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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2

   EP.82

     

   띠링.

     

   [대장전을 진행합니다.]

     

   —

   『대장전』

     

   임무 : 모든 적을 쓰러뜨리고 최후의 1인이 되십시오.

   —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 너머로 적색 갑옷을 입은 기사가 중단세를 취한다.

   그리고 그 옆에서 어깨를 나란히 한 청색 어인이 기다란 창을 꺼내 나를 겨누니, 괜스레 정겨운 색의 조합이 떠올라 기분이 묘해졌다.

     

   ‘선수를 쳐야 하나?’

     

   상대는 둘이다.

   심지어 어중간한 상대가 아닌, 한 좌표의 대표라 불릴 자격이 있는 대장격의 인물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 둘이 합격술을 펼치기에는 아직 서로의 능력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것에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후발선제(後發先制).’

     

   상대의 움직임을 보고 하나씩 제압해 나가는 것이 옳은 판단이 아닐까 싶었다.

   둘은 서로 합을 맞출 생각이 딱히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각자가 나를 향해 사력을 다한 맹공을 퍼붓지도 않을 것.

     

   저 둘도 결국 나를 쓰러뜨린 이후에는 서로의 목을 노려 병장기를 휘둘러야 한다.

   그것을 알고 있는 두 사람은 체력을 안배하기 위해 애를 쓸 것이고 나는 그 틈을 노리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스스슷.

     

   랜든이 검을 들어 자신의 가슴 앞으로 가져갔다.

   한기의 기사일 개인전 당시에는 보지 못했던 그의 검술. 무림의 검법을 제외하고는 마땅한 고수의 검을 본 적이 없었다.

     

   그가 천천히 발을 뒤로 끌어 흔들리는 물 위에서 균형을 잡는다.

   검을 잡은 손은 비틀어진 허리를 지나 뒤로, 검 끝은 정면을 향해 나를 가리킨 채, 자세를 낮춘다.

     

   당장에라도 도약할 것만 같은 기세.

   그리고 그가 검을 내지르는 순간, 나는 그의 검이 거친 기세를 몰아 나에게 날아드는 것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쿠화아아악!

     

   월광검법 4식인 반월참과 흡사한 공격.

   거대한 붉은 검기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나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자 나는 검을 앞으로 휘둘러 날아드는 검기의 경로를 강하게 비틀었다.

     

   촤아아악!

     

   나의 검에 의해 우측으로 틀어진 검기가 잔잔하던 호수를 길게 그어낸다.

   거리가 멀어질수록 빠르게 사그라져가는 랜든의 검기, 그리고 나는 그 한 번의 공격으로 나의 추측이 정확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역시.’

     

   랜든은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방심하기에는 일렀다. 그저 내가 그의 힘을 가늠해 보듯 랜든 또한 나의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가볍게 수를 던진 것일 수 있었으니.

     

   랜든의 공격이 있은 후에 기다렸다는 듯, 청린이 물 안으로 들어간다.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지금 이곳이 땅이 아닌 물이라는 사실. 그리고 어인은 땅보다 물에서 더욱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종족이었다.

     

   쏴아아!

     

   발밑에서 강하게 물살을 가르는 소음이 들려왔다.

   랜든의 공격으로 휘청거린 호수의 표면이 점차 꿀렁거리며 작은 소용돌이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잠시 후, 그 소용돌이의 중심에서 나타난 검은 그림자가 점차 그 크기를 키워나갔다.

     

   무림에서 다양한 검을 봤었지만 땅을 치고 올라오는 검로는 흔하지 않았다.

   그런 만큼 나에게는 다소 낯선 공격.

     

   나는 검을 들었다.

   그리고 그림자의 중심부, 나의 목덜미를 물어뜯을 것 같은 살기를 풀풀 풍기는 방향을 향해 검을 내려찍었다.

     

   월광검법 제일식 月光劍法 第一式

   신월 新月

     

   월광검법의 첫 초식이 수면 아래의 그림자와 충돌하며 작은 폭풍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일대일의 결투를 벌이던 중이 아니라는 것.

     

   피이잉-

     

   정면에서 날카로운 파공음이 들려왔다.

   나에게 달려드는 랜든의 신형. 육탄전은 되도록 피할 것이라 여겼던 그가 검을 빼어 들자 나는 아래로 내려찍은 검을 들어 정면으로 휘둘렀다.

     

   “그대는 경험이 부족하군…!”

     

   나를 향해 달려들던 랜든이 묘한 미소를 지었다.

   애매하게 검이 닿지 않는 거리. 그가 보기에 내가 방어를 위해 휘두른 검은, 마음이 앞선 하수가 저지른 치명적인 실수로 보였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넌 오만하네.”

     

   나에게는 ‘빠른 납득’이라는 사기적인 패시브 스킬이 있었다.

   전투 도중 당황하지 않을뿐더러 그 어떤 치명적인 상처를 입어도 동요하지 않는다.

     

   그런 내가 당황해서 검을 무작정 휘둘렀다?

     

   “그대는 상대의 검을 끝까지 보는 습관을 길러야……”

     

   나를 향해 검을 휘두르던 랜든의 입이 다물어지며 낯빛이 창백해졌다.

   지금 저지른 것이 본인의 실수인 것을 깨달은 모양.

     

   나의 앞으로 자잘한 얼음 조각이 뭉치기 시작한다.

   나와 랜든의 거리는 고작해야 열 걸음 남짓. 그리고 초인이 된 지금, 그 거리는 단 한 번의 도약으로도 좁혀질 만큼 짧은 거리였다.

     

   [‘아이스 스피어(B+)’를 사용합니다.]

     

   쐐애액!

     

   코앞에 생성된 기다란 얼음 창이 냉기를 흩뿌리며 적색 기사에게 날아든다.

   피할 길은 없었다. 그렇다고 막기에는 얼음 창에 들어간 마력이 생각보다 진했다.

     

   하지만 그때.

     

   촤아아악!

     

   나의 발밑에서부터 터져 나온 물줄기가 얼음 창을 뒤덮었다.

     

   순식간에 얼어붙은 물기둥이 자연스럽게 얼음 창을 멈춰 세웠다.

   마력이 많이 들어간 덕분에 위력은 강했지만, 그 탓에 창의 경로를 막은 물이 순식간에 얼어붙어 버린 상황.

     

   도중에 멈춰버린 창과 눈꽃이 되어 버린 물안개가 자욱이 얼어붙으며 장관을 연출한다.

     

   마치 세상이 얼어붙어 버린 것만 같은 착각.

   이제는 덩어리가 되어 버린 얼음결정체 앞의 랜든은 공중을 반 바퀴 돌며 있는 힘껏 얼음을 박찼다.

     

   터엉!

     

   “아니, 왜 합이 맞는데!”

     

   번쩍이는 햇빛 아래로 보이는 적색 기사의 신형이 나를 향해 검을 휘두른다.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형식의 검.

   붉은 기운이 넘실거리는 그의 공격에, 나는 검 끝에 공력을 모아 공중으로 퍼부었다.

     

   월광검법 제이식 月光劍法 第二式

   황홀경 怳惚境

     

   수십 갈래로 갈라진 빛의 검기가 적색 기사 하나를 조준해 날카롭게 쏘아진다.

     

   ‘위험하다…!’

     

   피하기도 애매했다.

   그렇다고 맞받아치기에는 공력을 모으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걸 어떻……

     

   쩌적.

     

   “응?”

     

   발아래에서 익숙한 균열 소리가 들려왔다.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 마력을 급하게 뽑아서 사용한 탓에 디디고 있던 얼음이 녹아버린 것이었다.

     

   첨벙!

     

   위로 쏘아낸 검기의 반발력을 이기지 못한 얼음이 깨지며 나는 물로 직행했다.

   하지만 이것은 기회. 오히려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목표물을 겨냥했던 랜든의 검이 타이밍을 잃었고 나는 그 틈을 타, 발에 공력을 집중시켰다.

     

   추뢰신법 追雷身法

     

   독은 가까이서 암기는 멀리서를 실천하기에 아주 좋은 사천당문의 보법.

   그 말인 즉, 원래 추뢰신법은 도망을 잘 가라고 만들어 놓은 보법이라는 말이었다.

     

   투우웅-!!!

     

   발에 실린 공력이 물을 격하게 밀쳐 내며 몸을 뒤로 밀어냈다.

   순식간에 내가 있던 자리를 갈라내는 붉은 검기가 시야에 잡히자 나는 빠르게 발을 굴려 물 밖으로 몸을 튕겨 냈다.

     

   촤아악!

     

   “쿨럭! 쿨럭!”

     

   갑작스러운 상황에 호수의 물이 폐로 들어간 것인지 거친 기침이 토해진다.

   목숨이 오락가락한 상황에 우연으로 랜든의 공격을 피한 상황. 얼음이 깨지지 않았다면 반드시 죽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한 기분이 든다. 그런데.

     

   “……젠장, 생각보다 훨씬 괴물이군.”

   “이 싸움 어렵겠어……”

     

   랜든과 청린이 전투가 시작되기 이전보다 훨씬 깊은 경계심을 담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게다가.

     

   “와…… 예술이네 아주…”

   “저게 말이 돼? 저게 나랑 같은 사람의 움직임이라고?”

   “…근데 지금 물 위에 서 있는 거야? 어떻게?”

     

   지구의 좌표를 포함해 다른 좌표의 플레이어들도 조금 전의 움직임에 대해 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이게 되네.’

     

   수상비(水上飛).

     

   나는 자연스럽게 얼음이 아닌 물을 밟고 서 있었다.

   연잎을 밟고 물 위를 거닌다는 등평도수의 상승 무공이며 허공을 밟듯 하늘을 내달린다는 허공답보의 기초가 되는 경공.

     

   2층 무림 당시, 당휘소가 추뢰신법을 알려주며 언급했던 상승 경지였다.

     

   “……”

     

   나는 입을 다물었다.

   아까 상황은 그저 운이 좋았던 것이었지만, 저 둘이 나의 무위에 대해 착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랬기에 두 사람의 대화는 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 갔다.

     

   “이 전투 오래 끌면 안 되겠군…”

   “나 또한 동감이야.”

   “그럼……

     

   둘이 무언가 짧은 대화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아마도 서로 힘을 아끼지 말고 나를 제압하자는 대화를 나눈 모양.

     

   ‘오히려 다행인가?’

     

   저 두 사람이 너무 몸을 사리는 것은 나에게 좋지 않았다.

   서로의 무위가 어떻든 결국에는 1:2의 싸움. 여러 합을 치고받다 보면 결국에 먼저 지쳐 떨어지는 건 저 둘이 아닌 내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저 두 사람이 나의 실력을 착각한 탓에 빠르게 싸움이 마무리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휙휙!

     

   나는 머리를 세게 가로저어 물기를 털어냈다.

   최대한 빠르게 전투를 끝맺으려는 둘. 지금부터 들어올 공격이 진짜 전력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면 나도 최선을 다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 나는 품 안에 들어 있던 보물 두 가지를 떠올렸다.

     

   [한기의 심장(S)]

   [열화의 호흡(S)]

     

   이 두 가지 물건은 사기적인 효과를 보였지만, 능력치가 부족한 상태로 사용했을 때 정신적인 문제를 가져 왔다.

     

   피폐해지는 정신.

   정신이 조작되듯 그저 보물에 대한 탐욕만이 가득해지고 파괴에 대한 본능이 극대화된다.

     

   하지만 지금은.

     

   [근력 Lv.42]

   [민첩 Lv.42]

   [체력 Lv.40]

   [마력 Lv.46]

     

   깃발의 효과와 보물들의 효과로 인해 능력치가 치솟아 있었다.

     

   ‘가능할 것 같다.’

     

   불과 얼음의 조화.

     

   멀리서 무기를 고쳐 잡는 랜든과 청린이 시야에 들어온다.

   무언가 큰 기술을 준비하기 위해 마력을 끌어 모으는 둘.

     

   나는 검을 들어 넘실거리는 마력을 가만히 느꼈다.

     

   [‘칠링 실드(B)’]를 발동합니다.]

   [‘염화(A)’를 발동합니다.]

     

   둘을 한순간에 제압하기 위한 압도적인 힘.

   기회는 단 한 번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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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You to Climb the Tower? 누가 탑 오르라고 협박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sudden message arrived, heralding the end of humanity.

[Climb the tower. If you refuse, you will die.]

We are being threatened by a mysterious 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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