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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19

    <819 – 학생회의 권력(2)>

     

    학생회장실은 신임회장 취임 이래로 가장 시끌벅적해졌다.

     

    “으아앙, 지젤 이 왕바보! 귀찮아서 맡긴 일을 더 귀찮게 돌려준다고 협박하는 법이 어딨어요!”

    “누군 하고 싶다고 학생회장이 된 줄 아십니까? 갑자기 38만 표가 넘는, 사실상 39만 표나 다름없는 표를 받고 당선이 되어서 강제로 학생회장이 된 것 아닙니까!”

    “하아. 너희들, 그 자리에 오르려고 혈안이 된 권력자가 몇이나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조금 더 진지하게 임하지 그래.”

     

    아이린이 뒤에서 한심해 죽겠다는 얼굴로 지젤과 오크노디를 흘겨봤다.

     

    “그럼 당신이 부회장을 하고 실무도 전부 맡아주시겠습니까?”

    “바라던 바야. 당장 전 세계의 휴학생과 졸업생을 북부로 모아서 마계원정대에 집어넣어야지.”

    “…사고뭉치 다음은 원정역배충입니까? 인류 역사상 제대로 성공한 꼴을 볼 수 없는 마계원정대를 조직하겠다니, 절대로 맡기면 안 되겠군요.”

    “동감이에요! 다른 이벤트는 앞당겨도 되지만 마계원정대는 너무 빨라요. 3학년이 되기 전에 981기 동기들이 참전하면 9할은 망가진다고요!”

    “…꼬마숙녀. 그 말은 내년이 되면 우리 모두를 마계원정대라는 지옥의 구렁텅이에 집어넣을 계획이라는 것처럼 들립니다만?”

     

    아이린이 잔뜩 흥분한 얼굴로 오크노디의 손을 덥썩 붙잡았다.

     

    “역시 북부의 구세주이자 최대의 후원자. 오크노디, 저는 믿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그 영민한 머리에는 인류의 최전선 북부에 대한 근심걱정이 한시도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응앗?! 차, 차가워… 손이 얼음장에 빠진 것처럼 시려요! 이 손 놔줘요!”

     

    놔달라고 아우성을 치면서도 차마 힘은 쓰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는 오크노디의 뺨따구에 아이린의 양 손이 닿았다.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오크노디가 꺄악 꺄아악 비명을 질렀다.

     

    “마계원정대 창설까지 앞으로 1년이 남았다는 확언 덕분에 저희에게도 큰 용기가 생겼습니다. 원정대 신설을 위해 북부에서는 모든 준비를 아끼지 않겠습니다. 저만 믿고 기다려 주세요, 오크노디.”

    “좀 놔주지 그래? 애가 기절하겠는데.”

    “이런.”

     

    아이린의 손에서 풀려난 오크노디가 겨울바다에 빠졌다가 구조된 사람마냥 바들바들 덜덜 떨며 몸에서 열을 내는 히트Heat 마법으로 열기를 올렸다.

     

    “오우, 쥐방울 녀석, 답지 않게 스케일이 작아졌구나. 이럴 땐 모닥불을 피워야지!”

     

    학생회실 한복판에서 캠프파이어를 할 기세로 불을 피우는 손오천을 뜯어말린다고 지젤이 진땀을 빼는 사이, 이사벨이 아이린의 하얀 손을 쳐다봤다.

    츠츠츠…

    하얗게 일어나는 연기가 아무리 봐도 타는 얼음, 드라이아이스에 가까워 보였다.

     

    “경지가 올랐어?”

    “아직은 어설픈 수준입니다. 4단계에 온전히 안착하지 못해서 미처 다 추스르지 못한 냉기가 항상 주변에 감돌지요.”

    “그래서 너랑 같이 강의 듣는 애들이 하나같이 이 더운 날에 겨울복을 껴입고 다녔구나?”

     

    여러 이벤트를 겪으며 강해진 학생들 사이에서도 아이린은 꽤 선두권에 속했다.

     

    “앗, 불.”

     

    손오천을 막는다고 지젤이 오크노디를 놓친 사이, 배낭배낭에서 장작을 꺼낸 오크노디가 불을 키웠다.

    회장 취임과 동시에 인수인계를 위한 서류가 죄다 타버릴 위기에 처하자, 혼비백산한 지젤이 13번 마도구로 물을 끼얹고 8번 마도구로 바람을 제어하며 급히 화재진압에 나섰다.

    지젤이 딱해 보였던 아이린이 의기양양한 얼굴로 검지를 들어 가리켰다.

     

    “아, 이거 불길한데…”

    “미니미니 콜드빔.”

     

    이사벨의 싸한 예감은 현실이 되었다.

    불타는 장작과 바닥 타일이 꽁꽁 얼어붙는 것은 물론이고 그마저도 미처 다 줄이지 못한 기세 탓에 바닥과 벽, 천장 전체가 빙판으로 변했다.

    당연히 그 난리가 난 학생회장실 온도는 섭씨 0도 아래 영하의 기온을 향해서 빠르게 하락했다.

     

    덜컹

    쿠당탕탕

     

    천장에서 떨어진 즈앙이 서리가 낀 여우 가면을 비스듬히 치켜들며 원망스러운 시선을 보냈다.

     

    “미안.”

     

     

    * * *

     

     

    한바탕의 청소가 끝나고 간신히 서류를 건진 지젤이 서류보호의 마법을 찬양하는 가운데, 슬슬 이 귀찮은 소동에서 발을 빼고 싶은 이사벨이 본론부터 찔렀다.

     

    “그래서, 이제 어쩔 거야? 4학년들한테 협박까지 받으면서 지젤의 처지가 아주 곤란해졌는데.”

    “역시! 지젤이 회장이 되니까 예상대로 제가 모르는 신규이벤트가 벌써 생겼어요! 헤헹. 나 완전 똑똑해. 앞으로도 잘 부탁…”

    “뭘 남의 일처럼 떠넘기고 있어? 이대로는 지젤이 어느 날 갑자기 4학년의 습격을 받아 즈앙과 함께 돌연사하게 생겼다고. 대책을 찾아.”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려던 오크노디를 도로 의자에 앉힌 이사벨이 약간의 짜증과 분노를 담아 의자를 휙휙 돌렸다.

    빙글빙글 회전의자형에 처해진 오크노디가 세반고리관의 회전감각을 상실하며 눈이 핑핑 돌았다.

     

    “으앙, 도와드릴 테니까 그만 돌려요!”

     

    이사벨이 콧김을 내쉬며 손으로 의자를 턱 짚어 멈춰 세웠다.

     

    “4학년들이 실험용 호문쿨루스를 잃으면 운빨로 성적을 날먹할 기회를 잃는 건 사실이에요! 근데 성적 정도로 졸업이 위태로워질 선배들은 보통 ‘4학년 하급반’에 속한 선배들이죠. 우리가 아는 짱쎈 4학년 선배들은 보통 아니라는 뜻이에요!”

    “부르테 글라스 선배는 네가 말하는 짱쎈 4학년 선배가 아니야?”

    “그 선배는 짱쎈 4학년 선배 맞긴 한데 학생회장이 되지 못한 분풀이로 괜히 훼방을 놓으려고 못된 심보를 부리는 예외 케이스에 속하죠!”

     

    4학년 전체에서 부르테 글라스와 하급반들로 범주가 줄어들었다는 사실에 이사벨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솔직히 어느 학년이건 학년사천왕이 빠지면 전력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상위 0.1%가 나머지 99.9%를 합친 것만큼 강하다는 것쯤은 이제 기프트 아카데미에선 상식이 됐다.

     

    “그러니 우리는 다른 4학년 선배들이 부르테 글라스 선배를 밀어줄 이유가 사라질 때까지 선배들 성적을 메챠쿠챠 올려주거나 반대로 덜컥 겁이 날 정도로 성적을 와장창 쏟아지게 만들면 부르테 글라스 선배를 지지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어요.”

    “부르테 글라스를 직접 노리는 대신, 그를 표면상에 내세우는 4학년 하급반 선배들에게 실질적인 타격을 주자는 거네. 작전의 방향성은 이해했어. 근데 그게 가능하기는 해?”

     

    당장 4학년의 커리큘럼도 모르는 이사벨의 입장에서는 마냥 막연하게만 들렸다.

     

    “기초체력이나 키우던 1학년에 비하면 2학년은 마나연공에 꽤 진심이잖아. 3학년은 한술 더 떠서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공중기동에 입체전투도 펼치고. 4학년은 차원도 넘나든다는 소문도 있던데, 그런 괴물들을 우리가 상대할 방법이 있어?”

    “굳이 물리력으로 싸우려고 하면 필패가 확정이죠. 그러니 우리는 권력을 써야죠!”

    “예를 들면?”

    “사실 4학년 선배들은 학생회가 세계 각지에서 구하는 이런저런 영약이나 마도구를 구매하고 있는데 판매중지를 때려버리는 거죠!”

     

    이사벨은 오크노디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굉장히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화난 4학년이 교내를 난장판으로 만들기 딱 좋을 이야기네.”

    “처음에야 그렇지, 막상 시간이 더 지나면 그렇게 느긋하게 깽판 칠 여유도 없을걸요? 직접 발품 팔아서 영약이나 졸업과제에 필요한 준비물을 모으러 다녀야 하잖아요!”

    “만일 모으는 데 실패하거나 시간이 너무 들어서 1년 더 꿇게 되면…?”

     

    오크노디가 웃는 얼굴로 말없이 스윽 시선을 피했다.

    이사벨의 요리로 단련된 팔이 오크노디의 말랑한 볼따구를 꽉 조였다.

     

    “으앙, 살려주세요!”

    “진심으로 빡친 선배들이 습격하면 학생들이 막 죽어 나갈지도 모르잖아. 넌 강하니까 괜찮다고 무책임한 작전 세우지 말고 제대로 고민해.”

    “힝. 알았어요. 재미없는 방법이라 그닥 하고 싶진 않았는데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에요.”

     

    오크노디의 재미 없음은 보통 안전하고 상식적인 방법임을 경험을 통해서 숙지한 이사벨은 겨우 들어줄 만한 이야기가 되었다며 안도했다.

     

    “졸업과제를 모조리 공통된 목표로 퉁치고 4학년 전체가 동반졸업을 시도하게 만들면 돼요. 이러면 서로 힘을 합쳐서 훨씬 쉽게 졸업할 수 있어요.”

    “듣기에는 좋네. 예를 들면 어떤 졸업과제를 목표로 삼는 건데?”

    “마계원정대 참가라거나?”

     

    아이린이 눈을 번뜩였다.

     

    “1년 빠르게 가는 거야? 겨울이 되면 출발하는 거야? 그런 거야?”

    “근데 보통은 마계 가기 싫다고 다른 목표를 세워요. <한계돌파작전>이 평타죠.”

    “한계돌파작전…? 듣기만 하면 근트레이닝을 엄청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은데.”

    “운동이랑은 달라요. 인류한계영역을 넓히고 인류활동권을 넓히는 작업이거든요!”

    “인류한계영역을?!”

     

    인류한계영역.

    분명 인류에게는 나아갈 땅이 있음에도 더 이상 뻗어나가지 못하는 한계영역이 존재했다.

    이는 동서남북의 모든 지역과 육해공-육지 해상 공중- 전부에 해당하는 문제다.

    인류가 감당할 수 없는 마나전염병이 창궐해서.

    자연적으로 몬스터가 속출하는 위험지역이라서.

    암흑마나 농도가 지나치게 높아서.

    손꼽히는 이유는 많지만 사람들은 이를 하나로 축약하여 부르기도 한다.

     

    “마나재해를 극복한다고?”

     

    고위계 실력자들의 충돌로 시작된 마나재해.

    이를 바로잡고 안정적인 환경을 재구축한다.

    공통졸업과제에 손꼽힌다고 해도 저절로 수긍이 가는 문제였다.

     

    “그런 굉장한 일을 선배들이 하려고 할까? 듣기만 해도 막막하고 한숨이 나오는데.”

     

    선배들도 사람이다.

    쉬운 날먹 졸업과제를 놔두고 굳이 어렵고 힘든 동반졸업과제에 도전하고 싶을 리가 없었다.

     

    “그거야 간단하죠! 졸업과제는 동반졸업과제가 아닌 이상, 보통 중복이 불가능하거든요. 그러니까 졸업과제를 먼저 깨버리면 돼요!”

    “누가?”

    “우리가요?”

    “…”

     

    오크노디는 분노한 이사벨의 의자빙글빙글 10배속형에 처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려운 졸업과제를 시키는 법 : 쉬운 졸업과제를 먼저 다 깨버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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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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