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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16

    <816 – 뉴비 받아라(15)>

     

    휘감기는 사실 언제나 사용하는 기능 중 하나였다.

     

    “마나 술식을 용수철처럼 비비 꼬아서 압축하면 마법이 발사되는 순간의 위력이 폭증하거든요? 그래서 휘감기는 마법을 사용할 땐 언제나 쓰는 편이죠!”

     

    의지의 주형틀에 술식을 휘감아 압축하고 뿅 날리는 압축발사마법!

     

    “미친. 그딴 짓이 가능하단 말입니까? 마법의 순도가 낮아서 순간적인 마나전도가 이루어지지 않는 허접에게는 어림도 없는 기예가 아닙니까!”

    “오, 이걸 아시는구나! 술식이 입체적으로 튀어오르며 모양이 깨지면 마법시전이 취소되는 부작용이 있는데요, 순도가 높으면 순간적으로 전개가 다 끝나서 별 상관없어요!”

     

    그런데 이 뉴비, 엉뚱한 부분에서 놀라고 있다.

     

    “그딴 짓을 어릴 적부터 계속 해왔다면 순도가 높아지기 전에는 마나하트가 몇 번이고 훼손당하고 전신의 영맥이 뒤틀리는 고통을 느껴왔을 것 아닙니까. 재단의 후계자는… 그런 고통을 평생 견디며 지금의 경지에 올라섰단 말입니까?”

     

    아하.

    나도 생뉴비 시절에는 그런 일이 있었지?

    특전으로 마나순도를 올리기 전에는 꽤 고생도 하고 그랬었지.

    근데 뭐, 지금은 고인물인걸.

    특전이 아니더라도 잔재주가 많아서 속성마나 순도 올리기는 누워서 떡 먹기나 다름없고.

     

    “헤헤. 이젠 다 지난 일인걸요!”

     

    갑자기 조나와 리프가 양옆에서 괴로움이 느껴지는 신음을 흘리며 어깨를 들썩거렸다.

    허접 상대로 너무 시간을 끌어서 좀이 쑤시나 보다.

    하긴 나들이 나와서 일행 놔두고 모르는 아저씨랑 대화나 나누고 있으면 좀 그렇긴 해.

     

    “근데 아저씨는 벨벳 선배님의 적이세요?”

    “…그녀가 제 야심을 가로막는 한, 우리는 적입니다.”

    “아저씨의 야심이 뭔데요?”

     

    아무리 봐도 결이 다르단 말이지.

    기존의 서귀연 본단 귀족이면 큰소리나 치면서 주제도 모르게 도발을 했을 텐데, 이 뉴비는 실력도 있고 눈치도 있고 자제력도 있다.

    본격적인 교전에 돌입하지 않고 견제기나 한번 날리고 눈치를 보는 것이 그 증거다.

     

    “나는…”

     

    찰나간에 일어나는 동공의 떨림.

    망설임이 담긴 시선이 그의 뒤를 따르는 정예병들에게 향했다.

    명백히 우위를 점한 내 실력을 보고도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크림필드의 뒤를 지키는 부하들.

     

    “아니, 우리는.”

     

    뭐야, 생각보다 훨씬 좋은 뉴비였네.

    부하도 아끼고 인망도 제법 좋잖아?

     

    “서귀연 본단이 일으킨 전쟁에는 동조하였으나, 겁에 질려 달아나려던 지휘부의 참상을 지켜보지 못하고 군사반란을 일으킨 정변세력입니다.”

    “그 정변세력의 목표는 뭔데요?”

    “재단에게 우리의 권력을 빼앗기지 않는 것. 손에 들어온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

    “그러니까, 권력을 유지하는 것. 그게 유일무이한 목적이란 말이에요? 그 권력을 가지고 하고 싶은 게 하나도 없어요?”

    “…소망이라면, 있습니다. 포악한 귀족으로부터도, 재단의 산하에서 맞섰던 외계의 침략종으로부터도 우리들의 터전을 지키는 것. 그것뿐입니다.”

     

    크림필드는 야심가였다.

    그러나 야심의 기저에는 수호의 의지가 존재했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손에 피를 묻히기를 주저하지 않는 자.

    나이만 어렸다면 기프트 아카데미에 다시 입학을 해도 좋을 훌륭한 사람이다.

     

    “하나만 약속하면 봐드릴 수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평화 협상을 제안하는 거라면 조건에 따라 충분히 고려해 보겠습니다.”

    “지키기를 결심했다면 아무리 상황이 어렵고 힘들어져도 사람들을 포기하지 말 것.”

    “……정말 그것 하나면 충분합니까?”

    “그럼 날마다 주민 백 명을 제물로 바치고 정령계의 거물들을 소환해다가 저한테 진상하실래요?”

     

    방긋방긋 웃으며 농담을 했더니 크림필드뿐만 아니라 조나와 리프까지 정색하고 침묵했다.

    딴에는 분위기 살린다고 드립을 쳤는데 실패한 드립이라 아무도 웃지 않고, 뻘쭘하게 드립의 의미와 어디가 웃음포인트인지를 설명하는 기분이 들었다.

     

    “벨벳 벨렛도 그 협상안에 동의합니까?”

    “벨벳 선배야 서로 불가침의 관계를 맺자는 제안 정도는 하겠지만, 그건 두 분이 싸우지 않고 말로 해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으시죠?”

    “지금 바로 전령을 파견하겠습니다.”

     

    평화협상을 위한 자리는 30분도 지나지 않아 마련되었다.

    서귀연은 졸지에 세대교체가 되었고 침략메타 대신 수호메타로 연합체의 기조가 쇄신되었다.

     

    “벨벳 벨렛. 괜찮다면 당신에게도 서부귀족연합의 부연합장 자리를 맡기고 싶습니다.”

    “…말로 해결할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는 없지. 서귀연이 약해져서 좋을 일은 하나도 없으니까.”

     

    다행히도 서부귀족연합의 내란은 이렇게 좋게좋게 마무리가 되었다.

     

    “그럼 이제부터는 있는 힘껏 살아남아 주세요!”

    “뭐? 그게 무슨…”

     

    쾅!

     

    찰나 간에 날린 <휘감기> + <암습> 콤보가 <경계>의 극의에 도달한 자만이 깨우치는 <위기감지>, 그런 위기감지를 한층 더 극의에 도달해야만 습득한 <죽음의 직감>에 걸렸다.

    역시, 예상보다는 성능이 좋은 뉴비라 다행이다.

     

    “날 속인 겁니까, 다크프린세스?!”

    “속이다니요? 사지가 성하게 협상을 체결하면 누구라도 아저씨를 의심할 수밖에 없잖아요. 처음부터 벨벳 선배와 저와 한편이라고 의심받으면 누군가는 불만을 품지 않겠어요?”

    “젠장, 기어이 한판 벌여야만 성이 풀리겠다는 겁니까!!”

     

    크림필드의 휘감기에 평화협상을 위해 마련한 안가 전체를 통째로 <휘감기>의 영역에 집어넣었다.

    와장창!

    거센 휘감기에 안가가 뜯겨져 나가며 공중에서 소형 휘감기로 뭉친 회오리들이 이쪽을 향해 매섭게 달려들었다.

     

    “우릴 지켜보는 사람들이 보기에 아, 이 정도면 협상 안 하면 죽을 것 같아서라도 협상했겠다! 싶을 정도로만 괴롭힐게요. 아파도 조금만 참아요!”

    “순순히 당하지는 않을 겁니다!!”

     

    <크림필드의 반사역장>을 뚫기 위해서라도 휘감기를 역방향으로 펼쳐 관통기를 거듭 날리던 나였지만, 다가오는 회오리를 터뜨리고자 관통기를 날릴 때에는 제법 깜짝 놀랐다.

    내 기술을 보고 고작 세 번 만에 관통에 당하지 않는 <카오스 패턴>을 실전에 적용시키다니!

    이번 회차가 상당히 급진적으로 이루어졌음을 감안하면 크림필드는 재단 멸망 이후, 후반부에나 등장하는 야심가다.

    후반부 등장캐릭터다운 나름의 재주가 있는 똘똘한 뉴비라고 봐야겠지.

    대형견들 사이에서 진짜 야성을 지닌 늑대가 튀어나왔다고 해도 될 수준이다.

     

    ━━━

    <휘감기> + <가속> + <가열> + <분산> + <마나학> + <자동> + <연격>

    7연계 광역살상술 <크림필드의 맹동열풍>

    ━━━

     

    회오리가 다가오자 조나가 손을 쓰려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나는 조나를 향해 손을 펼쳐서 그럴 필요가 없음을 알려주었다.

     

    “이제야 조금 즐거워지려는데 방해하면 어떡해요?”

     

    ━━━

    <휘감기> + <거대화> + <삼키기> + <가속> + <마나학> + <보호막> + <결계>

    7연계급 광역반격기 <회오리삼키기>

    ━━━

     

    작은 회오리들을 모조리 권역에 집어넣어 삼키되, 회전의 영향력으로부터 우리가 있는 곳만을 철저하게 배제하며 회전력을 보호막과 결계 사이에 응축한다.

    불규칙한 휘감기의 회전력조차도 거대한 힘으로 압착하여 그 방향을 내 뜻대로 조종한다.

    제 영역에서 보란 듯이 힘을 탈취당한 뉴비는 어떤 수를 둘까?

     

    “뺏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입니다. 그 오만, 후회하게 해드리죠!”

     

    힘의 통제를 포기하고 폭주시키기.

    잔뜩 기대했건만 오답이다.

     

    투콰콰콰!

     

    결계에 충돌하고 진동하며 맹렬하게 날뛰던 힘이 술식을 소모하고 정형화된 힘을 잃은 채, 내 흐름에 완벽하게 지배당했다.

     

    “이럴 땐 결계의 표면을 <휘감기>로 관통해서 빠져나왔어야죠! 에잉. 아저씬 너무 허접해서 안 되겠다. 사지가 멀쩡하면 누가 봐도 수상할 정도로 허접하니 하나 정도는…”

     

    가져갔다가 나중에 다시 붙여줘야지.

    호잇하고 한 손으로 가리켜서 날린 근거리 차원좌표를 휘감아 기습적으로 날아간 공격이 크림필드의 응수를 집어삼키고 팔을 날리기 직전이었다.

    조나가 돌연 내 어깨에 손을 얹자 깜짝 놀란 내가 허공으로 휘감기를 펼쳐 힘을 증발시키고는 위를 올려다보았다.

     

    “조나?”

    “이런 짓은 이제 그만해 주십시오.”

    “왜요? 크림필드가 멀쩡히 돌아가면 재단의 분파라서 세상의 의심을 받잖아요.”

    “크림필드를 향한 오해가 풀린다면 아가씨를 향한 오해가 더욱 심해져도 상관없단 말입니까?”

    “저를 향한 오해가 뭔데요?”

    “아가씨가 실은 사람을 해하는 일을 싫어하고 모두를 무척이나 아끼는 착한 아이라는 사실. 그런 본모습을 오해당하는 겁니다.”

     

    나 그렇게 착한 아이였나?

    스스로도 헷갈려서 눈을 깜빡거리지만 조나의 눈은 확신으로 똘똘 뭉쳤다.

    음…

    나 자신에 대해서는 그다지 잘 모르겠지만…

    조나는 충성도가 100이잖아?

    충성도 100인 조나가 잘못된 소리를 하지는 않겠지.

    그럼 난 착한 아이 맞아!

     

    “쫌 아쉽긴 해도 죽다 살아난 정도면 저기 멀리서 염탐하던 사람들도 크림필드 씨를 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졌겠죠? 오늘은 이 정도로 봐 드릴게요!”

     

    크림필드가 무릎을 꿇고 안도하는 사이, 황량한 벌판에서 벨벳 선배가 머쓱한 얼굴로 물었다.

     

    “이제 다 끝난 거냐?”

    “아마도요? 혹시 선배도 저처럼 조금은 피를 봐야 직성이 풀린다면, 착한 아이인 저는 못 하는 일이니까 선배가 직접 손보셔야 해요!”

    “…나도 전의를 상실한 협상 상대를 괴롭힐 정도로 못된 아이는 아니야.”

    “선배 나이에 아이는 좀 그렇지 않아요?”

    “시끄러워. 밟아버린다.”

    “힝.”

     

    벨벳 선배와 티격태격하는 내 모습에 조나와 리프가 훈훈하게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김도 샜겠다, 모처럼 외유에 나선 김에 싱한테 입힐 피렌체 왕국 최신 여자 의상이나 잔뜩 사서 돌아가야겠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착한아이는 못된 짓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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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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