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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17

    <817 – 뉴비 받아라(16)>

     

    기프트 아카데미 교직원 구역.

    로버트 엘하임 교수의 집무실.

     

    “서귀연의 본단세력이 재단스파이에게 몰살당하고 벨벳과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로버트 엘하임은 북부에서 갓 돌아오자마자 서부군사지역으로 이연속 출장을 나갔다 돌아온 행정교관의 말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지치지도 않고 잘도 그 먼 거리를 다녀왔구나, 하는 감탄이나 반성의 충격은 아니었다.

    그럴 양심이 있는 교수는 애초에 휴식도 없는 연속 출장이라는 가혹한 직장 내 괴롭힘을 저지르지 않기 때문이다.

     

    “다크프린세스. 재단의 후계자 오크노디. 작은 거악이 하루아침에 서귀연을 모조리 집어삼켰구나!”

    “교수님… 현장의 분위기는 삭막했습니다. 힘에 의한 병합이라면 어차피 언젠가는 깨질 관계가 아닙니까? 괜한 기우가 아닐까요?”

    “사상자가 나오지 않았기에 문제가 되는 거다. 이사장조차 죽인 그 다크프린세스가 제 사람이 아니면 사지가 성하게 살려뒀겠냐?”

    “아하!”

     

    로버트 엘하임의 지적은 타당했다.

    권력자는 자신의 권력을 양보하지 않는다.

    권력은 나눌수록 약해지고, 자신의 자리를 굳히지 못한 권력자는 등에 칼을 맞고 죽는다.

    하물며 칼로 흥한 자는 칼로 쇠하기 마련.

    크림필드 로제파스타를 사지 성하게 살려두는 행동은 믿는 구석이 없다면 저지를 수 없는 짓이었다.

     

    “교수님… 서귀연이 설령 오크노디에게 넘어갔다고 하더라도 그게 무슨 문제가 됩니까?”

    “네가 그러고도 <오경보 긴급사태의 대응전략> 강의를 가르치는 이 로버트 엘하임의 교관이냐? 위기는 닥쳐오기 전에 대비해야 할 것 아니냐!”

    “대비라고 하셔도… 오크노디는 이사장의 폭거로부터 모두를 지킨 착한 학생 아닙니까?”

     

    어느 날 갑자기 학생들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거대촉수괴물에게 습격받는 사태를 대비해야겠다며 외계에서 촉수 괴물을 잡아 오는 정신병 걸린 교수에 비하면 교관 눈에는 오크노디 쪽이 훨씬 안전해 보였다.

     

    “서귀연이 넘어갔다. 성녀연합회도 오크노디의 수족처럼 부려지는 조직이니 선신교단들도 글렀다고 봐야겠지. 남부 신성도시국가연맹도 환상의 불꽃쇼와 혁명군의 침략 저지로 인해 친 오크노디 성향의 도시가 적지 않다. 북부는 알고 있겠지?”

    “예… 마왕군 사천왕이 암살되었다는 소식에 민중과 병사들이 엄청난 호의를 보이고 있습니다. 북부대공 유다와 북부대공녀 아이린 또한 친 오크노디 성향의 인물입니다. 인류한계영역까지 국토를 수복하고 수백 년 만에 마계원정대를 모집할 움직임마저 보이는 추세입니다.”

    “거기에 해상으로는 제독의 역량을 보인 아카디아 백작영애와 초호화유람선급 기함을 지닌 해적왕 후보 지고쿠와 산하 지고쿠해적단이 따르고 있다.”

    “어어…?”

    “심지어 테러조직 비키니아머단, 전대 목숨도둑의 제자, 재단의 뒤를 따라붙던 뒷세계의 2인자 암흑상단, 수집도시와 트로이 왕국, 신성중앙제국의 암흑여제 매스각키까지 그녀를 따르고 있지. 밑으로는 혁명군의 민중들과 수인들마저 혁명군 대장군 손오천을 따라 오크노디에게 간접적으로 충성을 바친다.”

     

    모아놓고 보니 대륙 전역에 오크노디에게 우호적인 세력이 널렸다.

    우호적이지 않은 세력을 손으로 꼽는 것이 더 빠를 정도로 말이다.

     

    “오크노디는 이사장보다 빠르게, 그것도 양지와 음지를 넘나들며 이미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할 기반을 갖추었다. 누구도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거악이 움직일 준비를 끝마쳤다는 말이다!”

    “…!!”

     

    교관은 두려움에 덜덜 떨었다.

    대체 어느새 이 정도로 방대한 세력을 갖춘 것인가!

    오크노디가 세계에 맞서는 것이 아니라 세계가 오크노디의 뜻을 따르게 생겼다.

    오크노디의 적이 되는 것.

    이는 곧 인류의 적이 되는 것과 다름없다.

     

    “심지어 분교 아카데미의 설립을 추진하고 녹색인간으로 품종이 개량된 고블린들과도 우호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제는 실험체인 단명종 호문쿨루스들마저 장명종으로 수명을 개선하고 인권증진운동을 외치며 학생으로 받아들이라 외치고 있다.”

    “무, 무섭습니다. 교수님, 오크노디는 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자꾸만 세력을 넓히는 겁니까?!”

    “모른다. 그렇기에 더욱 확실하지. 그녀가 행동에 나서고 난 뒤에 막으려고 한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다가오는 위기를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이들과 달리, 우리는 한 발 앞서서 세상이 이 미지의 위협에 대비하도록 경보를 울려야 한다.”

    “!!”

    “우리는 세상의 경보요, 너는 그 선봉이다.”

     

    이연속 출장에 다 죽어가던 교관의 눈에 엄청난 사명감이 차올랐다.

     

    “교관이여.”

    “제가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면 무엇이든 분부를 내려주십시오.”

    “위어드 교수가 <황금의 마법소녀>라 불리던 재단장학생을 건져낸 도시로 향해라. 우리는 그곳에서부터 다크프린세스의 시대를 막을 단서를 찾을 것이다.”

    “그런 중임을 제가 맡아도 되겠습니까?”

    “멍청한 소릴. 너니까 맡기는 거다.”

     

    어수룩한 교관이 내가 이 짓을 다시 하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 놓고 제 발로 삼연속 출장에 나섰음을 깨달은 것은 아카데미를 떠난 뒤였다.

    교관이란 이처럼 교수의 칭찬만 들으면 이제 난 응애가 아니야 하고 우쭐거리다가 호된 꼴을 당하기를 반복하는 슬픈 눈을 지닌 짐승이었다.

     

     

    * * *

     

     

    벨벳 선배와의 학생회장 후보 단일화를 위한 협력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나 벨벳 벨렛은 학생회장 후보직에서 사퇴하며 오크노디 후보를 지지할 것을 선언한다. 서귀연에 소중한 한표를 준 모든 이들은 오크노디를 향한 지지를 나를 향한 지지처럼 여겨주기를 바란다.”

     

    교내는 충격으로 휩싸였다.

     

    “오크노디? 그 애는 고작 2년생이잖아!”

    “월반한 3학년이기도 해.”

    “아무리 그래도 2년생 따위가 학생회장이라니!”

    “삼대거악 중 둘을 죽이고 마왕군 사천왕도 죽이고 선신도 악신으로 타락시키고 제국의 암흑여제와도 친구를 먹는 애가 어떻게 따위 소리를 들어?”

    “그,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이룬 건 하나도 없지만 아카데미를 다닌 기간만큼은 더 긴 내가 오크노디보다 잘난 유일한 재학연차로 깔볼 수도 있지, 추잡한 자존심마저 짓밟는 건 너무하잖아!!”

    “…이 바보 자식은 자기객관화가 잘된 거야, 덜 된 거야?”

    “우으읏…! 네가 귀족파도 망하고 파벌이 해체되어서 보잘 것 없는 내 실력으로만 험난한 아카데미에서 살아가야 하는 열등생이 유명인을 헐뜯으며 쓰라린 현실에서 도피하고 우월감을 느끼고 싶은 이 졸렬한 기분을 뭘 알아!”

     

    울면서 달아나는 동급생을 보고 어이없어하는 3학년에게 동기가 말했다.

     

    “내버려 둬. 쟤, 본가에서 얼른 제국 돌아와서 암흑연기공이나 배우고 함께 암흑여제의 가르침에 귀의하자는 서신을 받고 아침부터 심마가 왔대.”

    “그거 진짜 심란한 서신이네.”

    “우리 집에서도 왔는데 볼래?”

    “필요 없어.”

     

    아카데미 안팎의 소란이야 어쨌건, 학생회장은 사실상 오크노디가 마음먹은 대로 결정되게 생겼다.

    이제 학생들의 관심은 오크노디가 누구를 얼굴마담으로 내세울지로 몰렸다.

     

    “놀기 좋아하는 애니까 학생회장처럼 귀찮은 일은 안 하려고 하지 않을까?”

    “밑의 파벌 구성원들도 챙겨줘야지.”

    “저런 큰 권력은 보통 가장 믿을 만한 사람에게 나눠주지 않아?”

    “오크노디 파벌의 2인자가 누구지?”

    “즈앙이 자주 자기가 오크노디의 베스트프랜드라고 말하고 다니던데.”

     

    우연히 근처를 지나가던 즈앙이 여우가면 아래로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

     

    “성녀연합회를 보다 수월하게 조종하기 위해서 성녀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을까? 네페르템한테.”

    “나, 나, 나한테?!”

     

    갑자기 어그로가 쏠리자 네페르템이 울상을 지으며 손을 저었다.

     

    “아니야, 나 아무 말도 못 들었어!”

    “…선배. 정말이야?”

    “히익, 얜 어디서 나온 거야!”

     

    허리에 손가락을 쿡 가져다 댔을 뿐인데 날카로운 암기에 찔리기라도 한 것처럼 무서운 즈앙의 분위기에 네페르템이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역시 아카디아인가? 그 애의 다과회에 오크노디가 가장 많이 따라다니잖아. 서로 애칭으로 부르는 사이기도 하고.”

     

    즈앙에게는 아쉬운 일이지만 아카디아는 아직 보충강의를 듣느라 본교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앗, 발표 났다!”

    “오크노디가 후보를 발표했어!”

    “누구야? 누가 나온 거야?”

     

    오크노디와 놀아주는 조직의 후보 발표를 맡은 학생은 아이린이었다.

    아이린이 유난히 오크노디와 친해서 그런 건 아니고, 보충을 들으러 간 학생들 중에서 가장 똑똑한 덕분에 빨리 돌아온 덕분이었다.

     

    “나도 있었는데…”

     

    즈앙은 배신감을 느꼈지만 머리 쓰는 일은 지능캐에게 맡기는 오크노디의 성향상 어쩔 수 없었다.

     

    “오크노디가 선출한 후보는 <지젤>입니다.”

    “응? 뭐? 나요?”

     

    즈앙 옆에서 함께 흥미진진하게 사태를 관람하던 지젤이 당황한 얼굴로 반문했다.

     

    빠아아안히.

     

    즈앙의 시선이 점점 따가워졌지만 영문도 모르고 학생회장 후보직으로 뽑혀버린 지젤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니, 전 아무 얘기도 못 들었습니다. 당사자와의 협의도 없이 이렇게 후보로 밀어도 되는 겁니까?”

    “참고로 오크노디가 지젤 씨에게 보내는 전언입니다. 머리 쓰는 일은 귀찮으니까 대신 맡아주세요!”

    “이, 이런 쿠소가키 같은 짓을…! 먹기 싫은 반찬을 떠넘기는 것마냥 학생회장 직을 맡기다니!”

    “전달은 끝났으므로 발표는 이상입니다.”

     

    고개를 꾸벅 숙이고 갈 길을 가버리는 아이린을 붙잡으려고 시도하던 지젤이었지만, 차기 학생회장 당선이 유력한 지젤에게 학생들이 구름처럼 몰려들며 항의는 불발되었다.

    다음날, 지젤은 38만 표가 넘는 아카데미 역사상 최다득표를 받은 학생회장이 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쿠소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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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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