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
“젠장, 왜 몰라주는 거야! 45구경!”
브라운을 만류하는 워렌.
그리고, 이에 크게 실망한 브라운.
이는 조금 전의 상황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새로운 탄의 형태는 이런 식이 되겠군요.”
“그렇지.”
“그렇다면, 기존 탄들의 구경도 변경 되는 것입니까?”
“아니야. 부품만 바꿔도 그대로 사용 할 수 있게, 구경은 그대로 두자.”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은….”
둘은 팀별로 업무를 나누기 이전, 어떤 식으로 진행할 지에 대해 의논을 주고받고 있었다.
“개선된 형태의 조준경을 설계할 계획이라고 했는데, 어떤 형태인지 알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망원경과 같은 형태라고 보면 될거야. 다만, 중간에 조준점을 그려 넣는 거지.”
브라운이 말하는 조준경은, 망원 조준경이다.
“으음…. 그렇다면 먼 거리에 있는 적들도 확대해서 볼 수 있을 것이니….”
“그래. 이전보다 훨씬 간편하게 조준할 수 있게 되겠지.”
먼 거리의 표적도 확대해서 조준할 수 있게 해주는 망원조준경.
다만, 이를 설계하는 것은 비교적 복잡 할 것이다.
우선, 단순히 두 볼록렌즈를 조합한 망원경은 상이 거꾸로 맺히게 된다.
이를 보완할 렌즈를 추가.
그리고, 또다시 내부에 조준점이 그려진 렌즈를 추가.
조준점의 위치에 따라 두 가지의 형태로 나뉘고.
영점 조절을 하기 위해 부품을 추가하고.
조준점과 표적의 위치가 달라질 수 있으니 시차도 생각하고.
단순히 망원경에 조준점을 새겨넣는다고 뚝딱 만들어지지 않는다.
내부 구조의 설계에 들어가면, 엄청나게 복잡 해진다.
뿐만 아니라 조준점 또한 정교하게 새겨야 한다.
이로 인해 설계와 생산에서 애좀 먹을 것이다.
‘당장 이걸 만드는 건 어려울 테니까.’
물론 현대의 망원조준보다는 부족해도, 만드는 것은 가능 할 것이다.
초기 형태의 망원조준경과 같은 걸 말이다.
조준점이 틀어지는 걸 막고, 공정의 부족한 정밀도를 보완하기 위해 초기의 망원조준경은 무척 길게 제작 되었다.
총열 만큼이나 긴 크기의 망원 조준경.
당장 만들 수 있는 것, 그리고 보급이 가능 한 것은 이게 한계일 것이다.
지속적으로 연구 하면서, 기술이 성숙해지길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으엑, 복잡하네요.”
브라운의 설명을 들은 워렌이 질색하며 받아 적었다.
이후로도 몇가지 더 의논하며 적어 내려갔다.
“다음은…. 새로운 호신용 화기로군요.”
“그렇지.”
“역시 이것도 구경은 동일하게 갑니까?”
“그전에 잠시 고민을 좀 해봐야 될 것 같은데.”
잠깐 이야기를 꺼내는 브라운.
“현재의 리볼버보다 구경이 작은 형태의 탄환을 고려하고 있어.”
“지금보다 탄의 크기를 줄이는 형태를요?”
“그래.”
45구경, 9mm.
권총과 기관단총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탄환의 크기.
각각 크기의 차이에서 오는 장단점이 나뉜다.
위력만 보면 45구경이 더욱 높다.
하지만 지금 고려하고 있는 것은 호신용 화기.
위력 뿐만 아니라, 크기와 장탄수, 조작성 또한 고려 해야 했다.
“확실히, 위력은 줄어 들겠지만, 이점 또한 존재하는 군요.”
“그렇지. 그래서 고민 중인거지.”
강하고 확실한 위력을 보이는 45구경.
약간의 위력을 희생한 대신, 여러 이점을 챙길 수 있는 9mm.
“고민되는군요. 어떤 게 좋을지.”
잠시 침묵하며 고민하는 둘.
“그래도, 역시 확실한 위력을 챙기는 게 좋겠지.”
“…선배님?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대체 왜.”
“9mm탄으로 가게 된다면 약간의 위력을 희생하는 대신, 더욱 많은 장점을 챙길 수 있지 않습니까? 어차피 탄의 형태도 바꿔야 하니, 이참에 탄의 구경도 바꾸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만.”
“….”
“선배님?”
“45구경.”
***
“선배님…!”
“젠장, 왜 몰라주는 거야! 45구경!”
“45구경이 탄이 큰 만큼 위력이 뛰어나다는 건 인정 하겠습니다. 아니, 애초에 부정조차 할 수 없겠죠. 하지만 어차피 마인을 상대로 한방을 낼 수 있는 위력은 아니지 않습니까!”
“…!”
존 브라운.
후임에게 정곡을 찔렸다.
“크읏, 하필이면 이전에 이야기 했던 걸.”
지금 이 순간.
브라운은 리볼버로 마인이 한방에 안 죽더라라고 후임에게 말했던 과거를 후회했다.
“사람을 상대로는 두 탄 모두 준수한 위력일 텐데. 어차피 마인을 한 번에 저지할 수 없다면, 위력은 적더라도 빠르게 쏠 수 있는 형태가 맞지 않겠습니까?”
“45구경 반자동 화기도 그건 가능할 거야! 그리고 머리를 맞췄으면 한 방에 저지할 수 있었을 거고!”
“반동, 장탄수! 상대해야 할 적이 많을 수록, 조작성과 장탄수에서 오는 이점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그리고 애초에 머리를 맞추는 걸 가정하면 9mm의 경우에도 한 방에 보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젠장, 워렌! 왜 내 맘을 몰라주는거야!”
“아니, 애초에 9mm가 더 장점이 많을 거라 이야기 하셨던 건 선배님이십니다! 그 장점들을 놔두고 왜 굳이 45구경을 고집하시는 겁니까?”
“그야….”
잠시 침묵하던 브라운이 입을 열었다.
“그게 45구경이니까.”
45구경에는 낭만이 있다.
묵직한 반동.
강한 위력.
이는 전설적인 총기 개발자 중 한 명이 세상에 탄생시켰던, 강산이 10번은 바뀌는 1세기나 되는 기간을 호령했던 M1911을 통해서도 알 수 있는 사실.
“…선배님.”
“그리고, 9mm의 위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지.”
45구경은 이미 여러 차례 검증된 전적이 있다.
지금 이 순간 만큼은, 먼저 선례를 남긴 군인들과, 권위를 이용해 리볼버를 미리 사용해본 귀족 얼리어답터에게 고마워지는 순간이었다.
반면 9mm는 어떤가.
아직 세상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니 사용 된 적도 없다.
즉, 이세계의 현 시점에서는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것.
“선택해라. 검증된 위력의 45구경. 그리고, 아직 검증조차 되지 않은 9mm.”
“크읏….”
이 순간.
브라운은 승리를 직감했다.
“45구경….”
스미스 워렌의 패배선언.
고개를 숙이고는, 눈을 질끈 감으며 패배를 인정했다.
-턱.
“고개를 들어라.”
“…선배님?”
“상심할 필요는 없으니.”
“그 말은….”
“결국 둘다 만들면 되는 일 아니겠나?”
“…!”
워렌은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브라운을 올려봤다.
“각자의 장점이 있는 것이다. 이에 옳고 그름을 따질 필요는 없겠지. 하물며, 보는 방향만 달랐을 뿐 목표는 같지 않나.”
“미천한 중생, 오늘도 깨달음을 얻습니다….”
“지난날의 과오는 잊고, 공통된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거야. 게다가, 이번 대화를 통해 너가 화기에 진심이라는 것 또한 알 수 있었지.”
“아아….”
“다음으로는, 대 마수용 소총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 까 하는데.”
대 마수용 화기는 존재한다.
산탄총에 슬러그 탄을 사용하면, 중급 마수의 제압도 가능했다.
하지만, 이 무기로 마수를 잡기 위해서는 일정 거리까지 접근해야 했다.
그만큼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했다.
다만 브라운은 이에 대한 해결책을 도출했다.
대 마수용으로 소총을 제작하는 것.
강선의 발달로 명중률도 올라갔다.
탄알 또한 발전하고 있다.
이제는 만들 만 했다.
원거리에서, 중급 이상의 마수를 처리할 수 있는 화기를.
이는 마인, 그리고 기사를 상대로도 충분한 위력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또는, 이 탄을 활용해 기관총을 만들 수도 있겠고.
아무리 맷집이 단단한 마수라도, 이를 버틸 수는 없을 것이다.
대 마수용 소총.
이에 사용될 탄알.
이는 마수의 토벌을 전보다 더욱 수월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추후 차원문이 열린 상황에서 활약할 화기들의 초석을 다지는 것이기도 했다.
“어떻게, 관심 있나?”
“….”
브라운의 질문에, 워렌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
후임과의 대화를 마치고 보니, 퇴근 시간이 다가왔다.
“그럼 내일부터는, 팀 별로 나눠서 업무를 진행하는 걸로 하자고.”
“예. 선배님. 내일 뵙겠습니다.”
브라운은 카렌의 자리로 향했다.
서류를 정리하던 카렌이, 브라운을 바라보며 물었다.
“오늘은 어떠셨어요?”
“앞으로 진행할 일에 대해 계획을 좀 세웠죠. 루나씨는요?”
“아….”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루나.
“아, 그거 있어요.”
“뭔데요?”
“화약 생산 공정은, 이제 방향이 보이는 듯 해요. 효과적인 매개체를 발견 했고, 이를 통해서 화약의 재료들을 수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죠.”
이전에 비료 공장을 돌다 발견한 보슈공법.
진척이 생긴 듯 보였다.
“다만, 매개체로 사용되는 금속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는 아니어서. 그리고, 수류탄의 형태를 구상 해 봤는데, 둘 중 어느게 더 괜찮은 것 같아요?”
설계도를 건네며 물어보는 카렌.
막대형 수류탄과, 원통형 수류탄이 그려져 있었다.
“병사가 휴대하는 형태니까, 작은 게 더 좋을 것 같은데요?”
“역시 그렇겠죠?”
설계도를 다시 자리에 돌려놓으며, 카렌이 말했다.
“배 안고프세요?”
“고프죠.”
“헤헤. 빨리 먹으러 가요.”
***
“여기가 맞아?”
“그렇다니깐. 횃불이나 똑바로 들어.”
야밤에 사내 두 명이 대화를 나누며 산을 올라갔다.
“하. 씨. 아닌 것 같은데.”
“닥치고 지도 줘봐…. 맞잖아.”
“그런가.”
“모르겠으면 조용히 따라오기나 해. 좀.”
묵묵히 걸음을 옮기길 몇분.
이윽고, 한 명이 멈춰서며 말했다.
“여기야.”
“아. 맞네.”
그들이 도착한 곳은, 동굴의 입구였다.
“이곳에 숨겼지.”
그들의 정체는, 근처 산적단이 토벌 당할때 도망쳤던 이들.
시간이 흐른 뒤, 그때 숨겨뒀던 금품을 찾으러 이 동굴로 다시 돌아왔다.
“혹시 야수가 있을 지도 모르니, 긴장 똑바로 하고.”
“씨발. 내가 길은 못찾아도 그런거에 당하진 않지.”
“부디 그랬으면 좋겠다.”
“후딱 챙기고 가자. 넌 돈 챙기면 뭐할거냐?”
“관심 꺼.”
“정없긴.”
횃불에 의지하여 동굴 내부로 들어가는 이들.
곧 이어, 한 명이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빠져나왔다.
“씨발, 마수. 씨바알…!”
성치 않은 몸으로 도망치던 그가 쓰러졌다.
“아…아아….”
한쪽 발을 물고 늘어지는 마수에게 발길질을 해 보지만, 곧이어 동굴 안쪽으로 다시 끌려 들어갈 뿐이었다.
“누가…좀…미궁….”
안타깝게도, 그들을 도와줄 이들은 주변에 없었다.
오늘도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