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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2

       83. 우인회(1)

       

       

       저택으로 복귀하고 하루 뒤.

       나는 내 방 침대에 앉아서 고민했다.

       

       다른 사람 눈에 비치는 나는 대체 어떤 사람이었을까, 하고.

       

       쓸데없는 고민이라는 건 나도 이미 알고 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쩔 수가 없었다.

       

       ‘대체 왜 다들 놀라지 않는 거지?’

       

       날개가 돋아났단 말이다.

       사람 등에 난데없이 날개가 돋아났다고!

       

       분명 한바탕 난리가 날 거라고 생각했다. 허나, 현실은 내 예상과는 달랐다.

       

       -여, 역시. 그럴 줄 알았어요!

       

       아이들은 역시 대장이라며 나를 치켜세웠다. 

       

       동경이 가득 담긴 시선.

       부담스러울 정도로 반짝반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 건 덤이었고 말이다.

       

       그 날개는 또 뭐냐고 기겁하는 아이는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단 이야기.

       

       다들 역시 그랬던 거냐는 이해못할 이야기를 떠들며 제멋대로 납득을 마쳤다.

       

       -와아!

       

       그나마 리엔이 좀 놀라긴 했지만.

       그냥 순수하게 감탄하기만 할 뿐. 

       

       마치 새로 산 옷이 잘 어울린다, 수준의 반응이었다.

       

       갑자기 이런 일이 벌어진 게 놀랍진 않냐고 물으니까, 리엔은 아주 어색하게 나에 대한 칭찬을 내뱉었다.

       

       내 말을 칭찬해달라는 이야기로 알아들은 모양.

       

       -그래서 이번에 들인 건 어떤 사람이야?

       

       화룡점정으로 시엘은 내 날개보다 내가 이번에 영입한 루시에 더 관심을 보였다.

       

       어쩌다 보니 임시보호하게 된 대규모의 검은 송곳니 군대 입단 희망자들.

       

       어째서인지 다들 그들의 교육에 열심이여서, 아이들을 포함해 시엘과 리엔까지 그곳에 가 있는 상황.

       

       시엘은 루시를 한 번 직접 만나보고 싶으니, 시간 나는 대로 이곳에 보내달라고 내게 이야기했다.

       

       무언가를 확인해야 한다는 모양.

       

       내가 당황해서는 날개가 신경쓰이지도 않냐고 물으니까, 시엘은 언제나처럼 태연하게 답했다.

       

       -모습이 어떻게 변하든, 너는 너잖아. 나한테는 그거면 충분해.

       

       네 모습이 어떻든 너를 대하는 나의 태도는 변하지 않는다는 말.

       

       따듯하긴 한데, 그게 이럴 때 할 말이 맞나 싶은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시엘은 화상 연락을 종료했다.

       

       결국 내 변화에 기겁한 사람은 루비아 씨밖에 없었다. 

       

       루비아 씨가 우리 중에서 호들갑이 엄청나게 심한 것을 감안해보자면.

       

       사실상 대부분이 이 갑작스러운 변화를 대수롭지 않게 넘긴 셈이었다.

       

       그러니 내가 당황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했다.

       

       하루아침에 날개가 돋아나도 이상하지 않을 사람이라니, 그건 대체 무슨 이미지란 말인가.

       

       대체 다들 날 어떤 식으로 바라봐왔던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아.”

       

       순간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기억들.

       

       자연스레 의문이 쏙 들어간다.

       

       나도 어느 정도 양심이라는 게 있었으니까.

       이런 취급이 이상하다고 호소하기에는 그간 저지른 일이 너무나도 많았다.

       

       사실 내가 봐도 나는 ‘하루아침에 날개가 돋아나도 이상하지 않은 부류’에 속했다.

       

       ‘…게다가 사실 따지고 보면 이쪽이 더 편하긴 하니까.’

       

       깨어나고 나서도 한참 나에게 기도를 한다든지, 몰라봐서 죄송하다고 엉엉 운다든지 하는 괴상한 행동을 벌이던 루비아 씨.

       

       사람이 난데없이 날개를 달고 나타났으니, 그런 반응이 나오는 게 정상적인 거 아닌가 싶긴 하지만.

       

       다들 그렇게 나왔다면 해명하기 꽤나 번거로웠으리라. 

       

       루비아 씨 한 명한테 변한 건 없으니 제발 평소처럼 대해 달라고 설득하는 것도 얼마나 힘들었는데.

       

       그걸 생각하면 오히려 잘 된 일일지도 몰랐다.

       

       나는 그리 결론내리며, 다시금 나의 몸상태를 점검하였다.

       

       두 쌍의 날개.

       그것이 은은하게 빛을 발산하며 제 존재감을 뽐낸다.

       

       거기에 어째서인지 왼팔에는 못 보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성흔이다.

       전작에서도 나왔던 성흔.

       

       헌데 이것도 평범한 성흔은 아니었다.

       게임에서도 최후반부에 가서야 겨우 얻을 수 있는 수준의 성흔.

       

       죽은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든 살릴 수 있을 정도의 치유력을 지녔으면서, 자기 자신에게 사용할 수 없다는 제약까지 없는 물건.

       

       사실상 치트키나 다름없는 물건이 내 손에 들어온 것이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이득이다.

       이득이긴 한데…….

       

       ‘이게 대체 왜 생긴 거냐고.’

       

       개연성이 없었다.

       

       내가 히든 던전을 클리어했다든지, 생사가 걸린 엄청난 격전을 치르고 깨달음을 얻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냥 생겼다.

       진짜 뜬금없이 날개가 돋아났길래, 혹시 다른 데도 이상이 생긴 건 아닐까 몸을 이곳저곳 확인해보니까 성흔이 있더라고.

       

       ‘기연… 이라고 보기에도 좀 뭐하잖아 이건.’

       

       기연에도 어느 정도 수고가 따르기 마련이다.

       보통 영약을 얻게 되더라도 그걸 얻기까지의 과정이 있고, 그후에도 영약을 온전히 흡수하려고 고생하지 않던가.

       

       그런데 내게 찾아온 기연에는 과정이라는 것이 없었다.

       

       ‘제왕의 격 특성이 변한 거랑 뭔가 관련이 있나? 아니면 빛의 신이랑 무슨 연관이 있는 건가?’

       

       그것이 신경쓰여서 이런저런 가설을 내놓아 봤지만.

       

       결국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당연한 이야기다.

       아무리 그럴싸한 가설을 세워보면 뭐해. 그걸 검증할 방법이 없는데.

       

       상태창, 하고 읊조려 보아도 떠오르는 건 쓸데없는 화면이다.

       

       이젠 친숙함까지 느껴지는 깨진 글자들.

       

       보통 뭔가 성장하거나, 새로운 힘 비스무리한 걸 얻었을 땐 상태창이라도 확인하며 정리하는 것이 정석일 터인데.

       

       스테이터스나 보유 특성 같은 것을 친절하게 나열해주는 일 따윈 벌어지지 않았다.

       

       내 상태를 알 수 없는 상태창이라니.

       참 아이러니하기 그지없었다.

       

       결국 이 난데없는 변화의 원인을 찾아내는 건 막막해 보이는 상황. 자연스레 한숨이 미어져나왔다.

       

       일단 내게 이득이 된 건 사실이니까. 배부른 투정을 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역시 조금 찜찜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기에 이걸 대체 어쩌면 좋을지,

       나는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섰다.

       

       원인을 찾아내는 게 불가능하다고 해서 가만히 앉아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할 수 있는 건 뭐라도 해보는 것이 나았다.

       

       다시 말해서,

       힘을 시험해볼 시간이었다.

       

       *****

       

       루비아 씨의 저택 옆에 위치한 연무장.

       아이들의 훈련을 위해 마련된 장소.

       

       나는 그곳의 문을 열어젖혔다.

       

       ‘전에 봤을 때보다 넓어진 느낌이네.’

       

       항상 아이들로 가득찼던 모습만 보아서 그런가. 아무도 없는 연무장은 생각보다 넓어 보였다.

       

       지금의 나에게 있어서는 잘 된 일일지도 모르겠다.

       

       뭔가 시험해볼 거라면, 일단 주변에 휘말릴 사람이 없는 쪽이 더 나을 테니까.

       

       ‘…이건 좀 호들갑인가?’

       

       내가 무슨 리엔도 아니고.

       힘을 좀 시험해본다고 해서 주변인이 휘말릴 가능성은 없었다.

       

       영약으로 기반을 다지긴 했지만, 강하다고 하기에도 약하다고 하기에도 애매한 수준.

       

       동료를 떼어놓고 보면 먼치킨에는 못 미치지만, 또 약하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는 어중간한 상태.

       

       그것이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의 내 실력이였으니까.

       

       ‘확실히 이번에 좀 변화가 있긴 했는데.’

       

       그것이 전투력의 상승으로 이어졌을 거라고는 단언할 수 없었다.

       

       애초에 신성력이라는 것은 치유와 퇴마에 특화된 힘.

       

       성전기사단이 강한 것은, 신성력과 마력을 동시에 사용하기 때문이다.

       

       같은 경지라면 재생력이 달려 있는 쪽이 훨씬 더 강한 건 당연한 이야기 아니던가.

       

       ‘기대는 안 하는 게 좋겠지.’

       

       기대를 하니까 배신을 당하는 것이다. 애초에 기대를 하지 않으면 배신당할 일도 없었다.

       

       나는 그 격언을 다시 마음에 새기면서 창고에서 목각인형을 꺼내왔다.

       

       실전 훈련용 마도구.

       사실 창고를 뒤져보면 더 강력한 게 나올지도 모르지만. 

       

       가벼운 테스트에 경비용 골렘 같은 걸 동원하는 건 좀 과한 감이 있다. 이번엔 검도 쓰지 않을 생각이니까. 이 정도면 충분하리라.

       

       나는 벽 앞에 목각인형을 두었다.

       덜컥덜컥하는 소리와 함께 목각인형이 자세를 잡는다.

       

       내 공격을 인지하는 순간, 저놈도 날 공격하기 시작할 것이다.

       

       ‘일단 시작은… 평소대로 하는 게 낫겠지.’

       

       이번 테스트의 목적은 날개로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그것을 어떻게 전투에 이용할 수 있을지 알아보는 것이다.

       

       신성력이 회복에 특화된 힘이라고는 하나, 날개는 별개.

       

       속력이 올라가면 공격의 위력 또한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니. 

       

       이건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되어줄지도 몰랐다.

       

       일단 날개를 쓰지 않고 저놈을 상대하다가, 이후 날개를 최대한 이용하며 싸우고 그 차이를 몸소 체감해보는 것이다.

       

       나는 그리 결정을 내리면서 자세를 잡았다.

       

       아이들 중 누군가가 낙서를 해 놓은 건지. 귀여운 고양이 얼굴이 그려진 목각인형.

       

       그놈을 향해 선제공격을 날린다.

       

       리엔의 일대일 교육.

       그것의 성과인지 아주 제대로 들어간 펀치.

       

       주먹이 목각인형의 명치를 제대로 타격한다. 그 인형에 실시간으로 커다란 구멍이 개통되고 있었다.

       

       ……헌데 무언가가 이상했다.

       분명 목각인형이 과자처럼 부스러지고 있는 게 감촉으로 전해져 오는데.

       

       어째 기세가 죽을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커다란 파공음.

       대기를 가로지르는 소리가 매섭게 울려퍼진다.

       

       그와 동시에 불길한 예감이 밀려왔다.

       

       분명 알고는 있다.

       

       여기는 연무장.

       말 그대로 무예를 연마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

       

       당연히 내구성은 그 어떤 건물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내가 기억하는 것만 해도 방어용 술식이 서른 개 넘게 적용되어 있다는 것을.

       

       그런데도 불길한 예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예감은 언제고 빗나가는 법이 없었다.

       

       벽에 주먹이 닿자마자 생긴 균열. 

       그것이 순식간에 퍼져나간다. 대처할 새도 없이 붕괴가 시작되었다.

       

       -콰과과과과광!

       

       귀가 아플 정도의 굉음이 울려퍼진다.

       

       …연무장이 와르르 무너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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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ccidentally Created a Villainous Organization

I Accidentally Created a Villainous Organization

How did you create a dark organization? 어쩌다 흑막 조직 만들어버림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game spoilers turned out to be fake. The characters I gathered thinking they were heroes are actually all villains. In other words, I accidentally created a villainous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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