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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18

        

         

       “Dir, grosse Königin der Nacht!”

         

       포르테(forte).

         

       “Dir, grosse Königin der Nacht!!!”

         

       포르티시모(fortissimo).

         

       “Sei unserer Rache Opfer gebracht——-!!!!”

         

       포르티시시모(fortississimo).

         

       강하게, 더 강하게, 더더욱 강하게.

         

       울려 퍼지는 고깃덩어리의 아리아.

       포탄에 얻어맞으면서 깎이고 깎였음에도 그 크기를 유지하려 몸을 부풀리고 부풀려 이제는 풍선과 같은 형상이 되어버린 가련한 고깃덩어리가 내지르는 아리아(Aria). 레치타티보(recitativo)하나 없이, 서로 다른 장면들을 중구난방으로 내지르며, 마치 오류나 버그로 이리저리 융합되어 기괴하게 변해버린 파일을 재생하는 것과 같은 흉내와 같은. 고깃덩어리는 그러한 소리를 내면서도 마치 자신이 소프라노라도 되는 것처럼, 극을 끌어나가는 프리마 돈나(Prima Donna)라도 되는 것처럼 소리를 내지른다.

         

       하지만 제멋대로 극을 끌어나갈 수 있으면 극은 어찌 존재할 수 있겠는가?

       극이라는 것은 형식에 구애되고, 순서에 구애되며, 그 자체에 구애되는 법이니.

       그것을 지키지 아니하는 자에게는 불호령이 떨어질 뿐이다.

         

       마치 신의 심판과도 같은 불호령.

       극을 끌어나가는 신, 지휘자의 분노.

         

       고깃덩어리에 그러한 분노가 강림한다.

       하늘도 아니오 땅도 아니오.

       그저 저 멀리에서 다가온 분노.

       같은 위치, 같은 무대 위에 올라가 있는 자의 분노가.

         

       쿠구구구궁-!!!

         

       육중한 소리.

       자욱하게 퍼지는 흙먼지.

       수많은 건물이 레고처럼 부서지고 흩어지며 땅에 떨어지고, 나무와 콘크리트 조각이 흩날리며 하늘로 흩어진다. 거기에 인화성 물질이나 폭발성 물질이라도 있었는지 퍼엉 하는 굉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고, 때로는 그 폭발에 튕겨 나온 물건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저 지엄한 분노에서 피하려고 애를 쓰는 모습마저 보인다.

         

       쿠구구구궁!!!!

         

       그 분노의 속도는 어찌나 빠른지.

       가장 빠른 말이었다는 ‘생각’의 속도가 저러할 것이냐?

       건물들이 부서지는 것보다도 먼지가 일어나는 속도가 빠르고, 먼지가 일어나는 속도보다 그것이 고깃덩어리에게 닿는 속도가 더더욱 빨랐는지라. 그리하여 풍선처럼 부풀어서 그 자리를 지키며 악을 쓰고 있을 뿐인 고깃덩어리로서는 도저히 그것을 회피할 수도, 회피하려 마음을 먹는 것조차도 불가능하리라.

         

       그리하니 그림자의 촉수는 지엄한 분노를 고깃덩어리에 내리니.

         

       쿠구구구구궁-!!!!

         

       아리아를 부르는 흉측한 프리마 돈나를 가볍게 으깨고, 건물들을 죄다 부수고, 숨어 있던 이들 역시 한 줌 핏물로 뒤바꾸면서. 그렇게 도시를 휩쓸어 공터로 만들어버렸으니, 인간이 포격으로 만들어낸 그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분노가 어디 한 번 손찌검을 휘두른다고 쉽게 사라질 감정이던가?

       분노는 폭발적이며, 쉬이 가라앉지 않는 불길과 같다.

       그리하여 분노는 사방에 전염되기도 하고, 제가 몸을 불리는 것을 통제하지 못하여 사람을 파멸로까지 몰고 가는 감정인즉….

         

       아.

       사방을 휩쓴 그림자의 다리가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그러고는 가로로 휩쓰는 것을 멈추고 곡선을 그리며 그것을 일으켜 하늘로 높이 솟구치게 만드니, 그 길이가 어찌나 대단한지 못해도 수십 미터요, 백 미터를 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만든다. 거기다가 그 굵기는 어찌나 굵은지 어지간한 고층 건물의 몸통과도 같은 것이요, 그 사이사이에 있는 빨판처럼 보이는 것에는 돌조각이니 철 조각이니 사람 시체니 하는 것들이 잔뜩 달라붙어 저것이 무엇을 행하였는지를 보여주며 훈장과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으니, 뭇사람들은 저것을 보고 공포에 질릴 수밖에 없노라.

         

       “…정보가 조금 다른 것 같은데…?”

         

       그것은 갑작스레 도시에 찾아온 재난에 화들짝 놀라 몸을 숨긴 잡초 같은 인민들은 물론이요, 도시를 포위하고 있는 군인들에게도 평등하게 찾아오는 것이었으니.

         

       일찍이 먼저 도시를 부수면서까지 불순분자를 상대하고자 했던 전사들 역시 공포에 질렸고, 자신들을 이곳으로 보냈던 ‘정보’를 다시 한번 확인케 하여 저것과 관련된 정보가 있는지 다시 의심하게 했다.

         

       ‘정보가…. 주술사가 있을 수 있다는 정보는 받았는데, 당 간부들을 암살하려 했다는 주술사가 있을 수 있다는 정보는 분명히 받았었는데. 저 이상한 촉수를 그 주술사가 만들었다고…?’

         

       지휘관은 다시 한번 정보를 확인하면서, 머릿속 한구석이 간질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무언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직감이라고 표현하기조차 애매한 무언가. 조금이라도 더 살이 붙여지면 모르되, 동물적인 감각이라는 표현조차 재개로 붙이기조차 애매한 어떠한 것.

       오랜 군인 생활을 통해 단련되지 않았다면 아예 생겨나지도 않았을 씨앗과도 같은 무언가.

         

       ‘저런 짓을 할 수 있는 주술사라면 분명히 당이 모를 리가 없는데. 설령 모른다고 할지라도 군대를 보내서 폭격을 가한다는 건…. 협상이나 거래가 아니라 다짜고짜 공격해서 원한을 사는 것은…인민해방군국방대학(中国人民解放军国防大学)에서 금기라고 가르치는 것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 행해지는 작전은 이상한 것이 아니다.

       주술사라고는 하지만 암살범이고, 거기에 군대로 충분히 상대할 수 있으리란 판단이 내려왔으며, 그와 관련된 상세한 자료들도 있어서 의심 없이 군대를 이끌고 온 것이었는데. 거기에 더해 테러리스트의 역량도, 특기도, 그를 상대할 방법도, 그리고 타국과 전쟁을 벌이는 것과 준할 정도의 지원까지 약속받고 왔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리라 여겼는데.

         

       대체 머릿속 한구석에서 느껴지는 위화감 비슷한 것은 뭘까.

         

       ‘감히 당 간부를 암살하려 한 범인을 발견했으니 군대를 끌고 가서라도, 죽여서라도 잡으려 드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공안이 테러리스트와 암살범을 잡는 건을 우리에게 양보한 것 역시 은밀한 정치적 거래가 있었을 테니 이상한 일이 아니고, 포격을 날린 것 정도야 언론 통제와 조작을 사용한다면 얼마든지 수습할 수 있으니 문제가 없다.’

         

       이상한 것은 없는데.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일단 중요한 것은 저것을 없애는 일이겠지.”

         

       지휘관은 애써 머릿속에 떠오른 위화감을 지웠다.

       그리곤 바닥에 금방이라도 내려치려는 듯 위협적으로 꿈틀대고 있는 새까만 촉수를 바라보면서, 명령을 내렸다.

         

       “인민해방군 로켓군(人民解放军火箭军)이 약속한 지원을 할 때가 되었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도탄여(导弹旅)의 발사대를 전부 사용해 미사일을 폭격하도록 요청하라!”

         

       상념은 평화로울 때, 여유 있을 때나 할법한 것.

       지금 급한 것은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

         

       아니.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감히 중국에 이를 드러낸 들개 새끼들을 도살하는 것이다.

         

       테러리스트니, 주술사니.

       그래봤자 개인에 불과한 것들이, 감히 중화(中華)에 칼을 들이밀다니.

       개인의 성취가 아무리 뛰어나다고 한들 십수억의 인구를 감당할 수 있을성싶으냐?

         

       사람 대 사람으로 맞선다면 인구에 파묻혀 질식할 것이요, 기술로 따진다면 찬란하게 발전한 인민군의 힘에 압살당할 것이다. 와신상담과 도광양회를 감수하며 힘을 길러온 중화의 폭발적인 힘은 모든 것을 압도할 힘이 있으니, 그것에 대항하려 한 것이 그저 오랑캐의 어리석음임을 똑똑히 보여주리라.

         

         

         

        * * *

         

         

         

       땅에서 하늘로 솟구치는 유성.

       빛나는 꼬리가 반대로 그려지며 하늘에 곡선을 만들고, 구름을 찢어발기며 밭고랑을 만든다.

       쟁기가 지나간 자리에 그 자욱이 남듯이 미사일 발사대에서 솟구친 수많은 로켓은 하늘을 수놓으며 그 흔적을 남기며 파괴를 위한 비행을 한다.

         

       쿠구구구궁-!

       쿠구구궁!!!

         

       수많은 단거리 탄도 미사일(SRBM)이 하늘을 메운다.

       하나하나가 전쟁에 쓰일법한 물건들.

       자국의 도시에 사용하기에는 너무나 강력해 그 후에는 반드시 정치적 위험이 뒤따를 것이 확실시됨에도 불구하고, 상부의 이상할 정도로 흔쾌한 허락과 함께 그것들은 쉬이 발사되어 날아갔다.

         

       미사일은 가속을 거듭하며 마침내 목표물에 도달하고.

         

       퍼어어어엉-!!!!

         

       일찍이 도시를 향해 쏘았던 포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굉음과 폭발을 일으키며, 검은색 촉수를 향해 내리꽂혔다.

         

       그것은 도시를 휩쓸었던 신의 분노와는 또 다른 분노.

       사람이 빚어내고, 사람이 쏘아낸 분노.

       굳이 표현하자면 신의 시대가 닫힌 후 그들을 흉내를 내 만들어낸 인간의 분노라고 표현할법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신의 분노와 인간의 분노가 맞닿았으니.

       그 중 어느 것이 더 우세한지는 피어오른 먼지가 가라앉은 후에나 알 수 있는 일일 것이다….

         

       신의 가호가 있기를.

       혹은 인간의 가호가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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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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