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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2

       *

        톡, 톡,

        ​

        가볍게 풀잎을 두드리는 빗방울의 소리가 하나둘 떨어지는가 싶더니, 이내 곧 억수같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

        호숫가 옆에 지어진 아담한 나무집 지붕을 쉴 새 없이 두드리는 빗소리에 나는 문득 고개를 들어 올렸다.

        ​

        천장에서 빗방울이 새고 있었다.

        ​

        나는 익숙한 동작으로 빗방울이 고이는 지점에 흙으로 빚어 만든 커다란 그릇을 발로 밀어 넣었다.

        ​

        이미 몇번이나 겪어본 일이었다.

        ​

        ​

        ​

        “누가 지었는지 참 형편없는 집이네,”

        ​

        ​

        ​

        나는 듣는 이 없는 비난을 내뱉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

        물론 내 비난은 그 누구도 상처입히지 않는다.

        ​

        이 집을 지은 건 나였으니까.

        ​

        ​

        ​

        “말리스가 현자라 불리는 건 다 이유가 있다니까.”

        ​

        ​

        ​

        나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나지막이 혼잣말을 내뱉었다.

        ​

        약 이백여년 전의 대 현자이자 대 마법사였던 말리스. 

        ​

        하루아침에 거대한 성을 지었다는 일화로 무척 유명한 역사 속의 인물이었다.

        ​

        녹색의 여인의 말에 의하면 그는 나와 같은 정령 술사라고 했다.

        ​

        솔직히 말하자면, 하루아침에 성을 짓는 것 정도는 여러 정령의 도움을 받으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

        이 호숫가에서 혼자 살던 그 짧은 시간 동안에도 수없이 많은 일을 정령과 함께 해온 나는 충분히 그 가능성을 이해하고 있었다.

        ​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말리스라는 그 양반도 분명 정신이 아득해질 만한 수준의 천재라는 사실이다.

        ​

        하루아침에 성을 지었다는 그의 업적을 따라 해 보려던 내가 일주일 걸려 고작 방 두 개 달린 오두막 하나를 지은 걸 보면 그 차이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

        심지어, 그 오두막이 빗줄기조차 제대로 못 막는 엉터리 목조 건물이라는 건 덤이다.

        ​

        누군가가 어떤 일을 무척 쉽게 해내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건 그 사람이 내공이 쌓일 대로 쌓인 증거라고 하던가,

        ​

        내가 직접 해보고 느낀 바로는, 말리스라는 내 이전 세대의 정령 술사는 성의 설계도를 머릿속에 넣어놓고 다니는 수준의 천재였음이 분명했다.

        ​

        같은 정령 술사인데다 스태프라는 성씨도 같은데, 나와 그 역사 속의 영웅은 수준의 차이가 너무나 심하게 났다.

        ​

        거의 도마뱀과 용 정도의 차이다.

        ​

        이 정도면 겸손이 아니라 두려움을 느낄 정도였다.

        ​

        ​

        나는 빗물이 고이는 그릇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

        아마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본격적으로 추워질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

        건물이나 책상 같은 건 어떻게든 만들어 낼 수 있겠지만, 옷 같은 섬유나, 화로 같은 기계장치는 도저히 흉내를 낼 수 없었기에, 나는 온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

        아무리 처음 짓는 집이라지만 멍청하게도 굴뚝을 뚫는 것조차 잊어버린 덕분에 집 안에 불을 피울 수도 없었다.

        ​

        결국 내가 가진 난방 수단이라고는 지금 내 옆에 똬리를 틀고 앉아 제 꼬리를 베고 잠든 불타는 여우 한 마리 뿐이었다.

        ​

        그렇다고 저 여우가 딱히 불꽃의 정령인 것도 아니었다.

        ​

        어디까지나 여우의 형태를 가진 정령의 몸에 내 마력을 실시간으로 태우며 불을 붙이고 있을 뿐이지만, 추워진 날씨 탓에 사실상 저 모습으로 늘 곁에 두다 보니, 나는 자연스럽게 불을 뜻하는 마법 문자를 따서 피아 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

        나는 피아를 향해 손을 뻗으며 차갑게 얼은 손가락을 녹였다.

        ​

        ​

        ​

        “… 집은 또 쓸데없이 넓게 지어서 괜히 찬 바람만 더 부는 거 같네,”

        ​

        ​

        ​

        작은 오두막이긴 했지만, 전에 나와 실비아씨가 살던 오두막보다는 방 하나가 더 달려 있었다.

        ​

        일부로 그렇게 지었다.

        ​

        실비아씨와 함께 살 때를 대비해 창고, 혹은 그녀를 위한 옷방이 하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

        물론, 그런 생각 하기 전에, 굴뚝이나 화로, 하다못해 비가 새지 않는 튼튼한 지붕을 먼저 고려했다면 참 좋았을 텐데 말이다.

        ​

        게다가 아직 문짝도 짜 맞추지 못해서 사실상 커다란 하나의 공간이나 다름없었다.

        ​

        덕분에 창문으로 들어온 찬바람이 온 집안을 훓고 지나갔다.

        ​

        당연하지만 내게 유리를 만드는 기술 따윈 없었기에, 창문도 뚫어놓은 채였다.

        ​

        사실, 실비아씨가 찾아오면 같이 이곳저곳을 보수할 생각이기도 했다.

        ​

        하지만,

        ​

        ​

        ​

        “…언제 오시는 걸까.”

        ​

        ​

        ​

        실비아씨는 나타나지 않았다.

        ​

        ​

        ​

        ​

        ​

        ​

        ​

        ​

        ​

        ​

        *

        비가 그치자 예상대로 확연히 낮아진 온도가 숲을 덮치기 시작했다.

        ​

        금세 용사가 찾아올 것이라는 녹색 여인의 말이 무색하게도, 내가 이 호숫가에서 머무른 지도 벌써 한 달이 넘어가고 있었다.

        ​

        고작 한 달 사이에 가을은 빠르게 지나갔고, 이제는 슬슬 입에서 입김이 나오기 시작했다.

        ​

        그동안은 호수 주변에 핀 식물이나 과일 등으로도 끼니를 때울 수 있었는데, 겨울이 다가오면 그마저도 여의찮을 게 분명했다.

        ​

        창문은 널찍한 나무판자로 틀어막았고, 거실 한 가운데 바닥을 뜯어내 작은 화로를 만들었다.

        ​

        본격적인 겨울이 다가온다면 장작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기에, 나는 미리 준비해야만 했다. 

        ​

        자꾸만 마음이 초조해졌다.

        ​

        실비아씨는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다.

        ​

        ​

        ​

        “…”

        ​

        ​

        ​

        보통 혼자 살면 혼잣말이 는다는 클리셰를 여러 문학 작품 속에서 볼 수 있었지만, 내 경우엔 오히려 혼잣말이 줄어들었다.

        ​

        피아를 제외하면 딱할 말을 걸 상대도 없었기에, 결론적으로는 그냥 말 수 자체가 줄어들었다.

        ​

        거짓말 조금 보태면, 내 목소리조차 까먹을 지경이었다.

        ​

        하지만 그런데도, 애타게 기다리는 그녀의 목소리만큼은 여전히 귓가에 생생했다.

        ​

        ​

        오늘도 나는 어느새 익숙해진 하루의 일과를 묵묵히 보내고 있었다.

        ​

        나의 일과란 피아와 함께 호수 근처를 벗어나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테스트를 해 보거나, 겨울 동안 장작으로 쓸 나무를 구해 건조하는 일, 그리고 녹색의 여인이었던 나무를 바라보며 호수에서 낚시하는 일 등이었다.

        ​

        딱히 힘든 일은 없었지만, 그나마 난도가 높은 일이라면 단연 나무를 구해오는 일이었다.

        ​

        도끼나 톱 같은 적당한 도구조차 내겐 없었으니 말이다.

        ​

        ​

        다행히 피아 덕분에 어떻게든 할 수 있기는 했다.

        ​

        녀석은 꽤 훌륭한 정령이었다.

        ​

        아직 정령을 다루는 게 영 어색한 내 실력이 아까울 정도였다.

        ​

        우연히 만나는 늑대 한두마리 정도는 무리 없이 해치우기도 했고, 커다란 나무를 베어내는 신비한 힘도 사용하곤 했다.

        ​

        문제는 이 쪼그마한 여우 정령이 그 나무를 직접 끌고 집까지 돌아올 방법이 없었던지라, 낑낑대며 끌고 오는 일이 내 몫이었다는 것이다.

        ​

        덕분에 나는 실비아씨와 함께 살 때도 몇 번 한 적 없었던 육체노동에 시달려 끙끙 앓고 있었다.

        ​

        하루종일 달고 사는 근육통에, 잠을 잘 땐 무릎이 시큰거려 잠을 못 잘 정도였다.

        ​

        그래도 피아가 없었다면 아예 얼어 죽었을지도 모르니 이 정도도 감지덕지긴 했다.

        ​

        게다가 무언가 할 일이 있어야 외로움이 좀 사그라지기도 했기에, 나는 잠이 들 때를 제외하곤 매일 피아를 곁에 둔 채로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빌었다.

        ​

        실비아씨가 나를 찾아올 그날이 얼른 다가오기를 간절히 기다렸다.

        ​

        ​

        ​

        ​

        ​

        ​

        ​

        ​

        ​

        ​

        *

        거대한 나무로 변한 녹색의 여인.

        ​

        어느 날, 그 커다란 나무에서 뻗어 나오는 수많은 나뭇가지 중 하나가 갑자기 뚝 떨어지는 일이 있었다.

        ​

        자그마한 끄트머리 부분이 떨어진 것도 아니고, 굵고 큰 나뭇가지가 통째로 떨어지는 일이었기에, 실로 기이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

        게다가 그 나뭇가지는 기묘하게도, 어딘가 부러지거나 베이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뽑힌 듯한 모습이었다.

        ​

        마치 골렘의 관절처럼 쏙 빠져나온 그 절단면이 무척이나 기묘했기에, 나는 이것이 녹색의 여인이 내게 주는 어떤 선물 같은 것이라 생각했다.

        ​

        내 팔보다 훨씬 굵고, 내 몸통보다는 조금 얇은 이 커다란 나뭇가지가 보는 것만으로도 무언가 특별한 힘이 담겨 있음을 짐작게 하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뿜어댔기 때문이었다.

        ​

        그 묵직한 무게를 느끼며 집어 들자, 머릿속으로 무얼 해야 하는 지 직접 흘러들어오는 기분이 들었다.

        ​

        나는 마치 누군가 그렇게 하라 시키기라도 한 듯, 너무나 자연스럽게 나뭇가지를 깎기 시작했다.

        ​

        ​

        모든 게 부족한 숲속의 생활.

        ​

        도구부터 자재까지, 없는 게 한둘이 아닌 이 생활은 늘 결핍과 필요로 가득 차 있었으나, 다행히 내겐 실비아씨가 내게 주었던 단검이 남아있었다.

        ​

        사실상 내 유일한 공구이자 무기인 이 단검은 목공에도 무척이나 훌륭한 도구였다.

        ​

        애초에 이 단검을 처음 들었던 내가 한 일은 싸움이 아닌 라일라의 모표를 깎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

        중간에 정령 계에서 보낸 시간 덕분에, 정확히 그게 얼마나 오래전 일인지 기억할 수 없었지만, 어느새 까마득한 옛날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

        생각해보면 라일라의 무덤에도 잡초가 무성히 자랐을지도 모른다.

        ​

        마기가 좀 줄어들면 관리하러 가고 싶은데, 그럴 기회가 생기는 날이 올지 모르겠다.

        ​

        실비아씨와 함께라면 갔다 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

        그녀는 어느 정도 마기를 희석 시켜줄 수 있으니까.

        ​

        ​

        ​

        “…”

        ​

        ​

        ​

        나는 머릿속을 채우는 잡념을 떨쳐냈다.

        ​

        며칠간 나무토막을 가지고 씨름한 끝에, 이젠 거의 완성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

        조금만 더 손을 바삐 움직인다면, 오늘 안에 완성 시킬 수도 있으리라.

        ​

        나는 단검을 내려놓고 손을 털며 잠시 내가 깎던 나무토막을 바라보았다.

        ​

        녹색의 여인의 몸을 칼로 깎아 만드는 이 물건의 정체는 바로 가면이었다.

        ​

        이유는 알 수 없으나 그 나뭇가지를 붙잡은 그 순간, 나는 이 가면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만약 내 곁에 누군가가 있다면 뜬금없이 이런 결론을 내린 내 모습이 조금 기이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미 한번 겪어본 적 있는 일이었다.

        ​

        정령계에서 그녀에게 정령 술에 대한 기초를 듣던 그날. 

        ​

        머릿속으로 직접 기억과 지식이 흘러들어오던 그 감각.

        ​

        마치 그때처럼, 나의 머릿속에 이 나뭇가지로 가면을 만들라는 소리와 방법이 저절로 흘러들어왔다.

        ​

        이 나무엔 아직도 녹색 여인의 의식이 잠들어 있는 걸까.

        ​

        정령의 죽음은 인간과는 다르다고 했는데,

        ​

        그 육신의 형태만 변한 채 자연에 귀속되는 것이 정령의 죽음이라면 내 곁엔 여전히 녹색의 여인이 있어 주는 것이나 다름없을지도 모른다.

        ​

        문밖에 보이는 커다란 나무를 잠시 바라보다 다시 단검을 들어 올렸다.

        ​

        이 나뭇가지가 정말 그녀의 신체인지, 가면을 깎으라는 그 의지가 그녀의 것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었으나, 왜 ‘가면’ 을 만들어야 하는 건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

        내겐 퍼트려선 안 되는 저주가 있으니까.

        ​

        ​

        요즘 마기가 옅어진 건지, 내가 마기에 적응한 건지, 그것도 아니라면 정령 술사로써 성장한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며칠간 나는 평소보다 더욱 먼 곳까지 정찰을 나갈 수 있었다.

        ​

        물론 여전히 밖에 오래 있으면 몸이 망가지는 걸 실시간으로 느낄 수 있었지만, 그래도 눈을 뜨기조차 괴롭고.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던 전보다는 훨씬 나았다.

        ​

        하지만, 멀리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

        점점 내 활동반경이 넓어질수록, 나는 내 모습이 드러날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에 의해 극도로 예민해지고 있었다.

        ​

        예전에 숲에서 만난 그 사내들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

        내 눈이 붉게 빛나며 그들을 모조리 학살했던 그날의 내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생생하게 기억난다.

        ​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도 가끔은 그때 내 시야에 박힌 그 끔찍한 피투성이 광경들이 꿈속에서 재현되었다.

        ​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불온한 꿈을 꾸고 난 후에 나는 언제나 온몸에 땀을 흥건히 흘리며 잠에서 깨어나곤 했다.

        ​

        그런 일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는 얼굴을 가릴 필요가 있었다.

        ​

        물론 나 역시 타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미쳐버릴 테지만, 적어도 이 숲에 찾아올 정도의 실력을 지닌 사람이 냉정함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이성을 잃은 나 따위는 쉽게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렇게 믿는 수밖에 없었다.

        ​

        ​

        사실 이따위 가면을 만들지 않아도 이곳에 콕 박힌 채 숨어 살면 되는 것 아닌가 싶겠지만, 솔직히 이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

        나는 실비아씨를 찾으러 나가고 싶었다.

        ​

        ​

        사각사각,

        ​

        나무를 부드럽게 깎아내는 단검의 소리만이 방 안에 울려 퍼졌다.

        ​

        실비아씨가 내게 처음 단검을 건네주었던 그때와 비교해보면 베는 맛이 많이 안 좋아졌고, 날도 많이 무뎌졌다.

        ​

        내가 제대로 관리를 하지 못한 탓이었다.

        ​

        그녀는 사용할 때마다 무기를 손질해야 한다고 입이 닳도록 말하곤 했었는데, 솔직히 검을 다뤄본 적 없는 내가 칼의 손질법을 잘 아는 것도 아니었기에 방치해버렸다.

        ​

        도리어 이렇게나 상태가 나쁜데도 평범한 단검보다는 훨씬 잘 베이는 걸 보면, 이 단검은 분명 엄청난 명품이겠지.

        ​

        단검에 대해 생각할수록 실비아씨에 대한 그리움이 더 커지는 기분이었다.

        ​

        실비아씨는, 왜 아직도 내게 오지 않은 걸까.

        ​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

        ​

        솔직히 내가 아무리 정령을 다룰 줄 안다고 해도 그녀에게 비하면 형편없이 약해빠진 존재였다.

        ​

        그런 내가 실비아씨를 걱정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주제넘은 짓이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마음이 술렁이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

        멍하니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

        만에 하나 그녀가 위험에 처해 있다면 구해주고 싶었고, 그렇지 않더라도 하루, 아니 한시간이라도 더 빨리 그녀를 볼 수 있다면 내가 먼저 다가가고 싶었다.

        ​

        그리고, 진짜 솔직하게 말하자면,

        ​

        마음속 한 구석엔 위기에 빠진 그녀를 구하는 멋진 내 모습을 그려보는… 

        ​

        이제는 멸종한 줄 알았던 내 마음속 자그마한 남성성이 내 행동을 부추기고 있기도 했다.

        ​

        ​

        멀쩡히 살아있는 내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라,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내게 달려와 안기는, 그런 실비아씨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림처럼 떠올랐다.

        ​

        나는 실로 오랜만에, 거의 며칠 만에 처음으로 입술을 열어 목소리를 흘렸다.

        ​

        ​

        ​

        “실비아…”

        ​

        ​

        ​

        가면이 완성되었다.

        ​

        ​

        ​

        ​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여기도 비오니까 갑자기 추워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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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Can’t Run Away from the Woman Who Saved Me.

I Can’t Run Away from the Woman Who Saved Me.

나를 살려준 그녀에게서 도망칠 수 없다.
Score 4.2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Having lost all my family, I fled. As I was running away, she saved me when I was on the brink of death due to an accident. The moment our eyes met, I knew I couldn’t leave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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