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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2

       으르릉.

       레비나스가 권아린을 향해 끊임없이 위협적인 행동을 했다.

       발을 동동 굴리거나 간식인 당근을 콱콱 깨무는 느낌으로.

       

       그런 레비나스의 행동을 지켜보던 소피아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겨울아, 아가는 또 왜 저렇게 화가 났느냐?”

       

       “괴롭힘을 받고 있다 생각하나 봐요.”

       

       “···그렇구나.”

       

       소피아가 권아린을 보며 무언가 납득했고, 레비나스가 경계하는 눈빛으로 권아린을 노려보았다.

       미미하지만, 야성이 느껴질 정도였다. 

       

       “너, 쪼꼬 먹어봤냐?!”

       

       “으, 응. 먹어봤지.”

       

       “그, 그래?! 몇 개나 먹어봤냐?!”

       

       살면서 먹어본 초콜릿의 개수로 우열을 가리려고 했던 걸까?

       잘못된 선택을 한 레비나스가 안타까웠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우리보다는 초콜릿을 많이 먹어 보았을 게 분명했다.

       

       “글쎄···? 너무 많아서 다 세기는 힘들지 않을까···?”

       

       “마, 많냐?”

       

       “응···”

       

       권아린이 고개를 끄덕이자, 레비나스가 놀란 모습을 보였다.

       레비나스는 잠시 굳어있더니, 꿀꺽 침을 삼키고는 입을 열었다.

       

       “그, 그럼 백화점은 가봤냐?”

       

       “응. 백화점 가봤지.”

       

       “···몇 번이나 가봤냐?”

       

       “글쎄···? 그것도 세기 힘들지 않을까···?”

       

       세기 힘들 만큼 백화점을 많이 가봤다.

       그 사실이 충격적이었는지, 레비나스가 내게 달려와 귓가에 속삭였다.

       

       “왕아, 큰일 났다···! 레비나스가 이길 수 있는 게 없어···!”

       

       “응. 엄청난 부자인가 봐.”

       

       초콜릿은 그렇다 쳐도 백화점을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가 봤다니.

       지금의 나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힝··· 레비나스는 최강지존권아린만큼은 이기고 싶었는데···”

       

       레비나스가 절망하듯 어깨를 떨궜다.

       힘없는 그녀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레비나스가 아직 어려서 그래. 원래 애들은 경험으로 어른을 이기기 힘든 법이거든.”

       

       “그러냐···? 근데 왕은 어른도 이길 수 있지 않냐···?”

       

       “그, 글쎄···?”

       

       나도 어른이니까.

       어느 부분에서는 이길수야 있을 테지.

       다만, 굳이 누군가와 싸워서 이기고 싶진 않았다.

       

       “왕아, 왕이가 최강지존권아린을 이겨주면 안 되냐?”

       

       레비나스가 애원하는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거절하기 힘든 눈망울에 시선을 돌리고 말았다.

       

       “난 싸우는 거 싫은데···”

       

       “···하긴, 왕이가 싸우면 지존최강권아린이가 죽을 수도 있으니까.”

       

       죽는다는 말을 들은 건지, 권아린이 움찔 몸을 떨었다.

       그녀의 시선이 내 등에 메인 활을 향해 있었다.

       

       “저, 저기, 전부 내가 잘못했으니까···”

       

       권아린이 우리를 향해 천천히 다가오자, 레비나스가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레비나스의 손에 붙잡혀 있던 나도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지존최강권아린, 레비나스가 진짜 미워할 거다.”

       

       “그, 그냥 권아린인데···”

       

       히잉.

       권아린이 울먹이는 소리를 냈다.

       어쩌면 레비나스가 이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그만 싸웠으면 좋겠는데.’

       

       나는 착하고 상냥한 레비나스가 좋았다.

       이런 식의 잔뜩 성이 난 레비나스를 보고 싶지는 않았다.

       

       레비나스의 야성을 잠재우려면, 권아린을 이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테지.

       물론 진짜로 싸우지는 않고, 레비나스처럼 횟수로 승부를 볼 생각이었다.

       유치하다는 건 알고 있었으나, 레비나스가 그러한 방식으로 이기려 했으니까.

       

       생각을 마친 나는 권아린을 향해 조심스레 다가섰다.

       내가 다가설 때마다 권아린이 겁에 질린 모습을 보였다.

       

       “저기요···”

       

       “응···?”

       

       “전 이번에 만화책 열 권 넘게 봤어요···”

       

       권아린을 향해 손가락 열 개를 펴 보였다.

       열 권 살짝 넘는 만화책이 내가 이번 삶에서 본 만화책의 전부였다.

       내가 굳이 만화책을 언급한 것은, 그만큼 시간적 여유가 많다는 걸 자랑하기 위함이었다.

       

       부끄러웠지만, 모든 게 레비나스를 위해서였다.

       레비나스의의 앞에서 사람과 진짜로 싸울 수는 없었으니까.

       이런 식의 ‘가벼운 다툼’정도로 승부를 보는 게 레비나스의 교육에 좋았다.

       

       “와, 나도 만화 좋아하는데.”

       

       “좋아해요?”

       

       “응. 웹툰이긴 한 데, 아마 한 달에 수백 편은 볼 거야.”

       

       “수, 수백···!”

       

       한 달에 수백 편이라니.

       잘은 모르겠지만, 만화책으로 따져도 나보다는 많을 게 분명했다.

       

       이 사람 대체 뭐지?

       백화점에 자주 갈 정도로 돈도 많으면서, 웹툰을 수백 편이나 볼 정도로 시간도 많은 건가?

       지금의 나로서는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존재였다.

       

       “일 같은 거 안 하세요···?”

       

       “아, 안 했지···?”

       

       “우와··· 일도 안 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많은 만화를 봤어요?”

       

       유산을 물려받은 건가?

       아니면 부동산 수익이라도 있는 건가?

       부자의 경험을 듣기 위해 귀를 기울였으나, 권아린은 내 시선을 피할 뿐이었다.

       

       “그, 그게···”

       

       “만화도 그렇게 많이 보는데, 어떻게 게임까지 해요?”

       

       “그··· 흑···”

       

       내가 무슨 이상한 말을 했던 걸까?

       권아린의 눈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녀의 돌발 눈물에 당황스러워하고 있으니, 소피아가 대뜸 내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겨울아, 그만 하자꾸나.”

       

       “왜, 왜요···?”

       

       “아이의 순수함이 때로는 어른을 상처입히는 법이거든.”

       

       아이의 순수함이라니.

       레비나스가 뭔가를 했었나?

       설명을 바라는 눈빛으로 소피아를 바라보았으나, 그녀의 시선은 권아린을 향해 있었다.

       

       “자네도 오해하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놀리려는 게 아니라 정말로 궁금해서 물어본 걸 테니까.”

       

       “네, 그건 저도 아는데···”

       

       권아린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냈다.

       그녀가 왜 우는지 모르는지라, 나와 레비나스는 멀뚱멀뚱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

       

       

       소피아가 권아린을 달래러 떠나가고, 나와 레비나스는 구덩이 속으로 돌아왔다.

       그때에도 레비나스는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다.

       

       “언젠가 레비나스가 최강지존권아린을 이길 거야!”

       

       “응. 근데 때리거나 하면 안 된다?”

       

       “응! 레비나스는 이제 폭력 안 써!”

       

       그것 참 다행이다.

       어른들이 교육을 잘 해줬구나.

       기쁜 마음에 레비나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순간, 누군가 구덩이를 향해 걸어왔다.

       발소리만 들어도 한여름임을 알 수 있었다.

       

       “똑똑, 계세요?”

       

       노크를 할 수 없기 때문인지, 한여름이 입으로 똑똑 소리를 냈다.

       그녀의 목소리에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렸다.

       

       “네, 저 레비나스랑 있어요.”

       

       “아하, 언니가 들어가도 될까요?”

       

       “여기 좁아서 들어오긴 힘들 거 같아요.”

       

       “그렇군요. 그럼 천장만 걷을게요.”

       

       투둑-

       천장의 나뭇가지와 풀잎을 치우고 한여름이 나타났다.

       어쩐지 조금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무슨 일이세요?”

       

       “겨울이 수입 문제로 할 얘기가 있어서.”

       

       “수입이요?”

       

       “응. 아린 씨한테 겨울이 좀 불러줄 수 있냐고 부탁했는데, 뭔 일이 있었는지 저기서 울고 계시더라고.”

       

       “아, 음···”

       

       뭔진 모르겠지만, 우리가 울렸지.

       머쓱함에 뒷목을 긁적거렸다.

       

       “겨울아, 그래서 언니랑 잠깐만 건물에서 대화 좀 나눌 수 있을까?”

       

       “네. 우리 대화 나눠요.”

       

       구덩이 아래에서 한여름을 향해 손을 뻗었다.

       구덩이가 깊어 혼자 올라가기 힘드니, 위로 올려달라는 의미였다.

       

       “헤헤, 땅굴인데 너무 아래로만 판 거 아니야?”

       

       한여름이 내 손을 잡아당기며 물었다.

       얼마나 세게 당겼는지 그녀의 품에 안길 정도였다.

       

       “그, 그게 저는 제 머리 위에 흙이 있는 게 싫어서요··· 왠지 모르게 소름이 돋아요.”

       

       “아, 응. 미안. 언니가 괜한 소리를 했다.”

       

       토닥토닥.

       한여름이 내 등을 토닥여주었다.

       뭔가 굉장히 따듯한 손길이었다.

       

       사람이랑 포옹하는 게 이렇게 행복했던 건가?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라 꼬리만 세차게 흔들고 있으니, 한여름이 나를 내려놓고는 레비나스를 향해 손을 뻗었다.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여름아, 레비나스가 아주 깊고 넓게 땅 팔 거니까, 나중에 꼭 같이 살자?”

       

       “으, 응. 그럴까?”

       

       “응!”

       

       그렇게 우리는 나란히 서서 길드 건물을 향해 걸었다.

       가는 길에 한여름이 너무 피곤해 보여서 그녀를 힐끔 올려다보았다.

       

       “저기, 괜찮아요?”

       

       “응? 뭐가?”

       

       “너무 피곤해 보여서요.”

       

       “아, 별거 아냐. 언니가 최근에 사무 일을 시작해서 그래.”

       

       사무 일?

       한여름은 육체파가 아닌가?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언니가 몸을 주로 쓰다 보니까 머리가 그리 좋지 못하거든. 그래서 사무직을 배우면서 조금씩 단련하고 있어.”

       

       “아하.”

       

       확실히.

       사무직이라면 머리를 쓰는 거니까.

       어느 정도 뇌가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을 것 같기는 했다.

       

       “그리고, 하암···”

       

       한여름이 피곤했는지, 말을 하다 말고 긴 하품을 내뱉었다.

       별거 아닌 하품에 깜짝 놀라 귀와 꼬리가 쫑긋 솟아오르고 말았다.

       

       “헉!”

       

       두려움이 밀려온다.

       너무 놀란 나머지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칠 정도였다.

       

       고작 하품을 마주했을 뿐인데, 왜 이렇게 심장이 쿵쿵 뛰는 걸까?

       가슴 위로 손을 올린 채 달려온 길을 돌아보자, 한여름이 나를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겨, 겨울아···?”

       

       “죄송해요. 하품이 너무 무서워서 그랬어요···”

       

       “하품이?”

       

       “네. 하품을 보는데, 갑자기 공격을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겁에 질린 귀와 꼬리가 축 가라앉았다.

       한여름을 바라보는 게 무서워서 눈을 내리깔 정도였다.

       

       “아··· 설마 그건가?”

       

       “뭔지 알아요?”

       

       “으, 응. 아마 하품이랑 하악이랑 비슷해서 그런 거 같은데···”

       

       하악?

       그건 대체 뭐지?

       의문스러움에 멀뚱멀뚱 한여름만 올려다볼 뿐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추천 또한 정말 감사합니다! 언제나 힘이 되네요!!

    혹시 몰라 말하는 건데! 절대로 일 안하는 분들을 비하하려는 목적은 아닙니다!!
    먼데용도 오랜 기간 자택경비원으로 지냈거든용!! 아주 행복하고 좋은 시간이었어용!!
    만약 기분이 나쁘셨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
    딩딩딩님 59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Lohun2님 귀여운 겨울이 팬아트 감사합니다!
    Lohun2님께서 소피아도 그려 주셨어요! 꼭 보러 가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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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최강 길드에 납치당했다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When I opened my eyes, I was in a den of mon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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