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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2

       “빌어먹을, 오늘도 자리가 없잖아? 어이, 매트! 자리 좀 만들어줘!”

       “자리를 원하면 네가 직접 의자랑 책상을 가지고 오든가, 왜 바쁜데 지랄이야!”

       “손님한테 말하는 버릇이 뭐야!”

       “너 같은 비렁뱅이는 내 손님이 아니니까, 썩 꺼져!”

       “이 새끼가…!”

         

       손님으로 보이는 이와 가게 주인으로 보이는 이가 다툼을 벌였지만,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이런 일은 일상다반사였기에.

       도리어 저러한 다툼을 구경거리 삼아 즐기는 이들이 있을 뿐.

       

       퍼블릭 하우스(Public House).

         

       대중적인 공간이자, 평민들이 자주 애용하는 일종의 술집이자 여인숙의 역할을 수행하는 가게였다.

       짧게 줄여 ‘펍(Pub)’이라 부르는 이들이 더 많기도 했고.

         

       항상 문전성시를 이루며 시끌벅적한 펍이었고, 밤이 깊어도 취객들이 몰려들기에 고성과 싸움이 멈추지 않는 장소이지만, 다행스럽게도 불상사가 일어나는 일은 적었다.

         

       그도 그럴 게.

         

       “어이, 싸우는 건 상관없는데, 길드만 안 나오게 해. 그럼 너만 손해야.”

       “…….”

         

       펍과 같은 곳은 대부분 길드의 산하 기관 중 하나인 경우가 대다수이기에.

       그렇기에 다툼이 벌어져도 조용히 끝나는 게 상식적이다.

         

       “쳇, 내가 봐준다. 더럽게 맛없는 밥이나 줘봐.”

       “…이 새끼는 주먹을 부르는 말만 하는군.”

         

       또한 맛은 보장 못 하지만, 싼 가격에 든든한 한 끼를 먹을 수 있고, 술이나 커피도 저렴하니 펍의 주인과 척을 지는 것이 도리어 손해다.

       이를 알기에 대충 팁으로 사과를 건네는 어느 목수였고, 사람들은 한 순간에 끝나버린 여흥을 마주하며 맥이 빠진다는 듯 김빠진 싸구려 라거(Lager)를 마셨다.

         

       그런 시끌벅적한 와중, 나름 돈만 주면 아늑히 술 한 잔을 기울일 수 있는 펍의 3층 라운지에서 두 사람이 술잔을 나누었다.

         

       아, 정확히는.

         

       “어딜 술을 마시려고.”

       “저, 저도 성인인데요?”

       “성인이겠지, 다만, 학술원 생도는 졸업할 때까지 음주가무 다 금지인 거 몰라? 감히 교관 앞에서 교칙을 깨려 하다니, 배짱도 좋군.”

       “…너무하십니다.”

         

       남성 홀로 술을 시킬 뿐, 숫기 없는 소년은 울상을 지으며 오렌지 주스만 훌쩍여야 했다.

       술이 앞에 있는데, 주스나 마셔야 하다니, 이토록 서러울 수가 없-.

         

       “-어? 맛있네?”

         

       울상을 짓는 것도 잠시, 오렌지 주스가 산뜻하면서도 시원하다.

       즉, 상상 이상으로 맛있다는 뜻이다.

         

       싸구려만 파는 곳이 아니었는가?

         

       남성, 이한은 놀란 표정을 지은 그를 피식 바라보며 말했다.

         

       “이 펍이 좋은 이유가 돈만 내면 상당히 괜찮은 물건을 준다는 거다. 그 오렌지 주스에 쓰인 재료들도 나름 남부에서 공수한 걸 내와서 제법 남다르지. 술은 못 마시지만 아쉬움을 달랠 정도는 될 거다.”

       “대박이네요.”

       “왕국 식문화가 상당히 좋은 편이지, 그래선지 술도 특히 더 맛있다. 나중에 졸업하면 꼭 마셔봐라.”

       “…꿀꺽.”

       “자식, 술꾼이었구먼.”

         

       보기와 달리 술맛을 아나 보다.

       하긴, 저런 속내를 제대로 못 털어놓는 타입이 술로 스트레스를 푸는 경우도 있으니, 이상할 건 아니리라.

         

       ‘한 잔은 마시게 해줄 걸 그랬나?’

         

       …으음, 아니다. 이게 맞는 것 같다.

         

       그나 저 녀석이나, 입장이란 게 있는 바.

       함부로 흠 잡힐 행동은 처음부터 안 하는 게 옳으리라.

       이한은 애써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잡고 에일을 들이켰다.

         

       풍부한 보리의 향과 진함.

       보리도 상품(上品)의 것을 썼으며, 희석시키지 않은지라 더할 나위 없이 맛이 풍부하다.

       흔히 전생에 마시던 맥주보다 딱 5배는 더 맛있다.

         

       ‘다른 건 모르겠는데, 왕국이 맥주는 진짜 잘 만들어.’

         

       역시 오크통에서 제대로 숙성된 에일(Ale)은 훌륭했다.

         

       “역시 난 라거보단 에일이 입에 맞네.”

         

       라거보다 청량감은 적지만, 은은한 과일향이 올라와 이한은 에일을 더 선호하는 편이었다.

       뭐, 결국 어느 쪽이건 돈값을 하는 거겠지만.

         

       “너,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니세요? 3층 라운지면 가격도 제법 나갈 거고, 시켜야 하는 메뉴도 비쌀 텐데….”

       “대신 그만한 가치가 있지. 조용하고,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고.”

         

       1,2층과 달리 3층은 어느 정도 가격이 비싸지만, 그만큼 값을 한다.

       만약 1,2층에서 마셨다면 미지근하고 물이 섞인 맥주로 입맛을 버릴 대로 버렸겠지.

       그럴 바에야 돈 좀 내고 좋은 걸 먹는 게 낫다.

         

       “내가 돈 안 아끼는 것 중 두 개가 장비랑 먹을 거다. 그러니 너도 든든히 먹어라. 오늘은 내가 쏘는 거니까.”

       “…감사히 먹을게요.”

       “감사하긴, 내가 고마워서 사는 건데.”

       “하하….”

         

       데릭은 어설프게 웃으며 자신을 잘 대해주는 이한이 어색할 따름이었다.

       나름 비약을 만들어준 고마움을 표현하는 방식임을 알기에 거절하기도 뭐하다.

       솔직히 집으로 가 당장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래도 괜찮긴 하네.’

         

       음식도 그렇고, 분위기도 그렇고.

       썩 나쁘지 않았다.

         

       그동안 바빴던 삶에서 이러한 여유를 가진 적도 드물었으니 말이다.

         

       “자, 먹고 싶은 거 다 시켜라. 오늘 내 지갑은 두둑하니까.”

       “…그, 그럼 몇 개만 더.”

       “그래, 그래.”

         

       흐뭇한 시선이 느껴진다.

       자신이 먹는 것만으로도 배가 불러진다는 시선.

       데릭은 꿀이 뚝뚝 떨어지는 시선을 마주하며 그가 자신에게 상당히 고마움을 느낀다는 걸 느꼈다.

         

       비약이 그토록 마음에 들었음일까?

         

       ‘시, 신경 쓰긴 했지.’

         

       비약을 제조한 당사자로서 만족스러우면서도 쑥스럽기도 하다.

       그 또한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인데, 말이-.

         

       “-하하.”

         

       흠칫…!!

         

       순간 데릭은 서늘함을 느끼며 몸을 떨었다.

         

       ‘뭐, 뭐지?’

         

       만족스럽게 웃는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오한이 등골을 스쳐 지난 것이다.

         

       도적 스킬, [위기감지]가 미치도록 경고신호를 보낸다…!

         

       마치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의 눈을 마주한다면 이러할까 싶었고, 데릭은 이와 비슷한 감각을 어디선가 느낀 적이 있음을 떠올렸다.

         

       ‘이, 이 느낌을 내가 어디서 받았었더라?’

         

       마냥 고마움을 전하려는 대접이 아닌, 무슨 꿍꿍이가 느껴지는 대접.

       찜찜한 속에서 뇌리 한구석에 잠들어 있던 기억을 스멀스멀 떠올린다.

         

       ‘……아.’

         

       그리고 문득 기억났다.

       이 느낌을 언제 받았었는지.

       다름 아닌, 전생에 일병을 달았을 때 즈음….

         

       ‘주, 주임원사님이 나 전문하사 해볼 생각 없냐고 갈빗집 데리고 갔을 때 분명…!?’

         

       주륵…!

         

       데릭은 어느 순간 식은땀을 흥건하게 흘렸다.

         

       …왠지 지금, 자처해서 호굴로 들어온 기분인지라.

         

       ‘수, 술을 못 마셔서 다행이야.’

         

       데릭은 술을 안 마시길 천만다행이라며 안도하였다.

       자칫 그대로 호굴에 삼켜질 뻔한 상황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었기에.

         

         

         

       그리고 어떻게 조교로 부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꿍꿍이를 품었던 교관은….

         

       ‘소심이 이 녀석,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는 게 도망갈 궁리를 하는 것 같은데…, 쩝, 눈치 깠구먼.’

         

       …하여튼.

         

       ‘이래서 눈치 좋은 꼬맹이는….’

         

         

       교관은 실망했다!

         

       * * *

         

       …불온(?)한 목적이 있긴 했지만, 어찌됐건 간에 음식은 맛있었다.

         

       감바스나 질 좋은 문어 요리, 로스트 비프와 같은 고기 요리까지.

       펍에서 나왔다고 생각할 수 없는 질 좋고 맛있는 식사이자 안주가 아닐 수 없다.

       허나 이한은 에일을 딱 두 잔만 마시고, 세 잔 이상 마시지 않았다.

         

       생긴 것만 보면 오크 통 하나를 통째로 비울 것 같은 양반이 왜 두 잔만 마시나 물어보니.

         

       “술은 가볍게 즐기기만 하면 그만이지. 뭣보다 대작할 사람이 없으니 두 잔으로도 충분하다.”

       “…으음.”

         

       나름 타당한 답변.

       술을 궤짝 째로 마시는 문화에 찌들린 소년은 묘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생각보다 더 건전한 그의 모습을 확인하고 있자니, 다시금 동향 사람이란 생각이 들지 않아서.

         

       ‘지, 진짜 무림인은 아니겠지?’

         

       그럼 너무 혼종인 게 아닐까 싶은 헛생각마저 들며 데릭은 침음을 삼키고 말았다.

         

       “뭘 그렇게 시원찮게 먹고 있냐? 팍팍 먹어, 팍팍.”

       “…아, 예에.”

         

       이렇게 오지랖 부리며 음식을 권하는 걸 보면 동향인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 이것도 헛생각이지.’

         

       데릭은 자신이 너무 지금 그의 행동을 모두 과민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인정했다.

         

       처음으로 만났을지 모르는…, 처한 ‘입장’이 비슷할지도 모르는 사람.

       하여 들뜬 나머지 사소한 행동에마저 의미를 부여하려고 한다.

       이는 병이었다.

         

       [과함]이란 이름을 가진 병.

         

       ‘지금은 딱히 의미를 두지 말자.’

         

       그가 동향인이라 한들, 지금 그들의 입장은 달라질 것이 없다.

       만약 그가 동향인 티를 팍팍 내며 먼저 속내를 밝히면 모르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지 않은가?

         

       …자신이 먼저 속내를 밝힐 만한 용기는 없었고 말이다.

         

       이럴 때면 참 제 성격이 싫다.

         

       ‘난 왜 이렇게 답답할까?’

         

       데릭은 울상을 지었다.

         

       “…혼자 잘도 노는군.”

       “!?!!”

       “고민하다가, 미간을 찌푸리다가, 갑자기 울상이라니…. 누가 보면 조현병으로 의심할 법한 상태군.”

       “아, 아닙니다, 그런 거!”

       “아니긴, 지금 네 상태만 보면 딱 조현병 초기다. 만약 위험한 거면 말하도록, 교관이 뒤통수를 힘껏 때려주마.”

       “…그랬다간 반대로 머리가 터져 죽지 않을까요…?”

       “힘 조절에는 자신이 있다. 머리만 딱 고쳐주마.”

       “……설혹 조현병이 생겨도 그냥 신전 갈래요, 전.”

         

       데릭은 진심이었다.

         

       민간치료법을 믿느니 그냥 신전을 믿고 말지.

         

       “뭐, 괜찮다면 다행이지만. 머리가 복잡하다면 타인에게 털어놓는 것도 답이 될 때가 있다. 본 교관에게 상담을 해도 괜찮고, 네 여자 친구에게 털어놓아도 괜찮을 테지.”

       “카, 카린 영애님과 저는 그런 사이가 아닙니다!”

       “…딱히 보라돌이를 콕 짚지 않았다만?”

       “!!?”

       “음, 솔로 앞에서 염장질은 적당히 하도록. 본 교관의 주먹이 치료의 수단이 아니라 응징의 수단이 될 수도 있으니.”

       “그, 그런 거 정말 아닌데…….”

         

       말꼬리를 흐리며 데릭은 제 진솔함을 뱉어냈지만, 그는 영 믿지 않는 기색이었고, 입꼬리마저 살며시 올라가 있었다.

         

       약점 하나가 잡혔다는 사실에 데릭은 그만 울상을 짓고 말았다.

         

       그때.

         

       “-그래도 방금 한 말은 진담이다. 머리가 복잡하다면 털어놓는 상대가 있는 것은 좋다. 너무 혼자 끙끙 앓는 건 그다지 추천하지 않으니까.”

         

       “……”

         

       사내의 진지한 조언.

         

       그건 저보다 좀 오래 살았다고 해주는 조언이 아니라, 앞서 그와 비슷한 삶을 살았던 이가 해줄 수 있는 경험에 의한 조언이라고…..

       데릭은 생각하고 말았다.

         

       그 정도로 가슴을 울리는 절절함이 느껴졌으니까.

         

       참으로….

         

       ‘뭐하던 분이었을까?’

         

       데릭은 타인의 과거가 이토록 궁금해지는 것도 신기하다며 눈을 끔뻑였다.

         

         

         

         

       …한편, 그의 과거를 상당히 궁금해 하는 데릭의 생각도 모른 채, 이한은 물을 입에 머금으며 눈을 가늘게 떴다.

         

       ‘쩝, 이 가게도 앞으로 못 오겠구먼.’

         

       이한은 1,2층을 빼곡하게 채운 인기척을 느끼며 고개를 저었다.

         

       누군가는 평범하게 손님이 많을 뿐인 게 아니냐 싶을 것이고, 혹 그가 사람 많은 게 싫어서 이러나 싶을 수도 있지만.

       그런 이유 때문에 그가 괜히 단골을 바꾸려는 게 아니었다.

         

       ‘쥐새끼투성이네, 이거.’

         

       1,2층에서 느껴지는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놈들 중 반절.

       그 반절에서 하나같이 어색함이 느껴진다.

         

       일부러 가게 주인과 싸우는 놈들부터 시작하여, 어색할 정도로 크게 대화하는 놈들까지 참으로 많기도 하다.

         

       그리고 그들 전부가 모두 자신의 움직임에 집중하여 귀를 기울이고 있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했었나?

         

       딱 이를 실천하는 쥐새끼들이었다.

         

       ‘…거슬리네.’

         

       오늘 태창이 녀석과는 제법 진지한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술도 들어갔으니 큰마음 먹고 ‘이 세계관’에 대한 얘기나, 그도 아니면 ‘전생’이나 ‘빙의’에 대한 얘기까지 깊게 파고들고 싶었던 바.

         

       그래서 돈 좀 써서 라운지에다 자리까지 잡았는데….

         

       ‘당분간 어디 가서 떠들지도 못하겠군.’

         

       지금 상태론 어딜 가도 떠들면 안 되겠다.

       설사 집이라도 안심할 수 없다.

       정보원 중에는 [신비 보유자]가 있을 경우가 있으며, 참새나 고양이의 귀를 빌리는 신비도 있다 들었으니까.

         

       ‘이래서 관심이 무서운 건가.’

         

       전날 이한의 이름값이 높아지면서 아무래도 그에 대한 관심사가 커진 바.

       하여 이토록 같잖게 그를 파악하려는 놈들이 늘어난 것일 터다.

         

       그리고 대충 이따위로 간을 보려는 놈들이 누구인지는 가늠이 간다.

         

       ‘정보 길드.’

         

       더 나아가선 [길드 총합]이 나선 게 아닐까 싶다.

         

       툭툭.

         

       이한은 식탁을 가볍게 치며 고심했다.

       이 같잖은 것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싶어서.

         

       ‘……조질까?’

         

       안 그래도 실전 테스트가 필요하긴 했다.

       몸 상태가 얼마나 바뀐지 확인할 겸, 칼부림을 부리는 것도 좋겠지.

         

       이한은 슬그머니 품안에 넣어놓은 손도끼의 촉감에 집중했다.

       언제라도 뽑을 수 있도록 촉각을 곤두세운 예민한 감각.

         

       점차 기세가 들끓으려 하는 와중….

         

       “…응?”

         

       ─그는 예상치 못한 인물의 등장에 눈을 끔뻑거리고 말았다.

         

       그의 감각이 잘못된 게 아닐까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그의 감각은 3km 밖에서도 상대의 체취를 구별해내는 마약견과 같은 성능을 자랑했다.

         

       그렇게 그는 멍하니 이 펍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물의 등장에 입을 멍하니 벌리며.

         

       “…곰순아?”

         

       동공지진이 일어났다.

         

         

       레비 폴트.

         

       우등생 소녀의 기척을 느끼며 이한은 드물게 당황했다.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It Was a Romance Fantasy?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It Was a Romance Fantasy?

환생 30년, 알고 보니 장르가 로판이었다?
Status: Ongoing Author: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the genre was romance fantasy? ...Really, how? I lived as a magician's slave, experimented on, then as an assassin, mercenary, soldier, and even a knight. This is a story where I'm in a genre all by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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