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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2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그 정도 눈치는 있으니까.”

         

       애초에 계약서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연민하를 완벽하게 통제하기 위한 나름의 수단이었을 뿐이다. 그걸로 무언가 협박을 한다거나 부당한 이득을 취하려는 생각은 전혀 없다.

         

       그리고 연민하가 요즘 나를 대하는 태도를 생각하면, 지금은 처음 계약서를 작성했던 의미 자체가 상당히 퇴색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다행이네. 지금 우리는 더할 나위 없이 친밀하게 엮인 사이지만, 내막을 모르는 사람이 그 사실을 안다면 너에게 크나큰 오해를 할 수도 있으니 말이야.”

         

       “선배. 그런데 넥타이는 그만 좀 건드리세요. 벌써 몇 번째입니까? 잘 묶었다니까요. 그리고 애초에 얼굴에 이런 걸 덮고 있는데 그게 무슨 소용…”

         

       “가, 가만히 있어…! 당연히 소용이 있으니까 하는 거지…! 그나마 깔끔하게 있어야 우리 부모님이 널 조금이라도 좋게 봐주실 거 아니니…!”

       

       더는 참지 못하고 물어봤지만 연민하는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따져 들었다.

         

       자꾸 대화의 초점이 어딘가 엇나가 있는 거 같은 느낌인데.

         

       연민하는 두세 번 정도 매듭을 묶었다 풀기를 반복한 뒤에야 간신히 나를 해방해 주었다.

         

       여전히 어딘가 불만족스러운 표정이었지만 더는 견딜 수 없어서 거부했다.

         

       그리고 연민하의 질문은 마지막까지 계속해서 이어진다.

         

         

       “그런데 시댁…아니, 네 부모님은 어떠신 분이니…?”

         

       “시…뭐라고요? 말을 흐리셔서 못 들었습니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부모님은 어떠신 분이냐고…”

         

       그냥 물어봤을 뿐인데 꼭 희롱이라도 당한 사람마냥 길길이 날뛴다.

       

         

       “그건 왜…”

         

       “별, 별 이유는 없어…그냥 미리미리 준비하면 좋잖아…”

         

         

       “…”

         

       화창했던 마음이 비가 내리는 것처럼 조금은 침울해진다.

         

       무슨 준비를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연민하가 우리 부모님을 뵐 날은 확실하게 없다.

         

       물론 이 슬픔은 온전한 나만의 것이다. 굳이 연민하에게 짐을 떠넘길 만한 이유도 필요도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의 질문은 악의가 아닌 순수한 호기심에서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사실을 알려줄 필요는 있을 거 같았다. 괜히 대충 얼버무렸다 다음번에 또 같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으니…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다는 듯 입을 열었다.

         

         

       “굳이 그런 거까지 신경 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왜, 왜…? 혹시 나를 마음에 안 들어 하신다던가…”

         

       “그런 게 아닙니다. 두 분 다 돌아가신 지 오래거든요.”

         

       “뭐…?”

         

       “아버지는 너무 어렸을 때 돌아가셔서 기억도 없고, 어머니는 2년 전 마족의 침공 때 습격을 당해 돌아가셨습니다.”

         

       말을 마치니 선홍빛 입자로 물든 동공이 휘둥그레 떠진다. 연민하는 뒤늦게 무언가를 떠올린 듯 중얼거렸다.

         

         

       “그, 그럼…사재혁에게 목숨을 빚졌다는 게…”

         

       “맞습니다. 저 역시 그 사건의 여파로 목숨을 잃을 뻔했죠. 그런 저를 거둬준 사람이 단장하고 부대원 누나들입니다.”

       

       “아, 그, 그렇구나…저…이건…미안…”

         

       연민하는 갑자기 잔뜩 주눅이 들어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꼭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처럼 몸을 떨며 연신 내 눈치를 살폈다.

         

         

       “괜찮습니다.”

         

       “그…일부러 그러려던 게…”

         

       미안해하는 마음이 고맙기는 하다. 하지만 그보다는 기계적으로 사실만을 인지해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다.

         

       나는 침울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게 싫어 대화를 다른 쪽으로 돌렸다.

         

         

       “정말로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런데 선배의 부모님은 어떤 분들이십니까?”

       

       “…아버님은 무뚝뚝하시지만 속정이 깊으시고 학구열이 뛰어나신 분이야. 어머님은 엄하시지만 그에 걸맞은 기품이 있으신 분이고.”

       

       연민하는 잠시 뜸을 들인 뒤 대답했다. 살짝 어두운 기색이 스쳐 지나간 거 같기도 하고.

         

       연씨의 가계는 대대로 성격이 파탄 나 있기로 악명이 높다는 이야기를 이미 교장에게 들은 적이 있다. 이는 타고난 오만함과 정신오염이 뒤섞여버린 결과였다.

         

       연민하는 그중에서 특히 유별나기도 했다. 혹시 그 부모의 기질도 별반 다를 게 없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말을 들어보면 아무래도 그 정도까지는 아닌 걸까…

         

         

       “그렇습니까. 좋으신 분들인가 보네요.”

         

       “그래. 그러니까 전혀 걱정할 필요 없어. 분명 날 도와준 네 공을 크게 치하해 주실 테니까. 아, 슬슬 도착했나 보네…”

         

       나는 연민하를 따라 고개를 창문 바깥으로 돌렸다.

         

       시내를 살짝 벗어나 구불구불한 산길을 지나니 탁 트인 전경이 사방에 펼쳐졌다. 멀리서는 거대한 어느 저택 하나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저택의 본관은 전통과 현대 양식이 조화를 이루어 함께 녹아 있는 형태의 건축물이었다. 주변으로는 창고나 각종 생활 시설로 보이는 듯한 작은 건물들이 정문을 기준으로 둘러싸듯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차량이 거대한 철제 정문 앞에 멈추고 운전기사가 문을 열어주자, 통로를 따라 사용인들이 쭉 도열해 고개를 숙이며 성대하게 아가씨를 맞이한다.

         

         

       “…”

         

       나는 내내 이어진 풍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가면을 쓰고 있지 않았더라면 이 우스운 꼴을 온 사람들에게 들키고 말았을 것이다.

         

       분명 나와 다른 별세계에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는 했다. 그러나 직접 목격했을 때 피부로 느껴지는 현실감은 차원이 다르게 충격적이다.

         

       단장과 누나들의 소탈함은 평범한 이들과 거의 다를 게 없었으며, 통일된 복식과 실력 지상주의를 이념으로 삼았던 요람에서는 학생들의 출신이 자연히 희석될 수밖에 없었으니.

         

       문득 어렸을 때 봤던 동화책의 내용이 떠올랐다.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궁궐 속에서 떵떵거리며 사는 서역인 코쟁이 왕자와 공주의 삶과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내가 이런 사람과 연이 닿은 거란 말이지. 단장이 기를 쓰고 나를 요람에 보내려고 했던 이유를 알 거 같기도 하고…

         

       그런 나와 달리 연민하는 너무나 자연스레 그 풍경 속에 군림한다. 고개를 숙인 이들 사이로 당당하게 걸음을 옮겨 앞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그 표정은 내내 미묘한 감도를 유지했다.

         

       연민하는 의문스러운 눈초리로 주변을 살피며 고개를 살짝 갸우뚱거렸다. 그리고 앞장서 맞이하는 어느 사용인을 보자 그녀의 의심은 더욱 짙어진다.

         

         

       “어서 오세요, 아가씨. 오랜만에 본가로 귀환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못 보던 얼굴인데. 내가 없는 사이에 인사이동이라도 있었던 건가?”

         

       “그렇습니다. 전임자가 노령으로 퇴직해 2년 전부터 청지기를 맡게 되었습니다. 가주님의 명으로 사용인들 역시 대거 새로운 얼굴들로 교체되었고요. 미력한 몸이나마 적화에 최선을 다해 헌신하겠습니다.”

         

       “주변의 건물들은 뭐지? 예전에는 저런 배치가 아니었는데. 못 보던 것들도 몇 개가 더 신설된 거 같고.”

         

       “너무 낡은 시설들을 개보수하면서 배치에 조금 변경이 있었습니다. 차후 느긋하게 설명을 드릴 테니, 우선 손님분과 함께 안으로 들어가시죠.”

         

       “…그런가. 알았어. 얘, 가자.”

         

       여전히 미심쩍은 얼굴이었지만 연민하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녀의 뒤를 따라 대저택의 안으로 나아갔다.

         

         

       “선배. 본가에는 생각보다 오랜만에 돌아오셨나 봅니다.”

       

       “이 근방은 지형 때문에 입자 밀도가 높아서 야생 정령들도 많이 사는 지역이야. 근데 그게 정신오염을 가속화 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그래서 요람 입학 후에는 한 번도 돌아오지 않고 수도 중심가의 저택에서 지냈었어…”

         

       “그런가요. 효과는 있었습니까?”

         

       “…전혀. 아마 네가 아니었으면 이번에 돌아올 생각도 전혀 하지 못했을 거야. 아니, 그러기는커녕 살아는 있었으려나…”

         

       내 질문을 들은 연민하가 마찬가지로 작게 속삭이며 고개를 저었다.

         

         

       “근데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변해 있을 줄은 몰랐어…갑자기 개보수에 대규모 인사이동이라니…”

         

       처음엔 별생각이 없었지만, 연민하의 태도를 보니 나 역시 무언가 묘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만 같다.

       

       그 힐끔거림이 상대를 살펴보려는 거 같기도 하고, 꼭 숨기는 게 있는 사람들 같기도 하다.

         

       물론 내가 경험하지 못한 명문가 특유의 엄숙함과 배타적인 분위기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그렇다면 연민하에게 그런 시선을 보낼 필요는 없지 않나?

         

       같은 가문의 구성원이면서 장차 모셔야 할 사람이기도 한데.

         

       그런 생각을 하며 걸음을 옮기다 보니 어느새 현관 앞의 높은 계단에 도달했다. 그리고 위쪽에서는 환영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싸늘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오랜만이구나.”

         

       “다녀왔습니다, 어머님. 그간 별일 없으셨지요?”

         

       연민하가 기품있는 태도로 위쪽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계단의 끝에는 단아한 실내복 차림의 어느 여인이 서 있었다.

         

       제법 나이가 있어 보이긴 했지만, 잘 관리한 덕분인지 상당한 미모가 여전히 남아있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본가에 돌아온 딸을 대하는 어머니라기엔 왠지 그 태도가 지나치게 날이 서고 무관심하게 느껴진다는 건 내 착각일까.

         

       명문가의 안주인이라는 단어에서 으레 연상되는 안정감도 별달리 느껴지지 않는다.

         

       시선은 신경질적이고 얼굴에는 왠지 모를 피곤과 긴장의 기색이 또한 역력하다.

         

         

       “별일은 무슨 별일이 있겠니. 너도 썩 좋아 보이는구나.”

         

       “저…그런데 아버님은요…?”

         

       “연구실에 계신단다. 늘 그렇듯이. 이제는 물어보지 않아도 알 때가 되지 않았니?”

         

       “그, 그런가요…”

         

       여인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귀에 꽂히자 연민하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중얼거렸다.

         

         

       “그런데 손님이 오실 거라는 말은 들었다만…이건 상당히 예상 밖이로구나.”

         

       그러나 여인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 신경질적인 기질을 나에게도 들이밀기 시작했다.

         

         

       “내가 분명 바깥에 있을수록 처신을 조심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니?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함부로 외간 남성을 집안에 끌어들이다니. 심지어 얼굴에 저건…세상에, 예의는 대체 어디다…”

         

       “어머님. 제가 편지로 말씀드렸잖아요. 그는 외간 남성이 아니라 제 후배예요. 얼굴의 가면은 사정이 있어서 쓰고 있는 거고요. 그리고 그는 흑련의 추천 입학생이에요.”

         

       연민하가 내 앞을 가로막으며 여인에게 항변하자, 그녀는 그제야 조금은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흑련의? 그렇다면 소문의 그…”

         

       “맞아요. 이 후배가 아니었다면 금성무공훈장을 타지도 못했을 거예요…”

         

       내내 위에 서 있던 여인은 뒤늦게 계단을 따라 내려와 나와 시선을 마주쳤다.

         

       고까운 듯한 시선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한마디를 툭-던졌다.

         

         

       “…반가워요. 적화의 안주인인 강자경이라고 해요.”

       

       “처음 뵙겠습니다. 유진현이라고 합니다.”

         

       “흑련의 추천 입학생이라고 하니, 혹시 극광 바이오라고 들어본 적 있어요? 우리 친가가 운영하고 있는 작은 제약회사인데.”

         

       그녀의 성씨는 몰라도 극광 바이오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다. 말처럼 작은 회사도 아니고 손꼽히는 대기업이다.

         

       당장 남부에서 유용하게 사용했던 에리틴과 레크사도 이곳에서 만든 제품이고.

         

         

       “어떻게 모르겠습니까. 평소에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여인은 그제야 조금은 기분이 풀어졌는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극광바이오는 흑련의 S&C하고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도 하지. 환영해요. 그럼 편한 시간 보내다 가요.”

       

       여인은 자기 할 말만을 마치고 쌩한 걸음으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자기 딸과는 말을 섞거나 다시 쳐다보지도 않았다.

         

       허망하게 자리에 서 있던 연민하가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힘없이 웃었다.

         

         

       “…미안해. 많이 놀랐니…?”

         

       “괜찮습니다. 그보다 선배님은…”

         

       “원래는 저런 분이 아니신데, 오늘 몸이 조금 안 좋으신가 봐.”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녀의 얼굴에도 실망감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딱히 환영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런 삭막한 분위기일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아무래도 아까 연민하가 자신의 부모에 대해 했던 말은 실제보다 상당히 좋게 말해준 게 아닐까.

         

       자식이 목숨의 위기를 겪고 심지어 가문을 빛낼 큰 공훈까지 세우고 왔는데 그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다.

         

       무슨 연구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주라는 양반이 딸이 2년 만에 본가에 돌아왔는데 얼굴도 안 비치는 게 말이 되나?

         

       우리 엄마는 내가 개구리를 잡아와도 칭찬해줬는데.

         

       심지어 지금 연민하는 정신오염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상당히 안색이 좋아졌지만, 아까 여인은 그에 대해 일언반구 언급조차 없었다.

         

       부모 자식 사이가 이게 맞나…

         

         

       “…그래도 좋으신 분이야. 어머니 쪽 인맥을 통해 정신오염 치료를 받아보기도 했거든.”

         

       “그런가요…”

         

       “응. 아마 내일은 좀 더 웃으며 맞아주실 수도 있을 거야. 일단 가자. 배고프지…?”

         

       이미 도착했을 때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기에, 우리는 청지기의 안내를 받아 연회장으로 이동해 저녁 식사를 했다.

         

       그러나 식사에 참여한 건 우리 둘뿐이었다. 그녀의 가족은 어디서 뭘 하는지 털 하나도 내비치지 않았다.

         

       덕분에 넓은 테이블은 유난히 휑하게 느껴졌다.

         

       군용식은 물론이고 요람에서 먹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화려한 만찬이 차려졌지만, 분위기 탓인지 별다른 뛰어난 맛은 느껴지지 않는다.

         

       전장에서 누나들과 반으로 나눠 먹던 단백질바보다도 맛이 없다.

         

       연민하는 동요를 내비치지 않으려 애썼지만 눈동자에서는 숨기지 못한 감정의 떨림이 조금씩 새 나왔다.

         

         

       “…맛은 어떠니?”

         

       “정말 맛있습니다. 이런 건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데요.”

         

       그러한 동요를 나로 해소해볼 심산인지, 연민하는 더욱 반색하며 연신 내 앞으로 접시를 가져다 들이밀었다.

         

         

       “그, 그래? 다행이네. 이것도 먹어보렴. 그리고 이것도…혹시 먹기 불편하면 내가 가시를 발라서…”

         

       “…제가 알아서 먹겠습니다. 선배도 어서 드세요.”

         

       “나, 나는 오늘따라 입맛이 별로 없네…너라도 많이 먹으렴…”

         

       나로서도 영 곤욕스러운 일인데.

         

       하지만 꾸며낸 감상에 연민하가 환하게 웃는 바람에 무어라 제지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나는 좋지 않은 속을 참으며 최대한 그녀가 주는 대로 우겨 넣었다.

         

         

       “…아버님은 아마 내일 저녁쯤에는 뵐 수 있을 거 같아. 그때면 연구실에서 나오실 거라고 하더라고. 그리고 모레 오전 즈음에 돌아가는 거고.”

       

       뭘 먹는지도 모르는 식사는 드디어 끝나고, 나와 연민하는 자리에 앉아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습니까. 그럼 제 멘토링 체험 서류는 어떻게 해야…?”

         

       “그쪽은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내가 적당히 자료를 엮어서 줄 테니까. 넌 그냥 나랑 같이 있다가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 거야…”

         

       “…알겠습니다.”

         

       어쩐지 간절한 그 울림에 그러마 대답하는 수밖에 없었다.

         

       창문 바깥에 어둠이 내려앉자 사용인 한 명이 연민하에게 다가와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가씨. 이제 세신 후 침소에 들어가실 시간입니다.”

         

       “벌써 그렇게…? 알았어.”

         

       연민하는 아쉬운 표정을 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앉아 있는 쪽으로도 아까의 청지기가 가까이 다가온다.

         

         

       “자, 손님도 객실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이쪽으로 따라오시죠.”

         

       “알겠습니다.”

       

       나는 그의 말에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생각 하나가 순간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이러면 연민하의 잠은 어떻게 하지?

         

       고개를 돌리자, 같은 생각을 한 것처럼 연민하와 시선이 마주쳤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녀가 입만을 벙긋거려 나에게 간신히 의미를 전달했다.

         

         

       ‘있다가 자정 전에 갈게.’

         

       ‘문 잠그지 말고 열어놔.’

         

       그러고는 고개를 푹 숙이더니 휙-몸을 돌려 사용인을 따라 복도 너머로 사라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hariharam님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나헤마님 10코인후원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하겠습니다
    편안한밤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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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recting the Villainess of the Academy

Correcting the Villainess of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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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reunited with the girl who left me when I lost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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