걸 알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늙은이. 꼴값 떨지 말고 그냥 하던 대로 해. 보기 엿같으니까.”

       

       “…”

       

       짜증을 가득 담아 내뱉자, 그제야 계천문주에게 변화가 느껴진다.

       애써 웃고 있던 눈가의 주름이 펴지고 기세에 섬뜩함이 휘감겼다.

       

       “아해야. 나이에 비해 혀가 짧구나.”

       

       목소리는 물론이고 말투도 변했다.

       

       “내 말이. 당신네 새끼들 입이 참 짧더라, 어디 감히 맹의 대주한테 반말을 지껄여? 뒤지게 맞을라고.”

       

       “지닌바 힘이 깊어 오만한 건가…아니면 본디 성정이 그런 건가. ”

       

       “어때 보여?”

       

       “관심 없다. 궁금한 건 그게 아니니까. 그래, 소문은 들었다. 산서구가의 아이가 왕이 됐다는 것도…. 그 아이가 맹의 대주가 됐다는 것도 말이야. 한데.”

       

       계천문주의 눈빛이 섬뜩히 떠오른다.

       

       “그 대단한 성왕께서, 이 늙은이는 어인 볼일로 찾으셨는가?”

       

       끄그극-!

       

       피부에 무언가 느껴진다.

       좋은 감각은 아니다. 무시하고 입을 열었다.

       

       “별건 아니고.”

       

       말을 뱉으며 품에서 서찰을 잡아 그에게 보여줬다.

       맹의 인장이 적힌 서찰이었다.

       

       “사천의 계천문. 당신들이 하남을 습격한 마교(魔敎)라는 놈들과 연관되어 있다는 신고가 있었거든. 이를 위해 수색을 진행할까 하는데…. 동의하나?”

       

       “…”

       

       말을 들은 계천문주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걸 위해 홀로 여길 찾아왔다고? 심지어 대놓고 말한다라.”

       

       “그럼, 얌전히 밥이라도 먹으러 왔을까 봐? 미안한데, 난 식도락은 별로 안 즐기는 쪽이라서 그런 건 아니야. 아, 동의 안 한다고 해도 상관없어. 사실 동의가 필요한 일은 아니거든.”

       

       “동의를 안 하겠다고 하면 어찌 되지?”

       

       “음…그러면.”

       

       잠깐 고민하는 척 하다가 웃으며 말했다.

       

       “다 잡아 족쳐봐야지. 너네 어차피 사파잖아.”

       

       “…하하하하하.”

       

       말이 웃겼는가 계천문주가 크게 웃음을 터트린다. 

       그 소리가 조금 커 객잔 내부를 웅웅 울릴 지경이었다.

       

       그렇게 떠나가라 웃던 계천문주는, 마치 연극이라도 보여주듯 순식간에 웃음을 멈추었다.

       

       “…단신으로 온 걸로 아는데.”

       

       “맞아. 오늘 도착해서 우리 애들이 좀 피곤해 보이더라고.”

       

       “한데도 이리 당돌하다니, 대체 무슨 자신감이지?”

       

       계천문주의 말에 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금 보여준걸로 부족했나?”

       

       이 정도면 다 엎을 정도는 되지 않느냐. 

       그리 표하는 말에 계천문주가 답하길.

       

       “끌끌…. 아니, 충분하다. 더불어 충분히 오만할 자격이 있다. 소문으로는 믿지 못했는데, 실제로 보니 감탄이 나오는구나. 어찌 저럴 수 있을까….”

       

       “이야. 칭찬해 주시니 고맙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아해야.”

       

       계천문주가 눈을 빛내며 말을 덧붙인다.

       

       “네가 하늘의 신수와 존재임은 알겠지만…. 그 오만함에 사로잡혀 조심성을 잃었구나.”

       

       “으음.”

       

       하늘의 실수라.

       대충 엄청난 천재라 하는 것 같은데. 미묘하기 짝이 없는 어감이었다.

       

       “세상은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맞지. 세상은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지.”

       

       정말 공감되는 말이 아닐 수 없었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야. 정말 그렇더라고.”

       

       “…허?”

       

       “아무튼…. 다 엎어버리고 물을 게 참 많은데. 일단 선택지를 줄게. 마침 당신한테 권하고 싶은 게 하나 있거든.”

       

       내 말에 계천문주의 눈썹이 찡그려진다.

       

       “방금 내 말을 못 들은.”

       

       “첫 번째. 계속 깝죽거리다 나한테 처맞고 상황을 다 불고 맹으로 끌려간다.”

       

       “이…!”

       

       계천문주가 몸을 일으키며 무언가 시전하려 하지만.

       

       “두 번째. 나중에 올 청룡대주랑 손잡고 나를 죽일 준비를 한다.”

       

       우뚝.

       

       이어 뱉어진 말에 계천문주의 몸이 그대로 멈췄다. 

       동시에 얼굴에는 의문이 가득 피어오른다.

       

       나는 그 반응을 보며 반갑다는 듯 웃어주었다.

       

       “어때. 둘 중에 뭘 하고 싶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_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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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FZ,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Under the Heavens, The Zenith's Childhood Friend,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nstead of struggling meaninglessly, he acknowledged his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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