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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2

       여름이 시작될 무렵. 제국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 이능 우월주의자들 있잖아. 순식간에 사라지고 있다던데?”

        “나도 그 소문 들었어. 제국에 항복한 악마가 놈들을 잡으러 돌아다니고 있다는데.”

        “예끼, 이 사람. 그러면 황제 폐하께서 악마들로 사람 사냥을 명하셨다는 건가? 입조심하게!”

       

       

       남자의 타박에 악마 언급을 했던 이가 억울하다며 말을 잇는다.

         

       

       “아니… 내 지인이 제국 내무성에 있어서 소문을 들었다고. 항복한 놈들이 죄다 반쯤 광인이 되어서는 괴물이니 악마이니 중얼거리고 있다고 했어!”

        “그런 망할 놈들 말을 왜 귀담아 들어. 우리들더러 이능도 없는 하등한 족속이라고 하는 놈들인데!”

       “그, 그건 그렇지. 괴물이든 악마든 놈들 잡아먹는 건 환영할 일이지만 말이야.”

       

         

       처음에는 이렇게 소문이 돌다가, 한 달이 지날 무렵에는 이렇게 바뀌었다.

         

       

       “불순분자들 잡아먹는 괴물이 이번에는 서쪽이랑 남부도 다 박살을 냈다던데?”

        “소식 들었어. 그 망할 놈들의 가슴을 갈라서 심장을 꺼내먹고 간을 씹어댔다고.”

        “놈들에게 가족을 잃은 복수귀라는 소리가 있던데, 그건 어떻게 생각하나?”

         

       

       만약 이 말들을 소문의 주인공인 데우스가 들었다면 억울하다고 외쳤을 일이었다.

       심장을 먹는다니. 간을 씹는다니.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란 말인가!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억울함을 토로할 데우스는 현재 북쪽으로 향하고 있는 중이었다.

       

         

       “여기만 정리하면 얼추 끝나겠군요.”

        “그, 후배님. 정말 괜찮나? 조금이라도 쉬는 편이―”

       

       

       샤벨 입장에서도 이번 임무는 꽤나 고단한 것이었다. 제대로 된 휴식도 없이 제국 사방팔방을 돌아다니며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불순분자들을 정리하고 있지 않은가.

         

       이미 자신은 최소 10년 이상을 이러고 살았다. 그에 반해 옆에 있는 데우스는, 기껏해야 반년도 안 된 병아리 중의 병아리다.

       물론 말이 병아리이지 실상은 괴물 중의 괴물이지만, 육체가 괴물이라고 하여 마음이나 정신력까지 괴물이기는 조금 힘들….

         

       

       “딱히 이 정도 가지곤 힘든 축에도 끼지 못합니다.”

        “으음?”

        “빌어먹을 영감탱이….”

       

         

       영감탱이? 데우스의 곁에 누군가 있었다는 소리인가? 살짝 호기심이 인 샤벨이 영감탱이가 누구냐고 묻자 데우스는 ‘있습니다. 좋은 추억 같다가도 다시 떠올려보면 망할 인간.’ 이라며 대충 얼버무려버렸다.

         

       

       “….”

       

         

       잠시 데우스를 바라보던 샤벨은 더는 묻지 않고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말끝을 흐리긴 했지만 이미 대답은 충분히 들었다. 표정은 평소와 똑같지만 눈동자 안에 무언가 긍정적인 기운이 머무는 것을 보았기에.

       비록 말은 저렇게 해도 데우스의 삶에서 나름 괜찮은 기억이었던 모양이니 굳이 더 물을 필요는 없는 듯했다.

         

       

       “이 일을 마무리하면 방학이 끝나겠구나.”

        “그렇죠. 다시 요람 생활 복귀겠군요.”

       “혹시 제국 상층부에 건의해서 게이트를 닫으러 다닐 생각은 없느냐?”

        “그러곤 싶은데 그러다가 다른 선배님들 일거리 뺏는 건 아닐지 걱정입니다.”

       “…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여는 이해했다.”

       

         

       돌려서 말하곤 있지만 샤벨은 데우스의 진짜 속내를 알아차렸다.

       이미 충분히 활동하고 있는데 여기서 더 움직이면 자칫 너무 기대는 모양새가 나올 수 있으니 이쪽에서 알아서 자제하겠다는 뜻이었다.

         

       옳은 걱정이다. 누구 하나에게 심하게 의지하는 순간 이제까지 지켜온 모든 게 무너질 테니.

       제국의 이능력자들은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오직 자신과, 동료들의 힘으로 견뎌왔다.

       그 용기와 영광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그게 사라진다면 다음은 더욱 끔찍하리라.

       

         

       “후배님.”

        “말씀하시죠.”

        “그 헬다이버 말이다. 여도 들어가면 안 되는 것이냐?”

        “…요람의 동아리에 졸업한 지 한참 된 선배님이 들어오시면 어쩝니까.”

         

       

       데우스가 당황하여 그리 말하자 샤벨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어차피 말만 동아리이지, 실상은 별동대 수준 아니냐. 네가 졸업을 하기 전에 움직여도 되는 것으로. 그리고 당장 지옥으로 갈 것도 아니고 말이다.”

        “음.”

        “설령 간다고 해도. 여는 알고 있다. 악마를 상대할 수 있는 자는 그 녀석들이 아니라 후배님뿐이다. 다만 경험을 쌓는 계기를 주기 위해서. 만에 하나 나중에 또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 때 후배들을 가르쳐야 할 이들이 필요해서. 그래서 이제껏 후배님이 눈여겨보던 새싹들을 지목한 게 아니더냐?”

       

         

       정확한 지적이다. 데우스는 차마 아니라곤 말하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거렸다.

         

       지금 당장의 악마는 자신 선에서 처리가 가능하다. 그래. 말 그대로 지금 당장은.

       그러다 문득 든 생각. 정말 이게 끝일까? 이 세상의 이야기는 여기서 모두가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될까?

         

       지금 상황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말로 만에 하나 아니라면? 그렇다면 후대를 위하여 전수를 해줄 그룹이 필요하다.

       냉정하게 봤을 때 자신은 썩 좋은 스승이 아니다. 이미 맹약이라는 걸 다루는 것부터 너무 규격 외의 존재가 되었다. 거기에 신체능력도 저들은 절대 이룰 수 없는 방식으로 강해졌다.

         

       따라서 대신 택한 방식이 루시엘과 네페르티, 그리고 유리시아와 같은 ‘주인공’ 들을 가르쳐서 그들로 하여금 후대를 이끌게 하는 것이다.

         

       

       “여의 말이 틀리냐?”

       “…아뇨. 아주 정확하게 보고 계십니다.”

        “아무렴. 이 정도는 되어야 선배 중의 선배라고 할 수 있는 법이다.”

       

         

       그래서. 답은 무엇이냐고. 내 자리도 있는 거냐고. 샤벨의 말에 데우스는 고개를 내저었다.

       

         

       “너무하다! 여의 자리도 만들어주거라!”

        “샤벨 님을 빼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정말로 후대를 위한다면 더 많은 경험을 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샤벨 님이 있으면 자신들도 모르게 기댈 수 있습니다.”

        “후배님한테는 기대지 않고?”

        “저는 어차피 그 자리에 없을 테니까요.”

       

         

       셋에겐 알아서 하라고 뭐 하나 던져주고, 나머지는 자신이 정리하러 간다.

       그게 장르를 착각하여 규격 외의 존재가 된 인물에게 던져진 일종의 의무 아니겠는가.

       

         

       “해서 대신 샤벨 님과 함께 불순분자들 정리하러 다니고 있지 않습니까. 방학 반납은 학생에게 있어서 굉장한 결단입니다.”

        “흐음… 그래. 그건 인정한다.”

         

       

       *

       

         

       한편. 요람에서는 악마의 고함이 쩌렁쩌렁 울리고 있는 중이었다.

         

       

       “정신들 안 차려? 정말 이러고 말 생각이야?! 데우스 오면 나 죽으라고 이러는 거지?!”

        “그, 그게 아니라.”

        “아니면서 이래? 당장 일어나! 나태함으론 지옥 최고였던 내가 아직도 팔팔한데!”

       “조금만 더 쉬게 해주는 게….”

        “당장 일어낫!!”

         

       

       아스타로트의 재촉에 루시엘과 네페르티는 몸을 겨우 일으켜 세웠다.

         

       온몸의 관절이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른다. 근육이 다 찢어진 것처럼 욱신거린다.

       하지만 몸 상태에 대해서 편히 말할 수가 없다. 그래봤자 돌아오는 건 ‘그 정도로는 안 죽어. 인간의 몸 생각보다 튼튼해.’ 정도일 게 분명하니까 말이다.

         

       

       “지옥에서 내로라하는 놈들은 전부 데우스가 맡는다고 해도, 너희끼리 최소한 하나 정도는 붙잡아야 해. 그러기 위해선 장기전을 대비하는 건 필수야!”

        “공격을 당하는 게 그쪽인데 단기결전이 아니고 말인가요?”

       

         

       네페르티의 의구심은 분명 타당한 것이었다.

         

       절대로 공격을 받을 리가 없다 여기던 자들이 기습을 당했다면. 어떤 이유에서든 빠르게 그걸 받아치고 종국엔 몰아내려고 하는 게 정상 아닌가.

       그런데 장기전이라니? 저들이 시간을 끈다고? 그리해서 이득 될 게 전혀 없을 텐데?

       

       

        “악마가 왜 악마겠어. 상대방 약점을 후벼 파는 데에 특화되었으니 그렇게 불리는 거야. 이 멍청이들아. 너희들보다 본인들이 장기전에 더 우위가 있다는 판단이 들면 다른 악마들이 죽든 말든 신경도 안 쓰고 장기전을 택할 거란다.”

       

         

       아스타로트는 자신 앞의 인간들에게 악마가 지니는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을 알려주었다.

       

         

       “따라 해. 나만 아니면 돼.”

        “나만….”

        “…아니면 돼?”

         

       

       그렇지. 그거야. 히힛, 미소를 지으며 아스타로트가 말을 잇는다.

         

       

       “우리 악마들은 나만 아니면 그만이야. 져도 나만 살면 그만이고, 이겨도 내가 죽으면 지는 거지. 서로 팔아먹어서 이길 수 있다면 서슴없이 그럴 놈들이라는 말이야.”

       “….”

        “그러니 더더욱 장기전으로 끌고 가려고 할 테지. 약해진 아군 던져주고, 놈이 저항할 때 너희들 뒤를 노리고. 혹시 그렇게 허무하게 죽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쉬어도 돼.”

         

       

       저렇게 말하면 쉬고 싶은 마음도 다 사라지잖아. 악마 같으니라고. …아. 악마 맞지.

         

       루시엘과 네페르티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그래.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최소한 데우스는 없으니 다행 아닌가. 만약 저 자리에 아스타로트 대신 데우스가 있었다면 저런 말이나 설명조차 없었을 거다.

         

       

       ‘후배님이었다면, 한 번 씨익 웃고선 주먹을….’

       ‘그러면 이제 막 훈련장이 마법 폭격이라도 맞은 것처럼 엉망이 될 테지!’

       

         

       “아스타로트 님.”

        “끝났어?”

       

       

       ―풀썩!

         

       기절한 유리시아를 대충 던져둔 채 자비스가 옆으로 다가온다.

       아직 루시엘이나 네페르티에 비하면 부족한 부분이 있는 유리시아다. 하여 자비스가 따로 빼내서 단련을 시키고 있는데, 매번 기절해서 오는 게 저쪽도 만만치는 않은 모양이었다.

         

       

       “여러분.”

       

         

       자비스가 사뭇 비장한 어조로 말을 잇는다.

       

         

       “이제 곧 방학 끝납니다. 그분이 돌아와요. 뭐라도 나아진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안 그랬다간 저랑 아스타로트 님 정말로 큰일 난단 말입니다.

       절절한 진심이 느껴지는 그 말에 두 여학생은 고개를 끄덕거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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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rviving in a Genre I Mistook as a Munchkin

Surviving in a Genre I Mistook as a Munchkin

Overpowered in the Wrong Genre 장르 착각에서 먼치킨으로 살아남기
Score 3.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found myself in an apocalypse novel with no dreams or hope. And because of that, I trained and trained to become stronger in order to survive. “Wait, hold on a minute.” But, one day, I realized I had mistaken the genre of the novel I had transmigrated i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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