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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2

       “……위험하다는 뜻이 어떤 의미인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신중한 목소리가 들렸다. 레나 마이어의 목소리였다.

        

       오늘 같은 주말에 방을 지키고 있는 학생은 거의 없다. 교내에는 귀족을 위한 살롱도 있었고, 클럽 활동이나 작은 연회, 혹은 다과회 같은 것들이 있었으니까. 나이가 어려도 귀족은 귀족. 친목을 다지고 자기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지 않는 이들은 특이할 정도로 다른 사람과 엮이고 싶어 하지 않거나, 그럴 필요 자체가 없는 이들일 것이다.

        

       그래서 다행히 복도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나름대로 목소리를 낮추고 하는 대화도 여기까지 들렸을 정도다.

        

       코너를 돌기 전, 발걸음을 늦췄다. 레나 마이어가 누구와 대화하고 있는지 알고 있으면 대처도 그만큼 편해질 테니까.

        

       “실비아 팬그리폰은…….”

        

       하지만 레나 마이어의 대화 상대는 이야기를 제대로 꺼내지 못했다. 마치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는 것 같았다. 나에 대해서 알고는 있지만, 정말로 말해도 되나 싶은지 고민하는 것 같은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듣고 나서, 나는 자신감을 얻었다.

        

       발소리를 최대한 죽이던 것을 다시 당당하게 바꾸자, 아무도 없는 복도에 또각거리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아.”

        

       미아 크로우필드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

        

       코너를 돌자, 한 방의 문 앞에 서있는 미아 크로우필드가 보였다. 문은 조금만 열려있었다. 레나 마이어의 얼굴만 밖으로 빼꼼 나오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저 조금 수상하다는 듯 미아 크로우필드를 바라보는 눈빛만 보였을 뿐이다.

        

       “크로우필드 영애.”

        

        “……실비아 씨.”

        

       내가 말을 걸자, 미아 크로우필드는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나면서 고개를 살짝 숙였다. 나도 그녀에게 고개를 살짝 숙였다.

        

       미아 크로우필드와는 조금은 가까워졌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자기 아버지를 죽인 사람과 완전히 친구가 되는 것에 대해서는 여러모로 고민하는 모양이었다. 이해한다. 내가 다른 이유가 있다고 했고, 언젠가 진실을 알게 되면 찾아오라고도 했지만, 진실을 알아차리기에는 아직 시간이 그렇게 흐르지는 않았으니까.

        

       “황녀님.”

        

       나의 얼굴을 보자 레나 마이어는 곧장 밖으로 나왔다. 미아 크로우필드를 상대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그리고 바로 문을 닫는 것을 보면 방 안의 모습에 대해서는 여러모로 신경을 쓰는 것 같기는 했지만.

        

       ……그런데, 그렇게 대놓고 행동하면 미아 크로우필드를 의심스럽게 생각한다는 게 너무 확연히 드러나 보이지 않을까?

        

       뭐, 본인은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 같아 보였지만.

        

       “이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아카데미 내에서는 저를 황녀라고 부를 필요가 없습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교칙 위반이기도 하고요.”

        

       학생끼리는 평등하니 서로 말을 놓고 차별대우하지 않는다는 것이 ‘일단은’ 교칙이었다. 선생들부터 학생 하나하나까지 아무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 흠이었지만.

        

       “하지만…….”

        

       “크로우필드 영애.”

        

       “네, 네!?”

        

       내가 갑자기 자신을 부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는지, 내 부름에 화들짝 놀라서 그 자리에서 거의 뛰어 오를 뻔한 미아 크로우필드에게, 나는 조용히 물었다.

        

       “조금 전에 저를 ‘실비아’라고 불렀지요.”

        

       “그, 그렇죠?”

        

       그전에는 이름조차 제대로 부르지 않았었다. 미아 크로우필드는 어느 순간부터 나를 그렇게 이름으로 부르고 있었다.

        

       적어도 나에 대한 경계심이 조금은 풀렸다는 의미였다.

        

       “제가 그것에 대해서 뭐라고 한 적이 있습니까?”

        

       “어, 없죠?”

        

       갑작스럽게 그런 질문을 받는다는 것이 곤혹스럽다는 듯 미아 크로우필드는 조심스럽게 그렇게 되물었다.

        

       난 그런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레나 마이어를 바라보았다. 무표정한 표정에 조금은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이쪽도 나를 경계하는 걸까?

        

       “그러니, 이름으로 부른다면 충분합니다. 같은 A반에는 저와 같은 성씨를 가진 사람이 한 사람 더 존재하니, 굳이 성으로 불러서 혼동할 바에는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황녀님’이라는 호칭은 나 뿐만이 아니라 앨리스에게도 적용되는 호칭이니까.

        

       “……알겠습니다.”

        

       나의 말을 일단은 이해한 것인지, 레나 마이어는 그렇게 대답했다.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열중쉬어 자세인 것이 영 신경 쓰이기는 한다만, 그래도 일단은 나와 마주치자마자 경례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고 해야 할 듯싶다.

        

       하지만, 그렇게 대답한 레나 마이어에게서는 조금 망설임이 느껴졌다. 열중쉬어 자세인 것은 여전했지만, 뭔가 말하고 싶다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아무래도 무표정을 연기하기는 해도 나처럼 완벽한 무표정은 아닌 것 같다.

        

       ……저 무표정도 조금은 더 단련시켜줘야 할까? 그래야 나보다 먼저 컨셉이 깨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테니까.

        

       “혹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십니까?”

        

       내가 물어보자, 레나 마이어는 3초 정도 쉬었다가 나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저도 이름으로 불러주지 않으시겠습니까?”

        

       그래도 말을 꺼낼 때는 거침이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걸 원하신다면.”

        

       순간 레나의 눈이 반짝인 것 같은데…… 그건 그냥 기분 탓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고개를 돌려서 미아 크로우필드를 보았다.

        

       “저, 저는 그렇게까지 해주실 필요는 없어요!”

        

       그런 반응은 조금 상처받는데.

        

       게다가 나는 그런 것을 물어볼 생각은 아니었다.

        

       본인은 나더러 실비아 씨라고 부르면서 나는 미아라고 부를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 조금 괘씸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정작 내가 물어보고 싶었던 것은 ‘여기에 왜 왔느냐’라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무슨 일로 오셨는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그것은—”

        

       내 질문에 레나가 먼저 대답하려는데,

        

       “그, 그런 것은, 개인적인 이유입니다!”

        

       ……그보다 먼저 미아 크로우필드가 소리를 빽 질렀다.

        

       “…….”

        

       “…….”

        

       순간 할 말을 잃은 나와 레나가 미아 크로우필드를 가만히 바라보자, 그녀의 얼굴이 서서히 붉게 달아올랐다. 검은 머리카락과 완전히 대비되는 하얀 피부였기에 얼굴이 붉어지는 것이 더 선명하게 보였다.

        

       “그, 그렇다면, 실비아 씨는 여기에 왜 오셨나요?”

        

       그렇게 넘어가겠다는 말인가?

        

       솔직히 말을 돌리는 솜씨가 영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어차피 미아 크로우필드가 여기에 온 이유 정도는 조금 전에 들을 수 있었으니 이번에는 그냥 넘겨주기로 했다.

        

       “저는 레나……양과,”

        

       나는 레나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굳은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 아무래도 내가 직접 레나를 찾아왔다는 것에 긴장한 모양이었다.

        

       “개인적으로 나눌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인 이야기?”

        

       미아 크로우필드가 나와 레나를 번갈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 눈에 뭔가 이해의 빛이 어렸지만, 사실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또 내가 뭔가 수상한 일이라도 꾸미고 있다고 생각하겠지.

        

       “레나 양은 군인 집안에서 자랐다고 하셨죠.”

        

       “그렇습니다.”

        

       내가 말하자, 레나가 척, 부동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아마 레나 나름대로 자랑스러움을 보이는 모습이겠지.

        

       이 시대는 그렇다. 민족이라는 개념이 막 세워지기 시작했고, 대부분의 나라에 민족주의와 군국주의의 광풍이 불고, 아직 낭만주의가 끝나지 않아 목숨을 걸고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것이 영웅적인 행위라고 생각하던 시대.

        

       아마 이 세계에서는 그런 분위기가 훨씬 더 오래갈 것이다. 텔레비전 같은 게 보급되지 못했으니까. 라디오도 제대로 개발된 것이 없고, 대부분의 통신은 유선이다. 전장의 실상을 일반인들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줄 방법이 사실상 아예 없었다.

        

       그러니 군인 집안, 그것도 사령관을 몇 번이나 배출한 집안에서 태어나 자랐다는 것이 자랑스럽게 여겨질 만도 했다.

        

       “그렇다면 총기를 다룰 줄 아십니까?”

        

       “물론입니다.”

        

       “그렇습니까.”

        

       나는 다시 미아 크로우필드 쪽을 보면서 말했다.

        

       “귀족 반에서 총기를 다루는 이는 극소수입니다. 방아쇠만 당기면 나가는 것이 총이니 누구든 사용은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을 주무기로 사용하며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이는 드물겠죠.”

        

       실제로 게임상에서도 총기를 사용하는 파티원은 평민 출신이고. 로티라든가.

        

       “그러니 저는 레나 양의 총기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고자 찾아왔습니다. 혹시 후에 실습하게 된다면 저처럼 총기를 다루는 이와 협력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레나가 조금 숨을 들이마시는 것이 느껴졌다.

        

       “……어떻습니까.”

        

       나는 레나 쪽으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혹시, 저와 함께 의뢰를 수행하러 가실 생각이 있으십니까?”

        

       “…….”

        

       레나는 아주 잠깐 대답이 없었다가,

        

       “가겠습니다.”

        

       아주 확신에 찬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덕분에 나는 당장은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도카토 님, 후원 감사드립니다!

    독자 여러분 덕분에 이렇게 어린 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꿈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누구나 글을 쓰면 곧 작가라고 하지만, 사실 그렇다고 해서 스스로 작가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실감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그래도 노트에 혼자 적어 둔 자기만족용 소설과 진짜로 출판된 소설은 그 차이가 명확하니까요. 아무리 적더라도 돈을 벌지 않으면 직업이라기보다는 취미에 가깝겠죠. 물론 저는 본업이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소설 쓰는 것을 단순한 취미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돈을 받기 시작한 이상 독자 여러분께서 읽어주시는 이야기의 끝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이렇게 오늘도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독자님께서 꾸준히 읽어주실 수 있도록 재미있는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Ilham Senjaya님, 후원 감사드립니다!

    쓰고 싶은 글을 쓰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글을 써서 올릴때까지만 해도 그런 상상은 전혀 해보지 못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처음으로 후원을 받아보고, 제가 글로 돈을 벌고 있다는 실감을 하면서 여러모로 느낀 것이 많아졌습니다. 이 글을 끝까지 써보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가 생긴 것은 모두 독자 여러분 덕분입니다. 누가 어떤 일을 하더라도 잘한다는 말을 들으면 계속 하고 싶어지게 되는 법이죠. 저도 지금까지 독자 여러분께 받은 응원과 칭찬 덕분에 계속해서 글을 쓰고 싶어졌습니다. 그러니, 저의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신 한 계속해서 글을 써볼 생각입니다. 독자 여러분께서 선물해주신 작가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도록 언제나 힘이 되는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제게 꿈을 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독자 여러분의 힘이 될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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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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