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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17

       

       

       

       계천문주와의 담화를 끝내고 복귀했을 무렵, 그때는 이미 어느덧 해가 진 다음이었다.

       

       지부에 들어서자 별다른 검문 없이 내부로 들어갔고 직후 도착한 곳은 한편에 마련된 처소.

       우리 대대를 위해 마련한 나름 큼지막한 공간이었다.

       

       핫-!

       

       흐읍-!

       

       귓가에 기합 소리가 들린다. 처소 한 편에 있는 수련장에서 들리는 음성들이었다. 

       보아하니 수련에 열중하는 것 같다.

       

       걸음을 돌려 그곳으로 향했다.

       수련장은 그리 넓진 않아 많은 인원이 있지는 않다. 세어보니 열이 넘지 않는다.

       

       게다가.

       

       ‘다 예상했던 놈들이네.’

       

       맹에서 붙여놓은 놈들은 안 보이고 내가 직접 뽑은 놈들만 보였다.

       독문무공을 다 보이는 데서 수련할 수는 없을 것이고. 간단한 체력 수련이려나?

       

       손을 살짝 저었다.

       

       후우욱-!!

       

       내부에 모여있던 기운이 뭉쳐 창밖으로 빠져나간다.

       현상을 느낀 대원들의 시선이 이쪽을 향하고.

       

       “대주님?”

       

       “쉬고 있으라고 했더니, 말 참 안 듣네.”

       

       “오셨습니까.”

       

       “어, 별일 없었지?”

       

       “예. 지부의 배려가 있어 편하게 쉬고 있었습니다.”

       

       “이건 쉬는 게 아니긴 한데…. 아무튼. 다른 애들은?”

       

       “아마 각자 배정받은 처소에 있을 듯합니다.”

       

       “그래?”

       

       다 알고 있는 물음을 건네며 시선을 옮긴다.

       수련하던 놈들의 얼굴을 기억하기 위함이다.

       나중에 써먹을 일이 있으니 좀 봐놓아야 했다.

       

       “당 부대주.”

       

       마침 수련을 같이 하고 있던 당소열을 콕 집어 불렀다. 

       내 지목에 당소열이 눈을 키우며 답한다.

       

       “아, 네.”

       

       “할 말이 있으니 수련이 끝나는 대로 나한테 오도록. 해시까지는 올 수 있겠지?”

       

       “아, 알겠습니다.”

       

       말을 전한 다음 즉시 등을 돌렸다.

       수련장에서의 볼일은 끝났고. 처소를 살짝 걸으며 사람을 찾았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음?”

       

       뭔가 미묘한 광경을 목격하게 됐다.

       

       “뽀득뽀득해.”

       

       “소, 소저…그, 그만.”

       

       “뽀득뽀득.”

       

       처소 뒤편에 마루.

       

       그곳에서 봉순이와 누군가가 앉아 있었다. 누군지 확인할 필요도 없다. 

       이 밤중에 저리 빛나는 대가리를 지닌 놈은 한 명뿐이니까.

       

       단지.

       

       ‘…뭐야 저것들.’

       

       왜 봉순이가 그 빛나는 대가리를 만지고 있는가.

       그게 조금 의문일 따름이다.

       

       “히히. 신기해. 기분 좋아.”

       

       “끄, 끄으….”

       

       망설임 없이 매만지는 손놀림. 그건 마치 동그란 공을 만지듯 거침이 없다.

       정작 그리 만져지는 땡중놈은 귀까지 붉어져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다.

       

       ‘…’

       

       저걸 뭐라고 해야 할까.

       

       봉순이의 손에 소림의 기대주가 노리개가 되어 있는 모습이란….

       차마 표현하기 껄끄러운 형태였다.

       

       특히.

       

       ‘저 미친 것은 진짜 장난감 다루듯 가지고 놀고 있는데.’

       

       손길에 뭐라도 있는 양 땡중 놈. 소림의 신룡은 두피까지 빨개져 있다.

       저 새끼….

       

       ‘…생각보다 흑심이 그득그득한가 본 데?’

       

       땡중이란 것이 저토록 속내가 검어서야.

       저래서야 어찌 부처의 뜻을 이을지 싶다.

       

       심지어 저 놈 고기까지 은근히 먹지 않던가.

       저번에도 몰래 만두먹다 나한테 걸렸었다.

       

       그걸 떠올리니 절로 확신이 든다.

       

       ‘소림은 망했어.’

       

       신룡은 언젠가 방장이 될 게 확실한데 저 상태면 소림의 미래가 어두웠다.

       아, 물론 내 알바는 아니다.

       

       “흐음.”

       

       슬쩍 다가가서 놀려볼까? 수련도 안 하고 음탕하게 손길이나 즐기고 있냐고?

       

       ‘재밌겠는데.’

       

       상상만해도 신룡의 반응이 떠올라 설렌다.

       

       며칠 안 되긴 했지만, 신룡은 내 예상보다 더 놀리기 좋은 놈이었다.

       

       진짜 그래볼까 잠깐 고민하다…끝내 걸음을 돌렸다.

       더없이 재밌기야 할 테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위설아나 남궁비아는….’

       

       수련장에는 보이지 않았는데. 쉬고 있는 건가?

       

       ‘쉴 애들은 아닌데 말이야.’

       

       휴식하고 있을 것 같지는 않고. 원래 사람 보이는 곳에서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애들이니, 아마 수련을 해도 조용한 곳에서 하고 있지 않을까.

       

       마음 같아선 찾아가고 싶었지만, 이 또한 참아야 했다.

       찾자면 철지선이나 성율이 놈도 있기야 하다만은.

       

       ‘그놈들은 뭐…. 알아서 하겠지.’

       

       거기까진 관심이 일절 없다. 

       애당초 철지선한테는 오자마자 일을 시켜놨고.

       

       ‘성율이 놈은 아직 회복이 안 끝나서 써먹기도 애매해.’

       

       팽우진과의 비무 이후, 성율의 회복은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신의가 말하길, 재생하는 속도가 무인치고 좀 더딘 느낌이라고 했다.

       

       ‘천살성의 여파인가?’

       

       혹시 그럴지 모른다. 

       성율의 경지가 낮은 것도 아닌데 느리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니 말이다.

       

       하여 이 부분은 나중에 확인해 볼 작정이었다.

       

       확인 방법은 뭐…. 어디 하나 부숴놓고 회복하는 속도를 계산하면 되지 않을까?

       

       ‘나쁘지 않네. 그게 좋겠어.’

       

       가장 정확하고 빠른 확인이다. 

       당연히 성율 놈 의견 따윈 없었다. 그래도 정이 있으니 좀 덜 아프게 부숴주면 되겠지.

       

       아무튼, 이런 식으로 차곡차곡 정리하며 걷고 있을 무렵.

       

       “어머. 정말요?”

       

       “하하하. 맞습니다. 제가 그래서 그때….”

       

       “그것보다도 이번에 하남에서….”

       

       목적지에 다다르니 저 멀리서 화기애애한 소리가 들린다.

       여러 음성이 섞인 웃음소리. 그걸 들으니 나또한 절로 웃음이 지어진다.

       

       선명한 비웃음이 말이다.

       

       ‘또 저러고 있군.’

       

       조소를 감추며 다가가니 점차 상황이 엿보였다.

       처소 앞 연못에 여러 인물이 모여있다.

       

       보아하니 수련에 나오지 않은 대부분의 인물이 저기 있는 것 같았다.

       문제는….

        

       “하하하하. 진 형, 그건 좀 허세가 담긴 거 아닌가?”

       

       “뭐? 허세?”

       

       “아니, 백 명을 동시에 상대했다니 조금 놀라서 한 말이오. 아, 혹 기분 나빴던 건 아니지요? 그냥 농담이었소.”

       

       “하…하하하. 그럼, 기분 나쁘긴. 나도 장난인 거 다 알고서 그런거요.”

       

       “그건 그렇고. 다다음달부터 상단에서 진행하는 유명한 축제가 있는데 말이오….”

       

       끊임 없이 오가는 대화들. 얼핏 사이좋은 듯 보이나 그 안에 있는 신경전은 너무도 살벌하다.

       

       웃음 속에 검을 숨긴 채 상대의 허점을 계속 쑤셔넣는다.

       

       짙고 불쾌한 정치판을 보는 기분.

       꼬라지가 개판이 따로 없어 기분이 더부룩해지는 느낌이었다.

       

       ‘어휴.’

       

       대체 뭐 하는 건가 싶으면서도 이유를 알고 있기에 할 말이 더 없다.

       

       저건 하나의 투쟁이다.

       귀한 암컷을 얻어보겠다는 수컷들의 투쟁 말이다.

       

       “그렇지 않습니까 연 소저?”

       

       “호호. 네,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크흠….”

       

       작은 호응에 수컷 한 마리가 얼굴을 붉힌다.

       다른 놈들 또한 이와 다를바 없다.

       

       “그러니까 저번에….”

       

       “아니, 글쎄 상단주가 내게 말이오….”

       

       말 한마디를 더 붙여보기 위해.

       암컷의 호응을 더 얻어보기 위해.

       

       온갖 발상을 끄집어내 말을 걸어보는 놈들이 태반이다. 뭐 저리 악착같이 구는지 의문일 지경이다만, 여기서 더 큰 문제는….

       

       ‘수컷은 더럽게 많은데. 암컷은 한 마리뿐이라는 거지.’

       

       저 수두룩한 놈들이 원하는 암컷은 오로지 한 마리라는 점이다.

       

       “호호.”

       

       입을 가린 채 고혹적으로 웃는 여인.

       내가 데려온 이들 중 한 명인 연홍이 바로 그 암컷이었다.

       

       그녀가 살며시 웃으며 주변 사내놈들 반응이 격하다.

       눈가에는 지독한 흑심이 퍼져있었고. 어떻게든 꼬셔보려 아등바등 구르는 꼴이 참으로 우습다.

       

       지저분한 정치판에 경쟁까지 끼얹으면 얼마나 상황이 탁해질까. 언젠가 궁금해하던 부분이 싹 개운해질 만큼 완벽한 광경이었다.

       

       ‘대단들 하네.’

       

       어찌 저리도 처절할 수 있을까. 나로선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다.

       또한, 연홍 한 명에 저리 달려들 수 있다는 것도 마찬가지.

       

       ‘이것 참.’

       

       여인이 연홍 혼자인 건 아니다. 위설아나 남궁비아. 거기에 당장 부대주인 당소열 또한 여인이지만, 그 아이들에겐 저런 괴이한 짓을 벌이지 않는다.

       

       그 이유인즉슨.

       

       ‘닿기엔 너무 멀어서겠지.’

       

       어떻게 해보려고 하기엔 급이 너무도 달라서.

       그게 아마 이유가 아닐까 싶다. 아, 가끔 다가가려는 놈들이 있어 슬쩍 노려보거나 기운으로 두들겨 주긴 했는데, 그것도 이유려나?

       

       그럴 수도 있다. 뭐가 됐든 가끔 쳐다는 봐도 다가가지는 못하는 시점이었고.

       그런 상황에서 연홍의 존재란 가뭄의 담비와 같았다.

       

       아름답긴 하나 그게 극한으로 닿은 외형은 아니면서, 안에 품은 분위기는 심히 고혹스럽다.

       

       비교하자면 노력했을때 구할 수 있을지 모르는 귀한 물건이랄까?

       

       이는 사내 놈들이 안달 내기 딱 좋은 상태라는 뜻이고. 그렇게 그 결과 지금 저 상황이 펼쳐졌다.

       

       연홍을 둘러싼 투쟁.

       어떻게든 호감을 얻어보겠다고 고상한 척 말 속에 검을 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자기들 딴에는 처절한 것 같은데….

       

       ‘진짜 지랄도 저런 지랄이 없네.’

       

       내가 보기엔 헛웃음만 나오는 모습이다.

       언제 한 번 정리해 놓아야 할까? 아니, 그럴 필요는 없겠지. 연홍…. 저자라면 뭔가 생각이 있을 테니 말이야.

       

       확신하듯 떠올리며 그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동시에 살며시 웃고 있는 여인을 불렀다.

       

       “연홍.”

       

       인기척을 섞어 부르자 대화가 순식간에 멈추고 시선이 몰린다.

       

       사내 놈들은 또 다른 경쟁자인가 싶어 살벌히 쳐다보지만, 나인 걸 확인하고 다들 벌떡 일어났다.

       

       “대, 대주님.”

       

       “대주님을 뵙습니다.”

       

       “…어, 그래. 잘들 쉬고 있었나.”

       

       “예…!”

       

       반응들이 칼 같다.사천으로 오던 길에 몇 번 두들겨 줬더니 효과가 있던 모양이다.

       

       “쉬는 데 미안하지만, 연홍은 좀 데려간다. 따로 할 말이 좀 있거든.”

       

       “아….”

       

       “아, 알…겠습니다.”

       

       목소리에 안타까움이 가득 묻어나온다.

       

       이 새끼들이…?

       

       ‘장본인은 아무 말도 안 하는데, 왜 니들이 아쉬워 하는 거야.’

       

       어이가 없다.

       

       살짝 한숨을 내뱉으며 눈을 돌린다. 같이 일어난 연홍을 쳐다봤다.

       연홍은 입을 가린 채 특유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지금 가면 될까요?”

       

       “어. 따라와.”

       

       “알겠습니다.”

       

       목례를 취한 연홍이 사내 무리를 뚫고 걸어나온다.

       그러면서도 수컷들을 향해 살짝 웃음을 내짓고선.

       

       “재밌었어요 공자님들. 다음에도 또 얘기 들려주세요.”

       

       “허…허허 그, 그럼요!”

       

       “언제든 말씀하십시오!”

       

       능숙하게 그물망을 흩뿌린다. 

       

       보아하니 저건 쉬이 빠져나갈 수 없을 것 같았다.

       그걸 보고 짧게 혀를 차고 등을 돌렸다.

       

       “…그만 가지.”

       

       “네.”

       

       그렇게 두 사람이 떠나고….

       

       “…”

       

       “…”

       

       남은 사내들 틈에는 침묵이 찾아왔다.

       애당초 연홍으로 이루어진 관계였기에 각자 남았을 땐 할 말도 없었다.

       

       죄다 경쟁자인데 무슨 대화가 필요할까.

       그저 서로 악의만 뿜지 않는 게 최선이었다.

       

       하여 이번에도 조용히 자리를 끝내려던 찰나.

       

       “그…있잖소.”

       

       물고기 중 한 마리가 말을 꺼내든다.

       

       “대주와 연 소저. 저 두 사람이 어떤 관계인지 아는 분 계시오?”

       

       “…”

       

       “…”

       

       살며시 꺼내든 얘기에 모두가 동작을 멈춘다.

       대주와 연홍은 어떤 관계일까? 이는 묻고 싶었지만 구태여 꺼내지 않은 얘기였다.

       

       “서, 설마. 그렇고 그런 관계인가?”

       

       “거, 말 같잖은 얘기 하지 마시오. 대주께선 약혼녀도 있으신 분이시거늘.”

       

       한 사내가 우습지도 않다며 말을 꺼내든다.

       성왕이 은랑검을 이긴 검무희와 약혼 관계라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암, 그렇고말고. 그런 약혼녀를 두고 다른 여인을 쳐다볼 수 있겠소?”

       

       검무희를 처음 봤을 때 충격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사람이 저토록 아름다울 수 있구나. 나름 같은 대대로 소속돼 사천까지 같이 왔지만, 쳐다보는 것도 솔직히 힘들었다.

       

       그런 약혼녀를 두고 연홍과 다른 관계가 있다?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 것 치고는….”

       

       “…음, 그렇지…?”

       

       몇몇 이들은 떠올린다.

       

       “섬월검이나…. 당 부대주만 봐도. 좀 다르지 않습니까?”

       

       섬월검 위설아와 독권 당소열.

       검무희 못지않게 아름다운 이들이었고. 이들에 관해서 대원들은 알고 있는 게 있었다.

       

       “저번에 잠깐 오래 쳐다봤다가 대주에게 죽을뻔했소….”

       

       정확히는 죽지는 않고 죽일 듯 노려보기에 지릴뻔했다.

       

       “저는 그냥 슬쩍 말만 좀 걸어 볼까 했다가 개짓거리하지 말라며 경고를 듣기도 했지요. 그땐 진짜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말하는 대주의 얼굴이 너무나 무서워서. 진짜 정신을 잃을뻔했었다.

       

       “이를 볼 때, 대주께서 소저들을 좀 특별하게 여기는 것 같지 않습니까?”

       

       “그건….”

       

       “심지어 소문도 있잖소.”

       

       “아…! 그 소문?”

       

       말을 듣고 모두 단번에 떠올린다. 

       중원에 파다한 성왕에 소문 중 가장 유명한 것.

       

       성왕은 영웅적인 면모와 달리 귀신의 얼굴을 지녔고.

       아름다운 여인을 탐내는 호색한 면모가 짙어, 주변엔 미인들을 데리고 다닌다.

       

       라는 소문 말이다.

       

       그걸 떠올리며 사내들이 불안에 휩싸인다.

       

       혹시.

       정말 혹시.

       

       “여, 연 소저도 그럼….”

       

       “설마…대주님과…?”

       

       두 사람도 그런 관계가 아닐까.

       모두의 머릿속에 그런 의심이 솟아올랐다.

       

       

       

       

       

       

       ******************

       

       

       

       

       

       사내들이 각자 망상에 젖어 아득바득 이를 갈고 있을 즈음, 나는 연홍을 데리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방 안에는 이미 내 짐이 정리되어 펼쳐져 있었다.

       보아하니 지부 측에서 준비해준 것 같다.

       

       “후.”

       

       방안에 들어와 한숨을 내쉰다.

       그때 연홍은 이미 들어와 있었다.

       

       밤이 짙어짐에 따라 등불이 켜진 방안.

       미묘한 분위기가 흐를 즈음 내가 연홍을 쳐다봤다.

       

       빛에 휩싸인 인상은 더 없이 고혹적이다.

       특히 내려간 눈꼬리에 살짝 눈웃음을 짓고 있는 인상이 그렇다.

       

       남자 놈들이 좋아하는 특유의 감각. 그런 느낌이 그득히 느껴졌다.

       

       나는 그런 연홍을 가만히 보다가….

       

       “자, 그럼.”

       

       한층 낮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벗으시지요.”

       

       말을 들은 연홍이 제 머리를 귀 뒤로 살짝 쓸어넘긴다.

       

       “어머, 그냥 이대로 얘기해도 되지 않나요?”

       

       “…그런 모습은 아무래도 좀 불편해서 말입니다.”

       

       “그런가요?”

       

       “예. 그러니까 그만 벗으시지요.”

       

       두 번 단호히 말하자 그제야 연홍이 움직였다.

       

       스륵. 스륵.

       

       주섬주섬 옷을 벗기 시작한다. 망설임 따위는 없었다.

       애당초 구태여 망설일 필요도 없는 관계기는 했다.

       

       스륵-!

       스르륵-!

       

       점차 풀어지는 옷.

       나풀나풀 바닥에 옷이 벗겨져 쓰러지고 나는 그걸 보며 만족스럽다는 듯 끄덕였다.

       

       ‘이제 좀 볼만하네.’

       

       뚜렷해진 눈으로 연홍을 쳐다본다.

       

       옷을 벗은 연홍은 놀랍게도 알몸이 아니었다.

       분명 옷을 벗었음에도 어째서인지 검은 무복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찌이익—!!!

       

       대뜸 제 피부를 손으로 잡아 뜯더니 안에서 새로운 얼굴이 나타난다.

       

       그건 바로, 밤의 주인이자 살수들의 왕이라 불리는 ‘사내’

       

       “암왕.”

       

       암왕.

       그게 연홍의 정체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_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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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FZ,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Under the Heavens, The Zenith's Childhood Friend,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nstead of struggling meaninglessly, he acknowledged his place.

Comment

  1. Rolf Wiseman says:

    Awoakwa kena tipu tr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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